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힘이 마법이다-30화 (30/116)

〈 30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6)

* * *

“저 공격에서도 살아남는다고...?”

“대단한 가호군...”

티보치나가 본 듀블랑의 참격은 그녀가 가진 그에 관한 정보를 모두 수정해야 할 정도로 예상을 상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멋대로 의뢰를 어기려고 하는 행태에 분노했다. 유천이 저것에 맞고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듀블랑의 당황한 음성과 유천이 멀쩡한 모습으로 검날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저렇게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가호가 있을 수 있는 지 놀랐다.

하지만 그때는 놀라는 정도에서 끝났다. 저 정도는 정말 최상의 가호라면 그럴 수도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 다음 듀블랑의 두 번째 공격이 더욱 놀라웠었다.

그 거대한 화염의 검. 그걸 보고 어째서 그 분이 저 통제 불능의 짐승 같은 자를 데리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분명히 상위권 랭커의 힘이었다. 그분에게 구해졌을 때만 해도 간신히 중위권 랭커였던 걸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성장세였다.

저 거대한 폭염의 여파로 20%에 해당하는 방벽형 주술식이 파괴되었고 자신은 분풀이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티보치나는 듀블랑이 그분의 대의를 위해서 필요한 자라는 걸 깨달았으니 참기로 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죽었겠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대단한 가호였다.”

“저건 확실히 계산식을 벗어난 힘이니까요.”

‘바벨의 재앙’이 끝나고 모든 언어가 통합되고 상태창이라는 시스템이 나온 지 수 만년, 수많은 천재들은 가호라는 이해 불가능한 힘을 다양하게 연구했다. 그 중에 하나가 ‘가호계산식’이었다.

가호의 힘과 조건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숫자로 치환한 후 플러스 마이너스로 계산한다. 그렇게 계산한 세상 모든 가호들은 0부터 1000까지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계산식의 핵심이다.

즉,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가호는 그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수만 년 전 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호에 대한 정설이다.

그렇기에 듀블랑이나 티보치나와 같이 중앙세계 출신들은 저유천의 가호가 한정된 시간이나 일정 범위 이하의 힘이라는 조건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기서 살아나면 가호가 아니죠. 하...짜증나네요. 주술식 복구에 돈이 얼마나...”

­고민했어. 너희가 어떻게 해야 나를 두려워할지 어떻게 하면 살고 싶어서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게 만들지 말이야.

“어...아니 무, 뭐...뭐...? 살아...있다고...?”

그러나 저 열풍을 동반한 연기 너머로 유천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귀를 의심했고, 연기가 걷히고 여유롭게 듀블랑의 검을 한 손으로 붙잡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그녀의 비상한 머리는 깨달았다. 애초에 전제 조건이 잘못되었다는 걸.

“가호가 아니었던 거야...?”

“그게 말이 되나...?”

수만 년간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던 계산식이다. 지금에 와서 틀렸을 리는 없다. 그렇다는 건 유천에게는 애초에 그런 가호가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육신 스탯이 도대체 얼마나 된다는 거지...”

상위권 랭커의 공격을 어떠한 방어도 회피도 없이 온전히 몸으로 떼울 정도의 육신 스탯이 어느 정도여야 할지 티보치나는 계산해 봤다.

“주, 죽여야 해요...”

결과는 터무니없었다.

과거 거인왕 오르드가 무신(??) 아르벨라의 직속 비서이자 하이랭커인 천궁(??) 유라의 화살을 맨몸으로 받아낸 사건이 있었다.

거의 도시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를 곡사로 정확히 타격한 유라 또한 대단했지만, 그 유성 같은 공격을 맨몸으로 막아낸 거인왕 또한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유천의 모습은 그 거인왕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물론 듀블랑의 검격과 유라의 화살에는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었지만, 유천 또한 마력을 전혀 외부로 운용하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저 녀석의 육신 스탯은 그 거인왕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 입! 닥치란 말이다!!!!”

그때 강력한 공격을 한 대가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듀블랑이 갑자기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유천의 손에서 벗어났다.

마치 아직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뒤로 물러나 정수리 위 일직선으로 검을 들어 올린 후 아까보다 더욱 강력해진 화염 폭풍을 만들어 극한으로 압축시켰다.

그리고 나타난 검강, 모든 검사들의 꿈과 같은 절기의 등장에 모두가 경악했다.

“검강?!!”

“호오! 듀블랑공이 저렇게 강하셨소?”

“놀라운 일이군...주군께 아주 큰 힘이 되겠어.”

온 몸에서 솟구치는 증기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핏줄을 보면 굉장히 무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검강이다 검을 쓰는 하이랭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의 가치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콰르르릉...!!

“이봐요!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저 힘! 우리까지 다 죽이겠어요!”

역시 아직 일개 랭커에 불가한 그가 만들어낸 검강이어서 그런지 불안정했고 거기서 나온 여파에 공방이 부서져갔다.

저 검강이라면 괴물 같은 육신을 가졌지만 마력은 다루지 못하는 걸로 보이는 유천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그 폭발력에 랭커급인 각시탈, 검은 선자들, 관문지기의 수장들 말고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죽을 것이다.

