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힘이 마법이다-14화 (14/116)

〈 14화 〉 협상

* * *

양하연은 아까 화살에 맞고 멀쩡히 서 있는 부분에서 무언가 걸렸지만, 또 자신의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옆에서 자신의 친구들이 말을 걸지 않았다면 협회장과 같이 그를 공격했을 거다.

......!!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나쁜 사람이 아니라니?”

......

“좋은 냄새가 난다고? 그게 무슨...”

저 괴수와 함께하는 자를, 빌런과 다를 바 없는 자를 보고도 정령들은 그에게 친근함을 표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공격을 미뤘다.

‘...일단 대비만 하고 있자.’

하지만 아무리 친구들의 말이라도, 해야 할 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 양하연은 협회장에게 버프를 걸어주고 유심히 지켜봤다.

‘저 자는 도대체 뭘까?’

그 강력한 화살에 어떠한 대비도 없이 맞았으면서 고개만 살짝 들릴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육신 스탯이 높으면 그게...어...? 힘?’

‘분명히 아까 본 흔적들... 불합리할 정도로 거대한 물리력으로 만든 흔적들이었어.’

아까 본 찌그러진 캔처럼 되어버린 공간을 떠올린 양하연은

그제야 이만성과 부딪치는 남자와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그때

쾅!

“아 거참! 제발! 얘기 좀 하자고요!”

“크억­!”

그 남자는 이만성의 온 힘이 담긴 전투망치를 어깨로 받았다. 그 후 무기마저 빼앗고 한손으로 이만성을 간단히 짓눌렀다.

“아...!!”

양하연은 저 불가해한 힘을 보고나서 확신했다. 저 자가 같이 있던 네임드를 쓰러뜨린 자라고. 그게 사실이라면...

“말려야해!!”

어째서 네임드와 함께 있었는지, 그 네임드가 저 자를 따르는지,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 남자가 하는 말대로 대화의 여지가 충분한 상황에서 죽음을 각오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정령들이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는 말. 세상의 흑백에 예민한 정령이 그리 말한 거면 저 자가 인류를 배신한 빌런은 아닐 거다.

“잠시만요! 협회장님!”

저 남자의 말대로 사연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양하연은 자신의 오랜 친구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 자신을 말리는 협회장의 말처럼 홀로 도망을 가서라도 지원군을 부르는 게 맞지만, 양하연은 일생일대의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저 자가 아군이 될 수 있다면, 지원군을 부르는 건 최악의 결정이 될 테니까.

*

“얘기를 하자고요?”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유천은 한숨을 쉬었다.

“하...이제야 말이 통하시는 분이 있네. 네 당신들의 오해를...”

“잠시만요 그전에 하나만 물어볼게요.”

“......뭡니까?”

“저 네임드와 싸운 게 당신이죠?”

“......”

“으윽­! 무슨 소리인가?! 크윽­! 그게?!”

유천은 밑에서 들리는 신음 소리에 아래를 쳐다봤다.

‘아차!’

온 몸의 핏줄이 붉게 달아올라 있는 영감님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였다. 죽으면 곤란했기에 유천은 재빨리 손을 놨다.

“헉...헉...헉...”

‘별 느낌이 없어서 몰랐네...’

유천은 어지간한 힘에 별 느낌도 없는 유천은 아무렇지 않았다. 반면에 이만성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할 뻔했지만.

“그래서 대답은요?”

호흡을 격하게 쉬고 있던 이만성에게서 눈을 떼고 양하연을 쳐다봤다.

“......맞습니다.”

‘어차피 걸린 거 그냥 대답하자’

어차피 괴수랑 같이 있는 걸 걸렸다. 괜히 빌런 취급받고 각성자들과 싸우는 것보다 사실을 밝히는 게 나았다.

“헉...네놈 헉...이라고...?”

여전히 거칠게 숨을 쉬던 영감님이 일어났다.

“네...음... 그게 제가 맞습니다.”

어쩌다가 받은 힘으로 자랑하는 거 같아 괜히 쑥스러웠다.

‘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은 거야...?’

쑥스러워 하고 있는 그를 본 양하연은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 랭커들이 모든 것을 걸고 죽이려고 했음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을 잠시 아연하게 쳐다봤다.

‘이게 아니지.’

고개를 휙휙 젓고 나서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네임드랑 함께 있던 거죠?”

