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백색마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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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연합 7위 테이런 제국. 제국들의 연합체인 제국연합 1위인 마헬 제국이 13위원회의 8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테이런 제국은 중앙세계에서도 강대한 세력이다.
그러나 그 강대한 국가조차 백색마왕에 의해 하루아침에 멸망했다.
그리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투입된 위원회의 하이랭커 넷과 랭커 1854명을 살해한 뒤에 힘을 모두 소모한 대주술사의 죽음으로 상상계로 역소환된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사건을 중심으로 몇 가지의 사건들을 계기로 억눌러져 있던 갈등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중앙세계의 멸망 엔딩을 앞당기게 되었다.
‘이곳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한다.’
유천은 어떻게 해서든 녀석이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기 전에 죽일 생각이었다.
콰과과광!!!
유천의 손이 흐릿해지는 순간 흰색구체에 수없이 생겨나는 파형(??) 그리고 이어진 파멸적인 파동까지. 공방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분쇄되었다.
시체부터 물건까지 모든 것이. 이 자리에 존재하는 건 유천과 백색마왕 그리고 그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티보치나 뿐.
‘힘을 최대한 아래로 향한다.’
유천의 냉정한 머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이 지상으로 향하는 순간 백색마왕이 아닌 자신의 손에 이곳이 부서질 거라는 것을.
‘찍어 누른다!’
녀석을 더 밑으로 처박아 넣기 위해 유천은 아예 구체의 위에 올라탔다.
치이이익...
유천의 초월적인 육신에서 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올라왔다.
“크윽...”
이 몸으로 처음 느껴보는 쓰라림. 하지만 저 백색의 힘이 어지간한 하이랭커라도 몸에 닿는 즉시 소멸한다는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처박혀라 이 씹쌔야!!”
[요새 부수기]
유천이 내지른 주먹을 중심으로 상(?)이 어긋나고, 깨져나갔다. 용병왕이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기술이 유천의 힘에 격을 넘어 세상을 무너뜨리는 기술로 현현(??)한다.
소리마저 지운 힘에 철의 방벽 같던 백색마왕의 구체가 꽃잎이 흐드러지듯 흩어지고 본 모습이 드러냈다.
옛날 빌런은 소망했다. 자신이 천국으로 갈 수 있기를 허나 그건 말도 수많은 사람의 원혼으로 그것이 이루어질 리 없었고 그 소망은 일그러진 형태로 구현 됐으니 그것이 저 백색마왕이다.
우오오오오...!!
놈의 저 백색의 힘에 담긴 소망은 천국으로의 인도. 하지만 저놈의 천국은 그런 것이 아니다. 빌런의 어긋난 방식의 소망이 만들어낸 놈의 천국은 표백(?白). 모든 것을 하얗게 지우는 힘이다.
“크윽! 뭐야 이건!”
흩어진 줄 알았던 백색 힘이 줄기로 뭉쳐져 유천의 몸을 억죄었다.
‘처음 본 패턴인데?!’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페이즈. 자신의 힘에도 저항감이 느껴지는 압박감에 당황한 유천의 몸이 순간 굳어졌을 때 백색마왕이 실타래처럼 백색의 힘을 비틀고 꼬아서 만든 창을 유천의 가슴에 투척했다.
......!
세상을 지우는 파멸의 빛줄기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유천의 가슴 정중앙에 꽂혔다.
콰앙!
“이...씨발놈이...!!”
아니 정확히는 그 바로 앞에서 유천의 손아귀에 막혔다.
정신을 차린 유천이 순식간에 모든 백색 줄기들을 찢어버렸을 때 유천의 압축된 감각이 느낀 창날은 가슴과 3cm간격.
하지만 유천은 그것이 닿기 전에 창날을 잡았다.
뚝뚝...손아귀에서 떨어지는 핏방울. 어떠한 공격에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던 유천의 몸에 처음으로 상처가 났다.
‘아리네...’
