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변화(6)
* * *
유천은 고급 호텔이라 봤자 라고 생각했던 걸, 그랜드 파에타 호텔 정문에 섰을 때야 자신의 마음이 안일했다는 걸 인정했다.
과거 로또에 당첨되고 나서 한 번쯤은 돈을 펑펑 쓰고 싶다는 마음에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Bellagio)라는 호텔을 찾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포기했다. 고작 몇억 정도는 저곳에 갔다 잘못했다가는 모조리 털리고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일순간의 일탈로 이지라이프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설마 한국에서 그보다 더욱 거대하고 화려한 호텔이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유천은 최대한 촌스러운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정문을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에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세계 엘도라도가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내부 광경이 모습을 보였다. 높은 천장과 거대한 샹들리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광경임에도 안광을 쑤시지는 않았다. 분명 중세의 성과 같은 아름다움과는 달리 광학적 설계가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과연...이래서 이런 옷을 입고 오라고 했던 거군.”
과하지 않고 은은하며, 동시에 화려한 향, 거기에 잔잔하면서 아름다운 클래식이 흐르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명품. 어울리는 격식을 지니지 못한 자의 어깨를 부드럽게 내리누르고, 자연스레 내보내는 힘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 고작 2~30만 원짜리 코트를 입고 상대를 만난다는 건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겠지.
유천은 여러 시선이 느껴지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로 호기심과 경계 그리고 적의가 담긴 이채들이 주를 이루었다. 아마 호기심을 느낀 자들은 쉬이 볼 수 없는 명품을 걸친 젊은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것일 테고.
‘나를 아는 자들도 있나 보군...’
유천을 유심히 경계하거나 적의를 담은 채 노려보는 자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의복에 가려져 있어도 탄탄해 보이는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아마 각성자들. 공식석상에는 출현했지만 언론에 나오지 않았던 유천이다. 그럼에도 그가 발토의 유일한 내부이사임을 알고 있다는 건 제법 고위 각성자들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도 하나하나가 이곳에 오기 전에 마주친 해원의 복면 대장놈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기세가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도 유천은 그런 것에 주눅 들지 않았다. 그가 지금까지 상대해온 자들은 랭커나 그 이상의 존재들. 거기에 창조주가 없는 세상에서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들도 마주했다.
이곳에 불려 오기 전의 소시민이었던 유천이라면 모를까. 포식자로서 태어나고 스스로 그것을 깨달아온 유천의 멘탈은 고작 저런 시선이나 이런 분위기 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하야! 왜 그래?!”
그때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유천은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왜 저래?’
자신을 노려보던 여러 각성자들 집단 중 하나에서 간질이 걸린 듯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감은 채 부들부들 떠는 단발머리 여자, 그녀를 다독이는 기다란 갈색 머리를 한 곳으로 모은 여자, 그리고 갑작스러운 팀원의 발작에 당황한 나머지 인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별거 아닌 장면일 수도 있었다. 친했던 팀원이 죽었을 때 정신병에 걸리는 각성자가 그리 보기 드문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장소에 맞지도 않았고.
‘분명 처음에는 멀쩡했던 거 같은데.’
그들이 유천을 관찰하듯이 유천도 그들을 봤다. 그리고 거기에는 저들도 있었다. 지나가듯이 본 거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저런 눈에 띄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직원 없습니까?!”
“여기 구급차 좀 불러!”
“미,미,민경아... 다, 다들...나, 난 괘,괜찮아. 그러니까...”
“지금 그게 뭐가 괜찮다는 거야?!! 이봐요! 의사 없어요?!! 아무나 좀 와보라고!!”
“다 비켜!”
머리를 한 곳으로 모은 갈색머리 여자의 고음과 호텔 직원을 데리러 가겠다며 주변을 밀어 넘어뜨리는 나머지 팀원들 때문에 순식간에 호텔 프런트의 분위기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제법 이름 있는 클랜의 팀인가.’
