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정리
* * *
다행히 카이안은 살았다. 기절해 버려 언제 깨어날지 알 수는 없는 상태지만 말이다.
유천은 실신한 유르힘과 카이안을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가며 하늘을 쳐다봤다.
‘이제 어떻게 한다...’
이제 뒷수습만 남은 상태. 이 박살이 난 산이 여명의 사유지여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가 말았다.
‘티보치나랑 영감님이 알아서 하겠지.’
티보치나를 데리고 온 이유 중 하나가 뒷정리를 위해서였다. 그녀는 정보단체를 운영해온 만큼 조작에도 능통했으니까.
거기에 협회장 이만성까지 돕는다면 여명 따위가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마 그래 봤자 이곳에 산사태가 일어났다. 같은 일로 정리될 것이다.
이곳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는 여명에서는 그것이 이상하다는 걸 알겠지만, 깊게 파고들면 이곳에 누가 숨어있었는지부터 까발리고 시작해야 했으니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결계의 경계선까지 온 유천은 뒤를 돌아봤다. 폐허와 사람의 살점으로 보이는 육편과 혈흔을 보니 조금은 가슴이 쓰렸다.
자신은 이제 한 달하고도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 만에 수십의 사람을 잔인하게 찢어 죽인 연쇄 살인범이 되었으니까.
살인에 대한 죄책감은 아니다. 그건 이미 극복한 지 오래. 그저 지난 24년의 평범했던 고유천이라는 사람이 사라진 것이 조금 아릴 뿐이었다.
뭐해? 안 가?
가만히 뒤를 쳐다보고 있자니 킬리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둘이 있을 때만 말하는 평범한 말투. 그 일관성이 귀여워 실소가 나왔다.
“그래...나가자.”
감상에 젖기에는 갈 길이 멀다. 앞으로 수십이 아니라 수십만도 죽여야 할 일들이 생길 것이다.
중앙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시체를 쌓아야 하는 곳이니까.
그런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도 태산이다. 양손에 든 두 명의 짐덩이들을 내려다봤다.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세력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고작 지구에서 키운 세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고, 예상치 못한 조직의 수장이 되어보니 알 것 같다.
힘을 가지려면 무력만 있으면 안 된다고. 명예, 권력, 세력, 금력 등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야 진짜 제대로 된 힘이 될 거라는 걸.
그걸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있었다.
‘사람이 필요해...’
유천은 자신을 안다. 그의 역할은 조직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것과 절대적인 힘의 상징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영역을 책임질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것도 조직에 자발적으로 충성하고 유천을 대신해 조직의 일정 영역을 책임질 수 있는 뛰어난 사람들이 말이다.
‘생각해 봐야 할 게 계속 느는군...’
아직은 생각만 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이제 돌아가서 날개를 어떤 단체로 만들지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 세부적인 계획을 짜봐야 할 것이다.
“뭐지?”
결계 밖은 빛 한 점 들지 않을 어두운 산 중턱이어야 함에도 밝았다.
둘러보니 수십 대의 차량과 수백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날개에서 몇 번 본 아는 얼굴들도 있는 걸 보니 적은 아닌 거 같았다.
티보치나가 사람들을 불러온 건가 싶은 그때...
“어?”
그들 가운데에 이지연 그리고 양하연이 서 있었다.
‘저 둘은 왜 여기에...?’
“고생하셨습니다. 보스”
““고생하셨습니다! 보스!””
이지연을 따라 고개 숙이는 그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보스라니...’
무슨 우리가 마피아란 말인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여비서 복장을 한 이지연의 얼굴을 봤다.
놀리려는 목적은 아닌 듯 그 깨끗한 얼굴에는 장난기 하나 없었다.
“지연씨...?”
“네 부르셨나요?”
“보스는...무슨 말입니까...?”
“오늘을 기점으로 날개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텐데 그 주인을 호칭하는 말이 없더군요. 임시로 그렇게 부르게 했습니다.”
“......”
유천은 검은 옷을 입고 한쪽에 칼을 차고 있는 자들이 정렬해 있는 것을 훑어봤다.