“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사실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대화를 할 수 있고, 거기에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데리고 있던 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쌓이기도 하고, 거기에 예쁘기도 하고...

‘음 그건 말하면 안 되겠다’

저 무표정함이 혐오로 바뀌게 된다면, 굉장한 심적 상처를 받을 거 같았다.

“쟤 말을 하는 거 보셨죠?”

“네...말을 하는 괴수라니... 중앙세계에 있을 때도 들어본 적 없어요”

그럴 거다. 나도 처음 본 거니까.

쾅!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누군가에 유천은 또 누구냐고 인상을 찌푸리려는 찰나 먼지를 헤집고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유천, 다녀왔다.

“도, 도경이!”

공중에서 떨어진 킬리언의 어깨에는 내 머리에 화살을 날린 궁사가 기절한 채 매달려있었다.

툭­!

­데려왔다.

무심하게 그를 던진 후 킬리언은 내 옆으로 왔다.

그를 흔들며 ‘도경이 정신 차려봐!’ 소리치는 영감님을 보다가 물었다.

“살아 있는 거 맞지?”

­배를 맞았을 뿐이다. 살아있을 거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약간 불안한 마음을 접고, 그녀를 긴장한 채 보던 양하연에게 말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얘 말을 할 수 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정보를 얻으려고 데리고 있었습니다.”

“정보요?”

“외차원이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잖습니까? 그것만 알면 지금 포탈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괴수들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고요.”

‘거기에 메인 시나리오와 관련된 뭔가가 있는 거 같단 말이지...’

외차원에 있는 지적생명체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설정이 굉장한 떡밥으로 보였지만, 유천은 일단 혼자만 생각하기로 했다.

“으음...틀린 말은 아니네요...”

양하연은 유천의 말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은 괴수 그것도 네임드가 등장했다는 긴장감에 대화가 가능함에도 일단 싸우고 봤다.

그런 면에서 대화가 가능하니까 외차원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그들을 대비하겠다는 그의 생각은 감정적이었던 우리들에 비해 충분히 이성적이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이야기 중간에 들어온 킬리언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갸우뚱했다.

그 모습을 보던 유천은 양하연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래서 제안 하나를 하고 싶은데요.”

“......저는 제안을 받을 권한이 없어요. 있다면 협회장께 말씀드리세요.”

“음... 저도 그러고 싶은데...”

남자가 협회장을 보며 하는 말에 양하연은 입을 다물었다.

“헉...헉...”

자신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온몸이 붉게 달아올라 증기를 내뿜는 협회장은 아직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일단 제안은... 저분들이 정신을 차리면 하시도록 하죠...”

“네... 그러겠습니다.”

“......”

양하연은 그를 가만히 쳐다봤다.

처음 빌런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대화를 나눠본 그는

상당히 괜찮은 사내였다.

자신을 괴수나 빌런 취급하며 죽이려고 한 자들을 살려준 인내심.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예의 바른 언행.

거기에 괴수라도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면 써먹겠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뛰어난 몸...

“크흠­!”

“???”

갑자기 귀를 파닥파닥 거리며 헛기침을 하는 양하연과 옆에서 뚱한 표정으로 가자미눈을 한 채 나를 노려보는 킬리언을 보고 의문을 가졌지만 무시한 후 유천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도시에 들어갈 수 있지?’

자신은 어떻게든 될 거다. 충분히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문제는 킬리언 그녀를 과연 받아줄까?

‘일단 밀어붙여 봐야지’

생각해봤자 정보가 없어 답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걸 깨닫고 유천은 부딪쳐보기로 했다.

*

“그래 제안이 있으시다고?”

시간이 지나 이도경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협회장 이만성의 상태는 좀 나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에게 이런 굴욕을 준 상대에게 말이 곱게 나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꽤나 리스크가 있지만 그만큼의 이득도 있는 제안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건가? 말해보시게.”

바위에 주저앉아 얘기하는 이만성의 표정은 여전히 곱지 않았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무작정 화를 내는 성격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저랑 킬리언 아 얘 이름이 킬리언입니다. 둘에게 시민권을 주십시오. 대신 저희는 정보와 무력을 제공하겠습니다.”

“......무력은 그렇다 치고...무슨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건가?”