각성자들을 포함하고도 인상을 쓰는 사람은 있어도 시끄럽다며 제재를 가하는 자들은 없었다. 유천을 알아본 것도 그렇고 이 나라에서 유명한 팀일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이곳에 있는 인원들 중에 분명 정·재계에서 이름 있는 자들도 꽤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주변의 눈보다 팀원을 먼저 챙겼다.
‘저 안경 쓴 남자는 꽤 차갑고 이성적으로 보이는데도 저렇다라...’
힘에 대한 유천의 관측은 그 상대의 성격마저 파악할 수 있었다. 다섯 명 중 가장 강한 기세를 품은 안경을 쓴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품은 성질이 날카롭고 이성적이었음에도 꽤 격렬히 반응했다.
‘팀원을 가족처럼 아끼거나 저 경하라는 여자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건가?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고.’
실력들이 제법인 게, 나중에 만날 일이 있을 거라는 예감을 느끼며 허둥지둥 다가온 호텔리어들에게 어딘가로 안내를 받는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때.
웅성웅성.
다른 의미로 산만해지는 분위기를 느꼈다.
뚜벅뚜벅.
동시에 유천의 뒤에서 이곳에 있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조차 안 되는 힘과 재능의 편린이 담긴 화려하고도 강렬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까 나간 각성자들도 제법이었지만 그 모든 걸 잊게 하는 익숙한 기세에 유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이런 자리에서 보니까 색다르네요. 그쵸?”
“네...그렇네요.”
인간과는 다른 길쭉한 두 귀. 허리까지 부드럽게 웨이브 진 풍성한 백금 발의 머리. 초목을 담은 초록색 눈을 지닌 여인이 푸른 하늘 아래 싱그러운 버드나무와 같은 미소를 띠고 유천을 쳐다보고 있었다.
“음...그...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
아름다우십니다. 레이디?
손등에 키스라도 해야 하나?
상류층의 예절 같은 건 모르는 유천은 멍하니 뒷목을 긁적이며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그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움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새하얀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눈앞의 여인은 유천의 그런 모습이 귀엽다는 듯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풋 웃었다.
“그냥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대해주시면 돼요. 거기에 약간의 가식이 담긴 말과 조금은 느리면서도 차분한 행동이면 다랍니다. 이렇게.”
그녀는 유천을 향해 손등이 보이게 손을 천천히 그러면서도 끊김이 없이 부드럽게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유천씨 오늘 아주 멋지셔요.”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그녀의 모습에 유천 또한 긴장을 풀고 피식 웃고는 상체를 살짝 숙이고 아래에서 그 손을 부드럽게 마주 잡으며 입을 열었다.
“네 하연양 또한 굉장히 아름다우십니다.”
그 모습에 어딘가로 다급하게 연락하는 소리와,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들의 웅성거림이 높아졌지만 둘은 그런 것들을 무시한 채 대화를 나눴다.
“다음에는 유천씨가 먼저 말해주세요. 손도 먼저 내밀어 주시고요. 차암~본래 이건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거라고요.”
“하하...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곳은 처음인지라...”
입을 귀엽게 볼을 부풀리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유천은 ‘그건 성차별적 발언이군요.’ 라는 장난을 칠까 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칠 예감을 느끼고 평범하게 대답했다.
“그럼 올라가실까요. 아름다운 레이디?”
“으으...그런 말은 좀 오글거리네요...”
“흐으...저도 그렇네요.”
유천의 과장된 장난스러운 언행에 둘은 함께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양하연은 그 말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다행이네.’
레이디 같은 말을 한 유천은 목에 가시가 돋는 것 같았지만, 그 한마디로 둘 사이에 있던 어색함이 한결 가셨으니 괜찮은 희생이었다.
그렇게 유천의 의도대로 자연스러워진 분위기 속에 둘은 손을 마주 잡은 채 사방의 집중된 시선을 뒤로하고 레스토랑이 있는 최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
그랜드 파에타 호텔은 그 크기가 크기인 만큼 내부에 종합병원 못지않은 시설이 구비되어있다.
