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화정묵(4)
* * *
피눈물을 흘렸다. 유천은 이것이 그저 소설작가가 감정의 묘사를 위해 신체 변화로 담아낸 서술이라고 생각했지 정말 흐를 수 있다는 건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
화정묵의 볼을 타고 턱으로 모여 종유석에 고여 떨어지는 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피. 입을 다문 채 유천을 노려보는 눈빛은 맹목적일 정도의 살의와 증오로 잠겨있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놈의 분노. 이해한다. 곁에서 그를 지키듯 서 있는 세 명의 무인들의 부들거리는 손에서 떨어지는 피만 봐도 이들 사이에 얼마나 큰 유대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을 잔혹하게 토막 친 것도 자신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이해는 해도 공감할 수 없었고, 해줄 생각도 없었다. 좋게 포장해봤자 놈들은 가해자다. 그리고 아무리 그 대가가 처참하더라도 전장에서 죄의 강도에 따라 형을 집행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있어야 한다면 그건 적인 자신의 역할.
그리고 지옥 만화경이 뭔지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 있었기에 유천은 그 감정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삐뚜름하게 웃으며 비아냥거리듯 입을 열었다.
“아직 멀었나? 더 기다려줘야 해?”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 감히...!!”
“연기하지 마 새끼야.”
침울하게 갈라지고 꾹 억누른 목소리. 거기에는 분노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체념은 거짓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놈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유천은 조소를 지으면 화정묵의 오른팔을 가리켰다.
“오른팔의 악문(?文). 번경(?)의 거미를 부르는 소환식이잖아. 어디서 되도 않는 연기를 해?”
“......”
유천은 총 27장으로 구성된 지옥 기도문 중 4개의 장을 알고 있다.
제 1장 만악괴월(???月)
제 16장 청희생부몽여(??夢?)
제 22장 망망언읍침(?忘???)
그리고 지금 이곳에 펼쳐진 차원결계 제3장 지옥 만화경까지. 이 네 가지 전부 하나같이 음험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마도구들이지만 지옥 만화경은 그중에서도 독특하다.
지옥 만화경이 던전과 비슷하다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던전을 조작 개조한 유일한 차원 침식형 결계. 즉 부서지고 일그러진 세상 그 자체라는 거다.
그리고 던전이면 그 세계의 파편을 지니고 있는 던전보스가 존재하는건 당연한 소리. 유천이 말한 번경의 거미가 바로 이 던전의 주인이다.
녀석의 오른팔 무복 너머로 비치는 뱀처럼 기어 다니는 적색 빛의 문자들. 모든 언어가 통합된 세상에서도 읽을 수 없는, 무척이나 불길한 법문이 번경의 거미의 목줄이 풀리고 있다는 증거다.
“거기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대놓고 시간을 끌겠다는 게 눈에 보이는데 모르겠냐? 얼간아?”
놈의 부하들은 머리나 목과 같은 급소를 노리기보다 대응하기 힘든 하체, 다리를 노렸다. 죽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동력을 약화시켜 싸움을 지저분하게 이끌어가려고 했다는 의미.
킬리언과 했던 기본적인 전투 훈련만으로도 차분히 생각하면 알 수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면 지금까지의 수련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거겠지.
“그래...확실히 멍청했군. 아니 정확히는 당혹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녀석들이...그렇게 쉽게 죽어나갈 거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까의 절규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화정묵의 목소리는 침착해졌다. 감정에 동조할지언정 거기에 폭주하지 않는다. 여전히 쩍쩍 갈라진 목소리에서는 들끓는 분노가 느껴졌지만, 녀석은 그것을 받아들인 채로 중심을 유지했다.
‘그래도 이끄는 자라는 건가?’
대놓고 시간을 끌어놓고 모른 척하길래. 그저 멍청한 놈인가 했더니 리더로서의 덕목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에 유천은 얕게 감탄했다.
“하아...지옥 만화경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니...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도대체 네놈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 이것이 그리 알려진 마도구도 아니거늘.”
