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중앙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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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세계 절대방위선(?????),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다는 그 전장의 하늘 구름보다 높은 곳에 직경 25km의 부유섬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중앙, 가장 높은 성의 꼭대기에는 연회장만한 집무실이 있었다. 그 집무실 중심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거대한 테이블에 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거기서 눈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면 무기들이 가득했다. 하나라도 풀렸다가는 세상이 피에 잠길, 무인이라면 한 번만이라도 두 눈에 담고 싶어 할 그런 귀물들.
그러나 저기 앉아있는 여인이 그 모든 무기들의 주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모두가 고개 숙이고 눈을 피하리라.
‘13위원회 직속 제 1기사단장 무신(??) 아르벨라 반 엑시르’
하이랭커, 그 중에서도 10명, 거기서도 한 손안에 드는 자에게 주어지는 무신(??)의 칭호를 받은 존재.
중앙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을 지닌 위원회의 최고의 검인 37개의 기사단 그 중에서도 최강의 부대 1기사단의 단장.
위원회 13개의 기둥 중 10번째를 부수고 그 자리를 뺏은 위원회 10석.
그런 아르벨라를 그녀의 비서가 쳐다봤다.
피를 머금은 것 같은 검붉은 머리. 신이 빗은 게 아닐까 싶은 외모와 몸매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
“그래서 이 시발년아.”
“아니! 단장님! 제가 그 입 좀 제발!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천의무봉(??無?).
천사의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 눈앞의 자신의 주군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 말에 어울린다고 비서는 생각했다.
‘저 천박한 주둥이만 아니었으면!!’
무력, 외모, 머리, 인망 그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게 없는데 저 입만 열면 용병 놈들도 입을 쩌억 벌리고 경악할 말이 튀어 나온다.
“니미 시발 내 아가리로 무슨 소리를 내뱉던 뭔 상관이야 이년아”
“꺄아아아악!!”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아르벨라의 추종자중 하나인 비서는 이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세상에 대한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완벽해야 할 존재가 고작 저 입! 하나 때문에 흠집이 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단장님! 안 되겠어요. 이제부터 제가 따라다니면서...!”
“아 싫어! 안 그래도 짜증나게 구는 애미애비 없는 호로새끼들 천지인데 너까지 짜증나게 굴 거야?”
“단장님!”
“아 됐고! 그 네임드가 나타났다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기에 내가 시발 쉬고 있는데 건들고 지랄이야 별거 아니기만 해봐 너 진짜 뒤져 아주”
“이이이익...!! 후우우... 오늘은 일단 참고 넘어가드리겠어요.”
“지랄 말고 빨리 얘기나 해”
비서는 언젠가 자신의 주군을 붙잡고 교양을 가르치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말했다.
“일단 겉으로만 보면 별거 아닙니다. 네임드 하나가 지구라는 촌 동네에 나타났다. 뭐 이정도 이야기뿐이니까요.”
“야...너 진짜 그딴 쓰잘데기 없는 말 때문에 내 휴식 방해한 거면 진짜 죽어”
비서는 고작 휴식 방해한 것 정도로 빡치는 인내심으로 어떻게 위원회 그 능구렁이들 사이에서 힘 싸움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말했잖아요! 겉으로만 그런 거라고! 제발 단장님 사람 말 좀 들어주세요. 네?”
“아, 알았으니까 계속 얘기해”
‘참자...’
귀를 후비고 후우 부는 저 나쁜 손등을 때리고 싶었다. 비서 본인 또한 하이랭커이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랬다가는 살아남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 망상을 한 비서는 이제부터 할 내용의 중요성 때문에 비서는 표정을 굳혔다.
“단장님 거기에 등장한 게 네임드이긴 한데... 괴수가 아니라고 하네요.”
“...뭐?”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있던 아르벨라가 그 말에 낯빛을 굳혔다.
“조사결과 나타난 지구에 나타난 네임드의 이명은 ‘트라피오’ 마족 그것도 탈피자로 추정되는 존재입니다.”
“탈피자...하! 마족 중에서도 그 중요도 때문에 군주 바로 아래인 왕급 대우를 받는 귀한 존재께서 왜 그런 깡촌에 나타난 걸까? 맹약도 어기시고?”
쿠구구구궁....
“단장님...?”
“개 같은 군주놈들이... 지네 애새끼 하나 관리하지 못할 거면 뭐 하러 그딴 맹약을 맺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거야 도대체 왜 시발 우리가 걔네들 똥을 치워야 하는 거냐고?”
끼기기이익!
기분이 언짢아진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퍼져 나온 압도적인 파동에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지고의 무구들이 주인에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큭! 단장님!!”