그곳에 규모는 작지만, 정예로 유명한 화룡길드의 제1팀인 켈베로스팀의 팀장을 포함한 팀원들이 모여 기절한 유경하와 그녀를 진찰하는 의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후우...”
마력을 이용한 진찰을 끝낸 의사가 고개를 들자 묵묵히 서 있던 켈베로스팀의 팀장인 민정수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경하는 좀 괜찮습니까?”
“예 마력회로에도 신체 내부에도 아무런 손상이 없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신경계까지 살필 수는 없지만...예상이 가는 게...아! 혹시 이분께서 지병이나 뭐 그런 거라도...”
“예 경하에게 그런 건 없습니다.”
켈베로스팀 전원은 아카데미 선후배 관계로 졸업하고 나서도 오랜 시간 함께 해왔다. 지병이 있었다면 누구라도 진작에 깨달았을 것이다.
“그럼 일종의 공황장애로 보이는군요.”
“공황장애...말입니까?”
“예 몸의 경련, 갑작스러운 식은땀, 거칠어진 심장박동과 숨소리. 몸 내부에 이상이 없음에도 이런 반응이 일어난다는 건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로 인한 반동으로 신경계에 어떠한 손상이 생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에 어떤 충격적인 일이나 트라우마라도...”
“예상가는 것이 있군요. 하지만 말씀드리기에는 좀 개인적인 사정이라...”
의사의 말에 눈을 좁힌 민정수의 완곡한 거절에 의사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성자분들의 개인사를 제가 캐낼 자격은 없지요.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다독여 드리기를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이들이 전투 각성자들인 만큼 여러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의사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자리를 떠났다.
“......”
“야...이거...”
“그래 경하가 또 무언가를 본 거 같네.”
유경하. 그녀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다. 민경수와 그 팀원들 그리고 화룡길드의 길드장을 포함해 여섯이서 함께 나중에 클랜을 만들자고 의기투합을 하던 어느 날 그녀의 고백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눈이 오감을 넘어선 육감의 경계를 넘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선 밖의 칠감, 혼의 비경(??)을 관측한다는 것. 그리고 그 특이성 때문에 부모에게 버려져 소심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 날 이후로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그녀를 더욱 아끼고, 동시에 그녀에게 고마워했다.
그런 힘든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말해준 그녀 덕분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정말로 가족 같은 관계가 되어 지금까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
실제로도 그녀는 화룡길드 설립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눈의 능력은 언뜻 복잡한 듯 보이지만 간단하게 보자면 상대의 강함을 측정하는 같은, 팀원인 강우의 말에 따르면 ‘전투력 측정기’와 같은 역할을 했으니까.
덕분에 상대하기 힘든 괴수는 피하며 이길 수 있는 괴수들을 이기며 실적과 실력을 차근히 늘리며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선배.”
“음?”
갈색 머리의 여인 김민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절한 듯 잠이 든 유경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경하 저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두 번이나 쓰러졌어. 아무리 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 말을 안 해본 줄 알아?”
허나 그만한 힘을 지닌 대가도 존재했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인다. 그것도 더 큰 존재를 주시하면 더욱 큰 반등이 돌아왔다.
‘거북용...’
민정수는 네임드라는 괴수가 어떤지 알고 싶어, 하얼빈에서 잠이 든 그 거대 괴수를 멀리서라도 보기 위해 간 날이 떠올랐다.
‘끔찍했지.’
거대한 등딱지 사이로 치솟는 압도적인 마력은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 고작 1년이 된 풋내기의 호기심과 전의를 박살 내는 데 충분했다. 그리고 그것을, 능력을 써서 본 유경하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지금 같이 발작하듯 쓰러지면서.
“그때 이후로 그 눈 위험한 거 같으니 함부로 쓰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그렇지만...!!”
“너가 더 알잖아 경하 성격. 소심한 주제에 고집 하나는 끝장난다는 거.”
“......”
“앞에서는 알겠다고 하면서 정작 전투에 들어가면 멋대로 쓰는 걸 내가 얼마나 뭐라 해왔는지 너도 봤으면서 왜 그래? 아니면 앞으로 경하는 데리고 다니지 마?”
