〈 93화 〉 점차 집중되는 이목(2)
* * *
“회장님 손님들을 모셔왔습니다.”
“들여라.”
어느새 홀로 양주 반병을 비운 호벨은 지금 들이는 손님의 면상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창밖을 보며 거칠게 말했다.
가한이 데려온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이 합장하며 입을 열었다.
“하하! 이거 마사크레의 회장님을 뵈어서 영광...”
“개소리 말고 본론을 말하라.”
“아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그 전에 먼저 아버지 창조주에 대한 기도를...”
“개소리 하지 말라 했을 텐데?”
호벨은 고개는 여전히 창밖으로 둔 채 눈만을 돌려 상대를 쳐다봤다.
“내가 창조주라는 존재의 여부를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네놈들이 믿는 그것이 창조주인 거는 아니지.”
“이거 제가 안 좋을 때 온 모양이군요...?”
머리를 단정하게 자른,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얇은 눈을 한 검은 수도복을 입은 남자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문양이 없군?”
“아직 사람들이 진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말입니다. 하하하!”
“진리...진리라...”
호벨은 웃긴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피식 웃었다.
“자신만의 논리와 이성으로 혹세무민하는 것들을 사이비라고 부르는 거다. 사이비.”
“하하...그...너무 그러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어떤 모멸이라도 흘러가듯 넘겼지만, 도저히 저 말에는 대답하기 힘들었던 남자는 난처하게 웃었다.
“됐고, 일단 앉아서 얘기하지. 아니 그 전에.”
수도복을 입은 남자의 말을 무시한 호벨은 망토를 뒤집어쓴 아무 말이 없는 다른 한 명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네 녀석은 그 뒤집어 쓴 것부터 벗어라. 내가 직접 네놈 머리통과 함께 열어버리기 전에 말이다.”
“......”
스윽 호벨의 협박에 아무 말 없이 뒤집어쓴 망토를 벗자, 부풀어있던 체격과 키가 순식간에 줄어들더니 뾰족한 귀를 한 금발머리의 무표정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쯧...역시 네놈들의 그 암막은 기분이 더럽기 그지없다. 거기에 남자인 줄 알았더니 여자였나? 그리고 엘프, 아니 하이엘프군 허허...어이가 없어.”
하프엘프도 엘프도 아닌 설마 스스로 고귀하다고 주장하는 하이엘프들 중에 빌런이 있는 건 호벨도 처음 본 광경이었기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맞은 편 소파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그래도 일단 손님으로 왔으니 손님 대접은 해줘야지 가서 앉아라.”
“환대 감사합니다. 회장님.”
“......”
둘이 서로 거리를 띄우고 앉았지만 호벨은 아무 말 없이 잔에 술을 채우고 다리를 꼰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턱을 짚었다.
‘이놈들은 뭘 어디까지 아는 거지?’
가한의 말을 들었을 때를 떠올리면 그놈이 직접 데려온 것이 아닌 이 녀석들이 자신을 찾아왔다.
‘지금 하필 이 시점에 온 것이 정말 우연인가?’
놈들이 찾아온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짐작 가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에서 걸리는 점이 있었다.
‘놈들이 라만에 대해서 아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정도는 하는 놈들이니, 하지만 하필 라만이 죽고 얼마 안 되어서 찾아온 것이 정말 운이란 말인가?’
호벨과 가한 또한 라만의 심장에 새겨진 문장의 소멸로 얼마 전에야 알아차렸다. 당연히 문장의 존재 여부는 기록으로도 남겨지지 않은 비밀. 그런데 마치 이 둘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자신을 찾아왔다는 점이 호벨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일단 말을 나눠야겠군.’
호벨은 놈들의 말을 통해 정보를 캐야겠다고 생각을 한 후에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너희는 누구냐?”
“저는 검은 선자들의 아프란 성녀님 직속 이단심문부대 ‘호룬달’의 1급 심문관 파루난케라고 합니다.”
“...썩은 피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더니 심문관이었더냐?”
