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힘이 마법이다-72화 (72/116)

〈 72화 〉 변화

* * *

라스트 레거시 세계에 소환된 유천의 육체는 이전 세계에서와 뜻밖에 크게 다르지 않다. 고아원 생활을 하면서 결국 남는 것은 몸이라는 삶의 지혜를 얻어, 게임 폐인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지만 지금 지닌 힘에 걸맞은가 하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갸우뚱하리라.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유천은 이지연을 포함한 날개의 핵심 인원들과 함께 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불에도 지져보고 전기로 자극해보기도 하고, 마법을 검기(??)를, 고문에 가까운 모든 수단을 써봤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피 한 방울은커녕 그 피부에도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관문지기들의 수장인 데이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주인님께서는 위기감이 없으십니다.”

유천의 안구를 찌른 창날이 구부러지자 데이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겁이 없으시다는 거지요.”

“그럼 좋은 거 아니야? 이성을 잃지 않는다는 거니까.”

침착을 잃지 않고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걸 왜 저렇게 부정적인 어조로 말하는지 유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뇨. 주인님의 그것은 일반적인 것과 다릅니다.”

데이브는 구부러진 창날을 손으로 부숴 자신의 눈에 가져다 댔다.

“저는 이 창날이 제 눈을 찌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제 몸은 위기를 느끼죠. 이건 살아있는 생명이 지닌 당연한 본능입니다.”

랭커 수준으로 단련한 무인인 데이브가 전력으로 창날을 내지른다고 해도 눈앞을 한 치 앞두고 멈출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날이 다가올수록 데이브의 눈은 감아야 하는 걸 억지로 뜨고 있다는 듯 파르르 떨렸다.

“헌데 주인님은 그러지 않으셨지요. 오히려 호기심을 느끼셨습니다. 마치 이 창날이 자신을 손상시킬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거 말입니다. 기억을 잃으셨다고 하셔서 과거에 어떤 존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굉장히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

“주인님 발전은 부족함을 없애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건 무(?) 또한 마찬가지지요. 뼈를 깎는 수련, 사선을 걷는 투쟁, 끝없는 회고와 고찰 그 모든 건 결국 제 자신의 나약함을 알기 때문에 나온 발버둥입니다.”

“그러니 주인님이 성장을 바란다면, 그 완전한 육체가 지닌 오만함에 취하지 마시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셔야 하실 겁니다.”

그날 이후 더는 이런 테스트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종료했지만, 데이브의 말은 유천의 머리에 남아있었다.

‘처음부터 그랬지.’

괴수, 평범한 일반인이 그 집채만 한 늑대를 마주한다면 어떨까? 심장마비로 쓰러지거나 바지를 지려야 정상이다. 유천이 아무리 이 세상에 초월적인 육체를 가지고 소환되었다고 해도 그 감성은 일반인. 그럼에도 강원도에서 유천이 처음 괴수를 보고 느낀 감정은 당혹감과 놀라움뿐 거기에는 어떠한 공포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통제당하고 있다는 느낌. 유천은 데이브의 말을 듣고 과거의 사건들을 반추한 끝에 떠올린 하나의 가정에 불쾌해졌다.

이 몸은 오만하다. 유천의 정신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그렇기에 본능은 다른 방면에서의 성장을 부정한다. 하지만 유천은 알고 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강자가 득시글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그래서 유천은 자신에게 부족함을 느끼게 해줄, 위기감을 심어줄 적이 필요했다. 백색마왕정도라면 그 적이 되어줬겠지만, 그때는 도저히 온 힘을 다해 싸울 환경이 되지 않았다. 세력이 될 기반을 모조리 없애버릴 수는 없지 않나?

고오오오오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외부에서 격리된 환경은 완벽한 조건이다. 거기에 더해 이제 한 가지만 충족되면 완전해진다. 유천은 껍질을 깨고 나오는 붉은 거미를 바라봤다.

“제법 강해 보이네.”

처음의 괴이한 형상이 아닌 완전한 거미의 모습을 지닌 녀석은 크기는 오히려 사람보다 조금 큰 수준으로 줄었지만, 그 존재감은 더욱 폭증했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태어나는 거울 거미는 그 세계에서 견디기 위해 스스로의 모습을 이질적으로 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런 녀석이 완전한 형태를 지녔다는 건 이제 그런 비효율적인 형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일 터.

끄드드득...

