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 *
인천의 어느 지하 폴른에서 듀블랑에게 내어준 곳에 티보치나의 부하 카야가 3일 뒤 유천과의 거래에서 호위를 해줄 것을 의뢰하러 찾아왔다.
‘역겨워...’
카야는 듀블랑의 안식처에서 나는 피와 땀과 정액 그리고 지하의 꿉꿉함이 섞인 냄새에 역겨움을 느꼈다.
찔꺽! 찔꺽! 찔꺽!
“하악! 하악! 오빠 보지마! 보지 말아줘!! 제발! 아아악!”
이 씨발새끼야 멈춰!!
“하하하!! 좋구나! 그래! 더 분노해라!!”
폴른은 듀블랑을 통제하기 위해 남의 여자를 탐하는 그의 변태적 성향을 주기적으로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러기 위해 유미영 이성철 부부가 대전에서 서울로 신혼여행을 오는 것을 납치해서 그에게 바쳤다.
찔꺽! 찔꺽! 찔꺽!
“시, 싫어! 아아악! 그만둬!”
그만하라고!!
그리고 그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강간하고 있었다.
더 악질인 것은
쾅! 쾅!
왜?! 어째서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거야?!!
능욕당하고 있는 아내의 남편은 철장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너희들의 잘못이다.’
듀블랑에게 바쳐야 제물로 폴른에게 걸린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 것이다. 카야 또한 중앙세계 출신으로 약한 것이 죄악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저 놈의 취향은 참 역겨워...’
카야의 눈이 향한 곳에는 사자 같은 금발의 거구인 듀블랑이 천장에 쇠사슬로 묶인 단아한 외모를 한 여자의 보지에 자지를 쑤시고 있었다.
찔꺽... 찔꺽... 찔꺽...
“흐읏...싫어...! 하앗! 싫어!!!”
이 개자식아! 제발 좀! 멈춰!!!
‘어리석은 놈들...’
카야는 약해 빠졌으면서 아무런 힘도 없으면서 신혼여행이라는 낭만을 상상하며 도시의 보호를 벗어난 저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찔꺽! 찔꺽! 찔꺽!
“아, 아파요...흐읏...! 제발 그만해줘요!”
그만해...제발!!
“흐흐흐...그러게 함부로 도시를 빠져나오면 되나?”
금발 남자가 자지를 쑤실 때마다 이성철의 아내 유미영의 생식기 접합부에서는 피와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으! 이 년아 한 번 더 안에 싸질러주마! ”
퍽! 퍽! 퍽!
“아, 안돼! 오빠!!”
듀블랑이 다시 한 번 사정할 준비를 하는 것에 유미영은 몸을 뒤틀었지만, 쇠사슬에 고정된 채 저항하지 못했다.
쾅!
크으아악!! 이 씨발놈아!! 그만해!!
꿀렁...꿀렁...꿀렁...
“크어어어...좋구나...”
“아...아...아아아!!! 싫어!! 빼줘!!!”
유미영은 다시 한 번 몸을 떨며 남편이 아닌 처음 보는 남자의 정액을 보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빨리 볼 일만 보고 이곳을 나가고 싶군.’
저들의 어리석음을 떠나서 카야 또한 여자였기에 이런 역겨운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흑...흐윽...제발요...빼주세요...아기가 생겨요...”
“흐으으...아직 멀었다.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흐흐흐...”
“아, 안돼!!”
‘후우...이제 슬슬 말려야겠군.’
“듀블랑님?”
카야는 다시 자지를 쑤시려는 듀블랑을 말리고, 슬슬 의뢰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
“으음? 뭐냐?”
“더 하시기 전에 일단 저의 말부터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흐음...쯧...그러지 흥이 식었으니.”
뽁!
“하읏...!”
흥이 식은 듀블랑은 유미영의 보지에서 자신의 자지를 뽑았다.
‘후우...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군.’
카야는 듀블랑의 거근에 부풀어 오른 그녀의 보지에서 피와 정액이 흘러나오는 장면을 보며 토악질이 나오는 걸 참았다.
“그래 평소에 너희가 나한테 해준 게 있지. 흐흐흐...어디 말해봐라.”
“네 그럼...”
카야는 듀블랑에게 유천의 이야기를 꺼냈다.
30분이 지나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흐흐...티보치나 그년이 어지간히도 겁을 먹었나보군.”
“......확실히 대비하기 위해서인지라...”
자신의 주인을 욕하는 그의 말에 그녀의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다행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놈의 허락은 받았고?”
“......사람을 보냈지만 그 정도는 허락해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크하하하!! 꼴에 안주인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크크크... 겁쟁이년이 역겹기까지 하구나. 그래! 뭐 심심했는데 의뢰는 받아주지.”
‘쓰레기 새끼가...’
카야는 계속된 그녀의 주인에게 하는 모독에 이를 갈 뻔했다.
“3일 뒤에 찾아갈 테니 준비나 하고 있어라.”