생각보다 화를 내지 않는 모습에 유천은 어느 정도 대화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킬리언이 가지고 있는 외차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그것을 알면 지금도 열리고 있는 포탈이나 던전에 대비하기가 수월해 질 겁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군...”

“......”

저 말이 맞다.

괴수, 그것도 네임드를 협력자로 들였다? 알려지게 되면, 지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세계에서 개입이 들어올 거다.

그리고 지구는 그걸 감당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솔직히 지구는 이너들의 세계에서 시골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솔직히 저들이 이곳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양하연 같은 랭커 수준의 정령사나 성자 성녀 정도만이 네임드의 마기를 알아챌 수 있다. 그것도 인접거리에서.

“아니면, 지구에 그 정도 수준의 옆의 하연씨를 제외하고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없네...”

‘다행이다. 있었으면 복잡해 질 뻔했네.’

애초에 지구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게임을 시작한 터라 어떠한 랭커가 있는지 유천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세 직업은 랭커가 드물기에 해본 도박이었고, 다행이도 맞아떨어졌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후 계속 이어 말했다.

“거기에 보시다시피, 얘 제 말 하나는 잘 듣습니다. 거기에 괴수가 아닌 마족이라고 합니다. 아 마족은 외차원의 인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충분히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는 상대고요.”

­우린 인간이 아니다만?

“가만히 좀 있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부루퉁한 목소리를 내는 킬리언을 유천은 무시했다.

“무력은 겪어 보셨으니 아실테고요. 그리고...”

“안 될 거 같군.”

“네?”

지금까지 순조로이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협회장이 거절했다.

“네가 한 말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기는 하나, 괴수는 괴수.”

협회장은 킬리언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걸 시민들을 지킬 각성자 협회장인 내가 들어줄 거 같은가?”

‘하아...짜증나네...’

틀린 말은 아니다. 저들 입장에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도시 한복판에 던지는 것일 테니까. 우리를 알아봤자 얼마나 안다고 신뢰하겠나?

어떻게 협회장을 설득할지 유천이 고민하고 있는데.

“솔직히 나는 자네도 아직 믿을 수 없어.”

“네...? 지금까지 제 행동의 이유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만?”

“그렇지 허나 갑자기 나타난 누군지도 모를 하이랭커급 인물을 어떻게 우리가 신뢰하나?”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신뢰하실 겁니까?”

고작 하루 만에 겪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일에 신경이 날카로운데 맞는 말이라도 저렇게 단호하게 굴면 짜증나기 그지없는 일이다.

하지만 유천은 참았다.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기에. 저들과 협상만 잘하면 도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아직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 다음 말만 아니면...

“옆의 네임드를 자네가 죽이게.”

“협회장님?!!”

“......”

“애초에 멀쩡할 때도 그대가 제압했지 않은가? 그렇다면 죽이는 것 또한 가능하겠지.”

유천은 협회장이 깨어나고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양하연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못할 거는 없다. 전력이었을 때의 킬리언도 나에게 상처하나 남기지 못했다. 지금은? 말할 거도 없지. 그런데...’

유천은 자신을 죽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가만히 눈을 쳐다보고 있는 킬리언을 봤다. 그리고

‘시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킬리언에 대한 신뢰와 정이 쌓인 유천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뭐? 도시에 들어오려면 얘를 내 손으로 죽여서 증명하라고?’

이해하려고 했다. 분명히 시민을 지키는 기관의 수장으로서는 옳은 선택이다.

하지만 시발 일단 결과적으로 그녀는 쓰레기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바로 도시로 입성은 불가능해도 서로 신뢰를 쌓아가며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죽이라고 한다.

그것도 나보고. 첫 만남은 별로였고, 말버릇도 없지만 항상 내 말에 따라줬던 그녀를 내 손으로 죽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이하 빌런 취급 받으며 살기 싫으면 자기 말을 따르라는 거다. 아마 나를 길들이려고 그러는 것일 터. 거기까지 생각한 유천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제가 안 하겠다면요? 협회장님이 뭐 하실 수 있는 게 있습니까?”

“......뭐라고?”

“솔직히 도시로 바로 들여 주는 건 생각 안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능력을 보여주고 신뢰를 주고 나서 들여보내준다고 해도 납득이 갔을 겁니다. 그런데 뭐요? 저보고 얘를 죽이라고요?”

“자네!”

