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8)
* * *
팔라투에 검가의 서자이자 과거 하이랭커에 오를 거란 찬사를 들었던 빌런 듀블랑은 결국 벌레 죽듯 짓눌려 터져죽었다. 모두의 찬양을 받아야 했던 자가 유천의 발에 짓눌려 죽은 모습은 가히 섬뜩했다.
“씨, 씨팔...”
“미쳤군...”
“창조주시여...어찌하면 되겠나이까...?”
뚜벅뚜벅...
듀블랑을 밟아죽이고 유천은 나머지 빌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티보치나...어쩌다가 저런 자를 건드린 건가 대체...”
관문지기들을 이끄는 수장인 데이브가 티보치나를 타박했다.
“...제가 미쳤다고 저런 자를 건드리겠어요?!”
'이제와서 내 책임으로 몰아가려고 해? 지들도 방관해놓고?'
그녀는 이를 까득...물었다.
과거가 어떠했든 잘못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은 인간의 부정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람의 어두운 일면을 모아놓은 빌런다운 모습이었다.
"우린죽으면 안 된다. 주군의 대계에 우리들은 꼭 필요한 존재들이니까. 그리고 저 자가 한국에서 주군의 일을 방해하면 이 땅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어쩌라는 건가요...”
“가서 저 자에게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빌어라 살려달라고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고.”
“지금 뭐라고...!!!”
“너가 시작한 일 네 손으로 끝내라.”
“그럴 필요 없어.”
걸어오며 그 말을 들은 유천의 눈은 티보치나를 거쳐 관문지기들의 수장인 데이브에게로 향했다. 인상을 쓰고 있는 유천의 눈빛은 못 볼 것을 본 듯 한심함에 잠겨있었다.
“기사인척 고상한척 자신들은 이런 빌런들과 다른 척은 다 하더니 남의 명예보다 자신의 명예만 소중히 여기는 똑같은 버러지 새끼였네.”
어이가 없었다. 살인을 저지르는 녀석 옆에서 망 봐주는 놈도 똑같은 살인마다. 무슨 지금 와서 네가 잘못했으니 네 손으로 해결하라는 말이 나온단 말인가?
“네놈!우리를 모욕하지 마라!”
‘웃기는 놈들이야 제 욕 나오니까 본성이 튀어나오네.’
유천은 역겨워서 더 이상 이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모욕은 시발 좆 까시고요. 야 이제 귀찮다 니들 그냥 전부 다...”
“지금이다 뛰어!!”
“저건 또 뭐야...”
각시탈 맴버들은 어느새 작전을 짜고 있었는지 유천이 근처까지 오자 그를 돌아서 킬리언이 있는 문으로 전력으로 달렸다.
“어딜 도망가요!! 지금 계약을 어기는 건가요?!!”
“좆까 시발! 여기 있으면 어차피 뒤질건데 의뢰고 뭐고 알게 뭐야!”
“하하하하!!”
의리도 신의도 없다. 남의 목숨은 십 원짜리 동전 취급하면서 자기 목숨이 위협받자 모든 걸 져버리는 저 모습에 웃음만 나왔다.
놈들이 문으로 뛰는 것을 본 유천은 입을 열었다.
“킬리.”
알겠다.
킬리언이 문을 막아섰다. 입구는 오로지 그곳뿐 나머지는 수십 미터의 암석을 파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불가능한 경우뿐이었다.
‘시발! 저 놈보다 저 년 하나 상대하는 게 나아!’
어떠한 공격에도 상처하나 입지 않고 저 강력한 듀블랑을 손쉽게 죽인 놈보다는, 강할지라도 상처는 입는 킬리언이 낫다고 판단한 각시탈의 맴버들은 각자의 무기들을 꺼내들었다.
[백귀야행 – 동화(?化)]
“죽어라!”
회색 귀신들이 각시탈 맴버들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사라지고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마치 악마에 빙의 된 모습이었다.
동시에 킬리언에게 덤벼드는 그 모습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빌런 집단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았다.
킬리언은 등에 메고 있던 자신의 둔기를 들었다. 유천에 의해 부러졌지만 그래도 1m는 되는 크기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정면에서 건틀렛을 끼고 있는 놈이 덤벼든다. 그 오른쪽 측면에서는 쿠크리가 왼쪽에서는 단창이 절묘한 호흡으로 빈틈을 메운다.
