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힘이 마법이다-70화 (70/116)

〈 70화 〉 화정묵(3)

* * *

화정묵 아래에 있는 무인들은 영무문 내에서도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제자이지만 무문 내에서도 외면받아 사제인 류청의 뒷바라지를 하는 굴욕을 함께 감내해줄 만큼. 그들은 서로가 친구이며 가족이며 스승, 제자였다.

아...아아...아아아!!!

그렇기에 잠시간의 침묵 후 울려 퍼진 절규에서는 어제까지만 해도 술잔을 나누며 함께 미래를 고민하던 동료의 죽음에 대한 충격과 분노, 슬픔이 절절히 느껴졌다.

“이 미친 새끼가!!”

“죽여 버리겠다!!”

무인들은 충혈된 눈으로 유천을 찢어 죽이겠다는 살기를 드러냈다.

“멈추거라...”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놈을 죽이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달려들려는 찰나. 화정묵이 그들을 막았다.

“주군!! 그럴 수 없습니다. 저놈이 무슨 짓을!!”

“그만하라 하였다!!”

“......”

부하들을 말린 화정묵이 유천을 노려봤다. 심드렁한 그 표정에 당장에라도 팔다리를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분노를 눌렀다.

“네놈은 누구냐...”

“발토 내부이사 유원.”

유천은 발토에서의 이름을 고유천이라고 쓸 수는 없었기에 성을 떼고 뒤의 천을 원으로 바꾸는 식으로 조작했다.

“양하연의 수하란 말인가?”

“음...그래 너희가 우리 길드장님을 괴롭히고 있다고 들어서 내가 친히 왔지.”

길드 사내 내부이사 자리를 맡은 만큼 날개에서와는 반대로 그녀의 오른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왜 너 같은 놈이...”

“니들이 내 개인 사정을 알 필요는 없고. 야 안건수 그놈은 어디 있나?”

화정묵은 유천의 물음을 듣지 못한 것처럼 속을 삭이듯, 그리고 묵념하듯 멍하니 땅을 내려다보고 눈을 감은 후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그 녀석들은...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었다...”

무능한 자신과 함께 가시밭길을 걸어준 부하들이다. 일이 잘못되어 죽더라도 영무문의 영목 아래 온전히 묻혀야 했다. 저렇게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는 결말은 있어서는 안 되었다.

“뭐라는 거야? 지랄 말고 대답이나...”

“그러니!! 네놈에게도 끔찍한 죽음을 선사해주마!!”

쿠구구궁...

어느새 제자리를 잡은 영무문의 무인들은 그를 둘러싸 마력을 끌어올렸다.

고오오오오...

마력은 마나를 정제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단단하고 묵직하면서 웅장한 묵빛 기세가 유천의 어깨를 짓눌렀다. 아마 이것이 영무문의 무공이 지닌 성질일 터.

“하...이 새끼 웃긴 놈이네?”

하지만 유천은 그런 가벼운 기세 따위 무시하고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에 헛웃음을 짓고 인상을 구겼다.

“그럼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와 개수작 부린 새끼들한테 내가 무슨 너는 강했다. 라면서 어떤 명예로운 죽음을 줄 거라고 생각했나?”

“이 하찮은 타계인이!”

“입을 함부로 열지 말라! 우린 위대한 반고의 무인이다!”

“잡종 주문쟁이놈...네 녀석은 곱게 못 죽을 것이다.”

발작하듯 지껄이는 화정묵의 수하들의 말을 듣고 유천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랄났네... 아주.”

타계인. 반고인들이 자신의 세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이들을 칭하는 극도의 오만함의 증거였다.

이래서 반고놈들은 그다지 상종하고 싶지 않다. 자신들은 남들과는 다르다는 타고난 선민의식. 반고의 순혈주의와 폐쇄성에 가장 뿌리가 되는 저딴 개 같은 사고방식 때문에 먹은 고구마가 얼마나 되었던가?

‘거기에 주문쟁이라...’

유천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문쟁이는 반고에서 마법사나 주술사들을 통틀어 비하할 때 말하는 말이다. 그런데 자신을 왜 그렇게 부른단 말인가?