그리고 그건 그녀의 비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력을 끌어올린 것도 아니다. 저건 그저 감정의 유동이었다. 그저 심상을 표출한 것만으로 세상이 짓눌린다. 이 집무실 전체에 7위계 방어술식 절계(??)를 새긴 최상급 마력석으로 도배하지 않았으면, 부유섬 전체가 흔들렸을 거다.
“응? 아차...”
비서가 마력을 끓어 올린 채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보고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고 심상을 가라앉혔다.
“허억...허억...단장님...저 죽이고 싶으신 거예요?”
“그...으음...어, 어쨌든! 그래서 그 탈피자는 어떻게 됐는데?”
“......”
그냥 넘어가는 저 태도가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존경하는 자신의 주군인데.
“...누군가와 싸우다가 죽은 걸로 추정하고 있어요.”
“오호 탈피자는 만만치 않은데 제법 괜찮은 인재가 있나봐? 그 지구라는 곳에도?”
7대 괴수가 외차원의 조상이라면, 탈피자는 마족들의 기원이다. 마족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1대가 탈피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힘의 크기에 비해 특출 나게 강하다. 그런 존재를 처음 들어보는 약소차원에서 토벌을 성공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 밑에 애들을 몇 몰래 보내봤어요. 그런데 거기에 특이한 흔적이 있었다고 해요.”
“흔적? 뭔데?”
“다른 건 그냥 싸운 흔적이었는데...거기에 공간이 찌그러져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흐음 대마법사라도 있었던 거 아냐?”
대마법사정도면 공간을 찌그러뜨리는 건 충분히 가능할 일이었기 때문에 아르벨라는 심드렁했다.
“저희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는데, 조사결과 놀라운 게 나왔더라고요”
“놀라운 거?”
“찌그러진 공간에서 마력도 정령력도 성력도 주술력도 그 어느 것도...”
“잠시만! 뭐라고?”
“......단장님?”
비서는 아르벨라의 모습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모시는 분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건 많이 봤어도, 지금처럼 당혹스러운 표정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어? 어! 그래! 계속 말해봐”
‘갑자기 왜 저러시지?’
비서는 처음 보는 그녀의 흔들리는 모습이 신경 쓰였지만, 일단 이야기를 끝마치기로 했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나온 결론은 누군가 물리력 하나로 공간을 구겨버렸다는 거였...단장님? 괜찮으세요?”
“나가봐 잠시 생각해봐야 할 게 있어...”
아르벨라에 대해 대충 아는 자들은 평상시에 맨날 짜증내는 그녀가 감정 변화에 예민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극한의 부동심(不?心). 비서는 자신의 주군이 짜증내고 화는 내도, 눈빛이 흔들리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저번 대침공 때 네임드 괴수 수백에 둘러싸였을 때도, 위원회의 기둥 하나를 지워버렸을 때도 위기가 있었지만 눈빛은 무풍지대의 바다와 같았다.
그 바다가 지금 태풍을 맞은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자신의 주군은 어떠한 허점이 보이면 안 되는 자리에 있는 분이었기에 비서로서 충고를 드려야 했지만, 아르벨라의 단호한 태도에 비서는 집무실을 나갔다.
‘지구...알아 봐야겠어...’
집무실을 벗어난 그녀는 그 차원의 무엇이 주군을 흔드는지 직접 알아보겠다고 다짐했다.
*
“아!!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그때 그 소원이 이루어졌어...!”
집무실 안, 홀로 천장을 보며 앉아있는 아르벨라. 그때 자신이 빌었던 소원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하는 그녀의 눈빛은 환희의 광기가 차있었다.
“나의 신이시여...”
저 말을 비서가 들었다면 자신의 귀와 눈을 씻고, 자신의 주군이 맞는지 확인했을 거다.
창조주가 없어진 세상에 과연 저 완전무결(完?無?)한 여인이 부른 신이 누구란 말인가?
“그곳에 계셨던 거군요...!”
공경, 사랑, 애정, 집착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광기는 온 전신을 완전히 잠식해 오히려 공허해 보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이익! 이 망할 기사단장 자리 따위! 가지는 게 아니었어!”
세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자리 따위보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신을 만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자신의 명패를 죽일 듯 쳐다보던 아르벨라는 한숨을 쉬었다.
“후우...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지...”
그녀와 그녀의 신에게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면 이 자리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았다.
“아니면 혹시...? 직접 찾아와 주시려나? 후후...”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르벨라는 얼굴을 붉힌 채 몸을 비비 꼬며 신이 직접 자신을 찾으러 와주는 상상을 했다.
“지구...지구라...거기구나...후후...”
아르벨라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눈을 감고 먼 과거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없고 어렸던 그녀를 항상 지켜봐주고 보살펴 주신 자신의 신.
‘근데 왜 갑자기 저를 떠나신 거예요?’
당시 연합군 사령관이었던 자신을 두고 떠난 신.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괴로웠고,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떠났지.’
그렇게 과거 연합군 사령관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신을 찾기 위해 권력, 명예 그 모든 걸 버리고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어...’