허물에서 나온 한쪽 발이 땅에 닿자 그 중심으로 붉은색이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놈이 삼킨 저주의 기운으로 번경(?)이라는 이름에 맞게 깨진 거울들이 완전해진다.

일시적이지만 유천은 약해졌고 녀석은 급격하게 강해졌다. 피부를 찌르는 기운만 봐도 같은 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기에 이 세상은 지닌 힘의 몇 배를 다룰 수 있는 녀석만의 세상이다.

백색마왕이 등장했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 유천은 목을 좌우로 꺾고 손목을 비틀며 서서히 몸을 데우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에­­!!!

허물에서 완전히 벗어난 놈이 탄생을 자축한다. 수십 수백 년 단위의 진화를 한순간에 이루어내고 진정한 포식자의 길에 올랐음을.

다리수와 같은 여덟 개의 붉은 눈이 유천을 향한다. 다시 태어난 자신을 위한 음식을 보는 눈빛으로.

끄드득...

놈은 마수. 괴수와 달리 내차원의 존재지만 대화는 필요 없다. 남은 것은 죽고 죽이는 살육뿐.

콰아아아아앙­!

유천이 먼저 발을 박차고 나갔다. 수백 미터의 거리를 무용하게 한 가속력이 더해진, 주먹은 공간 자체를 짓누르며 나아갔다.

투웅...

하지만 그 주먹은 거미의 갑각에 닿은 채 멈춰 섰다.

‘약하지는 않았다.’

붉은 거울의 세상이 그 힘에 깨질 듯 흔들리고 있었으니 분명 힘 조절에 실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단단하다는 거군.’

기예를 이용한 힘이 흘려지는 감각이 아닌 뚜렷한 저항감은 킬리언의 갑주 이상의 단단함을 의미했다.

‘아니 그것만 아니군. 힘을 세계 전체로 분산시킨 건가?’

요동치는 거울들.

이 거미의 종족 특성.

놈은 단순히 단단하고 힘만 센 괴물이 아니다. 그것은 진화의 부산물일 뿐 진짜는 거미와 한몸인 거울 세계의 변화다.

‘온다...’

섀애앵­!

발 밑 거울을 통해 솟아난 적색 칼날들이 유천을 노려왔다. 2차 초월에 해당하는 능력인 세계와의 동화(?化)를 이 공간에 한해서는 녀석은 숨 쉴 듯 행할 수 있다. 아까 유천의 주먹에도 아무렇지 않은 것도 이 능력 덕분이었을 거다.

“맞아도 상관을 없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네.”

유천이 손아귀를 쥐자 항거할 수 없는 힘에 공간이 응축된다.

까드득...

일그러지고 뒤틀린 유천 주변의 공간의 축으로 빛살처럼 날아든 칼날들이 괴리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간다.

끼에에에엑?!

그리고 그건 지근거리에 붙어있는 거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자신의 갑각이 아주 미세하지만, 서서히 으깨지자 기겁하며 거울 속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유천은 뒤 쫓지 않았다. 어차피 놈을 죽이기 위해서는 이 세계를 부숴야 한다.

“즉 여길 부수다 보면 튀어나온다는 거지.”

쿠우우우웅...

틀어쥔 공간 안으로 내부에 집속시킨 파동을 욱여넣는다. 마법도 어떤 고절한 깨달음도 없는 힘에 주변이 으깨져 간다.

“퍼져라.”

[요새 부수기 제 1형(?) ­ 파공(??)]

이제 온전히 스킬이 된 기술이 유천의 손에서 펼쳐진다. 방향을 고정하지 않은 채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힘은 아득한 크기의 거울 세계 끝까지 닿았다.

콰아아아아앙­­!!

천지를 요동치는 소리와 함께 드러난 모습에 유천은 감탄을 내뱉었다.

“멀쩡하다고?”

약간의 금만 갔을 뿐 거울들은 멀쩡했다. 종의 한계를 벗어난 진화, 지옥 만화경의 저주, 힘을 나누는 거울의 특성이 합쳐진 결과였다.

끄에에엑­!!

한낱 먹잇감에게 죽음을 느꼈음에 분노한 거미는 힘을 끌어모았다. 이 거울들이 지닌 특성은 힘의 분산만이 아니다.

녀석은 거미.

심장을 중심으로 연결된 핏줄처럼, 거울이라는 거미줄 중심에 선 녀석을 향해 세계의 힘이 모여들었다.

고오오오...