“...적어도 이름 내걸고 사는 놈들이 들고 다니면 안 되는 물건이라는 건 알지.”
유천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지옥 기도문은 수십만의 목숨을 잡아먹은 10대 악성 병기였는데 게임 내 시간 선이 일정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거 같다.
‘이 자리에서 저걸 부수면 그 사건도 일어나지 않겠군.’
얼떨결에 수십만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는 것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도대체 어째서 너 같은 자가 양하연의 아래에 있는 거냐? 용이 뱀의 아래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이거늘 그 여자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혔나?”
“......”
“만약 그런 거라면 내가 해결해주마. 네놈은 몰랐겠지만, 이 몸은 영무문의 8제자. 내 비록 이번 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래도 그대 정도는 도울 수 있다. 그대가 부하들을 죽인 것 또한 불문으로 부치마. 아니 나와 같이 영무문으로 가지 않겠나?”
“......”
“그래 유원이라고 했던가? 그대가 있다면 사형들과 류청 그 건방진 사제놈을 넘어 영무문의 문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게다. 물론 직계 무공을 배우지 못했기에 문주의 자리는 내 것이 되겠지만, 대신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부와 명예를 쥐어주...”
“맘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그래서 필요한 만큼 대화에 어울려 줬는데 이제 준비는 다 되었어?”
“......”
“용서해주겠다는 둥, 부와 명예를 주겠다는 둥, 웃기지도 않네 어차피 너 살아서 돌아갈 생각도 없잖아?”
모든 수를 읽혀 살기 위해 비굴한 척하지만 유천이 본 놈은 반골이고 뒈지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놓지 않는 미친개다. 피눈물 철철 흘려대며 슬퍼했으면서 살기 위해 고개 숙일 수 있는 놈은 결코 아니었다.
거기에 유천은 놈이 입을 여는 도중에도 팔을 타고 오르는 악문이 어깨까지 도달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보아하니 번견의 거미에게 자신을 제물로 바칠 생각인 거 같은데 빨리 불러내 그리고 죽어라. 그 정도는 허락해주지.”
본래 던전보스인 거미를 불러내는데 저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즉 놈의 목적은 자기희생. 경지를 떠나서 자기희생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주문 중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이...시건방진 애새끼가...”
화정묵은 유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거슬렸다. 자신의 모든 의도를 읽었으면서도 어떠한 동요도, 대응도 하지 않는 저 오만한 태도에 뇌수마저 끓어오를 거 같았다.
크크크큭...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분노는 허망할 뿐이고 전장에서 무너진 평정을 적에게 드러내는 것은 희롱 감이다. 그렇기에 화정묵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크큭...마지막까지 놀아나는 것을 알면서도 그딴 동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 처지도 참으로 개 같구나.”
저 스스로 유원이라고 소개한 놈이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 제안 아닌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니 그걸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목숨 하나로는 안 된다. 놈은 번견의 거미를 알고 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겨낼 자신이 있다는 소리. 그러니 더 많은 제물이 필요하다...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호위대를 쳐다봤다.
“놈이 살아서 나가면 안 된다...그러니 나와 함께 죽어다오.”
저 오만한 괴물은 영무문의 커다란 재액이 될 것이다. 비록 자신이 무문에 버려졌지만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야 했다.
지키는 것에 말은 필요 없다며 스스로 성대를 도려낸 세 명의 호위대는 주인의 그 절절한 감정을 읽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고맙다...그리고 미안하구나.”
푹!푹!푹!
화정묵은 순식간에 호위대들의 심장을 뽑았다. 세 차례 연달아 들리는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아직 살아있다는 듯 펄떡거리는 세 개의 심장을 그대로 입에 쑤셔 박았다.
비릿하고 뜨거운 쇠의 냄새. 그리고 질긴 생명력이 느껴졌다. 자신 부하들의 심장을 삼킨다는 생각에 구역질이 솟아났지만 억지로 기도로 넘긴 후 유천을 노려봤다.
