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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마법이다-52화 (52/116)

〈 52화 〉 아티팩트(3)

* * *

카이안과의 대면을 끝낸 유천은 그 길로 곧장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로 향했다.

누구도 대동하지는 않았다. 항상 같이 다녔던 킬리언조차 날개에 두고 말이다.

그녀는 유천 본인을 제외한 날개의 최고의 무력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아는가? 티보치나가 미쳐서 반란을 일으킬지. 아직 녀석들을 믿기에는 전적이 있었다.

킬리언을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면 날개의 다른 조직원을 데리고 왔어도 됐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놈들을 데리고 오기에는 이지연에게 너무 미안했다.

실제 날개의 운영과 관련해 거의 하는 일이 없는 유천과는 달리 거의 모든 일을 총괄하는 이지연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빴다.

빌런들을 혐오해 노예처럼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놈들을 굴려대고 있지만 그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

그놈들은 상관없었다. 저지른 죄의 대가를 갚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지연 그녀는 온전히 유천의 사람이었다.

덕분에 날개가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었지만, 도대체 잠은 자는지 저러다 쓰러지는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에게 말했다면 아마 한 명 정도는 대동하고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인력을 빼 올 수 있겠나?

그래서 유천은 이만성에 연락하기로 한 시간이 대략 4일 정도 남은 이때 할 수 있는 거라도 하기로 했다.

주변에서 죽어라 일하는데 수장인 자신만 놀고먹기에는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그렇게 홀로 빠져나와 맨발로 인천에서 해인사까지 뛰어 내려가며 괴수들을 퇴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석사조지’

아티팩트 확인, 유천의 훈련, 날개의 자금 그리고 동맹이나 다름없는 협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체면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만성과 이도경은 반가워하며 가상위성 STM에서 직통으로 정보를 받아 괴수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PDA를 넘겨줬다.

그 덕분에 유천은 괴수들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도 없이. 그저 PDA에 보이는 빨간 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향하면 되었다.

당연히 무료봉사는 아니었다. 그들은 유천이 지나오며 처리한 괴수 부산물들을 굳이 챙길 필요 없다며 제값을 치러 날개로 보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었다.

실시간으로 엄청난 돈이 입금되는 것을 보고 유천은 권력자를 사이드킥으로 두면 일이 아주 편하다고 다시금 느꼈다.

길드들의 수익은 좀 줄겠지만...그건 알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3대 길드는 음지를 차지한 후 다음 정리대상이다.

물론 그 말이 길드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말이 아니다. 발전에는 경쟁이 필요한 만큼 고여서 적폐가 된 현 웃대가리들만을 잘라낼 생각이었다.

이미 협회와 날개에서 그 자리를 쥐여줄 적당한 인물들의 물색을 끝냈다. 대략 한 달 후에 이 땅에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피바람이 불어 닥치겠지.

인천에서 벗어난 지 10시간쯤 지나 PDA를 켜 현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했다.

협회가 제공한 추천 경로의 도착지점에 왔는지 말이다.

“속리산 국립공원...이게 마지막이겠군.”

해인사에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협회에서 토벌을 바라는 곳이 이곳이었다. 남한에서 마기의 분포가 가장 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분명 이 근처에 몰려...”

크르릉...

“다행히 지들이 왔네.”

주변 수백이 넘는 괴수들이 유천을 둘러쌌다. 어지간한 각성자들이라면 오줌을 지리고 절망할 상황. 하지만 그에게는 괜찮은 훈련 도구에 불과했다.

‘우두머리가 누구지?’

유천은 주변을 둘러봤다.

이만한 수의 괴수들이 일관되고 통제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건 분명 이끌고 있는 상위개체가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가장 뒤에 있는 괴수를 발견하고 유천은 인상을 구겼다.

우끼끼끼­!!

“이런 시발...협회는 뭘 하는 거야? 저놈이 여기 있는 것도 몰랐다고?”

유천이 알고 있는 괴수였기 때문이다. 저놈은 네임드가 아님에도 개체명을 부여받았다. 즉, 그만큼 위험한 새끼라는 뜻이다.

유천은 일의 심각성 때문에 곧바로 이만성의 직통번호로 연락했다.

“응? 유천군 무슨 일인가?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협회장님 일 좀 똑바로 하십쇼. 어떻게 ‘몽키’가 있는 것도 모를 수 있습니까?”

물론 이해는 한다. 한국 최고의 각성자 수색부대인 카룬은 가장 위험한 지역인 북쪽을 지키고 있고, 나머지 전력은 해양지역과 한국의 치안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만성 또한 제대로 잠을 잔 지 오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저걸 발견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는 말로 넘어갈 수 없었다.