“네...그럼...저들은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강간을 당한 후 기절을 한 유미영과 절망에 빠진 이성철을 보고 그녀가 물었다.
“흐흐...지금은 더 가지고 놀아야겠으니 3일 뒤에 언제나처럼 니들이 처리해라.”
폴른은 듀블랑에게 바친 사람들을 여자는 사창가로 남자는 투기장으로 보낸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래 이제 꺼지거라 나는 더 즐겨야겠으니”
“......”
카야는 다시 유미영에게 다가가는 듀블랑을 보다 뒤돌아 나갔다.
‘니놈도 곱게 죽지는 못할 거다.’
속으로 그를 저주하며 계단을 올라가는 그녀의 귀에는 다시 한 번 절망에 찬 신음이 들려왔다.
*
드디어 폴른과 만나는 당일이 왔다. 그 사이 양하연과 이지연은 인천을 돌아다니며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결계를 깔아뒀다.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이제 두 분만 잘 하시면 돼요.”
그때의 테스트 이후 3일이 지난 지금 이지연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뭔가 다른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모습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성격이라고 해야 할 지, 분위기라고 해야 할지 모를 무언가가 바뀌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이제 나만 각오하면 된다.’
살인을 각오했었지만, 예상대로라면 아마 오늘 유천 자신은 꽤나 많은 피를 묻혀야 할 거다. 그것을 생각한 유천의 손은 덜덜 떨렸다.
‘젠장...알고 있었잖아.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건’
강원도에서 빌런을 죽일 때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살인을 망설이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그때로부터 2주일이 지나지 않은 지금은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몸을 타고 벌레가 기어오르는 느낌. 그 감각이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떨리는 손을 보고 있을 때,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짙은 검은 생머리에 마력의 여파로 청색 눈을 가진 이지연이 유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놈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마요. 유천씨 거기 있는 놈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 타인을 벌레 취급하는 쓰레기들입니다.”
그녀는 유천을 격려했다.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놀라운 일이었다. 격려란 결국 공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과거의 그녀에게는 불가능한 일.
“아, 네...감사합니다. 지연씨”
그녀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한 유천은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마움을 표했다.
“참...그렇게 강하시면서 굉장히 인간적이시군요. 당신은”
부드러운 웃음, 보일 듯 말 듯 한 홍조를 띄고 있는 볼.
유천은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고양이 상의 공주 같은 생김새를 지닌 그녀는 처음 봤을 때부터 봤을 때부터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아름다운 조형물을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약간이지만 눈꼬리가 휘어진 그녀의 모습은 유천은 지금의 그녀 3일 전의 그녀와 동일인일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유천씨?”
“아, 예...”
“괜찮으신 거 맞죠?”
“네 멀쩡합니다. 감사합니다.”
‘뭔 생각 하냐... 걱정해주는 사람한테...’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멍하니 보던 그는 이지연의 걱정이 양심에 찔렸다.
그래도 그 사이에 유천의 손은 떨림을 멈췄다. 그는 속으로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후 일어났다.
“킬리 슬슬 출발하자.”
그래 슬슬 가도록 하지 바람둥이.
“응? 뭐, 뭔 소리야...”
흥!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둔감한 나라도 안다!
유천이 이지연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봤는지 화가 난 킬리언은 쿵쿵거리면서 문으로 향했다.
괜히 민망해진 유천은 머리를 긁적이며 우리가 티보치나를 만나는 동안 밖에서 대기할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제는 180도 바뀐 것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를 지는 이지연과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뾰로통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양하연을 봤다.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건투를 빌겠습니다.”
“별일 없겠지만 살아서 돌아와요.”
“네 감사합니다.”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 후 유천은 킬리언을 따라 적지로 향했다.
*
“고유천과 은색 머리 여자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카야 우리 쪽 준비는요?”
“예상 이상으로 만반을 갖췄습니다.”
티보치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현재 그녀의 공방에는 총 네 집단과 한 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금발 사자머리를 한 거구의 남자 듀블랑이 거대한 대검을 등에 지고 히죽거리고 있었다.
‘보나마나 저 여자를 강간할 생각에 들뜬 거겠지.’
고유천과 함께 오는 경호원이거나 애인으로 추정되는 여인은 스스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티보치나가 봐도 질투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심지어 고유천과 애인관계일지도 모르는 여자가 오는데 저 쓰레기 같은 남자가 기뻐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놈들도 그에 못지않게 쓰레기지’
그녀의 오른쪽에 지들끼리 쪼그려 앉아 킥킥거리고 있는 탈을 쓴 빌런 단체이자 테러 단체인 ‘각시탈’.
8년 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각시탈 사태’의 잔당들이었다. 그녀는 각시탈을 쓴 채 웃고 있는 저 정신병자들이 과거 저지른 사태를 떠올렸다.
‘중앙세계에서 온갖 빌런들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저 놈들도 그에 못지않았지.’
복잡한 학명이 있지만, 흔히 중앙세계에서 ‘폭탄벌레’라고 부르는 벌레가 있다.