“아아”

생각해보니 잡종이라고 했다. 마투사. 뒤에서 포격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나와 마법이나 주술을 몸에 두른 채 투쟁하는 광전사들.

유천은 이해했다. 누가 봐도 방금 그 생체폭탄을 마력 하나 깃들지 않은 파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당사자에게는 설명하기도 귀찮은 짜증 나는 일이었다.

“하아...너희네가 지껄이는 개소리 더는 안 들었으면 좋겠으니까. 안건수 그놈만 어딨는지 말해. 그러면 이대로 살려서 배에 실어서 중화연맹으로 보내주지.”

애초에 이지연이 말한 계획은 놈들이 물러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한 거다. 굳이 갈등을 부풀리지 않고 이름 높은 영무문을 물러나게 했다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렇기에 유천은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놈들이 덤비지 않는다면 그냥 보내주려고 했다.

”그래...강하다는 건 인정하마. 넌 분명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한 괴물이겠지.”

사방에서 내리누르는 마력의 압박에도 유천의 얼굴에서는 그저 귀찮다는 기색만이 느껴졌다.

만약 안건수를 찾는 것만 아니었다면 녀석은 처음 기습 때에 이미 고작 다섯을 죽이는 걸로 멈추지 않았을 거다.

거기에 이 뒤에도 섣불리 상대할 수 없는 강자들이 있다. 화정묵 또한 알고 있었다. 이대로 싸운다면 자신들이 학살당한다는 것을.

푹­!

화정묵은 옷깃 안쪽에 있는 쇠사슬에 칭칭 감겨있는 불길해 보이는 토템을 꺼내 그대로 땅에 박아 넣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마력을 불어 넣었다.

우우웅...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소리가 들린 후 토템이 불길한 진동음을 토해냈다.

“그러니 이길 수밖에 없는 곳으로 끌어들이는 수밖에.”

7위계 저주술식 4중 봉인 해체.

악문(?文) 완전해방.

차원동화 결계구현.

[지옥 만화경(???) 3장 ­ 천잔만벽불해(????不?)]

쨍그랑­!!

쇠사슬이 깨져나가고 토템에서 검붉은 빛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유천과 영무문의 무인들을 감쌌다.

그 후 나타난 것은 죽어가는 붉은 태양이 뜬 하늘 아래 더러운 저주와 질척거리는 피로 뒤덮인 대지. 마치 멸망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악경(??)이었다.

주변을 둘러쌌던 무인들은 어느새 저 멀리 붉은 언덕 위 화정묵의 곁에 정렬해 있었다. 움직이는 기색은 느끼지 못했으니 아마 결계나 그 발동 당사자와 관련된 것으로 보였다.

‘지금 신경 쓸 거는 그게 아니군.’

끼이이이이익­­!!!

그 위, 하나하나가 고위급 저주의 결정체로 화한 수천수만의 원혼들이 발현자 화정묵의 적인 유천을 향해 온갖 저주를 내뿜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서있는 대지, 잿빛 하늘 그리고 적흑(赤?)의 태양까지 모두가 저주의 덩어리다.

“설마 이거...”

결계라는 하나의 세상. 그 모든 것의 악의를 고스란히 받은 유천은 이와 비슷한 것을 떠올렸다.

“너는 우리에게서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죽였어야 했다. 여기는 일종의 던전. 이곳에 들어온 이상 네놈의 영혼은 내 것이다. 세상의 저주에 파묻혀 영원히 고통받아라!”

선언하듯 입을 연 화정묵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해방선언.

[지옥 만화경(???) 3장 1절 ­ 적세흉지주명(赤世????)]

쿠와아아앙­!!

유천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응집된 수만 가지의 저주들이 념(?)을 벗어나 거대한 붉은 가시로 화했다. 저주를 빨아들이는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 뿌리를 두고 땅으로 솟구친 불길한 세계수 같았다.

가시가 모든 저주를 빨아들이자 화정묵은 유천을 향해 손짓했다.

“죽어라!!”

슈우우욱­!

어지간한 고층빌딩조차 한참을 초과하는 크기의 저주의 가시가 유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드드드드득...!!

그저 압축되지 못하고 흘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저주의 힘에 땅이 짓이겨진다.

‘내가 아는 게 맞다면...저건 방심할 수 없다.’