빠르고 섬세하고 절묘한 공격이 숨통을 막는다. 하지만 빈틈이란 결국 상대적인 것. 킬리언은 놈들보다 훨씬 빨랐다. 상체를 오른쪽으로 숙인 후 정면의 상대를 왼쪽으로 밈과 동시에 오른쪽의 단창을 든 놈에게 둔기를 휘두른다.
후웅!!
끄아악!
쿠크리를 든 놈과 너클을 쥐고 있는 녀석들이 뒤엉켜 흐름이 깨지고, 킬리언이 휘두른 둔기에 단창과 함께 녀석의 상체가 날아간다. 유천이 더 이상 살려둘 필요 없다고 했으니 조심할 필요도 없었다.
그 사이에 다른 세 놈이 킬리언을 넘어 문으로 나가려고 한다.
쓰레기들이군.
적을 앞에 두고 등을 보이는 놈들의 행태에 인상을 쓴 킬리언이 몸을 돌렸다. 킬리언의 주특기는 폭발적인 가속도. 몸을 돌림과 동시에 하체부터 상체까지 회전을 걸어 둔기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두른다.
콰직!
일격에 셋의 머리가 날아갔다.
“저 년을 죽여!”
다시 문 앞을 막는 킬리언을 향해 리더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각시탈 리더의 목소리에 남은 놈들이 킬리언에게 덤벼든다.
마력이 넘실거리는 무기들이 향했다. 킬리언이라도 생체 장갑을 착용하지 않으면 상처 입을 만한 힘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냥감을 노리는 냉철한 늑대의 눈빛.
상체를 땅에 닿을 정도로 숙인다. 괴수 때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만들어온 자기류 투법에 따라 땅을 박찼다. 광풍과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눈에서 사라졌다.
“어, 어디야!!”
갑자기 상대가 사라짐에 당황한다. 서로 간의 호흡이 꼬인다. 옆으로 크게 돈 킬리언은 그들 사이로 발을 내디뎠다. 이제부터는 난전, 더 이상 일대 다수의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면 간단하다. 밥상을 차렸으니 수저만 들고 먹으면 된다.
휘익! 퍽! 콰직!
왼손으로 한 놈을 쥐어 던지고 둔기를 휘두른다.
크악! 커억!
그녀가 집어던진 녀석과 그걸 받은 놈이 동시에 피떡이 되었다.
“이런 시발 비켜! 걸거치지 말고!”
“너나 니 칼 좀 치워 이 새끼야!”
좁은 간격 안에서 서로간의 무기가 부딪쳐 공간이 제한된다. 그리고 그건 킬리언도 마찬가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둔기를 버리고 주먹을 휘두른다.
뿌드득!!
커억! 크억!
몸통은 잘못하면 팔을 고정시켜서 움직임을 방해할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목뼈만 부쉈다.
빠드득!
끄어억... 크악!
일격일살 태생 괴수다운 힘과 그녀의 속도가 순식간에 리더 한명을 제외하고 모조리 몰살시켰다.
아마 남들의 눈에는 태풍이 그들을 스치고 지나가자 모조리 시체가 되어버린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녀가 남은 한명을 돌아봤다.
이제 너만 남았군.
“미친...괴물 같은 년...”
홀로 남은 각시탈의 리더가 주변을 돌아봤다.
상체가 없는 놈, 머리가 없는 놈들, 그리고 목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온 채 혀를 빼물고 뒤진 놈들.
“이런 빌어먹을...”
그래도 최소 A등급부터 S+등급 정도 되는 녀석들이었는데 전부 하나같이 공평하게 죽어갔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본 것은 킬리언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옆으로 돌아 부하들의 가운데로 발을 들인 후 바람이 불었을 때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시발...”
킬리언이 피와 살점찌꺼기가 묻어있는 둔기를 들고 리더에게 다가갔다.
“이런 씨발!! 내가 만만해 보이냐!!”
시스템 상에 표기된 스킬이나 스탯 중 하나를 일정 선을 넘어 초월했다는 것을 증명하면 리브레스에서 랭커라는 자격을 수여한다.
그도 빌런이라서 받지 못한 것이지 백귀야행 스킬을 한 차례 초월시킨 랭커급이다.
[이매망량(????)]
스킬이 한 차례 초월하면 시스템은 다음 단계의 힘으로 유도해 준다. 그 방향성은 다양한데 그가 백귀야행을 초월시킨 후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것이 이매망량이다.