“하하! 추상을 숭배하는 어리석은 것들을 계도하는 데에 저는 얼마든지 오물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호벨은 파루난케라는 심문관의 소개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은 선자들 중 가장 지독한 사냥개가 왔군.’
이단심문관은 검은 선자들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무력부대. 그것도 신성 연합을 누구보다 증오하고 혐오하여 그들을 척살하고 고문하는 것에 집중하는 광신도들이다.
‘즉, 이번 세대는 성녀가 성자를 앞지르고 있다는 증거.’
검은 선자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무력부대에 누구보다 앞서 신성 연합을 공격하는 호룬달은 두 계파가 가장 아래에 두고 싶어 하는 부대다. 실제로도 저 조커와 같은 호룬달은 과거부터 오래도록 계파의 위상을 좌지우지해왔다.
‘최근에는 조금 조용하다 했더니 그나마 온건인 창세 계파의 구도가 우세한가 보군.’
물론 온건하다는 건 결국 최악의 빌런단체의 기준에서 한 말이니까 착각하면 안 된다. 어디에 집중하는가에 차이일 뿐이지. 결국 놈들이 원하는 건 세상을 자신만의 창조주, 교황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고 싶다는 거니까.
“그럼 너는 누구냐?”
“...저는 흉성의 여섯 별 중 하나를 따르는 맴버이자...이그드라실 강경무투파에 소속되어 있는 아라냐라고 합니다...”
“호오? 방금 그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인지하고 있나?”
위원회 13석 중 하나인 이그드라실 그곳의 인물이 빌런과 손을 잡았다는 말을 대놓고 하자 호벨은 흥미를 표했다.
“......제가 아는 마군(??) 호벨 골디언은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 남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고작 흉성의 맴버라는 소개로 납득하지 못하셨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재밌군...재밌어...하하하!”
성녀의 직속이라는 말을 해서 내부 사정을 돌려서 밝힌 파루난케나 이그드라실이면서 동시에 흉성의 맴버임을 표한 아라냐나,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약점을 보였다.
‘뻔하군. 라만의 죽음을 알아낸 것에 대해서 묻지 말라는 거겠지.’
“그 소개는 누구의 판단인가? 너희냐 아니면 그 위냐?”
“...그저 제 본분에 충실할 뿐입니다.”
“하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좋다.”
결국 이 결정은 그 윗선의 판단이라는 뜻. 호벨은 여기까지 협력의사를 알려온 둘을 홀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공중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술병에서 두 줄기의 금빛 액체가 흘러나와 자동으로 열린 선반에서 두둥실 날아온 두 개의 술잔에 담겨 두 사람 앞에 조용히 놓였다.
“들지 귀한 손님에게도 쉬이 대접하지 않는 것이다.”
파루난케와 아라냐는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알아채기도 힘든 절묘하고도 섬세한 마력 조작에 과연 전설의 용병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독한 양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크윽...”
“후우...좋은 술이군요...”
“하하하! 잘 마시는군.”
호벨은 속을 태우는 강렬한 주향에 인상을 찌푸린 둘을 향해 호탕하게 웃으며 턱을 괴었다
“자 그럼 진짜로 들어보도록 하지 지구 그곳을 너희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일단...지구에 베렌듀크의 후계가 있었다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판단하에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그러게나.”
“예.”
마사크레, 검은 선자들 그리고 흉성 이 셋은 카이안의 의뢰를 받았다는 것과 지구에서 피해를 봤다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파루난케의 말에 호벨과 아라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께서는 아르벨라...그 괴물이 멸문시킨 베렌듀크, 그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된 지 아십니까?”
“...본가를 멸문을 도운 방계들은 살아서 각자 자신만의 세력을 차리고 있고, 나머지는...”
“예 본가를 숭배하는 일부는 베렌듀크를 외면한 위원회와 방계를 증오하여 해방군으로 들어갔지요.”
"해방군이라..."
해방군. 위원회의 통합된 규율에 저항하는 말만 들으면 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깨어있는 민중 같아 보이는 자들이지만.