‘주인이라...’
저 중 대부분은 빌런에 노예지만 어쨌든 지금 이곳에 모인 자들은 날개의 일원이었다.
지금의 날개는 아직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먼지 쓸리듯 뭉개지겠지. 허나 언젠가는 힘의 한 축을 담당할 미래의 씨앗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저...주인님...?”
옆에서 카야를 대동한 티보치나가 불안한 눈으로 유천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기절한 카이안이었다. 축 늘어져 있는 모습에 죽은 게 아닌가 걱정한 거겠지.
“둘 모두 살아있으니 데려가서 치료해.”
카이안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후 그녀의 안색이 밝아졌다.
“아! 주인님의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됐다. 구속구를 채워두는 것을 잊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져야 할 거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아 그리고.”
“네...? 히익...!”
텁!
유천은 티보치나의 턱을 붙잡았다. 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면 자신의 턱이 바스라 질 거란 것을 아는 그녀의 주황색 눈에 공포가 들어찼다.
“경고 하나 하지. 네 옛 주인이 돌아왔다고 딴 마음 먹으면...말 안 해도 알겠지?”
처음 이곳에 오고부터 지금까지 녀석이 카이안을 보는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예 계약을 시행한 게 이 녀석이니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배신을 걱정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기분 나쁜 이유가 있는지 유천은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을 느끼며 으르렁거렸다.
“히잇...! 네네...! 알겠습니다...”
유천의 협박에 티보치나의 다리가 저릿해졌다.
‘자, 잡아먹힐 거 같아...’
목소리와 손아귀를 통해 느껴지는 포악한 힘에 자리에 맞지 않게 지려버릴 거 같았다.
“그럼 이 자리에 지연씨가 있으니 이놈들 데리고 먼저 가 있어라.”
“네...”
유천은 먼저 그들을 인천으로 보내고 양하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하연씨는...어째서 오신 겁니까?”
자동차 불빛에 비치는 그녀의 청록색 눈을 보고 물었다.
티보치나는 유천의 노예였고, 이지연은 명목상 그의 부하 직원이어서 그럴 수 있지만 양하연은 아니었다. 굳이 이 늦은 시간에 올 이유가 없었다.
“현장 정리를 해야죠. 유천씨, 아니 보스의 힘이라면...이곳이 멀쩡하지는 않을 텐데요?”
“아...”
유천은 어째서 양하연이 이 자리에 있는지 알 거 같았다.
“정령만큼 흔적을 지우는 데에 확실한 게 없잖아요.”
양하연이 싱긋 웃었다.
‘확실히...그게 제일이지...’
확실히 백색마왕과의 전투 후 양하연의 현장을 지우는 솜씨를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확실한 게 없었다.
호두호수는 어쩔 수 없다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으니까.
아마 그녀가 이곳을 정리하면 정령왕의 계약자 정도 되는 자가 아닌 이상 이곳에서 무엇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도움만 받는군요...감사합니다.”
‘또 빚을 지는군...’
준 것이 없는데 항상 그녀에게 도움만 받은 것이 유천은 괜히 미안했다.
“그리고 하연씨가 제게 보스라고 부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부하가 아니시잖습니까?”
양하연과 유천은 동등한 입장이지 상하관계가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보스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보스라는 말이 어색하기도 하고 말이야...’
“어머...갑자기 지금 와서 거리 두기 하시나요?”
“네?”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한 달이나 무상으로 부려 먹어놓고 지금 와서 해고하시는 거냐고요.”
“그건...”
비밀을 요하는 날개는 지상에 기반을 두기 힘들었다. 그에 그녀는 한 달 동안 인천 땅 밑에 개미굴을 만들어줬다.
이지연이 행정 전반을 관리했다면 양하연은 기반 시설의 토대를 만들어 준 셈이다.
“......제가 잘못했군요.”
무상으로 그 정도의 일을 해준 것이라면 분명 날개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걸 고려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 유천은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럼...”
“네...날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올라운더인 정령사, 그것도 후에 하이랭커에 도달할 수 있는 여자가 온다는 데 유천이 꺼릴 이유가 전혀 없다.
