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힘이 마법이다-79화 (79/116)

〈 79화 〉 변화(8)

* * *

술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분위기? 그것도 아니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유천의 말? 그 전부가 문제인 걸까? 양하연은 필터링 없이 튀어나온 말의 의미를 되뇌고는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미, 미친년!!’

양하연은 온갖 임무를 수행했던 용병 시절의 경험으로 태연하게 연상의 누나를 연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처녀였다.

물론 남자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야외에서 숙식할 일도 많았고 대쉬를 받거나 한 경험 또한 셀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나,나나나를 준다니...이거 완전 변태년 아냐?!!’

하지만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아니 오해도 아니다. 실제로 양하연이 유천에게 한 말은 그런 의미도 포함된 거니까.

지금이라도 ‘사실 농담이었어.’ 라고 한다면 수습은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입을 살짝 벌린 채 자신을 보고 있는 유천과 이후에 어색해질 것이다.

‘그러긴 싫어...’

간신히 줄인 거리감이다. 사람을 상대할 때 진심으로 대해 본 적이 없는 양하연으로서는 그걸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누나?”

“으응...?”

그러니 뻔뻔하게 나간다. 이미 돌을 던진 상황. 당장에라도 뛰쳐나가서, 집으로 돌아가 이불을 팡팡 걷어차며 소리라도 왕창 지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러니까...음...준다는 게 누나가 가진 뭘 준다는 건가요?”

양하연은 역시 사람을 잘 봤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 웃으며 말하는 유천은 지금 자연스럽게 양하연이 말을 물릴 여지를 주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 말을 돌린다면 어색함도 그리 크지 않게 이 주제를 끝낼 수 있을 거다.

‘짜증 나...얄미워...’

평소 같으면 그 상냥함을 마냥 좋아했겠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지금의 양하연에게는 짜증나기 그지없었다.

“아니 말한 그대로야.”

“네?”

“단가가 안 맞아. 내 평생의 숙원을 도와준다는데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

사실 그딴 걸 생각하고 말한 건 아니었다. 그저 유천과 킬리언 사이의 성애 장면을 목격한 이후 지금까지 쌓여온 30대 처녀의 욕구불만. 그리고 점차 깊어져 가는 유천에 대한 애정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터져버린 것에 불과했다.

‘흐읏...!’

몇 번이나 양하연의 딸감이 되어왔던 그 성애의 장면이 생각나자, 농익은 그녀의 여체가 뜨거워졌다.

‘아, 안 돼...나오면 안 돼! 여긴 밖이라고!’

마치 자궁이 임신할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하는 것처럼 자동반사적으로 보지에서 끈적하고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려 하자, 양하연은 다리를 움츠리고 몸을 떨었다.

“하연 누나?”

“어...?”

“어디 아파요? 약이라도 받아올까요?”

“......”

‘어, 어떻게 말해?!’

자신은 여자다.

얼굴을 붉힌 채 몸을 부르르 떠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유천에게 ‘이 자리에서 너랑 섹스하고 싶어!’ 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아, 아니야. 조금 내가 부끄러운 말을 했나 싶어서...”

양하연은 자신의 임기응변을 자축하며 자리에 앉았다.

‘축축해졌어...’

그 사이에 하반신이 축축해졌음을 느낀 양하연은 몰래 정령력을 끌어올려 말리고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

“아, 아무튼! 그 정도는 되어야 대가가 맞다는 거야! 이래 봬도 용병이었어. 난 주고 받는 것에 실수하지 않아. 알았니?”

양하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힐끔힐끔 유천을 쳐다봤다.

‘안...걸렸겠지?’

저 멀끔한 모습 아래 수인 못지않은 짐승 같은 면모가 있다는 걸 양하연은 잘 알고 있었다. 재빨리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지만, 그럼에도 그가 발정한 여자의 페로몬 향을 맡은 게 아닐까. 그래서 싼 여자로 보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흠...알았어요. 누나.”