“뭐...? 그게 정말인가...?”

이만성 또한 경악을 표했다.

개체명 몽키.

5m 정도의 신장에 그와 비슷한 길이의 네 개의 팔을 가지고 있는 놈의 모습은 마치 원숭이 요괴와 닮았다.

거기까지만 보면 일반적인 개체와 다르지 않다. 그저 S급 괴수에 불과했겠지.

하지만 놈이 진짜로 위험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이놈이 ‘둥지’를 까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면서 일을 이따위로 할 겁니까?”

놈의 번식성과 성장성은 전염병에 가깝다.

이놈들은 직장(??)에 알을 까기에 종족 암수를 가리지 않는다.

거기에 저 엉덩이 부분 달린 꼬리 같은 산란관으로 한 번에 수십 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더 최악인 것은 3일 만에 모체를 잡아먹고 태어난 몽키의 새끼들은 일주일이면 성체까지 자란다는 거다.

그 타이밍을 놓치고 완벽히 토벌하지 못하고 퍼져 나가면 순식간에 수천수만의 S급 괴수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기에 녀석은 강함과 상관없이 위험도만큼은 네임드에 버금간다.

그러니 유천이 화를 참을 수 있겠나?

“할 말이 없군...미안하네...”

“네 할 말이 있으시면 안 되죠. 이 빚은 나중에 제대로 받아내겠습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스르릉...

유천은 곧바로 이만성과의 통화를 끊고, 아르페를 꺼냈다.

이대로 몽키를 놓치면 한 달 안에 한반도는 지옥이 된다.

괴수들을 이끌고 나타난 걸로 보아 다행히 놈의 새끼들이 성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었으면 성체가 된 몽키 수십이 모습을 드러냈겠지.

뿌드득...

아르페를 붙잡고 허리를 돌렸다.

‘몽키부터 죽이면 안 된다...’

아마 유천의 힘을 본 놈은 새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둥지로 도망갈 것이다. 그때 추격해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죽여야 했다.

끼기긱­!

몽키가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내린 명령에 괴수들이 유천을 사방에서 덮쳐왔다.

꾸드득...

하체에서 상체로 거기서 팔을 넘어 검까지 힘을 전달시키며 아르페를 가로로 휘둘렀다.

2단계 횡(?) 베기

후우웅...!

콰아아앙­­!!

막대한 압력이 괴수들을 덮쳤다. 아르페에서 나온 검압에 직격으로 맞은 놈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으깨졌다.

일격에 수십의 괴수들이 소멸하자 괴수들은 그 이해 못할 광경에 시간이 멈춘 듯 일제히 정지했다.

끼이익?!?!!

둥지 주변에 나타난 침입자에게 포악성을 드러내던 몽키는 그 힘에 공포가 섞인 경악성을 내뱉었다.

감히 둥지 근처에 나타난 건방진 인간인 줄 알았는데, 몽키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는 최상위 포식자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끼기기이익....

이대로 도망가야 한다. 유천의 포악한 눈빛을 본 몽키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래 도망가라.”

그리고 그것이 유천이 기다리던 반응이었다.

끼이이익­!

놈은 괴수들에게 공격을 명했다. 그러자 괴수들의 눈이 붉어졌다.

크르르...!

크와앙!

지배하는 괴수들을 폭주시키는 일종의 광폭기였다. 놈은 남은 괴수들의 이지를 빼앗고 버서커로 상태로 만든 후 그대로 등을 돌려 달아났다.

“놓치지 않아.”

사냥감을 보는 사냥꾼의 냉철한 눈으로 도망치는 몽키의 등을 노려본 후 온갖 시끄러운 괴성을 지르며 달리는 괴수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유천은 고민해왔다. 필요 이상을 파괴하는 자신의 힘을 말이다.

벌레를 죽이는데 굴착기가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 찍어 누를 손가락만 있으면 될 뿐이다.

그리고 그 해답을 유천은 카드컨트롤에서 찾았다. 움켜쥐고 있던 아르페를 놓고 손가락 끝으로 잡았다.

팔의 힘이 과하면 손가락을 쓰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크아아앙­!

상위 개체인 몽키의 강력한 명령에 일말의 지성조차 잃은 괴수들이 유천을 깔아뭉개버리겠다는 듯 덮쳐들었다.

엄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만으로 아르페를 쥔 유천은 손목을 비틀었다.

2단계 난무(?)

쉐에엑­­

잔상을 그리며 돌아가는 아르페는 거대한 굉음이 아닌 날카로운 적음(?音)을 내며 놈들을 베었다.

