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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마법이다-31화 (31/116)

〈 31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7)

* * *

“헉헉...”

“하...쉬불...”

듀블랑의 검강이 만든 충격파 공방을 덮치고 간신히 막아낸 각시탈과 검은 선자들은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곤란하게 됐어요.’

티보치나는 공방을 둘러싼 방벽형 주술식이 전부 부서진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시 확인해도 머리가 아파 한숨을 쉬었다.

내부 방비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숨겨주는 역할을 하던 것이 부서졌으니 마력파동을 인천에 있는 각성자들이 전부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협회 또한 마찬가지 일 거고.

유천에 대한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았다. 미완성이라도 무려 검강이다. 검을 다루는 하이랭커들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에 상체가 베였다. 지금까지와는 경우가 달랐다. 거인왕이라도 아무런 방비 없이 저걸 맨몸으로 맞으면 살 수 없다.

‘뒤처리가 문제네요.’

곧 양하연과 이지연을 위시한 협회의 각성자들이 들이닥칠 것이었다. 그러니 재빨리 쓰러져 있을 듀블랑과 공방에서 중요한 몇 가지만 챙긴 후 다른 아지트로 몸을 피해야한다.

‘그런데도 이 자들은...’

티보치나는 각시탈의 리더를 쳐다봤다.

“아니 씨벌 이봐 당신들, 당신들은 왜 안 돕고 가만히 계셨소? 응?”

죽을 뻔 했다는 사실에 흥분한 각시탈의 리더는 티보치나의 앞에 선 채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던 관문지기의 수장에게 따졌다.

“우리가 받은 명령은 이 여자를 지키는 것이지 너희들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이런 개싸가지 새끼들이 뭐? 그니까 우린 뒈져도 된다 뭐 이거야?”

“천박한 놈... 그 입 조심하라.”

“뭐 이 새끼야?! 시발 당신들이 잘나신 중앙세계 나으리면 다여?! 그래봤자 같은 빌런 주제에 어디서 고상하게 척 굴고 지랄이셔!! 어?!”

“...더 지껄여 보거라 다신 말 못하게 해줄 테니”

“그만하세요.”

티보치나가 이제는 무기를 들 것처럼 보이는 둘을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렸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해요. 곧 양하연과 협회의 각성자들이...”

­어딜 간다는 건가?

그때 귀에 들리면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티보치나는 잘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포함한 이 자리에 있던 자들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죽을 뻔했다.

그러나 저 목소리의 주인은 홀로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충격파를 맞았다. 살아있을 리 없다. 티보치나는 문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말도 안 돼...”

상의가 찢어지고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봤자 생체기에 불과한 수준 저 여전히 아름다운 여인은 멀쩡히 반쯤 부서진 문 앞에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고유천 저자가 죽기 전에 충격을 거의 흡수해서 저 방향으로는 충격파가 얼마 안 갔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유천이 힘을 전부 감당한 결과로 그들이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것을 모르는 티보치나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건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 최악의 경우는... 저 거리에서 홀로 그걸 견딜 능력이 된다는 것이고...’

그 경우에는 저 여자는 여기 있는 전원이 죽을 각오로 혈전을 벌여도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이다.

거기에 각시탈과 검은 선자들은 방금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힘을 쏟아 부어 꽤나 지친 상태. 이 상태에서 설령 저 여자와 싸우고 간신히 이긴다고 해도 밖에는 협회가 있을 것이다.

‘일이 더욱 어려워졌어...’

이대로라면 그분은 여기 있는 관문지기들과 듀블랑 그리고 자신을 잃는다. 그렇게 되면 그분의 대계가 어그러져버린다.

‘협상해야 돼.’

어차피 유천은 죽었다. 저 여자가 더 이상 이곳에서 자신들과 싸울 이유는 없다.

“그쪽 분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 가요?”

­킬리언이다.

“네 킬리언씨 당신도 호위대상이 없는 이상 여기서 저희와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 없지 않을까요?”

티보치나는 저 둘이 무슨 관계인지는 모른다. 듀블랑의 반응을 보면 연인 관계라지만 최대한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불에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호위라는 좀더 업무적인 요소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재앙에 가까운 힘에 살아남으신 것을 보아하니 지구가 아닌 중앙세계 어디 고명한 집안의 기사 분이신 거 같은데 여기까지 하시는 게 어떨까요? 대신 나중에 저희가 중앙세계로 돌아가면...”

­그렇군. 너희는 유천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나보군.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그 자는 죽었어요. 어째서 그 자와 당신 같은 분들이 이런 시골차원 조그마한 나라의 협회를 돕는지는 모르지만 애초에 저희의 일에 먼저 개입하신 건 그쪽이에요.”

티보치나 만약 유천과 킬리언이 저 정도의 강자들이었다면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만한 병력을 준비한 건 함정일 것을 대비한 거지 상대가 저런 상위 랭커정도 되는 자가 둘이나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자들이 미쳤다고 이런 시골 차원의 일에 개입하겠나?

백색 마왕 또한 전쟁 중에 장교들이 생포될 경우를 대비해서 착용하고 다니는 권총 같은 개념으로 준비한 거다. 하지만 그들 중에 정말 죽음을 각오한 자들이 얼마나 될까?