“놈들의 아나키스트적인 사상은 중앙세계의 정해진 본질인 투쟁으로 환류하자는 정신 나간 시대착오적인 광기에 불과하지.”
결국 그 실상은 위원회의 궤멸을 원하는 빌런 단체. 본인들의 대의를 위해서 무차별적인 테러도 서슴지 않는 정신병자들의 집합들이었다.
그렇기에 일을 가려 받지 않는 호벨 또한 해방군의 의뢰만큼은 거절해왔었다.
“그럼에도 얕볼 수는 없어.”
“예 저희와 같이 5대 빌런 단체로 꼽히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놈들을 왜 이 자리에서 언급하나?”
“회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구에는 드라고니아의 화이트 일족의 제자가 있지요. 그들이 제자에 부여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지구를 도모하는 데에 그들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말의 흐름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
호벨이 당연하면서도 연결고리를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파루난케에 불쾌한 기색을 표했지만,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약에 말입니다. 화이트 일족을 분열시키면서 저희가 병력을 넣기 전에 해방군이 먼저 지구에서 분탕을 치게 만드는 수가 있다면, 회장님은 어쩌시겠습니까?”
“흐음...”
해방군에 스며든 베렌듀크의 신봉자들, 베렌듀크의 후계자 카이안, 드라고니아와 이그드라실의 관계. 파루난케의 말에 그것들이 복잡하게 호벨의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는 알겠다. 분명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결정적인 피스가 없다. 그걸로는 안 돼.”
흐름에 쐐기를 박을 수 없는데 어떻게 흐름을 뒤튼단 말인가?
“만일 그것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뭐?”
파루난케가 부드럽게 웃으며 지긋이 옆에 앉은 아라냐를 향해 눈을 돌리자 호벨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군. 제대로 말하라. 그 무례함으로 이곳에서 명을 다하고 싶지 않다면.”
“하하...죄송합니다. 말씀드리기 전에 순서가 필요하다고 여겨서. 무례했다면 부디 용서를.”
스멀스멀 올라오는 호벨의 가공할 살기에 파루난케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여 사죄를 표했다.
“그럼 아라냐양 부디 설명을...”
“...그러지요.”
아라냐가 고개를 돌린 후 머리를 들어 올리자 그곳에 초승달 같은 문신이 호벨의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가 알기로는 저런 모양의 상징을 쓰는 가문이 단 하나 존재했다.
“가룬드?”
그것은 이그드라실의 강경무투파를 대표하는 대가문 중 하나인 가룬드 가문의 상징이었다.
“예 적통이 아닌 사생아지만 말입니다.”
“그렇군...너는 암검이었나?”
“...예.”
순혈을 중시하는 하이엘프들에게 사생아란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기에 남보다 못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자들이 언제나 위대해야 할 가문을 위해 더러운 것을 짊어지는 건 호벨에게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네가 말한 마스터 피스가 뭔지 대강 알겠군. 파월(?月)인가?”
“역시 대단하시군요. 그것만으로 한 번에 아시다니...”
강기공 파월(?月). 가룬드 가문이 과거 베렌듀크에게 빼앗긴 최상승의 무공이자 과거 아르벨라가 회수하지 못한 그것이라면 해방군 안의 베렌듀크의 잔재들과 이그드라실의 강경무투파까지 지구에 개입할 명분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드라고니아의 개입을 막을 명분까지는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좋다고 더욱 깊이 개입하려 할 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때 필요한 말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조용히 경청하기만 했던 아라냐가 입을 열었다.
“혹시 화이트 일족의 배반자를 아십니까?”
“멜데이아? 알지 제법 유명한 자 아닌가? 가족애를 그리 중시하는 용인족이면서 일가족 전부를 죽이고 탈주한 드라고니아의 치욕.”
“그 중 반은 틀린 정보입니다.”
“음?”
“탈주한 것은 사실이지만...멜데이아의 가족을 죽인 것은 아델리아입니다.”
“허...그 여자가? 확실한 건가?”
“멜데이아가 화이트일족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의탁한 곳이 바로 흉성이니까요.”
“소스는? 네가 같은 맴버라도 그저 소문이면 곤란하다.”