귀신들이 하나로 모여들고 뭉쳐져 거대한 해골 기사가 나타나 킬리언과 그의 사이에 나타났다.
크어어어...
공방의 천장에까지 닿을 키에 눈이 있어야 하는 곳에서는 푸른 불꽃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지간한 나무보다 거대한 길이의 철퇴를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뒈져!!”
각시탈 리더의 명령에 해골기사의 철퇴가 공기를 가르며 킬리언에게 다가온다.
‘맞으면 안 되겠군.’
저 압도적인 무게와 크기를 지니고 바람을 가르며 떨어지는 철퇴는 생체 장갑이 없는 그녀에게 치명적이다.
‘뚫는다.’
킬리언은 무릎을 살짝 굽히고 마력을 다리에 집중시켰다. 빠드드... 발목과 무릎에서는 과도하게 실린 마력과 힘에 마찰음이 들려온다.
‘최대한 빠르게.’
콰광!
철퇴가 머리 위까지 온 상황에 그녀는 강하게 발을 박찼다. 땅이 파이고 마력의 동심원을 발생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간 킬리언을 해골기사의 뒤에서 상황을 보던 각시탈의 리더는 놓치고 말았다.
‘어디...!!’
콰직!!
어...?
그의 귓가에 무언가에 박살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공방이 광겅이 회전했다.
‘아...아니다...도는 건...공방이 아니라...’
곧 바닥에 떨어진 그는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었다.
*
이런 너무 쉽게 죽었나?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킬리언을 보고 유천은 생각했다.
‘저거 그 기술이지?’
그녀가 사라지고 순식간에 죽은 저 놈 앞에서 나타나는 걸 보고 강원도에서 정면에서 달려옴에도 순간 그녀가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던 그 보법을 떠올렸다.
그때와 같이 이번에도 킬리언은 엄청난 속도로 일순간 연기 같이 사라졌고 그 직후에 흐릿하게 각시탈 리더 앞에 나타났고 머리가 박살났다. 말 그대로 신속. 아마 놈은 무엇에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저건 지금도 여전히 안 보이네...’
킬리언 투법의 ‘신기루’ 순간 가속도에 일순간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현상에 그렇게 불린다고 그녀가 말했었다.
‘저건 어떻게 하는 건지 돌아가서 킬리언에게 물어보고 일단은...’
“자 이제 누가 올래?”
그렇게 순식간에 정리된 각시탈을 한번 훑어보고 유천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머지 빌런들에게 말했다.
“꼭...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관문지기의 수장인 데이브가 식은땀을 흘리며 유천에게 말했다. 비겁하기까지 하더니 겁도 많은 놈이었다.
“뭐? 하하...야...니들이 저 사람들을 저렇게 만든 시점에서 이미 그건 끝난 얘기야.”
유천은 협회의 조직원들이 들어있는 마대자루를 가리키고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들 나 때문에 저 꼴로 만들었다며? 이미 타협의 여지는 거기서 끝났어. 장담할게 너희는 비참하게 죽을 거야.”
“허허...그자들을 그렇게 만든 건 폴른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오빌!!”
‘저 빌어먹을 종교쟁이 놈이!!’
조용히 어떻게 살아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던 검은선자들의 주교 오빌이 자신들은 발을 빼겠다는 말을 돌려 말하자 티보치나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유천은 그녀를 무시하고 검은 사제복을 입고 인자하게 웃고있는 백발 중년남자를 쳐다봤다.
“그래. 발을 빼시겠다?”
“허허 그런 의미가 아니지요. 우리는 창조주를 모시는 자들이오. 어찌 창조주의 피조물에게 그런 악독한 짓을 행할 수 있겠습니까?”
‘뻔뻔한 새끼들.’
오빌이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뻔뻔하게 말하는 것에 유천은 역겨움을 느껴 인상을 쓰다가 그들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훑어봤다.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검은 선자들이었군.’
유천은 어쩐지 놈들을 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창조주를 모신다는 말에 이들이 누군지 깨달았다.
‘라스트 레거시의 유명 빌런 집단 중 하나를 직접 보니까 또 묘한 기분이네.’
검은 선자들, 그들은 창조주를 믿는 자신들 말고는 모든 종교를 이단으로 취급하는 독선적인 종교집단이다.
그들은 스스로 창조주의 아들이라고 칭하는 교황이라는 노괴(??)와 그의 아래에 멸세와 창세 계파가 나누어져있다.