“후으으...흐하하하!! 그래 그거야!! 이제야 마음에 드는 표정을 짓는구나!!”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광경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유천을 향해 실성한 듯 아니 실성해버린 화정묵은 미친놈처럼 웃으며 지체 없이 악문이 가득 새겨진 오른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푸욱!
“크윽!”
화정묵은 아찔한 고통에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고는 입으로 피를 게워냈다. 예상대로 악문 또한 팔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 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걸로 스스로 제물이 될 준비는 끝났다.
고개를 들어 유천을 쳐다봤다. 고통에 시야가 흐릿했지만 분명 당황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쿨럭...!흐흐...네놈도 우리랑 같이 가는...”
“멍청한 새끼.”
“...뭐라?”
그러나 화정묵의 예상과는 달리 유천은 한심함과 동시에 안쓰러운 눈으로 쓰러진 그를 쳐다봤다.
“자기희생과 자살의 경계도 알지 못하다니.”
자기희생은 자살과 맞닿아있다. 자기희생이 강력한 이유 또한 한순간에 어마어마한 업을 쌓아서고.
유천은 행위, 사고, 의지, 감정 등의 오묘한 평가기준을 따르는 명계의 법도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라스트 레거시를 오래도록 플레이한 경험상 목숨을 바친다와 목숨을 내놓는다는 놓이는 저울의 위치가 다르다는 건 알았다.
그리고 스스로의 심장을 찌르는 건 자살에 저울의 추를 올리는 행위라는 것 또한 말이다.
“웃기지마라!”
유천의 말에 화정묵은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도 알고 있다. 자살이 어떤 무게를 지니고 자살자의 영혼이 사후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말이다.
그렇기에 인정할 수 없다. 어째서 자살이란 말인가?
“그런...!”
콰드득!
“커억!!”
이어지려했던 공허한 호소는 시끄럽다는 듯 몸에서 튀어나온 갈고리 형태를 지닌 두 개의 송곳니와 톱니 같은 수십 개의 이빨에 의해 침묵 되었다.
“커어어어...”
뿌지직...빠드득...
통제를 잃고 목각인형처럼 꿈틀대는 화정묵의 몸에서는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으깨지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동시에 눈이 뽑히고 몸이 부풀어 오른다.
콰아아앙!
고통 속에서 혀를 빼 문 채 죽어버린 화정목의 시체는 그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피와 살점 그리고 내장조각들이 밀려 나온 후 내부 압력에 의해 폭발했다.
푸드득 떨어지는 조각들 화정묵의 저 비참한 죽음이 인간으로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지만 유천은 그것들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쿵!
끄이이이이이!!
화정목의 심장이 있던 걸로 추정되는 공간에 떠 있는 법문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크기의 거대한 거미 머리가 삐져나오고 있었다.
“결계 내부 어딘가에 봉인되어있는 줄 알았더니...그 법문 자체가 새장이었나?”
게임 내에서는 직접 녀석이 탄생하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었을 줄이야.
“화정묵 그놈만 불쌍하게 됐네.”
결국 뭘 해도 시전자는 죽는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자살 행위를 해버렸으니. 운이 좋으면 명계에서 자기희생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아니라면 영겁의 고통을 받을 거다.
“이런...죽은 놈 생각을 할 때가 아니네.”
구구구구궁...
녀석을 중심으로 땅과 하늘이 뒤집어지고 태양이 갈라진다. 최후에는 세상이 카드득 깨져나간다.
쩌어어어엉!!
거대한 굉음과 함께 드러난 것은 거울로 이루어진 세상이었다. 땅도 하늘도 그리고 수천 개의 원통 형태의 기둥 모두 금이 간 거울들로 되어있는 세상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시퍼런 광원(光?)을 난반사 하여 유천의 시야를 밝혀주었다.
‘아름답네.’
은은한 달빛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광경은 가히 절경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 거미 새끼만 아니면 말이지.”
끼이이이익!!