“듀블랑!! 멈춰요!!”

티보치나가 소리 쳤지만 그때는 이미 공포와 분노에 이성을 잃은 듀블랑은 손에 든 검강을 인상을 쓰고 있는 유천의 머리 위로 내려찍기 시작했다.

“이이익!! 정신 나간 놈이!! 우리도 다 죽일 거냐고?!!”

이미 검강의 여파만으로 절반 가까이 파괴된 방벽형 주술식은 저 힘의 여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후 그녀는 이를 갈며 품에서 주술식이 그려진 부적들을 던졌다.

[소환형 주술식 – 뚫리지 않는 방패]

상상계에서 소환된 반투명한 거대한 방패가 전면을 가렸다.

[소환형 주술식 – 그림자 인형]

방패 뒤에 소환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는 검은 인형이 나타나 그림자를 퍼뜨렸다.

­­­­­­!!!

검강이 유천을 가슴팍에 닿는 순간 언어로 표현이 안 되는 굉음이 공방을 울렸다.

“큭­!!”

유천이 인천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힘을 감쌌지만 남은 여파가 방벽형 주술식을 순식간에 부수고 방패를 덮쳤다.

콰과광­!!

검강의 파편과 파동에 부딪친 방패에서 쩌적­! 소리와 함께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뚫리지 않는 방패라고 하지만 그건 상상계의 법칙. 현계에 소환된 이상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두세 번 더 방어한 방패는 결국 부서져 가루가 되었고, 이제 앞을 방어하는 것은 그림자 인형밖에 남지 않았다.

그림자 인형은 퍼뜨린 그림자에 닿는 모든 것들을 흡수해 그림자 공간으로 옮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본래라면 무한해야 했지만 현세에 소환된 대가로 일정량 이상을 흡수할 수가 없다.

“당신들은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예요!! 막으란 말이야!!”

곧 가득 차 사라질 거 같은 인형을 보고 티보치나가 빌런들에게 소리 질렀다.

“이런 시벌!!”

“창조주시여! 당신의 대리자들을 보호하소서!”

[백귀야행 융합기 – 귀곡 안개]

[파괴의 장벽]

각시탈의 회색 귀신들이 전면에 운무를 그렸고, 검은 선자들 중 멸세(?世)계파 특유의 검은 성력의 벽이 안개 위로 떠올랐다.

관문지기들은 자신의 주군의 명령에 따라 티보치나를 지키기 위해 그 앞을 막고 있었다.

쿠콰과과광­!

결국 그림자 인형을 뚫고 들어온 검강의 파편과 충격파가 각시탈과 검은 선자들이 만든 장벽과 굉음을 내며 충돌했다

*

쿠구구궁...

“어? 뭐야?”

“지진?”

“꺄악!”

인천에 사는 주민들은 땅이 흔들리자 지진이 일어난 줄 알고 집안 탁자 밑에 숨거나 대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을 느낄 수 있는 각성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인천 어딘가에서 거대한 마력파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길드나 빌런 거기에 타국가의 정보원들까지 그 즉시 파동의 발생지를 찾기 위해 나섰다.

“하연씨! 진원지는 어디에요?!”

“저희랑 가까워요. 저기에 있는 관교동 폐교 지하요!”

그리고 그건 양하연과 이지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관교동...등잔 밑이 어둡다더니...빌런놈들한테 농락당했네요...”

폐건물 옥상에서 이지연은 입술을 씹으며 지도를 노려봤다.

관교동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협회의 영향력이 있는 곳이었다. 옛 인천통합터미널이 위치한 곳에 협회의 인천지부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폐교의 지하에 놈들의 아지트가 있었다는 말에 이지연은 분노했다.

“주술사가 생각보다 뛰어났어요...아이들이 도저히 위치를 찾지 못하더라고요...”

양하연은 킬리언과 유천이 티보치나의 공방으로 떠나자마자 바람의 상급정령인 윈드네스와 땅의 상급정령인 노우렌에게 부탁해 인천 전역을 뒤져 킬리언과 유천이 어디 있는지 찾아달라고 했다.

윈드네스와 노우렌은 자신보다 하위정령들 수백을 풀어 양하연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했지만, 티보치나의 은폐는 상상이상으로 뛰어났다.

결국 그 공방이 있는 공간을 은폐하겠다는 계획은 실행하기도 전에 마력파동이 퍼져나가 실패하고 말았다.

‘아마 온갖 곳에서 찾으려고 나왔겠지.’

“하연씨 일단 지금이라도 마력파동을 은폐해 주세요.”

“네 이미 인천 전역에 퍼져있는 정령 결계를 전부 그리로 돌렸어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이 있는 위치와 공방이 가까웠다는 점이고 양하연이 새어나오는 마력파동을 재빨리 틀어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해요.”

“네?”

양하연이 은폐가 뚫린 틈으로 정령들을 보내 확인한 공방안의 빌런들의 전력은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다.

“빌런들의 전력이 저희가 예상한 것 초월할 정도로 강해요. 거기에...제가 기억하는 힘도 느껴져요.