상하좌우 위아래, 빠르게 회전하는 대검에 달려든 괴수들의 고깃덩어리와 피가 공간을 수놓는다.

극한까지 발동시킨 공간안이 유천의 움직임을 보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가가각....

“이런...”

아직 공간안의 단련도가 낮았고, 검술에 조예가 없던 터라 고속으로 돌아간 대검은 유천의 목을 베었다.

물론 고작 아르페 따위로는 근섬유는커녕 피부도 찢을 수 없지만, 흐름이 끊겨버렸다.

아직 난무(?)라는 이름만 지어놓고 형식도 뭣도 없는 검술의 완성도는 형편없었다. 스킬에 등록 안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스승이 필요한데...’

킬리언이나 데이브가 힘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그들은 유천의 힘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상 스승은 될 수 없었다.

적어도 하이랭커 그중에서도 안정권이라고 불리는 100위권 정도 되는 검사가 필요했다.

“쯪...”

크아아앙­!

순식간에 절반에 가까운 괴수들을 토막 쳤지만 유천이 생각하는 사이 남은 괴수들이 달려들었다.

“훈련은 더는 못 하겠군.”

스스로 단련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지만 이 이상 하다가는 괴수들에 시선이 가려져 저 앞에 달아나는 몽키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

놈이 새끼를 데리고 숨어버리면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난다. 한 마리도 남김없이 없애야 했다

'좀 부서져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여기까지 오는 각성자는 없다. 그는 연구 끝에 상태창에 생긴 요새 부수기의 하위 스킬을 발동시키기로 했다.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기술이지만 난무와는 달리 그 완성도 덕분에 상태창에 하위스킬로 등록되었다.

[요새 부수기 무형(無?) ­ 무명(無名)]

공간을 타격해 강력한 파동을 일으키는 요새 부수기의 기본형과는 조금 다르다.

이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스킬은 힘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압축한다.

마나를 대신한 유천의 강대한 근육들의 떨림이 만들어낸 막대한 파동들이 몸 안으로 축적되었다.

완성도를 떠나 자폭기로도 쓸 수 없는 미친 기술이었겠지만 유천의 몸이라면 그 파동을 견딜 수 있었다.

우우우웅....

묶어둔 파동을 풀어헤친다. 무형무색의 파동이 몸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린다.

꽈드드드득­!

파동에 닿은 괴수를 포함한 모든 물질들이 비틀리고 짓이겨졌다.

“흐음...”

주변을 훑어봤다. 덤벼든 괴수들은 모조리 분쇄육이 되어버렸고, 반경 수십 미터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제법 마음에 드는 광경이었다.

“저기 있군...”

그 파괴의 흔적 사이로 눈을 돌리자 이제는 점이 되어버린 몽키가 보인다.

“그래 그대로 둥지로 가라”

쾅­!

유천은 사납게 웃으며 놈을 뒤따라 발을 박찼다.

*

우끼이이이이...

몽키는 네 개의 팔까지 이용하며 다급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저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에게서 벗어나 새끼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했다.

그때까지는 제발 괴수들이 버텨주기를 바랐다. 이제 둥지에 거의 다 온 상황 뒤를 돌아봤다. 자신이 지나온 흔적밖에 없었고, 주변은 고요했다.

다행히도 그 괴물은 멍청한 괴수 놈들을 상대하느라 자신을 놓친 모양이었다.

우끼이이익­­!!

몽키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자신이 도망쳤다는 굴욕감이 섞인 함성을 질렀다.

그 인간을 잡아 죽이고 말 것이다. 아니 붙잡아서 모체로 삼을 것이다. 그 정도의 괴물이라면 강력한 새끼가 탄생하겠지.

그렇게 한 차례 다짐한 후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융기한 절벽 사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절벽의 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본 것과는 달리 넓은 동굴이었다. 물도 졸졸 흐르는 그곳은 몰래 새끼를 키우기 좋은 공간이었다.

우끼­!

우끼기긱­!

거기에는 수십 마리의 몽키 새끼들이 있었다. 새끼임에도 덩치가 어지간한 사람만 해 보이는 크기였다. 아마 조금만 지났으면 성체로 성장했을 것이다.

유천이 자신을 찾고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몽키는 새끼들을 데리고 동굴 안쪽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려고 할 때...

“여기가 둥지였나?”

뚜벅뚜벅...

커다란 몸이 얼어붙었다. 들리면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찾아서 다행이네.”

끼기기...

몽키는 공포에 굳은 목을 천천히 돌렸다. 자신보다 작은 괴물이 차가운 눈을 한 채 수백을 찢어 죽인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럼 전부 죽어라.”

후우웅...

우끼이이이...

몽키는 시야가 양옆으로 갈라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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