“제가 모시는 여섯 별 중 하나께 들은 말입니다.”
“흠...그럼 맞겠군.”
암막을 다루는 마르바렉 앞에서 고작 랭커 따위가 거짓을 고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았기에 호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제 일족을 그리 아끼는 여자가 직접 처단한 걸 보니. 드라고니아도 복잡한 사정이 있나보군.”
드라고니아도 외부에서 보면 굳건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들은 지성체. 스스로의 정의와 욕망에서 비롯된 갈등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한 것이 당연했다.
“유망주였던 멜데이아의 갑작스러운 탈주와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는 화이트일족 내부에서도 여러 소문이 돈다고 합니다. 그리고...그는 흉성이 나중에 지구로 파견을 보낸 맴버 중 하나였지요.”
“지금은?”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실종되었습니다.”
“암막이 있는데도 말인가?”
“예.”
“...골 때리는군...”
분명 무언가 있는데 도저히 그 실체가 보이지 않음에 머리가 아파진 호벨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괜찮군...이용할 수 있겠어.”
흉성에서 드라고니아의 배반자 멜데이아를 지구로 파견을 보냈다. 그리고 화이트 일족이 관리하는 그곳에서 실종되었다. 그 두 문장만으로 일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의심에 아델리아는 정신이 없어질 것이다.
“가한, 네 생각은 어떠한가? 계획을 짜봐도 될 거 같나?”
지금까지 눈을 감은 채 호벨의 곁에서 경청하던 가한이 머리를 만지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구에 끼어든 다른 세력인 튤칸 제국과 반고가 좀 거슬리기는 합니다만...그들은 별문제가 없을 거 같군요.”
가한의 말에 동의한 파루난케가 웃으며 손뼉을 치며 말을 보충했다.
“하하 맞습니다.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쁜 그들이 이런 외곽차원에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반고의 영무문과 별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주술가문이 그곳에서 큰 피해를 봤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세력들과는 달리 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저 그런 자들이었다.
고작 그 정도로 자기네들 차원에서 땅따먹기하기 바쁜 반고의 무련(??)이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 리는 없었다.
‘여학천이 직접 움직인다면 모를까 그럴 리는 없지.’
“그럼 정해졌군. 가장 먼저 노려야 할 곳은 그곳이겠지?”
“예 조사 결과 가장 그 행보가 수상한 길드가 존재합니다. 우연인지 아닌지 저희 주교께서 실종된 국가에서 발족하기도 한 길드이고요.”
“발토.”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 자가 가장 수상합니다.”
파루난케가 네모난 마도구를 탁자에 올리고 마력을 넣자, 한 남자의 얼굴과 그 아래로 신상정보가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수상하군.”
지구와 관련된 일은 모두 라만에게 맡겼기 때문에 그 세부 정보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거대 기업의 수장인 호벨은 파루난케가 말한 수상하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너무 무난하면서...깨끗해.”
흠결을 보이지 않았지만, 내부이사 자리를 차지할 별다른 실적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마사크레에서 조작한 라만의 정보와 비슷한 인조적인 느낌.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호벨의 오래된 촉은 마치 이놈이 찾던 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사납게 입꼬리를 올리며 적이 될지도 모를 사내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유원...유원이라...”
“뭐...증거는 없습니다만...”
“그래 우리 같은 놈들에게 물증은 중요치 않지.”
빌런 단체와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용병 기업. 그런 이들은 백 프로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심증뿐이어도 일단 움직이고 보는 게 당연한 거였다. 아니면 그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좋아 괜찮군. 너희와의 협력 받아들이도록 하지.”
“하하!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호벨은 자신을 향해 합장하는 파루난케와 고개를 숙이는 아라냐 그리고 가한을 각각 쳐다보며 협력 전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일이 틀어질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안심하시지요. 회장님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파루난케는 호벨의 말에 안심하라는 듯 진하게 웃으며 답했다.
“놈이 무슨 전설상의 회귀자나 모든 걸 보고 듣는다는 백선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걸 알겠습니까? 하하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