세상을 멸하고 재창조된다면 창조주께서 돌아온다는 그들의 말도 안 되는 교리에 의해 그렇게 나누어진 것이다.
각 계파에는 성자와 성녀가 각각 하나씩 수장을 맡고 있고 그 아래에 대주교 주교 그리고 일반 신도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오빌의 가슴팍에 있는 두 개의 별이 달린 검은 십자가는 놈이 주교라는 것을 의미하고 주교는 보통 랭커급 빌런이다.
“왜? 아까는 창조주께서 나보고 악마새끼라고 하셨다며? 그럼 심판하셔야지 않나?”
“허허허 그런 줄 알았는데 창조주께서 이 몸에게 시험을 내리신 것이더군요.”
“아하 그러니까 너의 창조주께서 거짓말을 했다?”
‘직접 들으니 어이가 없는 새끼들이네...’
유천은 저 제멋대로식 해석에 헛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일단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는 다르게 사이즈가 꽤 큰 녀석이었으니까.
“말씀이 좀 지나치시군요...당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분입니다. 그리고 거짓이 아닙니다.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신 거지요. 그러니 그런 말씀 어디 가셔서 하시면 안 됩니다. 아셨습니까?”
오빌은 인상을 찌푸리며 유천에게 훈계하듯 말했다.
‘그래...저래서 놈들이 빌런인 거지.’
저게 바로 놈들이 빌런으로 지정된 이유다. 처음 악마라고 칭하면서 지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하던 때가 언제고 지금 와서는 창조주께서 시험에 들게 하신 거라고 한다. 누가 들어도 개소리에 불과하다.
문제는 저 검은선자들이라는 놈들은 저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창조주의 이름을 등에 업고 중앙세계에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약하고 영향력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검은선자들은 중앙세계 5대 빌런 집단으로 꼽히는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신성연합도 저 놈들의 압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각 차원의 종교들이 힘을 합쳐 생긴 것이니 말 다한 거지.’
아마 지구에 이놈들이 있는 것도 이곳의 종교를 공격하려고 온 것이거나 이미 한 상태일 것이다.
‘어떻게 한다?’
놈들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저 주교급이 지구에서 죽으면 검은선자들에서 조사가 들어올 것이다.
“형제님께서 이 시험을 이해하시고 저희를 보내주신다면 제가 나중에 성자님께 말씀드리지요. 여기에 창조주를 열렬히 믿는 신도가 있다고 말이죠. 허허허!”
‘이 새끼 봐라?’
유천은 인자하게 웃는 그를 보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저 멸세 계파의 정점에 있는 성자를 언급한 것은 오빌이라는 놈이 지금 유천이 자신을 알아본 것을 눈치 채고 자신이 죽으면 나중에 그들이 올 거라고 협박함과 동시에 최고 인사권자인 성자에게 유천을 검은 선자들에 들어올 수 있게 말해준다고 회유하고 있었다.
‘그래 분명 놈들을 건들면 위험해진다.’
유천은 저 놈을 건들면 일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다.
‘놈의 말대로 성자에게 선이 대져 있다면 멸세 계파는 분명 지구에 관심을 가질 거다. 그렇게 된다면 수십 수백의 랭커급 빌런들이 지구에 풀리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는 대 주교급 놈들이 올 수도 잇겠지...’
유천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마치 자신의 협박이 통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오빌은 웃으며 다가와 유천의 양팔을 턱하고 잡았다. 마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하하! 보아하니 유천님께서는 역시 창조주의 열렬한 신자셨나 보군요. 나중에 제가 성자께 직접...”
“하나만 물어봅시다.”
“흐음...주교에 대한 예절은 나중에 본단으로 가셔서 받으셔야겠군요. 예 물어보십시오.”
벌써 유천을 검은선자들의 신도라고 생각하는지 주교인 자신의 말을 끊은 것에 오빌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가 풀렸다.
유천은 그 모습을 무시하고 말했다.
“제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울리는데 이것이 그분의 목소리 입니까?”
“오!! 맞습니다! 벌써 창조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역시 그분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시군요! 그분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걸로 확실히 유천이 자신의 회유에 넘어갔다고 생각한 오빌이 아마 기대하는 말은 ‘자신의 시험이었노라고, 그러니 대리자들을 돌려보내달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일 것이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개새끼 대가리부터 날려버리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그게 무...”
[요새 부수기]
콰아아아앙!!!
유천은 그대로 오빌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