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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마법이다-26화 (26/116)

〈 26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2)

* * *

회색 빛 건물들, 쩍쩍 갈라진 아스팔트 위로 기분 나쁜 습기가 흐르는 인적 하나 없는 이곳에 킬리언과 유천이 서 있었다.

유천은 시계를 봤다. 11:59 정확히 정오를 일분 남겨 놓고 있었다.

거의 다가온 시간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주먹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그를 보며 킬리언이 물었다.

­긴장 돼?

남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는 부드러운 물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별 다를 게 없었겠지만 그녀였기에 특별했다.

하지만 슬슬 눈치라는 것이 는 그녀의 눈에 유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혔다.

­또 그때 생각하지?

도끼눈을 한 채 쳐다보는 노려보는 킬리언. 화가 나 원래 어투로 돌아가기 전에 유천은 사과했다.

“크, 크흠 미안해”

­걱정한 내가 바보야 아주...

“걱정 안 해도 돼 마음의 준비는 끝났어. 그냥...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유천은 눈을 감았다.

준비는 끝났다. 겉으로는 잘 찢어지지 않는 섬유로 만든 타이즈 형태의 각성자 전용 전투복과 그 위로는 양복을 입었다. 둘 다 유천에게나 킬리언에게나 도움이 되는 복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외형 또한 마음가짐. 상대에 맞게 칼날 같은 냉철함을 담을 수 있다.

안으로는 강원도에서 죽였던 빌런을 마주한다. 외면하지 않는다. 그때 남은 손의 감각, 절망에 찬 비명, 비릿한 냄새, 미세한 철 맛, 그리고 검붉게 물든 땅까지. 그 오감을 계속해서 재생시켰다. 아마 지금 갈 곳에서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한 것을 경험하게 되겠지. 내 손으로 그리 만들 것이고. 하지만 나는 살인귀가 되지 않는다. 익숙해진다. 둔감해지지 않는다.

정리가 끝났다. 유천은 눈을 떴다.

­정리는 다 됐나?

“어 끝났어.”

10초도 안 되는 시간 모든 정신 무장을 끝낸 후 유천의 눈은 단단해졌다.

­다행히군.

“응?”

­저기 안내자가 온 것 같네.

킬리언이 손으로 가리킨 곳 30m 전방 골목에서 거적때기를 걸친 거지가 아니, 저 살기 가득한 눈빛만 아니었으면 거지라고 오해할 만 한 자가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에게 통로를 열어준 그 자였다.

그대로 골목으로 돌아가는 남자. 따라오라는 것 같았다.

“......가자”

­그러지.

“......근데 킬리야 너 혹시 말투...”

­닥쳐...

참 반응이 귀엽다는 시답잖은 생각을 한 후 다시 표정을 굳히고 남자가 들어간 골목으로 향했다.

음침한 골목, 우울함에 잠겨 시궁쥐만이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다.

그 골목 저 편에 아까 그 남자가 있었다.

유천과 킬리언은 안으로 들어갔다.

­음? 호오...

“왜 그래?”

­인간들은 재밌는 기술을 가지고 있구나.

그 말과 동시에 사방 그림자에서 흑의를 입은 자들이 나타났다. 수는 대략 오십. 옷은 무협지에 나오는 암행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반고(?古)의 무인들이네.’

반고(?古), 간단하게 말하면 무협지에 나오는 무림 같은 차원이다. 13위원회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강대한 차원 중 하나이기도 하고.

저런 시대착오적인 옷을 입고 다니는 녀석들은 그쪽 출신이거나 스승이 그쪽 출신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흑의를 입은 놈들이 골목골목 도망갈 수 있는 통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어차피 도망갈 생각이 없던 둘은 그 자들을 무시하고 안내자에게 다가갔다.

“겁도 없는 놈들...주제도 모르고 감히 우리를 건드리나?”

거적때기를 입고 정리가 안 되어 막 자란 머리를 한 부랑자가 눈을 부라렸다. 아마 이 자도 아는 이번 일에 대해 아는 것이겠지.