주로 극지방에서 서식하는 이 벌레는 내부 체온이 36도 이상 올라가면 주변의 마나를 진동시키며 폭발한다.
그래서 군인이나 스파이들이 잡히기 전에 삼켜서 자폭용으로 많이 쓰이는 벌레다.
그런데 저 각시탈 놈들은 그 벌레들을 이용해서 빌런들 조차 외면하게 만든 사건을 저지른다.
8년 전 청와대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견학을 왔다. 여러 학교가 동시에 왔기에 그때 모인 학생들의 수는 무려 3천.
거기서 카페를 대절한 놈들은 뭉쳐져 있으면 콩벌레와 비슷하게 생긴 폭탄벌레를 버블티에 한 마리씩 타서 이벤트를 하는 척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미친 짓을 벌였다.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카페였기에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1시간 후 청와대는 폭발했다. 폭탄벌레들의 연쇄적인 진동 폭발에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관료들이 죽었고, 3천 가량의 초등학생들 또한 전원 사망했다.
이 일의 전말을 깨달은 이만성은 분노하여 한국 내 모든 각성자들의 전시태세를 명했다.
이번 일의 심각성을 깨달은 각 길드들은 얌전히 명령에 따랐고, 빌런들은 분노에 찬 각성자들을 보고 기겁하여 대부분 인천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3개월 눈이 돌아간 각성자들이 각시탈을 비롯한 빌런들을 사냥했다.
‘모두가 미쳐있는 때였지...’
대로에서 누군가가 죽어도 빌런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그 시체에 침을 뱉고 가던 집단 광기의 시기였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점차 이성을 찾을 때쯤 이만성 또한 각시탈이 모두 소탕되었다고 판단. 그렇게 전시태세는 해체 되고 모든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문제는 멍청이들이 소탕에 실패했다는 거지.’
한국의 무능한 각성자들은 몰랐겠지만 놈들이 죽인 각시탈들은 말 그대로 쭉쩡이들 뿐. 여기 있는 10명이야 말로 각시탈의 실세들이었다.
죄다 A+등급 이상의 각성자에 그 우두머리는 랭커라고 불릴 정도의 힘을 지녔다.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은 정신병자들이었지만 불길함 때문에 많은 돈을 주고 의뢰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왼쪽에는 창조주를 제외한 모든 신을 부정하는 광신도 집단 ‘검은 선자들’이 기도 중이었고, 자신의 세력인 폴른의 정예들은 이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전력은 위에 언급한 넷이 아니었다.
‘설마 그분께서 병력을 내어 주실 줄이야...’
듀블랑에게 의뢰를 할 수 있게 허락을 맡고 오라고 보낸 부하는 오히려 그분의 암중 세력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이번 거래에 대해서 들은 남자는 그녀에게 듀블랑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중앙세계에서 데려와 숨겨놓은 병력들을 빌려준 것이다.
티보치나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정렬한 채 묵묵히 서 있는 서른 명 정도 되는 자들, 과거 그분의 가문이 멸망하기 전에는 ‘관문지기’라고 불린 병력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거 그분의 가문의 전력과 비교하면 그렇게 대단한 자들은 아니지만 과거에 그분의 가문의 ‘관문지기’였으며 하나하나가 랭커에 근접한 이들이었다.이 30명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사정만 아니었으면 한국 정도는 장악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이런 귀중한 전력을 그분이 내어준 이유는...
“이지연과 양하연인가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이 한국 3대 랭커 중 하나인 양하연과 관찰기구 국장 이도경의 딸 이지연일 거라고 남자는 추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알 수 없던 걸 알아차린 건 아마 그분 옆의 그자겠죠? 마음에 들진 않지만 능력 하나만큼은 욕심이나요.’
마음에 드는 자는 아니지만 그때 본 검은 옷을 입은 그자가 어떤 직감을 가지고 있는 지 아는 그녀는 그 둘이 양하연과 이지연이 맞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이번 일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남자는 확실히 처리하라고 중앙세계에서 멸망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충성하는 강력한 전력들을 빌려준 것이다.
폴른, 듀블랑, 각시탈, 검은 선자들, 관문지기들 거기에 자신의 공방에 깔아둔 온갖 주술진과 최후의 수단인 백색 마왕까지.
이 공간에서라면 하이랭커라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에 티보치나는 이제야 안심하고 부드럽게 웃었으며 이후의 일을 생각했다.
‘모든 게 끝나면 어떻게 할까요? 일단 그분의 부탁드린 일을 해결하고, 아 그전에 둘은 생포해야겠어요. 저기서 침 질질 흘리는 쓰레기들에게 장난감이라도 던져줘야지 지랄 안 하겠죠. 그러고 나서는...’
“보스”
“네?”
“놈들이 목표지점까지 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카야의 말에 자신의 통신부적으로 그들을 데려온 안내자에게 명령했다.
“내려 보내세요.”
건방지게 주제도 모르고 감히 자신을 도발한 년 놈들이 죽여 달라고 소리 지를 모습을 생각하며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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