이 몸을 가진 후 처음 보는 피는 생소했다. 유천은 손에서 눈을 떼고 앞을 쳐다봤다. 8개의 날개를 편 채 떠 있는 백색마왕. 그리고 주변을 하얀 가시들이 매우고 있었다.
‘역시 처음 보는 패턴’
아마 첫 번째 페이즈가 실패했을 경우에 나오는 형태인 거 같았다.
“시발 거지같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생각을 한 후 바로 실행하기 위해 유천은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펴 놈에게 날아갔다.
쾅!
유천의 발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졌다. 소리의 막을 뚫고 순식간에 백색마왕까지 다가간 유천은 놈의 얼굴을 붙잡았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저어어기 북쪽으로 여행이나 가자고 이 새끼야!”
[요새 부수기]
이제는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숙련도를 키운 요새 부수기의 묘리로 유천은 공중에서 발을 박찼다.
유천의 발을 중심으로 퍼지는 공간의 물결. 퍼져나가던 물결이 순식간에 돌아오고.
쾅!!!
발밑의 모든 것을 분쇄하며 발사된 유천은 음속을 한없이 넘는 속도로 솟구쳤다.
드드드득...
오른손에 쥔 백색마왕의 머리를 암석에 갈아버리며 나아간 유천은 쾅! 소리와 함께 지상을 부수고도 한참을 튀어 올랐다.
“무슨!!”
그 모습을 지금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폐교 밖으로 힘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있던 양하연이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눈을 내려 유천이 지나온 곳을 봤을 때 그녀의 입이 멍하니 벌려졌다.
‘저게...사람이 만들 수 있는 흔적이라고...?’
유천이 지나온 뚫고 나온 곳을 중심으로 반경 300m가량이 초토화 되었고 그 밑으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크레이터가 생성되었다.
‘저렇게 강했었다니...’
꿀꺽...
유천이 강한 것은 이만성과의 충돌로 충분히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만한 오판이었다.
그때 강원도에서 그가 자신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가했는지 고작 10분 남짓한 전투의 처참하기 그지없는 상흔이 설명해주고 있었다.
저것이 한 개인이 만든 광경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워해야 정상이었으나...
‘머, 멋져...’
언젠가부터 그에게 호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양하연에게는 저런 힘이 있음에도 자신들을 존중해줬던 그의 태도가 멋지게 느껴졌다. 일종의 콩각지다.
“아!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미친년아!”
양하연은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자신이 한심스러워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저은 후 들어 올려 위로 날아간 유천을 쳐다봤다.
그는 한 손에 백색마왕이라고 추정되는 개체의 머리를 쥐고 양하연이 있는 쪽을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하연씨!! 북쪽이 어딥니까?!!”
“네, 네?!”
아까 한 생각을 다시 떠올린 양하연의 얼굴이 다시 붉어진 것을 알기에는 너무 다급했던 유천이 다시 물었다.
“북쪽이요! 북한이 있는 쪽!”
“아! 저쪽이에요!”
유천의 의도가 뭔지 깨달은 양하연은 재빨리 방향을 알려주었다.
우오오오!!
그때 유천에 의해 지상에 강제로 끌어 올려진 백색마왕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어 올려 커다란 손으로 유천을 후려쳤다.
쾅! 쾅!
얇은 팔에서 나온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강력한 힘이었지만 유천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라 이 빌어먹을 놈아.”
공중에서 슬슬 지상으로 떨어지던 유천은 양하연이 알려준 방향으로 발을 찼다.
[요새 부수기]
콰과과과광!!!
공중을 밟고 뛰어오른 유천은 순식간에 소리의 장벽을 뚫고 북쪽 너머로 날아갔다. 곧 사람의 흔적이 사라지고, 숲이 나타났다.
유천은 거기서 더 날아가 괴수들의 마기에 오염된 숲이 보이는 곳까지 가 손에 쥔 백색마왕의 머리를 땅에 갈아버리며 착지했다.
콰아아앙!!