“하하하하”

“네놈...지금 상황이 웃기나?”

“하하...아니 버리지 시궁창 인생들이 지들이 꼴에 뭐라고 설치는 지 웃겨서 말이야. 대단한 척 하지만 너희들 빌런새끼들이잖아? 구더기보다 못한 놈들 아냐?”

“뭐라고...?”

유천이 예의를 지키는 이유는 그가 선하다는 것도 있지만, 그게 존재하는 갈등의 대부분을 없애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는 알고 있다. 이런 놈들은 한 번 얕보면 끝없이 기어오른다는 걸 말이다.

“아가리 닥치고 길이나 안내해 거렁뱅이야. 너 같은 거에 신경 쓸 시간 없어.”

“까득­!, 네놈!”

놈은 품에 있던 군용단검을 휘둘렀다. 확실히 빠른 속도. 거기에 준비동작이 보이지 않는 은밀한 칼질까지. 전형적인 암살자의 움직임이었다.

팍­!

“커억­!”

그러나 옆의 킬리언이 더 빨랐다. 유천의 목으로 향하던 칼날을 엄지와 검지로 붙잡음과 동시에 놈의 모가지를 비틀어 쥐었다.

유천 또한 이 정도는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경호원 역할인 킬리언에게 맡겼다.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살기. 아마 남자의 목을 놔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유천도 킬리언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새우를 두려워하는 고래는 없는 법이다.

“커으윽­!”

“너네는 손님 대접을 이딴 식으로 하나? 이대로 돌아가? 어? 가서 퍼뜨려줄까? 티보치나 그 창년은 밑에 애들 관리를 보지로 하는 지 좆대로 기어오른다고?”

놈은 발버둥치지만 킬리언의 팔은 미동도 없었다.

밑바닥 같은 천박함. 건들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잔혹함. 위가 없는 오만함. 이득만을 보는 냉철함. 이곳에서 유천이 연기하기로 한 모습들이다. 고아라는 최약자로 살아본 유천은 알고 있다.

깡패나 양아치나 이런 빌런이나 본질은 똑같다는 걸. 약한 놈한테는 강하고, 자비심을 베풀면 틈을 봐서 물어뜯는 짐승들이다.

“크르르륵...”

그리고 짐승 새끼들은 눈에 독기가 빠질 때까지 패야한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슬슬 놔줘”

­알았다.

얼굴이 파래지고 서서히 숨통이 끊어지려할 때즈음 놈의 얼굴에 공포가 서린 걸 확인하고 풀어줬다.

“허억...허억...허억...”

“이봐 거지”

“......”

제법 훈련을 잘 받은 거 같지만 역시 이놈도 본질은 빌런. 힘으로 짓밟으면 고개 숙이는 짐승새끼다.

“씨부리지 말고 문이나 열어 알았나?”

“알았다...”

유천은 이지연에게 들어서 티보치나를 만나려면 주술로 만든 통로를 건너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눈앞의 놈이 그 문의 문지기라는 것도.

녀석이 벽에 피를 뿌리고 어떠한 조작을 가하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는 포탈이 나타났다.

“내려가라 아마 곱게는 못 죽을 거다. 흐흐흐...”

그리고 동료들이 있다는 걸 믿는 건지 아니면 아까 느낀 굴욕감을 해소하고 싶은 건지 다시 기어오른다. 여기서는 보여줘야 한다. 필요 이상의 잔혹함을.

“보스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셨으니 네놈이나 저년이나 쉽게는...!”

콰직­!

유천은 시끄럽게 떠드는 놈의 머리를 손아귀로 뭉개버렸다.

‘각오는 했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어쩔 수 없군.’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뇌수와 안구의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수없이 흔들리고 각오했다. 이 정도로는 유천을 흔들 수 없었다.