중앙세계에서 느껴본 적 있는 이 독선적인 성력과 과거에 한국에서 느껴본 이 더러운 마력까지요...”

양하연의 녹색 눈동자는 살벌한 빛을 띠고 폐교가 있는 곳을 노려봤다.

“위험한 자들입니까?”

“네 아주요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지연씨도 아는 자들일 거예요.”

“누굽니까”

“각시탈.”

그 말에 이지연의 표정이 살벌해졌다. 각시탈, 모를 수 없다. 한국에서 그 정신병자들을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믿을 수 없지만 그때 소탕한 각시탈들은 잔챙이였던 거 같네요. 저와 비슷한 크기의 힘을 지닌 자와 나머지는 죄다 A등급 이상이네요. 그리고...”

“나머지 전력은 어떠합니까?”

“랭커급 셋에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강자가 삼십 그 이하로는 백여 명이 있어요. 그리고 랭커 중 하나는 협회장님이나 국장님 그리고 제가 힘을 합쳐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말도 안 돼...”

이지연은 경악했다. 본래 작전대로라면 많아봐야 랭커급 하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넷에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강자가 삼십이라니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을 전력이었다.

이지연은 그에 재빨리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눌러 어딘가로 연결했다.

“일단 하연씨는 계속 그 주변을 은폐하고 접근을 막아주세요. 날파리들이 끼어들지 못하게요. 저는 협회장님께 협회 인천지부를 움직여 시민들을 대피시켜달라고 요청 드리겠어요.”

“네 그렇게 하죠.”

양하연은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결계의 힘과 정령을 총동원하여 폐교 지하로부터 나오는 힘을 막는데 집중했다.

“지연이? 무슨 일...”

“협회장님 급한 일입니다. 협회 인천지부를 움직여 시민들을 대피시켜주세요.”

“...요약해보게.”

“네 그러니까...”

*

“심각하군...거기에... 각시탈 그놈들이 살아있다고?”

이지연의 보고를 들은 이만성은 침음을 흘렸다.

“협회장님 급합니다. 지금 당장 인천지부 협회원들과 경찰인력을 동원하여 시민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유천씨와 킬리언씨를 저희가 도우러 갈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협회원들은 바로 움직이게 할 거고 경찰쪽에는 내가 연락을 넣지 허나 지연이 너랑 하연양이 그를 도우러 가는 건 허락할 수 없네.”

“협회장님!”

이지연은 유천을 돕지 말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그와 킬리언양은 강하다네. 너랑 하연양이 전투에 개입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보조를 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돼.”

‘이 아이가 이러는 건 처음 들어보는군...’

이만성은 처음 들어보는 이지연의 고함소리에 놀랐으나 침착하게 말했다.

“그 둘이면 어지간한 랭커 수십도 상대할 수 있을 게다. 거기에 도경이도 그쪽에서 일이 생긴 걸 알았을 거니까. 곧 연락이 오겠지. 그럼 서울에서의 일은 내가 처리하고 그 녀석을 보내줄 테니 걱정 말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거라. 알겠니?”

“네...죄송합니다...”

“허허...아니다 서로 바쁠 테니 일이 다 끝나고 나중에 돌아와서 도경이랑 같이 식사나 한 끼 하도록 하지. 아 그리고 유천이 그와 연락이 된다면 각시탈...죽이지 말고 제압해달라고 내가 부탁한다고 말 좀 전해주게...”

이만성은 과거 그들이 한 짓을 잊지 않았다. 하물며 그 수뇌부가 멀쩡히 살아있다면야...

뿌득­!

‘그놈들은 사형대에 올라가야 한다. 국민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나중에 봬요...”

뚝­

이만성은 이지연이 부끄러워하며 말한 안부인사에 순간 멍해졌다.

“......그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지연에게서 더 이상 얼음 같은 단단하게 굳은 느낌이 아닌 죄송스러움과 부끄러움과 같은 감정이 흘러나왔다.

좋은 일 때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딸 같은 아이가 사람다운 모습을 되찾은 것이 내심 기뻤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김 실장!”

“네 협회장님”

“인천지부장에게 연락해서 협회원들 총동원해서 인천 관교동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키라 이르게. 경찰 쪽에는 내가 연락하지. 아! 그리고 언론 그 눈치 빠른 모기놈들도 곧 인천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될 테니 내 이름 대고 관련 정보 전부 엠바고 걸어버려.”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부하직원이 이만성이 시킨 일을 하러 나가자마자, 아까 이지연과 통화했던 스마트폰에는 그녀의 아버지인 이도경의 번호가 찍힌 채 울리고 있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긴다 했더니 다시 바빠지겠어...”

이도경을 인천으로 보내고 자신은 정부와 길드 경찰 언론 등의 인사들을 하나하나와 연락을 해야 하고, 동시에 인천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

“후우, 늙을 만큼 늙어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빨리 은퇴하고 경아 그 아이나 보살피며 살고 싶군.”

이만성은 그렇게 한숨을 내쉰 후 다시 바빠져 보지 못할 자신의 아픈 손녀딸을 떠올리며 다급하게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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