“그, 그래...알았으면 됐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유천의 모습에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여인으로서의 심정과, 걸렸으면 킬리언에게 했던 것처럼 엉망진창 범해주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담긴 암컷으로서의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왔다.

‘그, 그만해!!’

양하연은 기회가 왔다는 듯 폭주하는 성욕을 누르고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유천은 묘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거...어떻게 해야 하나...?’

수련을 통해 불과 힘에 대한 개념을 빠르게 깨달아가기 시작하는 유천은 화명안을 써서 굳이 시각화하지 않아도 그것들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거나, 몸의 특정 부위에 열기들이 모인다거나 하는 등의 것들이 말이다.

이성은 그럴 리 없다고 말하지만, 본능은 외치고 있다. 양하연이 발정하고 있고, 보짓물을 질질 흘리고 있다는 걸 말이다.

‘모른 척...해야겠지...?’

생리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 않은가? 만약 남자인 자신에게 왜 발기를 했느냐고 누군가 콕 집어 지적을 한다면 굉장히 수치심을 느끼며 말한 자의 입을 위아래로 찢어버릴 것이다.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그걸 인정해버리면 묘해지는 분위기에 휩쓸려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저 말을 무시하고 가볍게 넘어가면 안 된다. 어떤 식으로라도 대답해야 한다.

‘돌겠군...’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고백 아닌 고백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거기에 말실수를 한 게 아닐까 싶어 유천이 내려준 동아줄도 걷어차 버렸고 말이다.

‘이제부터는 생각 없이 쪼개면서 말 돌리려고 하면 좆 된다...’

이래서 여자는 어렵다. 너무 진지하면 부끄러워하며 움츠러들 거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면 그 후환이 두려워진다.

‘그 사이의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의도치 않게 들어온 가불기 공격에 유천은 지뢰밭 사이를 걷는 긴장감에 혀로 입술을 핥은 후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굉장히 노력해야겠네요.”

“으응?”

공황 상태에 빠진 양하연은 갈 곳을 잃은 포크와 칼로 죄 없는 고기를 푹푹 찌르고 있다가 유천의 말에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누나처럼 아름다운 사람을 가질 수 있다니. 지금 당장이라도 놈들을 찾아 나서고 싶다고요.”

“어,어어...? 그 말은 그러니까 그...”

“그러니 누나가 알고 있는 걸 더 말해줄래요? 사소한 단서라도 괜찮으니까요.”

가불기는 막을 수 없다. 괜히 가드 불가 기술이겠나. 핵심을 흘리는 것. 주제를 비틀어야 한다. 여자친구가 ‘나 살찐 거 같아’ 라고 물을 때, 자연스럽게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는 걸로 이끌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이 자리에서도 마찬가지. 양하연이 한 고백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것이다. 그걸 그녀도 알고 있으니 멘붕 상태에 빠진 것이고, 즉 지금 그녀가 원하는 건 이 충동적인 고백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후일의 여운과 그와 관련되었지만 다른 주제의 내용이다.

“어, 응! 알았어! 그러니까 일단...”

‘시발...살았다.’

간신히 답도 없는 고백에서 살아난 유천의 등허리는 긴장감으로 땀에 젖어있었다.

유천의 그러한 노력으로 그때부터 양하연과 함께 본래의 텐션을 유지한 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디저트로 나온 과일 모양의 셔벗까지 먹고 둘은 손을 살포시 잡고는 그랜드 파에타 호텔을 나왔다.

“그러니까 이 호텔 최대주주가 엘리스 파셀이라는 거네요.”

과연 지구에서 가장 돈이 많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호텔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응. 뭐 그것과 이곳에 오자고 한 건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야.”

유천은 양하연과 호수를 걸으며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 여자가 저도 함께 보고 싶다 했다고요?”

“어 그녀는 어쭙잖은 놈들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아마 확실히는 아니겠지만, 황금새 테러 사건 때 유원이 네가 했던 일을 알고 있을 거야.”