놈이 죽자마자 뒤쪽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더욱 음습해졌다. 그 놈들을 한 번 쳐다본 후 유천과 킬리언은 계단을 내려갔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계단은 마치 이곳이 지옥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유천 뒤에 놈들도 따라온다.

“알고 있어.”

그 음습한 살기가 계단을 타고 스멀스멀 내려오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뚜벅뚜벅...

내려간 끝에는 철문이 있었다.

­유천...기억나나? 내가 처음 왔을 때 쓸 만한 자들이 세 명밖에 없었다고 한 것을?

킬리언이 말한 그 세 명은 아마 한국의 랭커를 말하는 것일 거다.

“어...”

­그 말 취소해야겠군. 역시 이너들은 신기한 게 많아...지금까지 다 숨어있었군.

“......몇 명이야?”

­양하연 그 여자보다 강하거나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으로 서른일곱.

“......”

킬리언의 말이 맞다면 놈들은 유천의 일행이 예상한 것을 아득하게 초월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들어가자...”

철컹­! 끼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들어간 유천이 본 것은 주술사의 공방답게 온갖 부적들이 벽면과 천장이 도배된 공간. 그리고 이백은 안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당신인가요? 고유천이라는 놈이?”

그들 가운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빛 일색인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 요사스러운 눈빛을 한 저 여자가 티보치나라는 걸 유천은 깨달았다.

‘천박하고 오만하고 잔혹하고 냉철하게.’

오기 전부터 저 빌런놈들을 대하는 태도를 그렇게 정해놓은 그는 어깨를 핀 채 한쪽 손만 바지 주머니에 넣고 그 앞으로 걸어갔다.

“다음부터는 개새끼들 조련을 잘해야겠어. 주인의 손님을 물려고 하면 쓰나?”

탁­!

유천은 그녀 양옆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서 있는 관문지기들이 있는 곳까지 와 손에 묻은 피와 뇌수를 털었다.

“...문지기를 죽였나요...?”

“뒤에 있는 저것들한테 물어보면 되잖나? 내가 놈을 죽이는 걸 봤을 텐데.”

유천을 뒤따라왔던 흑의를 입은 자들은 어느새 여자의 뒤쪽에 정렬해 있었다.

“하! 꼴에 한 수는 있나 보군요. 근데 당신 뭘 믿고 그렇게 나대나요? 주변이 안 보이나보죠?”

유천은 그 말에 주변을 둘러봤다.

“킥킥...저 새끼 센척하는 거 봐라. 나는 저런 놈들이 빌빌 기는 게 그렇게 보기 좋더라고 키키킥...”

“저 남자는 내꺼야 맛있게 생겼잖아.”

“그럼 저 여잔 내가 먼저 먹도록 하지 저렇게 예쁜 년은 처음 보는 군 흐흐흐...”

티보치나 기준으로 오른쪽에 각시탈을 쓴 놈들 스무 명.

“닥치거라 버러지들 저년은 이 몸의 것이다. 빌리고 싶다면 이 몸의 허락을 받아라.”

뒤쪽에 사자머리 금발 덩치 한 명

“오! 창조주시여! 저희의 아버지시여! 겸손되이 당신께 청하오니 당신을 부정하는 저 악마를 처단하소서!”

“당신께서 자비로워 할 수 없으시다면 저희에게 명하소서!”

“오! 창조주시여! 저희는 당신의 유일한 대행자.”

“아아!!! 명하시었도다! 당신을 대신하여 저희가 세상을 집행하라 명하시었도다! ”

““우리야 말로 세상의 빛이로서니! 저 악마를 지옥으로 보내겠나이다!””

들어올 때부터 기도문 같지않은 기도문을 외는 광신도 놈들 열넷이 왼쪽.

그리고 묵묵한 맨 뒤에 정렬한 흑의들 백. 앞을 막고 있는 망토 삼십 그리고 옆을 지키고 있는 하프 엘프 하나까지.

그들을 모두 훑고 오만한 눈빛을 하고 있는 티보치나를 쳐다봤다.