“이런 시발! 이봐요. 영감님 제가 부탁하고 협상하려고 하니까 당신들이 갑으로 보입니까?”

나는 이렇게 된 이상 호구스럽게 ‘제발 들여보내 주세요.’ 라며 싹싹 빌 생각은 하나도 없다.

어느 정도 강한 강자라면, 사회의 눈치를 봐야하지만 선을 넘은 강자는 사회가 눈치를 봐야한다.

‘나하고 킬리언은 후자고 말이야’

“......”

눈에 핏줄을 세운 채 나를 노려보는 협회장. 시발 일도 안 무섭다.

“여기서 제대로 말하지요. 저는 킬리언을 죽이지 않습니다. 이 녀석은 저에게 충분한 신뢰를 보여줬으니까요.”

“......”

“아! 참고로 여러분이랑 킬리언이 막상막하였던 건 제가 죽이지 말라고 해서 그런 겁니다. 즉! 얘는 대화가 통하고! 스스로 행동을 절제할 수 있는! 그저 사는 곳이 다른 지성체일 뿐이라는 겁니다!”

“......”

듣기로는 생체장갑을 입은 동안에는 이성을 잃는 다는 거 같은데 그거에 대해서는 말 안했다. 그걸 쓸 일이 없으면 그녀는 충분히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쓸 일 없게 하거나 내가 그때 옆에 있으면 되겠지.’

분명 위험한 일이었으나 그래서 나 또한 협상을 통해 양보하려고 했다. 최대 1년까지는 도시에 안 들어오고 믿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런데 이 인간이 먼저 선을 넘었지.’

결국 터져버린 유천은 계속 말했다.

“그딴 개 같은 괴수라는 종족에 묶여 선입견으로만 상대를 판단하지 마십쇼! 어찌 보면 저 밖의 중앙세계 놈들하고 다를 게 뭡니까? 지구 입장으로는!”

괴수와의 공존 솔직히 불가능하다. 알고 있다. 꿈에 젖은 이상향에 불가능한 단어라는 걸. 하지만 킬리언이라는 종족을 떠나 한명의 객체와의 공존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아니면 뭐... 고작 이 땅에 있는 각성자들로 저희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지구에 있는 각성자들 다 데려오십쇼. 그래도 안 될 겁니다.”

공격당하고 죽이고, 공격당하고 패고, 또 살인까지... 거기에 또 공격당하고...

티를 안 냈을 뿐, 너무 많은 일에 유천의 정신은 한계에 몰려있었다.

결국 쌓이고 쌓여 폭발한 유천은 분노를 표하며 도리어 상대를 압박했다.

“저를 몰아세워서 이용하려고 하지 마십쇼. 모를 거 같습니까? 당신이 나를 길들이려 한다는 걸? 큰일 납니다. 그러다 제가 미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혹시 압니까?”

“......”

“그만하세요.”

이성을 잃고 폭발한 유천이 협회장을 몰아붙이자 양하연이 나서서 말렸다.

“당신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저 분은 한국 각성자 협회 협회장이세요. 협박을 하는 건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 말에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유천을 본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말이 있겠죠”

꾸벅

“감사드립니다. 저 괴수에게서 이 나라를 지켜주신 것을”

직각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양하연. 그 모습에 유천은 약간의 당황함을 느꼈다.

“아, 인사를 들으려고 한 건 아닙니다.”

“아니요 뭐가 어떻게 되었든 당신이 저 괴수를 제압해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은 건 사실이니까요. 아마 우리였다면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전쟁을 벌였을 테니까요.”

­흠... 그 당사자가 여기 빤히 듣고 있다만?

양하연은 그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이만성을 바라봤다.

“협회장님”

“...왜 그러는가?”

양하연의 말에 자신 또한 실수를 한 것을 깨달은 이만성의 기세는 한 풀 꺾여있었다.

“협회장님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 텐데요”

“...고맙네. 그리고...미안하네.”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 상대를 압박하려고 한 것이 부끄러웠는지 그도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나도 도시에 들어가기 싫은 게 아니면 고개를 숙여야한다.’

“...아닙니다. 저도 무례했습니다...”

양하연, 그녀는 그렇게 현명한 방법으로 남자들을 화해시켰다.

남정네들을 진정시킨 양하연은 손뼉을 짝하고 쳤다.

“그럼... 이제 다들 침착해지셨으니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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