“그거랑 저를 보는 게 무슨 상관이래요?”

“엘리스 파셀, 그녀가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는 최근 이 나라에서 일어난 여러 불가사의한 일들을 알기 위해서야.”

“......”

“그리고 그녀가 지닌 역린이 느낀 거겠지. 그 일의 핵심에 유원이 네가 있다는 걸. 거기에 건 대가가 이그드라실과 관련된 거고.”

“그 내용이 뭔지는 예상이 안 가고요?”

“음. 아마 내 부모님에 관련된 내용이 아닐까 싶기는 해.”

‘엘리스 파셀이라...’

거대 차원인 드라고니아 화이트 일족 장로인 아델리아의 제자이자, DCD의 수장 그리고 마력 에너지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가이며 미국의 4대 랭커라고 부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엘리스와 그 부하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국을 반쯤 지배하는 여장부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런 여자가 며칠 뒤에 한국에 방문한다는 말에 갑자기 수호계약을 맺은 길드인 발토에 대한 드라고니아의 경고를 담아왔다는 등 세간이 시끄러웠다.

“뭐 진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죠.”

“그럴까?”

둘은 그 말과 동시에 산책로 정면에서 고개를 돌려 호수를 쳐다봤다.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로 예쁘네요...”

“그렇지?”

호텔 뒤쪽에 있는 이 호수는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명과 달빛 하나 없는 공간. 유일한 광원인 호수에서 수면 아래에서 난반사 되어 흘러나오는 마력광의 아름다움은 어째서 이곳이 선망받는 곳인지 충분히 알 게 했다.

“마치 강에서 흐르는 오로라를 보는 것 같네요.”

“어머나...생각보다 감상적이구나? 우리 유원이.”

“근데 왜 아까부터 둘이 있는데 유원이 입니까?”

“그야...여기 보는 사람이 많아서...귀찮게.”

“음...그렇네요.”

발토의 내부이사와 그 길드장이 왔다는 소식이 돌았는지, 늦은 시간임에도 호수 주변의 산책로를 걷는 둘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에는 기자로 보이는 사진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일이 되면 제 얼굴도 다 알려지겠네요.”

“원하지 않으면 말해. 이 나라에서 나랑 협회장님의 권한이면 언론에 이름 하나 나오지 않게 해줄 수 있으니까.”

“뭐 이제 상관없어요. 언제까지 숨어 지낼 생각은 없으니까요.”

슬슬 깨달음도 정리를 다 했겠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되었다. 음지 투기장과 마켓도 정리하고 해원도 정리해야했다.

‘거기에 안건수도 못 찾았고 말이지.’

분명 투기장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다. 찝찝하게 남겨두기보다는 찾아서 없애는 게 낫다.

“누나 그럼 남들 구경거리는 그만두고 이제 돌아...”

“이봐요!”

“민경이 임마! 뭐해?! 그만둬!”

“아 잠시만 놔봐 선배 거기 당신!”

“음?”

‘저자들은?’

유천은 뒤에서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여자와 그녀를 말리는 사람들을 보고 눈에 이채를 띄웠다.

*

그랜드 파에타 호텔 안 병실. 정신을 잃었던 단발머리의 아담한 키의 여인 유경하의 눈이 깨어날 듯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으으...”

“경하! 정신이 들어?!”

“으으...선배님...?”

“그래 나다 정수. 몸은 좀 괜찮아?”

유경하는 몽롱한 정신으로 그 사슴 같은 눈망울을 좌우로 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팀원들은요...?”

“하아...”

민정수는 흘러내린 안경을 달깍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경이 그 말괄량이 같은 녀석이...네가 쓰러진 게 그 남자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뛰쳐나갔다.”

“그 남자요...?”

“어 발토의 내부이사 유원.”

“......”

“웬일로 조용히 있나 했더니 그가 나왔다는 말을 듣더니 이를 갈고 뛰어나가더군.”