거미라고 부르긴 했지만 저걸 거미라고 할 수 있을까? 도저히 땅을 지탱할 수 있을 수 없게 뒤틀린 수십 개의 다리. 방향 위치 구분 없이 나 있는 두 개의 어금니와 무수한 이빨까지.
뒤집혀 깨진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어긋나게 맞춘 것 같은 일그러지고 어긋난 생김새. 저런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나 싶지만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진화겠지. 멸망한 세계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문제는...생각보다 너무 크다는 건데...”
쿵...쿵...
축구경기장만한 덩치를 가진 놈이 움직일 때마다 대기가 진동했다. 기억과 너무나 다른 사이즈에 유천은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네 명분의 자기희생의 업을 삼킨 결과인가? 아니 그것만 있는 게 아니야.’
크기 말고도 다른 차이가 존재했다. 본디 녀석은 이 공간과 같은 시퍼런 기운을 내뿜었지 저렇게 붉은 기운을 내뿜지 않았다.
아마 화정묵이 지옥 만화경 이절과 삼절을 뛰어넘고 녀석을 소환한 덕분에 놈은 그 저주의 기운까지 모조리 흡수한 걸로 보였다.
유천이 기억하고 있는 건 게임상의 데이터 쪼가리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처음에 한 예상을 뛰어넘는 명백한 오버랭크의 괴물임에 틀림이 없다.
쩌적...
하지만 분에 맞지 않는 과도한 힘 때문일까? 단단한 표피가 부서져 내리고 내뿜던 붉은 기운 또한 사그라졌다.
끼에에엑!!
몸이 부서지는 감각에 괴로움을 표하며 쿵쿵 발버둥을 치던 거미는 결국 모든 기운이 사라지자 거울로 이루어진 땅을 울리며 쓰러졌다.
“아니 이렇게 죽는다고?”
유천은 그 모습에 허탈하게 웃었다.
화정묵이 저 거미의 봉인을 푸는 것을 유천이 내버려 둔 이유는 두 가지였다. 보상과 전투.
게임 내에서 번경(?)의 거미를 쓰러뜨리면 일반 던전에서 구할 확률이 로또보다 좀 나은 세계의 파편을 고정 보상으로 준다. 그것을 녹여 몸에 각인을 새기면 한 개인을 위한 이차원, 즉 거대한 인벤토리가 생기는데 그 값어치는 수로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중요한 데이터가 되니 상관없지.’
거기에 녀석은 전투 경험을 쌓기에 최적의 상대였다. 완전한 모습을 지닌 백색 마왕은 27장의 지옥 기도문 전부가 모인 것 이상으로 위험했기에 빠르게 배제했고 다른 적들은 긴장감 있는 전투를 치르기에는 너무 약했다.
‘생체장갑을 입은 킬리언이라면 할 만할 텐데. 그럴 수는 없고.’
그렇기에 더욱 아쉬웠다. 예상을 오버했다지만 완전한 백색 마왕의 발톱만큼도 되지 않는 녀석이라면 지금 약해진 몸에 딱 적당한 상대였을 텐데 말이다.
“쯧...어쩔 수 없지. 보상이라도 있는지 확인해야...”
거미의 몸을 갈라 핵을 찾아보려 했던 유천의 발이 멈췄다.
차갑고, 꺼림칙하며 더러운 느낌의 기운. 살아있는 게 유천 본인뿐이라면 느낄 리 없는, 이 거울 세계에서 느껴지는 힘과 저주가 뒤섞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래...죽은 게 아니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 외부에서 누군가 침입한 게 아니면 죽었다고 생각한 놈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거다.
저주의 기운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 거대한 몸 안으로 깊게 파고들었을 뿐. 놈은 외차원에서 온 괴수가 아니라 멸망한 세계의 거주민이니 내차원의 법칙을 따른다. 내차원의 법칙, 거미의 형질, 갈라지는 표피, 극도로 압축된 기운. 그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무엇인지 예상이 간다.
‘탈피.’
쿠구구구구구궁...!!
유천이 거기까지 생각을 마쳤을 때 시체라고 여겼던 거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