온갖 전설과 신화들을 찾아 헤맸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에 그녀는 공허했고 절망했고 분노했다.
자신의 신이 없는 이딴 세상은 의미가 없다고 멸망해버리라고 빌었다. 그리고 진짜로 세상은 멸망해버렸다.
그녀가 없는 연합군은 패배했고 세상은 종말에 도달했다. 그렇게 세상의 마지막 생존자가 되어버렸지만 그녀는 어차피 자신의 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무감각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모든 세상이 회색빛에 물들고 시간이 멈췄다.
최후의 생존자여 그대의 처음으로 돌려주겠다. 이 세상을 지켜라.
이 세상을 멈춘 창조주의 마지막 의지가 그녀를 불렀다.
대신 그 희생의 대가로 소원을 들어주겠다. 뭘 원하는 바를 말하라 최후의 생존자여
“신...! 나의 신을 만나고 싶어요...!”
모든 것이 좌절된 그녀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울부짖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그것뿐인가?
“네!! 다른 건 필요 없어... 난 나의 신이 보고 싶을 뿐이야...그걸 위해서라면 세상 따위...그래...구해주겠어요...”
그 길은 가시밭이겠지만 곁에 자신의 신만 있을 수 있다면, 아니 잠시라도 볼 수 있다면 그 정도는 행복한 마음으로 감수할 수 있었다.
그대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되감기 되는 세상. 부서지고 있던 하늘의 태양이 원상복구 되고 용암이 치솟던 대지에는 다시 풀이 자라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나의 신은 그 분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거예요?!”
‘시간을 돌아간다고 해도 나의 신을 만날 수 없으면 의미가 없어!’
아르벨라의 말에 이제는 옅어진 음색이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최후의 생존자여 시들어버린 그대의 심장이 요동치는 곳에 너의 신이 있을 거다.
그렇게 의미모를 소리를 한 후 창조주의 의지는 사라지고 아르벨라 또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 창녀의 딸이었던 소녀 아르벨라로 돌아왔다.
또다시 힘겹고도 고단한 긴 시간이었다. 창조주의 의지가 한 말만을 믿고 다시 강해지기 위해 세상을 떠돌았다. 행동의 자유는 힘이 지켜주는 겻이었기에. 그렇게 숨겨진 기연을 찾고, 보물을 찾아 힘을 길렀다.
계속해서 강해지다 보니 위원회에서 자리를 얻고 추종하는 세력까지 얻어 지금의 자리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심장은 신이 사라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시들어 있었다.
그렇게 오늘...
“찌그러진 공간에서 마력도 정령력도 성력도 주술력도 그 어느 것도...”
언제나와 같이 비서에게 보고를 받는 날이었다. 특이할 것도 없는 그런 날, 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날이 되었다. 저 말 비서의 저 말에 갑자기 심장이 거세게 펌프질 했으니까.
“잠시만! 뭐라고?”
아르벨라는 갑자기 뛰는 심장에 당황해 비서의 말을 막았다.
“......단장님?”
처음 보는 주군의 모습에 얼떨떨해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 어! 그래! 계속 말해봐”
그리고 알았다. 그 의지가 말했던 그냥 알게 될 거라고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말이다. 논리적인 이유는 없다. 아르벨라는 그냥 알았다. 비서가 말한 저 촌구석 차원에 나타난 흔적이 자신의 신과 관련되어있다고.
그리고 비서를 내보냈다. 부하에게 이 차오르는 환희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후 눈을 감고 회상에 빠져있던 아르벨라가 눈을 떴다.
그녀의 환희의 광기가 찬 눈이 천장으로 향했다.
‘그때 내 선택이 옳았어...!!’
긴 시간을 지나 오늘에 와서 생각한다. 모든 걸 버리고 떠난 그 여정은 정말 잘한 선택이다. 그럴 리 없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녀는 웃으며 그 길을 그대로 밟을 생각이었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정리하겠어요...’
지금이라도 전부 버리고 떠나고 싶었지만, 의지와 한 약속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르벨라 자신과 신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전부...전부 정리하고 제가 찾아갈게요... 저와 영원히...함께 해요... 나의 신님...”
아마 그녀를 본 누군가는 놀란 것이다. 이 곳에 있을 리 없는 자신의 본캐가 있다는 것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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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으으...뭐, 뭐야...?”
추웁...헤읍...쭈웁! 파하! 왜 그러나 유천?
“어? 어...아무것도 아니야.”
인천으로 떠나기 전 킬리언과 함께 수련, 섹스를 반복해온 유천은 그녀에게 펠라치오를 받다가 갑자기 싸늘한 기분에 소름이 돋았다.
‘시발 뭐지...? 요즘 매일 섹스해서 몸이 허해졌나...?’
여전히 유천의 계획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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