티보치나 또한 애초에 죽을 각오 따위는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예상이 어그러졌다. 정말 잘못하면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몸을 스쳤다.

그러니 저 킬리언이라는 여자와 부딪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먼저 사과드릴게요. 당신들을 모욕한 점이나 킬리언씨 당신의 호위대상을 죽인 점도 그러니 가문을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사과하러 찾아...”

­유천 듣고 있겠지? 어떻게 생각하나? 저 여자 아무리 봐도 그대가 죽었다고 여기고 뻔뻔하게 넘어가려 하는 것 같다만?

“뭘 어떻게 해 저년 빼고 다 죽여야지.”

‘뭐...!’

티보치나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킬리언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경악을 느꼈다. 절대로 들려올 리 없는 목소리에 그곳으로 녹슨 인형마냥 목을 돌렸다. 그곳에는 유천이 듀블랑의 머리를 잡고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이게 무슨 씨벌...”

“......”

입을 연 티보치나와 각시탈 뿐만이 아니다. 아직 스스로를 기사라고 생각하는 관문지기도 창조주만이 진짜 신이라고 믿는 오만한 검은 선자들도 모두가 같은 것을 느꼈다. 유천이 저들이 느꼈으면 하고 바랐던 바로 그 감정을 말이다.

“어딜 감히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려 하나? 빌런새끼들이.”

툭­!

유천이 땅에 집어던진 듀블랑의 상태는 매우 참혹했다. 온몸에는 시퍼런 피멍이 울긋불긋 솟아나있었고, 핏줄은 터져나가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누가 봐도 죽은 시체 몰골이었지만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보면 살아는 있었다.

“어때? 아직 뭐가 더 남으셨나? 있으면 더 꺼내봐 한번.”

살소를 지으며 말하는 유천은 멀쩡해도 너무 멀쩡했다. 상의가 없어진 유천의 상체에는 가벼운 칼자국 하나 없었다.

““......””

그 자리의 모두는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문 막아.’

‘너희들은 거기서 기다려 이거 다음에는 너희 차례야. 킬리언 도망가는 놈이 있으면 산 채로 잡아와.’

‘아직 너희 차례 아니야. 기다려.’

개소리로 치부하고 비웃은 그의 말들이. 그때와는 다른 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가리 닫고 있어 쓰레기년아 넌 제일 마지막이야’

‘이, 이건 아니야...’

그리고 그건 티보치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얼마 안 된 기억들을 떠올린 그들은 자연스럽게 도망갈 길을 찾았다. 그리고 유일한 퇴로는 킬리언이 막고 서 있었다.

“씨발...뭔가 잘못 됐어...”

“중앙세계에 있어야 할 자들이 왜 이런 곳에 있단 말인가...”

결국 도망가려면 저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문지기들도 허탈한 음성을 내뱉었고, 검은선자들은 눈을 감고 이 상황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처음 저들이 저 문 너머로 들어왔을 때 이들은 사냥감이, 먹잇감이 들어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여자도 저기 멀쩡히 살아있는 놈도 중앙세계에서도 한 지역을 차지할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여기 있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도 되지 않는.

그제야 모두가 확실히 깨달았다. 가호라고, 연기라고 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진짜였다고. 그때 모두가 흩어져 도망갔어야 했다고 차라리 그랬으면 일부라도 살았을 테니까.

­유천 그대의 의도는 성공한 거 같군.

“...뭘 말하는 거야...?”

­그렇게 다 티 내놓고 그러는가? 그대가 죽이고자 했으면 이미 저놈들은 육편이 되었을 것인데 봐라 살아 있지 않은가?

킬리언이 공포에 빠진 빌런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공포에 허우적거리다가 죽기를 바라다니. 꽤나 악취미를 가졌군. 유천

“......이놈이나 저놈들이나 사람취급 안 하기로 했으니까.”

이미 저들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을 때 유천 또한 저들을 사람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저들이 그걸 바라면 그렇게 해줄 것이다.

­그놈도 고문할 건가?

킬리언의 말에 밑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듀블랑을 바라봤다.

“음...아니 안 그래도 될 거 같아.”

이미 목표는 이뤘다.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 이제부터는 잔혹한 처형식만이 남았을 뿐이다.

꾸욱...

유천은 듀블랑의 머리에 발을 올렸다. 발에 천천히 힘을 줬다. 이들이 고통을 받으며 죽기를 바랐으니까.

“크아아악! 그만하라!”

“싫어 임마.”

프레스기에 머리가 짓눌리는 느낌에 역전의 용사 같이 생긴 거구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유천의 발밑에서 질질 짜고 있었다. 꼴 보기 싫은 모습인 동시에 유천이 바라던 모습이었다. 다시 말하건대 그는 그냥 목숨만 뺐을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모든 자존심 자긍심 그 모든 걸 빼앗고 죽일 생각이었다. 빌런이 가지기에는 사치스러운 것이기에.

콰드득...

“끄아악 그만해!!”

콰드득...

“제발! 아파! 살려줘!”

콰드득...

“사, 살려주세요! 제발!!”

콰드득...

“키,키크키기기긱 주,죽기 시르어어어...”

그렇게 듀블랑은 고통에 발버둥치고 비굴하게 빌다가 천천히...아주 천천히...짓누르는 유천의 발에 의해 처참하게 죽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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