저주가 유천의 머리 위에서 모여들어 점차 부피를 늘려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지기 시작한 불길한 태양에서 느껴지는 기운에서는 지옥 만화경 1절인 적세흉지주명(赤世????), 그 붉은 가시 이상의 격이 느껴졌다.

이 세상에 불려와 처음으로 죽음을 상상하게 하는 힘에 피부를 통해 긴장감이 흘러 들어왔다.

“재밌어”

하지만 유천은 웃었다. 이 세상에 와서 미친 건지 이 무식한 몸에 들끓는 피가 그렇게 이끄는 건지, 아니면 원래 미쳐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 긴장감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움이, 자신의 힘을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적의 존재가 기꺼웠다.

“도망치는 건 성미에 안 맞지.”

피할 곳도 없지만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건 유일하게 자신의 본능과 이성이 합일된 생각이었다. 가로막는 것은 모조리 때려 부순다.

빠른 공격이라면 더 빠르게, 강한 공격이라면 더 강하게 때려 부순다. 이것만큼은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유천의 관념이었다. 피한다는 건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 이 세상으로 흘러 들어오기 전, 캐릭터 설정을 정했을 때부터 그렇게 정해진 운명이다.

하늘로 손을 뻗는다.

유천이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불, 허나 권능은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일정선 이상의 불에 대한 이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권능은 힘의 소모가 너무도 극심했다.

“거기다 너무 치트키잖아.”

그런 치트를 쓸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녀석이 진화하게 내버려두지도 않았을 거다. 이 자리는 유천이 성장을 위해 마련한 만찬장이다.

마법이나 초능력의 중심이 되는 것은 이해와 상상 그리고 소망이다. 심상에서 마력 구조체를 쌓아올려 일으킬 현상을 상상하고 마나에 소망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

하지만 유천이 지닌 불에 대한 직관은 그 일반적인 과정을 뛰어넘는다.

화르륵...

이해를 위해 필요로 하는 건 공부. 마력 구조를 쌓기 위한 지식이지만 그저 마력 노심이 폭주하여 타올라 회오리쳤던 광경을 떠올린 것만으로 마나가 동조하여 화염을 일으킨다.

거기에 유천이 지닌 직관은 불 말고도 있었다. 이전부터 이 세상에 불려 왔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힘. 내부에 축적된 파동이 불과 공명, 융합한다.

상상하는 것은 불의 회오리. 아래에서부터 원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하나의 선이 되는 광경을 떠올리고 상상한다.

구우우웅

실시간으로 불의 농도와 층이 뒤바뀌며 마력 구조체가 변화한다. 현실이 아닌 심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임에도 유천의 마력에 대한 재능과 압도적인 힘과 불에 대한 직관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3차 초월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1차 초월은 본격적으로 마나를 받아들이고 형(?)을 가지는 시작점이다. 출발점에 선 자들이기에 그들을 랭커라고 부른다. 2차 초월은 자신의 관념과 심상에 따라 세상에 동조하고 개변한다.

그것이 스탯의 초월이냐 스킬의 초월이냐에 따라 어느 정도 다른 특이점이 존재하지만, 기본은 그렇다.

3차 초월을 한 존재들을 게임상 본 적은 있어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유천은 이 3차 초월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지 못했지만, 황금빛 불과 함께 시각화된 힘의 흐름이 유천의 직관을 관통해 머리에, 그리고 피와 근육 그리고 뼈에 새겨진 본능에 흘러들어온다.

개념의 지배.

수치화된 스탯이나 스킬 그리고 재능의 영역을 지배하는.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광대한 개념 그 자체를 집어삼키는 폭군들만이 닿을 수 있는 경지다.

중천의 검 카트레나 론 다브디엘라는 검을.

천칭의 수호자이자 시간의 탑주 자이에르바가 시간을.

무신(??) 아르벨라 반 엑시르가 무(?)라는 개념을 지배한다면, 유천 또한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지배하고 있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건 분명 ‘힘’

유천은 자신의 육체가 힘에 걸맞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이미 힘이라는 관념을, 개념을 지배하는 육신은 굳이 형이하학적 세계, 시각적, 촉각적 관측이 가능한 하위의 세계에서의 진화를 불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쿠구구궁...

정신의 확장. 스스로가 지닌 본질에 대한 이해로 인해 머릿속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눈을 감고 차분히 내면을 관조한했지만 확실히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 정도로 힘의 개념을 완전히 지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겠지.

“그래도 대강 알았어.”