“다 봤나요? 잠시만 기다려요. 아직 못 보여준 게 남았답니다. 가서 들고 오세요.”

그녀의 말에 맨 뒤의 흑의 몇 명이 빠져나가 마대자루 다섯 개를 끌고 왔다. 끌고 온 길에는 피로 자국이 새겨져있었다.

유천은 자루를 내려다봤다. 고약한 냄새가 올라왔다.

‘천박하고 오만하고 잔혹하고 냉철하게.’

유천은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이어나가야 했다.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이 자 앞에 부으세요.”

후두두둑...

“......”

알몸인 다섯 명의 사람이 그곳에서 나왔다... 팔다리가 분리된 채... 아니, 팔다리뿐이 아니다. 이빨이 뽑혔다.

눈도 혀도 코도 귀도 생식기도 뽑히거나 잘려서 몸통과 같이 굴러다닌다.

멍하니 팔과 다리에 남은 흔적을 봤다. 이리 저리 긁힌 뭉퉁한 통나무처럼 되어있는 걸 보니 저게 잘리기 전에도 고문을 받았을 것이다.

몸통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잘리고 뚫리고 지진 흔적 거기에 남녀 가리지 않고 생식기와 항문은 찢어져 너덜너덜 해진 채 피고름이 섞여 정체를 알 수 없는 썩은 내가 진동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숨을 쉬고 있었다. 다섯 명 전부.

내가 뭘 보고 있는 걸까? 현실감이 떨어진다. 마치 지독한 악몽을 꾸는 것처럼 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으으... 지독하네요. 이거 옆으로 치우세요.”

내 앞에 코를 가린 채 손짓하는 여자를 봤다. 혐오감이었다.

거기에 연민이나 동정 그런 건 없었다. 집 안에 쏟은 음식물 쓰레기를 보는 눈빛 딱 그 정도.

그 여자의 말에 흑의 놈들은 다시 하나하나 주워 자루에 담았다. 더블백에 물건 담듯 사람을 그것도 살아있는 사람을 담고 있었다.

연기를 해야 하는데...점점 떨어진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검은 것이 혈관을 타고 흐른다.

“보셨죠? 저게 뭔 줄 알아요?”

유천은 생각했다. 안일했다고 각오가 부족했다고. 사고가 늪에 가라앉는다. 연기를 해야 하는데 머리가 안 돌아갔다.

“당신네들이 보낸 첩자요.”

“죽은 거 아니었나...?”

유천은 없는 이성을 끌어 모아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제는 눈을 뜨고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검은 것이 뇌까지 잠식한 것 같았다.

“어머! 죽이다니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요?”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저게 살아있는 걸까? 사는 건 무엇일까 숨만붙으면배고파사는걸왜나를버렸어까먹는거사는건뭐지죽음은치킨삶은랑아내일은존엄은사람쉬고싶다엄마어딨어...

방금 본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에 과거의 트라우마들이 되 살아 났다. 암울했던 기억과 부정적 감정들 현 상황에 대한 판단이 뒤섞여 의미 모를 단어의 나열이 유천의 머리를 들쑤신다.

“당신과 저 여자는 더 끔찍할 거예요.”

놈들이 사람을 부었을 때 생긴 핏자국을 멍하니 내려다 보고 있으니 어느새 목소리가 정수리 앞에서 들려온다.

“이곳 음지에는 고문하는 걸 사랑하는 인간들이 많답니다. 우선 여기에 있는 분들이 당신과 저 여자를 사용할 만큼 사용한 후에 지겨워지시면 당신 둘을 보낼 거예요. 저것들처럼 쉽게 망가뜨리지 않아요. 포션 정도는 얼마든지 있으니 팔다리가 잘려도 붙여드릴게요.”

볼을 만지는 부드러운 손길. 허나 그 내용은 지독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여자는 더 쓸 곳이 많답니다. 저 여자는 아주 건강해 보이네요. 여러 번 낳아도 문제없겠어요.”