유경하를 돌봐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했기에 팀장인 민정수는 여기 남고 전민호와 이강우가 그녀를 말리기 위해 같이 따라나섰다.

“민호와 강우라면 그 자리를 잘 수습해서 올 거다. 그러니...”

“안 돼요!!”

“경하야?”

“선배도 당장 가서 민경이 뜯어말려요!! 당장!!”

“진정해라. 경하야.”

민정수는 항상 침착하고 나긋나긋했던 유경하가 소리를 지르자 놀랐지만, 특유의 침착함으로 그 마음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네가 그 남자에게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민호와 강우가 함께 갔다. 아무리 양하연 그녀가 있고 그가 세간의 예상과는 다르더라도...”

“안 돼요...그건...그건 그런 게 아니라고요...”

말려야 했다. 민경이를 두들겨 패서 입원을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말려야 했다.

유경하는 떠올렸다. 쓰러지기 전에 자신의 능력으로 본 것을.

‘다 죽게 될 거야...’

하늘과 세상을 가리는 거대한 손. 그리고 그보다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황금색의 눈까지. 거북용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 고요하고 무표정한 남자의 안에 담겨 있는 건 그 만큼 압도적이고 불가해한 종류의 것이었다.

유경하가 얼핏 관측한 바로는 그 자는...홀로 이런 나약한 세상 따위는 부술 수 있는 존재였다.

“제가...제가 가야겠어요.”

“경하야!”

민정수는 실신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침상에서 일어나려는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경하의 책망 담긴 눈빛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선배도 잘못이 있어요.”

“경하야...”

“선배가 진즉 말리려고 마음먹었으면 나머지 민호도 강우 선배도 민경이를 패서라도 말렸겠죠. 선배는 그냥 팀 내부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타협한 거잖아요.”

“......”

‘선배는 아마 양하연 그 사람이 있고 민호와 강우 선배도 있으니 잘 이야기하고 끝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게 분명해.’

어쩔 수 없기는 했다. 힘은 기본적으로 내재성을 가지고 있기에 유경하 자신처럼 특별한 힘이 있는 게 아니면 볼 수는 없다.

뭐가 됐든 그는 유원 그 남자를 무시한 거나 다름이 없다.

“선배도 따라와요. 가서 무릎이라도 꿇...”

그때.

유경하의 몸이 멈췄다.

아니 그 자리에 있던 민정수도.

그랜드 파에타 호텔 내부와 밖에 있던 각성자들 모두가 일제히 그 자리에서 정지하고, 세상이 고요해졌다.

그들이 멈춰 서자 마나에 민감하지 않은 주변 일반인들이나 하위 각성자들은 의아해했지만, 그들은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무슨...’

민정수는 자신의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숨구멍이 점차 조여오고 있음을 느꼈다.

괴수무리에 둘러싸였을 때도, 멀리서 거북용을 마주쳤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무력감. 마치 게임 속 NPC가 되어 그 개발자에게 모든 생(?)을 통제받고 있다는 느낌.

‘무언가...잘못되었다...’

국내에서도 고위라고 칭할 수준의 엘리트로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렀다.

텁­

“선배.”

“허억...허억...경하야...? 어, 어떻게...?”

유경하가 눈에서 다채로운 색의 빛을 발하며 다가와 민정수의 손등에 손을 올리자, 묶여있던 몸이 약간이지만 풀려나감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을 잃은 채 입을 벌렸다.

“가요.”

“......너 눈이...”

그의 손을 잡아당기는 유경하의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의 비경(??)을 보는 유경하의 힘이 이번에 정신적 충격을 받고 변화해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고차원적인 힘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가서 빌러 가요...살려달라고. 아니면...다 죽을 거예요. 그러니 제발 일어나요. 선배.”

“......”

그 애잔하고도 간절한 어조에 민정수는 얌전히 입을 다물고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킨 채 그녀를 따라나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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