유천은 눈을 뜨고 다시금 힘의 흐름에 집중했다. 언제나처럼 무작정 날뛰는 파동. 유천이 압도적인 내구를 지니지 않았다면 진작 자멸했을, 불과 뒤섞였지만, 급이 안 맞는다는 듯 짓누르는 오만한 힘의 덩어리.

‘얌전히 사이좋게 지내 임마.’

그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는 힘이 유천의 의지에 얌전히 정련하여 아직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불의 구조를 보충하고 합류한다.

폭주하는 힘에 의해 형(?)을 구성하지 못했던 이리저리 흔들리던 화염이 유천의 직관과 재능이 내미는 길을 따라 완연한 구체를 이루었다. 너무나도 빠른 가속은 오히려 정적인 것으로 보이듯 얌전히 타오르는 화염구 내부에서 폭발적인 회전력에 주변 공기가 빨려 들어왔다.

하지만 유천이 생각한 형(?)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압축’

내부에서 회전하는 힘과 마력이 가운데 축을 두고 회전하며 압축한다. 구슬 같았던 형상은 점차 얇아지며 길어졌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황금빛 창. 유천은 자신의 손 위로 나타난 불의 창을 쥐었다.

웅...웅...

손바닥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웅장한 기세에 유천은 입을 열었다.

“처음이군.”

정련되었다는 건 결국 완전히 스스로 이끌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언제나 바랐다. 자신의 힘을 온전히 통제하는걸.

창 내부에서 뒤섞인 파동과 불의 마력구조는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그가 봐도 세련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유천은 고개를 들어 거미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올려다 본 곳에는 완전히 완성된 저주의 태양이 보였다. 그가 창을 제련하는 사이 저 거미도 가만히 있을 리 없을 테니까.

“그에 비해 넌 한참 부족하구나.”

조잡하다. 그저 저주를 때려 박아 크기만 늘렸을 뿐이다.

“그래 짐승대가리로 해봤자 그게 한계겠지.”

올챙이 때의 기억은 내 생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유천은 거미를 비웃었다.

끼에에엑­!!

그 비웃음을 읽은 거미는 하찮은 먹잇감을 향해 분노하며 태양을 떨궜다.

쿠우우우웅...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을 뒤덮는 크기의 태양. 중력의 영향을 받아 떨어지는 그 저주의 집합체에서 새어나오는 힘에 거울들이 깨져나간다. 스스로의 세상을 부술 정도로 아까 유천의 공격에 겁을 먹었다는 의미.

질량에서 나오는 압박만으로 존재를 사멸할 구체를 향해 유천은 창을 비틀어 쥐었다. 투창자세. 왼팔은 하늘을 향해 뻗고 창을 쥔 오른팔을 등 뒤로 보냈다.

뿌드득...

수축된 근육들에서 나오는 힘의 파동이 삼각근과 광배근을 넘어 팔로 전해져 힘을 더한다.

“죽어라.”

유천은 끊어질 듯 당긴 화살을 놓는 궁사처럼 근육을 풀어헤치며 하늘로 창을 던지자, 집중된 하체의 힘에 유천이 선 거울이 산산이 조각났다.

빛살 같은 속도로 대기를 관통하며 치솟는 창과 내려오는 태양. 부피와 힘의 크기는 다윗과 골리앗이라고도 말하기 부끄러운 차이가 있었지만, 완성도와 격의 차이를 짓누를 수는 없었다.

창에 닿은 저주는 내부에서 극한으로 회전하는 힘과 불에 분해되며 소멸되었다. 창이 닿는 면적을 통해 불과 파동이 구체로 흘러들자 붕괴가 가속된다. 쩌적. 조잡한 내부구조가 흔들리며 균열이 태양 전체로 확장되자.

콰아아아아아앙­­!!

황금빛 창이 뚫고 나오는 순간 태양은 거대한 굉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끼이이이익?!!

거미는 경악했다. 솜털만 한 크기의 창이 자신의 힘을 부쉈다는 것에. 그리고 일순간의 당혹에 쏜살같이 다가온 창을 피하지 못했다. 허나 거미는 걱정하지 않았다. 닿는 힘을 세계 전체로 흩트리면 되기에. 그렇게 저 건방진 먹잇감에게 이 굴욕을 갚겠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쨍그랑­­­­!

분산된 힘을 견디지 못한 세상 전체가 깨져나가며 거미는 단말마를 지를 새도 없이 황금빛 불의 파동에 소멸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