“열심히 일할게요 보스.”
부드럽게 웃는 그녀의 눈에서 싱그러운 향이 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크흠...! 그, 원하시는 대가라도 있으십니까?”
그 아름다운 모습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숨기고자 말을 돌렸다.
“으음...유천씨에게 긴히 부탁할 게 있긴 한데... 다음에 같이 식사라도 들면서 얘기해 드릴게요. 아! 단둘이서요.”
“부탁이라......제가 못하는 게 아니라면 들어 드리겠습니다”
양하연은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부탁이 있다는 말을 할 때는 살짝 흐려 보였다. 아마 꽤나 고민했던 문제겠지.
‘어지간하면 도와드려야지.’
유천은 그녀에게 도움만 받아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은혜를 갚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우리 보스님 옷에 묻은 피부터...”
양하연이 유천의 몸에 묻은 피를 닦기 위해 정령을 부르려는 그때 갑자기 옆에서 마력의 유동이 느껴졌다.
[클린]
이지연의 마법에 피범벅이었던 유천의 몸이 깔끔하게 씻겨나갔다.
“...지연씨...? 제가 하려고 했는데 왜...?”
양하연은 떨떠름하게 들어 올렸던 팔을 내리며 이지연을 쳐다봤다.
“하연씨는 현장 수습에 그 힘을 써주시죠. 보스를 보좌하는 건 제 역할입니다.”
그 말이 네 할 일이나 하라는 말처럼 들렸던 양하연의 귀가 바짝 세워졌다. 엘프들이 기분이 상했을 때 나타나는 육체적 현상이다.
“......지연씨와는 할 얘기가 많을 거 같네요...”
“나중에 오시면 차라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씨발...뭐지?’
분명 여상한 말투에 일상적인 대화임에도 둘에게서 느껴지는 으스스한 분위기에 유천의 팔에 닭살이 돋았다.
“흥...! 보스! 그럼 저는 일이나 하러 갈게요!”
“아, 네”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것처럼 보이는 양하연이 산을 오르는 모습을 의아하게 보던 유천에게 이지연이 옷을 건넸다.
“보스...날이 춥습니다. 이거라도 걸치고 차에 가서 쉬고 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지연이 건넨 옷을 받으며 그녀를 쳐다봤다. 마치 내조를 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그...항상 고맙습니다...”
날개에서의 일이 바쁜 와중에 여기까지 와준 것에 유천은 감사를 표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볼이 약간 붉어 보였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때문이겠지.
‘응?’
그때 옆에서 찌르는 시선을 느껴져 쳐다보니 킬리언이 노려보고 있었다.
“왜?”
하아......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애초에......
‘얘는 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겠다.
“어? 같이 가!”
무언가 못마땅해 보이는 킬리언을 따라 유천은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차량으로 향했다.
그러자 양옆으로 정렬해 있는 수백이나 되는 날개의 일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왔다.
‘진짜 마피아 보스라도 된 거 같군...’
처음에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빛 하나 안 드는 산속.
오로지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만 존재하는 곳에서 칼을 찬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니 이지연이 말한 보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호칭은 바꿔야겠어.’
날개는 자신과 함께 중앙세계로 나가게 될 조직이다. 그런 곳에 깡패나 마피아나 쓸 보스라는 말이 유천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차 뒷자리에 앉아 유천은 눈을 감았다. 몸은 멀쩡했지만, 정신은 피로했던지 곧바로 잠이 들었다.
*
유천이 카이안과 전투를 치르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와장창!!
여명이 소유한 빌딩의 꼭대기. 영산그룹과 함께 대구를 지배하는 길드의 집무실에서 한 여자가 손에 집히는 모든 걸 깨부수고 있었다.
“이 새끼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리고 뭐 산사태?!! 협회 이 개새끼들 미친 거 아냐?!”
본래라면 길드원에게 잡혀가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나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여자가 여명의 길드장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짜악!
세련된 집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여명의 길드장 문혜미는 보고를 한 부길드장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 병신 같은 새끼야! 니 주인 놈이 어디 갔는지도 몰라?!”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당장 찾아와!!”