지랄 같은 일이다. 중앙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최악의 마도병기 중 하나를 지구에서 볼 줄이야. 어떻게 저 놈이 이걸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전부 끝나고 알아봐야 할 일.

유천은 닿는 것만으로도 상위 각성자의 피부조직을 괴사시킬 저주의 물결을 무시하고 손을 들어 올렸다.

‘4단계.’

백색마왕을 역소환시킨 이후 내본 적 없는 힘이 신체 내부에 축적된다.

우우우웅...

내부에 파동을 쌓는 것만으로도 대기가 공명음을 내뱉는다.

집속시킨 파동을 오른손에 결집해 쥐었다.

끄드드득...

파멸적인 힘의 공명에 저주의 물결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시야가 일그러진다. 어느새 머리 위까지 내려온 붉은 가시를 향해 유천은 쥐고 있던 손을 활짝 폈다.

오륜성, 공간안, 사고가속, 철신 유천이 지닌 네 개의 재능이 마력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힘의 관성을 오로지 하늘로 집중한다.

파산(??)

[요새 부수기 무형(無?) ­ 무명(無名)]

보이지 않는 힘의 덩어리가 수십 개의 파형을 만들며 날아가 거대한 가시의 첨단과 충돌했다.

으드드드드득­­­­!!!

크지 않았지만 오로지 물리력으로 이루어진 파동에 저주의 가시가 공간 채로 비틀리고 으깨지는 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괴이했다.

콰아아아앙­­!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면서 오브제처럼 변한 가시는 결국 내부에 스며든 파동에 폭발해 유리파편처럼 부서져 내렸다

쏴아아...

그리고 그 파편들, 분쇄되어 가루로 변한 수억 개의 저주의 파편이 하늘에서 마치 붉은 안개처럼 내려와 유천을 뒤덮었다.

‘따끔하군...’

오늘 하루 혹사할 만큼 혹사해 삐걱거리는 육체에 본래라면 박히지 않을 저주들이 약간이지만 스며들어온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회복 중인 경이적인 육체 그리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침범하는 더러운 기운을 먹어치우는 권능에 이따위의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친...괴물 같은 놈 같으니...”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화정묵은 경악했다.

저게 일개 개인이 지닐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중앙세계에서 그는 많은 것을 봐왔다.

그가 알기에 작은 국가의 수도 하나를 저주할 수 있는 응집체인 저 가시를, 전장의 향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비대칭 전쟁병기를 정면에서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이다.

“하이랭커라고...?”

약육강식의 세상인 중앙세계에서조차 군림하는 포식자.

일부 지방에서는 신으로 군림하는 괴물.

삼라만상의 법칙을 유린하며 짓밟고 제 원칙만을 고집하는 독선자.

“그럴 리 없다...!!”

하이랭커들은 전부 도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 주변 모든 이들의 경계를 산다. 당연히 이름부터 얼굴 인간관계 그 모든 것이 대부분 드러나 있다.

그렇기에 화정묵은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숨어있는 기인이사들이 많다고 해도 하필 자신의 앞에 그것도 이런 차원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이랭커급의 재앙을 만난단 말인가?

하지만 현실을 부정한다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오만하지만 전쟁경험이 풍부한 화정묵은 현실을 직시했다.

‘결국 착각했단 말인가...?’

애초에 마투사도 아니고 마도구의 힘도 아니었다. 오로지 그 육체 능력만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파편이라지만 저만한 저주를 뒤집어쓰고도 멀쩡하다는 게 그걸 증명한다.

‘도망도 갈 수 없다.’

이것은 총 27장으로 구성된 지옥 구도(??) 기도문. 상상계의 대귀신 혈명(血?)자의 힘을 빌린 7위계의 흑마법사가 엮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추살령이 떨어지는 중앙세계 10대 악성병기다.

그 중 3장 지옥 만화경은 던전 비슷한 종류인 일종의 차원결계. 화정묵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이 법구는 시전자의 적이 죽거나 결계를 찢어발길 정도의 역량이 있는 게 아니면 벗어날 수 없다.

‘스스로 관에 들어왔군...’

압도적인 광경에 사기가 떨어진 건 화정묵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전장을 다녔던 부하들의 안목으로도 저 괴물이 어느 정도의 존재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끄드드득...