“자, 거기까지 하시고, 야 임마 너무 흥분했잖아.”
“......”
“정수기 물만 마시는 우리 민정쑤기~ 그 와 이리 흥분해쌌노 응?”
“...그만해 새꺄.”
“으흐흐...쌔애끼~ 좋으면서...”
“제발 그 입 좀 다물어라.”
팀장인 민정수와 화룡길드장을 포함한 선배인 이강우가 흥분한 민정수를 말렸다. 평상시 누구보다 장난기 많은 그는 팀 내에서 굳어진 분위기를 푸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놈의 정수기는 마음에 안 들지만...고맙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시답잖은 농담 덕분에 고조된 분위기가 식자 민정수는 속으로 그에게 감사하며 김민경에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말이 너무 심했다. 미안하다 민경아.”
“아니야 선배 그, 내가 순간 욱해서...미안해요...”
“그래! 우리끼리는 사이좋게”
“하지만...이상하지 않습니까?”
“...망할 새끼 하늘 같은 선배가 말하고 있는데.”
입을 내밀고 중얼대는 이강우를 무시하는 거구의 남자. 팀의 탱커를 맡고 있는 전민호가 옷 사이로도 비치는 팔 근육을 접은 채 팔짱을 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민정수를 쳐다봤다.
“그때는 그나마 안전한 중화연맹을 거쳐서 간 것이기는 하지만 수일간 괴수들을 뚫고 도달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르시겠습니까? 선배님 그때는 괴수의 밭을 넘어 네임드라는 거북용을 마주치고 생긴 일이었지 이곳에 그런 괴물이 어디 있었습니까?”
민정수 또한 생각했던 것이다. 수많은 괴수를 넘어 정신력이 한계에 달한 상태에서 거북용 그 괴수의 광폭한 힘을 마주한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때 우리가 누구를 보고 있었지?”
"언제를 말하시는 겁니까?"
"경하가 쓰러졌을 때 말이야."
“그 새끼잖아 선배.”
시무룩했던 기분을 푼 김민경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양하연 그 여자가 세운 길드 발토 거기 내부이사인가 뭐신가 하는 유원이라는 새끼.”
“그래. 그랬지.”
발토 어지간하면 자신의 집에 은둔해있던 양하연이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 만든 신진 길드.
그곳의 내부이사인 유원은 정체도 불명했고 그에 소문도 무성했다. 중앙세계의 숨겨진 실력자라는 말부터 양하연의 남창이라는 저급한 소문까지.
민정수 또한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의 팀원들이 아닌 친구이자 길드장인 강승훈과 단둘이었다.
‘잘 단련된 육체였지만 그렇다고 어떠한 특별한 기세는 느껴지지 않았는데...그에게 무언가 있는 건가?’
발토는 순식간에 별다른 충돌도 없이 한국의 수호계약 길드라는 정점에 오른 만큼 지금에 와서 수많은 각성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불만이 있는 건 화룡길드 또한 마찬가지.
‘경하라면 우리가 지닌 불만을 읽고 그 남자에게 능력을 썼을 확률이 높다.’
의문이 많은 길드라는 건 알고 있었다. 빌런에 의한 황금새 테러 사건을 해결한 것이 그들이라고 알려졌지만, 그 유일한 증인은 협회뿐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
‘아니 아는 자들도 존재할 수도 있지.’
제대로 능력을 증명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출하는 자들은 자신들과 같은 중위권 길드들. 하지만 망한 황금새를 제외하고도 여명이나 해원 같이 거대 길드나 해외의 세력들 또한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그 양하연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지구에 등장한 수호계약 길드인데도 말이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있어...’
민정수는 저 정상들의 세상에서 화룡길드 정도의 핫바리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거대한 흐름이 있음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저 유원이라는 자일 거 같다고 직감했다.
그는 그랜드 파에타 호텔 정문으로 들어온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은 무심한 표정의 남자가 떠올랐다.
‘유원...너는 누구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