모여 있던 괴수들이 느닷없이 강림한 재앙에 죽어나가고, 고요했던 숲은 폐허가 되었다.
우오오오오!!!
“끝장을 보자...”
유천에게 계속 당하기만 했던 백색마왕이 격노하여 손짓을 하자 가시들이 유천을 향해 날아왔다. 무음의 창들이 순식간에 유천의 사방을 매웠다.
‘맞을 건 맞는다.’
콰과과광!!
유천의 주먹이 흐릿해 지자, 전방의 가시들이 부러진 채 날아가고 그 여파에 이미 뒤집어졌던 숲이 다시 한 번 부서져갔다.
하지만 뒤쪽에서 날아오는 가시들에는 대응하지 못하고 등을 얻어맞았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가시들이 유천의 등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크윽!”
그렇다고 아무런 피해가 없던 것은 아니었는지 가시를 맞은 유천의 등에는 붉은 기가 돌고 있었다.
‘녀석이 있는 곳까지 일점으로 뚫는다.’
킬리언이 말했었다. 내가 마음먹고 빠르게 움직이면 자신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눈앞의 백색마왕은 자신의 힘과 속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무릎을 굽히고, 땅을 찼다. 땅이 부서지고 유천의 뒤에서 이곳을 지켜보던 괴수들이 찢겨나갔다.
백색마왕의 인지를 벗어난 속도로 순식간에 그 앞에 나타난 유천은 허리와 어깨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며칠 전을 떠올렸다.
‘유천아 넌 내가 가르쳐준 자세에서 오른손으로 주먹질 하면 안 돼.’
‘왜?’
‘그 자세에서는 오른손을 휘두르면 자연스럽게 하체의 힘도 더해질 테니까. 지금도 힘을 다루기 힘든데, 다른 힘이 더해진다? 너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거야.’
‘유천아 네가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하려는 게 아닌 이상 절대 쓰면 안 돼.’
‘그리고 이곳에 그렇게까지 힘을 써야하는 상대가 있을 것 같지도 않잖아.’
과거 킬리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눈치가 좀 없다는 것 말고는 현명한 그녀는 거의 틀린 말을 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틀렸다.
그 정도의 힘을 써야하는 상대가 눈앞에 있고 여기라면 누군가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주먹이 나아갈 방향은 이미 정했다. 저 북쪽 괴수와 숲만이 존재하는 땅 그곳이라면 문제없다.
꽉 쥐어진 유천의 오른손에서 공간이 찌그러진다. 과거 양하연이 발견했던 그 현상이 다시 구현되었다. 회전시켰던 허리를 돌린다.
하체에서 허리, 허리에서 어깨, 어깨에서 주먹까지. 이치를 벗어난 힘이 전달된다. 처음으로 내질러 보는 전력.
모든 것이 정지한 듯 느려진 유천의 시야에 보였다. 자신의 주먹이 나아가는 경로의 공간이 유리 깨지듯 깨져나가고 있는 것을.
‘뭐야...?’
자신의 힘이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 깨진 공간 너머로는 검디검은 무(無)의 공간이 보였다.
‘멈출 수는 없다.’
상상을 초월한 현상을 일이키는 자신의 주먹을 멈추고 싶었지만 이미 발산된 관성(??)을 막을 수 없었다.
우오오오오!!!
백색마왕도 유천의 주먹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모든 힘을 끌어 모아 자신의 복부에 둘렀다.
압축까지 시킨 그 소멸의 백색방벽이, 닿는 모든 걸 지우는 힘이 유천의 검은 주먹(black fist)에 닿자 사라졌다.
그렇게 유천의 주먹이 백색마왕의 배에 닿았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
유천의 주먹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백색마왕도 없었다.
그 뒤의 시야에 닿는 숲도 없었다.
그 사이에서 이곳을 지켜보던 괴수도 없었다.
뭉실 떠 있던 구름들도 사라졌다.
유천의 시야에 보이는 건 검게 물든 황무지와 백색마왕이 사라진 후 돌아온 티보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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