떠나가는 손길. 텅 빈 눈으로 고개를 드니 여자는 다시 의자에 앉아 오만하고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눈을 돌려 킬리언을 쳐다본다. 유천을 쳐다보고 있다. 언젠가는 답답하다고 느낀 무덤덤한 눈빛. 아마 그녀 또한 저런 것들을 많이 봐온 것이겠지.

“흐흐흐...저 놈 눈빛이 아예 나갔구나.”

“......”

“센 척은 혼자 다하더니 병신이 따로 없군.”

들통 난 유천의 연기력. 아니 애초에 그런 어설픈 연기로 저들을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민망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생각을 할 정도의 정신은 그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티보치나 뒤에 서 있던 사자 같은 금발을 지닌 거구의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유천을 무시하고 킬리언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흐흐흐 보면 알지 네년 저 놈과 사랑하는 사이구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지. 아까 말 들었겠지? 어떠냐? 네년이 저 놈 보는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여기 있는 전원을 받으면 저 놈을 보내주지. 그게 더 재미있을 거 같으니 어떻게 생각하나 티보치나?”

“흠 재밌겠네요. 그렇게 한다면 살려주는 걸 고려해 보죠.”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 그냥 밑천이 들통난 유천을 조롱하고 싶을 뿐이었다.

‘뭘 원하는 거야...’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보는 건 오로지 자신을 저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였다.

킬리언은 옆에서 어깨를 쓰다듬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도 무시한 채 유천을 쳐다본다. 마치 그때처럼. 강원도에서 처음 빌런을 죽였을 때처럼. 내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이봐요 당신 왜 이렇게 된 줄 알아요?”

듣기 싫은 오만한 소리가 귀에 울린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 그것들이 그렇게 토막 난 것도 당신이 저를 화나게 해서 그런 거구요.”

‘놈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마요. 유천씨 거기 있는 놈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 타인을 벌레 취급하는 쓰레기들입니다.’

떠나기 전 이지연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신이 어쭙잖게 같잖은 힘을 믿고 감히 저에게 덤벼서 당신과 당신 여자가 비참해질 거랍니다.”

유천의 연기가 깨지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짐승들이 물어뜯기 시작한다.

‘그녀가 했던 말의 의미, 알 거 같아.’

저년의 말을 무시하고 떠나기 전에 한 이지연의 말을 되새겼다.

“흠...하지만 기회를 줄게요. 저는 관대하니까.”

연기하려고 했다. 천박한척, 오만한척, 잔혹한척, 냉혹한척.

“여기까지 이곳 공동을 기어서 돌아오세요. 그럼 저 여자는 살려주는 걸 한 번 고려해보죠. 그게 제 분노를 누그러뜨릴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요.”

하지만 부족하다. 연기로는 안 된다.

“어이? 저기요? 하 이 병신새끼 맛이 갔네요. 이런 새끼 때문에 도대체 얼마를 쓴 거야 도대체.”

“킥킥 어이 고용주 저 병신들 때문에 큰 돈 쓰셨구만 열 좀 받으시겠어?”

“하아~네 그러니까 당신들이 알아서 하세요. 저는 돌아갈래요. 아 죽이지는 마세요.”

오물을 치우려면 내 몸에 오물이 묻을 각오를 해야 한다.

“흐흐흐...이년아 저 병신 앞에 가서 다리를 벌려라”

“어이! 그쪽이 쓰고 우리 차례요!” “흠... 이 몸이 기분이 좋으니 한 번은 빌려주지.”

“우리도 저 악마들을 계도할 기회를 주면 좋겠군.”

“흐음~ 저 남자 몸이 좋네. 내가 먼저 할래!”

“안 돼! 내가 먼저야!” “이년이! 어딜 건방지게!” “아! 언니는 하고나면 자지를 자르잖아! 나 다음으로 해!” “저런 머저리 때문에 이곳까지 오다니 우린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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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언”

­불렀나?

“문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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