영무문의 무인들이 패닉에 빠진 사이 모든 저주를 털어낸 유천의 뭐 이런 게 다 있느냐는 눈이 그에게로 향했다.

“역겨운 새끼. 마법사 주술사를 그리도 경멸하면서 정작 비장의 수단이 주법(?) 마도구, 그것도 악성병기냐?”

그렇기에 유천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주문쟁이니 뭐니 그리도 경멸해놓고 정작 꺼낸 비장의 힘은 주술과 흑마법의 집결체였던 것이다.

지긋지긋한 모순적인 행동양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해원하 경호.”

“예...주군.”

“하명하십시오.”

유천이 상상 이상의 적임을 깨닫고 공포에 빠졌을지언정 그 목소리에는 아직 전의가 살아있었다.

지옥 만화경은 총 3절. 아직 대항할 수단이 존재했다. 그 준비를 하는 동안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시간을 끌어라.”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 선택이 잘못되었구나.

미안하다.

등등. 하고 싶은 말들이 화정묵의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그저 한 마디만을 내뱉었다.

“예...보중하십시오. 주군...”

“직속 호위대만 남고 모두 따라라!”

이곳의 모두는 알고 있었다. 여전히 살벌한 존재감을 피워 올리고 있는 유천을 상대로 시간을 끌라는 건 대신 죽으라는 뜻이라는 걸.

하지만 화정묵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유천을 향해 달려나갔다.

채채채챙­!

화정묵의 명령에 곧바로 쉴 틈 없는 공세가 유천에게 쏟아졌다. 순식간에 덮쳐드는 날붙이의 향연을 무심히 보던 유천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내가 지친 긴 했지만...”

콰아앙­!

소리조차 뒤따르지 못하는 주먹질에 가장 앞 정면에서 달려들던 검사는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머리가 터져나갔다.

“니들 정도는 죽이는 데에 아무 문제 없지.”

뒤이어진 영무문 무사들의 합공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빈틈 하나 없이 정교했다. 일대 다수를 가정한 엄청난 훈련과 실제로도 전장에서 쌓은 실전의 업.

마치 하나로 이루어진 무의 형상에 유천이 대항하는 방식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하나다.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 힘.

유천은 하체를 고정한 후 날붙이의 파도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드드드득...!!

대기가 파문을 일고 창, 칼, 비도 등 유천의 주먹에 마력이 실린 날붙이들이 바스러지고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비장한 결의는 물리적인 권압(??)에 짓눌렸다.

이제부터 남은 건 일방적인 학살. 정교했던 합공은 무너져 흐트러진 균형 사이로 파고든 유천은 무차별적으로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퍼버버벅­!!

크아악­!

커어억­!

힘의 폭풍에 피와 비명 그리고 살점이 흩날렸다. 그렇게 영무문의 정예 무인들은 오로지 살아남아 물러난 둘만을 남기고 덧없이 죽어나갔다.

“크윽...”

“이럴 수가...”

그러나 살아난 둘, 랭커인 해원천과 경호 또한 각각 오른팔과 왼팔을 잃었다. 아니 정확히는 랭커급 무인이었기에 팔 한쪽만을 잃은 것이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유천의 주먹에 그들도 고깃덩이로 화했을 것이다.

그들은 황망하게 살육을 끝내고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유천을 쳐다봤다.

“왜 귀찮게 도망가고 지랄이야?”

물을 닦듯 땅에 떨어진 무복이었던 천 쪼가리를 주워서 손을 닦은 후 입을 여는 유천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의 고조가 없었다.

허망했다.

결연한 의지는 압도적인 힘 앞에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했다는 것에. 그리고 시간을 끌고 최소한 유의미한 상처라도 내겠다는 건 방만한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에.

“끄으으아악­!!”

“으아아아­!!”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이 저런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기계적인 폭력에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다는 것에 절망하고 분노한 둘은 눈이 돌아가 유천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빠각­!

콰드득­!

무인이 무의 묘리조차 잊고 달려드는 것은 더욱 쉬운 사냥에 불과했다. 결국 해원천과 경호는 랭커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머리가 뽑혀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수십 명의 무인들을 참살한 유천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화정묵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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