“네... 알겠습니다...”
“멍청한 새끼!”
여명의 부길드장 유길영은 집무실을 빠져나와 문혜미를 속으로 씹었다.
‘개 같은 년...’
현재 여명은 풍전등화 같은 상황이었다.
여명의 가장 큰 음지세력인 폴른의 소멸. 그 자리를 날개라는 단체가 차지했다지만 그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정보력을 잃었다.
거기에 영산의 후원 중단과 황금새의 뒷공작으로 사업장들이 하나둘 박살이 나 자금력이 빠른 속도로 소실되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반년 안에 여명은 길드원들의 급여도 챙겨주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최악인 것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 양반은...’
여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갔던 유르힘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명에서 준비해 둔 안전가옥이 있던 산이 가라앉아버렸다.
황금새의 공세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것도 그때부터였고, 영산의 후원이 끊긴 것도 그때부터였다.
‘이만성 그 영감탱이가 드디어 돌아버렸나?’
빠드득!
측정기구를 통해 그 반경의 마나 변동을 조사해 달랬더니 협회의 답변은 가관이었다. 별 특별한 일은 없었고 그냥 지반이 약해서 산이 무너진 거란다.
‘시발! 그러면 유르힘 그 양반이 산사태로 뒈졌다고?!’
유길영은 유르힘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가 어마어마한 강자라는 건 안다.
과거 전대 길드장 둘을 죽인 것이 그자라고 몇몇 여명의 상층부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말하기도 껄끄러운 더러운 사정들이 섞여 있어 금기로 통하고 있지만 말이다.
“후우...따질 수도 없군...”
협회에 가서 따져봤자 자신들의 치부만 더욱 드러나게 될 것이다.
“수습할 수 없는 건 아닌데...”
황금새에게는 사과와 보상을 통해 이대로 전쟁을 끝마친다.
영산 그룹이 후원을 중단하기로 한 이유를 알고 적당한 로비와 협상을 통해 다시 후원을 받는다.
무너진 음지의 기반은 지금 남아있는 찌꺼기들을 키우던가 아니면 새로운 선수를 데려와 다시 자리를 잡으면 된다.
3대 길드라는 이름은 잠시 떨어져 나갈 수도 있지만, 몇 년 지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대구의 인프라는 만만치 않았으니까.
아마 제대로 된 길드장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그래... 제대로 된 길드장이라면...
‘미친년...그딴 년이 길드장이라니...’
유르힘이 없어진 이상 지금 여명을 이끌어야 하는 길드장인 문혜미가 개 병신이라는 것이 유길영이 생각한 워스트 오브 워스트였다.
그가 제안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황금새의 안건수에게 사과를 하자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문혜미 그 미친년이 손에 든 양주병으로 뚝배기를 후려친 게 문제지.
‘씨발년...그때 찢어진 자리가 아직도 욱신거린다.’
도대체 그년이 회의장에서 안건수를 모욕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유르힘은 어째서 자신이 아닌 그녀를 그곳에 보낸 것이고? 분명 정신병자라는 걸 알 텐데?
폴른은 왜 없어진 거고? 날개는 또 뭐냐? 거기에 영산은 왜 갑자기 지랄인데?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암중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피부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유길영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부길드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유르힘이 양지에서의 외부활동을 위해 심어둔 꼭두각시였다. 즉, 실권이라고는 전혀 없다는 말이었다.
‘하나는 확실히 알겠네...여명이 망할 거라는 건...’
이대로 가면 뻔했다. 3대 길드라는 파이를 뜯어 먹고 싶은 하이에나들은 곳곳에 널려있다.
제대로 대응해도 지킬까 말까 한데 머저리 같은 길드장은 유르힘만 찾으라고 소리만 꽥꽥 질러대고 있었다.
“씨발...은퇴나 할까?”
꼭두각시라도 유길영은 3대 길드의 부길드장이다. 돈은 먹고 살 만큼 모았고 각성자로서의 무력도 제법 쓸 만했다.
그는 이 가라앉는 난파선 같은 길드를 벗어날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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