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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마법이다-12화 (12/116)

〈 12화 〉 추적(3)

* * *

스스슥

“젠장!”

평강의 빌런 집단의 수장 유문경은 거래를 마친 후 다급히 자신의 아지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폭음, 고통에 찬 울음소리, 그리고 침묵

아지트에서 들려온 폭음 들려왔을 때만 해도 이를 갈던 그는 거의 근처에 왔음에도 벌레 하나 울지 않는 침묵에 호흡이 거칠어 졌다.

이제 눈앞의 바위만 돌면, 아지트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 상황, 그는 그 자리에 멈추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부하들을 기다렸다.

‘누구지? 협회? 아니야 내가 그놈들 눈을 가리려고 바친 돈하고 노예가 얼만데’

유문경은 이만성이 수장으로 있는 협회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 외의 길드, 경찰, 군부, 정치권 유력인사들에게 많은 걸 바쳤다.

그리고 토사구팽을 피하기 위해 자신은 증거자료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아는 놈들이 협회에 나를 던질 수 없어!’

그 증거자료가 놈들의 목줄을 틀어쥘 정도의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귀찮게 할 수는 있다. 그 귀찮음을 감수하고 자신을 죽일 이유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바위 너머 눈에 들어오게 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그의 입술은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그 사이 부하들이 도착했다.

33명

하나같이 사회로부터 통제를 받기를 거부한 납치, 살인, 강간, 마약과 같은 원초적이고 파괴적인 쾌락에 물든 인간 쓰레기들이지만, 자신에게는 먹이만 잘 주면, 충성스러운 사냥개들이었다.

“두목! 갑자기 뭐 땜시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온 게유?”

“쉿­! 닥쳐”

눈치 없이 큰 소리를 내는 자기 밑의 2인자 놈을 노려봤다.

각성자로서의 능력은 나쁘지 많지만, 저 눈치 없는 모습이 항상 짜증났다

‘그래서 데리고 있는 거지만’

저 멍청한 놈은 누군가의 뒤통수 칠 머리가 있는 놈이 아니었기에, 놈을 2인자로 뒀다.

“너, 애들 데리고 한번 나가봐”

“엥?”

“나가보라고 병신아”

“아, 알겠슈”

꿀꺽­!

아무것도 모르고 태연히 나가보는 부하들을 보며 유문경은 상체를 살짝 숙이고, 어느 방향으로도 튀어갈 수 있게, 마력을 순환시켰다.

‘최악의 경우, 이놈들을 미끼로 쓴다.’

유문경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사회에 불만을 가진 예비 빌런들 항상 존재한다. 사냥개는 그때 다시 모으면 돼’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긴장했다.

“어? 시발! 저게 뭐야? 형님!”

‘이런 썅 역시 협회 놈들인가?!’

유문경은 부하들의 당혹스러운 목소리에 당장 튀어나가려고 했다.

“형님 웬 이상한 년놈 둘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유?”

“뭐? 둘?”

“네 저 시발것들이 우리 아지트를 헤집어 놓은 것 같슈, 한놈 빼고는 전부 죽었어, 어휴 저건 뭐 저리 살벌하게 헤집어 놨디야?”

협회가 아닌가?

“비켜봐”

일단 두 놈이란 말에 도망치는 건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어, 어?! 저 놈 무슨!”

“뭔데 또!”

부하들을 옆으로 치우고 유문경이 본 것은 콰드드득­! 소리와 함께 머리가 180도 돌아간 관리자의 뒤통수였다.

*

‘진짜로 죽였다’

처음으로 한 살인에 유천의 턱이 달달 떨렸다.

사람 같지 않은 놈들이었지만, 어쨌든 동족을 죽였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 말아 쥐었다.

심란한 마음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경험했을 일이야’

자신이 ‘라스트 레거시’의 고유천이라는 걸 이번 살인으로 제대로 실감한 그는 후우 하는 한숨과 함께 지금까지의 울분을 날려버리고, 현실을 직시했다.

유천이 마음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새 거의 눈앞까지 온 34명의 빌런들.

유천은 가장 앞에 서 있는 대장과 33명의 똘마니들을 무심히 스쳐지나가듯 훑었다.

여기까지 들리는 듯한 가빠진 숨소리, 경직된 표정, 핏발 선 미간 누가 봐도 아 쟤들 빡쳤구나 하는 모습으로 놈들은 걸어와 자연스럽게 유천과 킬리언을 둘러쌌다.

“너희...뭐냐?”

누군가에게 불행을 주기만 했지, 받아본 건 처음인 유문경의 손등의 힘줄이 팽팽히 수축했다.

“니가 이 쓰레기들 대장이냐?”

“쓰레기...쓰레기라...”

자신을 무시하듯 묻는 유천의 말에 뇌수까지 치솟은 살의에 유문경의 살갗이 바르르 떨리고, 놈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상상했다.

빠드득­!

이를 간 유문경이 핏 발 선 눈으로 선고했다.

“...무릎을 꿇어라. 지금이라도 꿇으면 눈, 귀, 팔, 다리 각각 한 짝씩만 자르는 걸로 끝내주마”

“......”

“그리고 저 계집년은 우리가 가지겠다.”

사실 본래의 유문경의 성격대로였으면, 진작에 달려들어 죽여달라는 말이 나오도록 했을 건데,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이런 굉장한 자비를 베푸는 건

‘저런 년이 존재할 줄이야...’

유천의 옆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심하게 주변을 돌아보는 킬리언 때문이었다.

성격을 떠나서 킬리언의 외모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아는 유천도 당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온갖 여자를 팔아치웠던 유문상도 처음 보는 고고한 외모, 거기에 군복 상의만을 입고 있는 하의실종의 모습은 마치 자신을 따먹어 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여기 죽은 쓰레기들은 언제든 보충할 수 있는 놈들, 실제로 본 피해도 얼마 없다.’

유문성은 공격당했다는 말에 분노했지만, 냉정하게 다른 쓸모없는 놈들이 다 죽고 저런 미인을 얻을 수 있다면 이득이라며 비열하게 웃었다.

‘남자친구가 있는 걸로 보면, 처녀는 아니겠지만...여자친구가 여기 있는 놈들에게 따먹히는 걸 보게 하는 것도 재밌겠군’

유문성 뿐만 아니라 그의 부하들도, 앞으로의 일을 기대하는 듯 킬리언의 몸을 훑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먼저 먹고 나서지만’

흐흐...

유문성은 앞으로의 일을 상상하며 고간을 부풀렸다.

­그대 어떻게 할 건가?

자신을 대상으로 발정하는 수십의 남자를 눈앞에 두고도 킬리언은 유천에게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도망치는 놈만 죽여”

꼬라지를 보아하니 회생 불가능한 쓰레기들이라는 걸 깨달은 유천은 냉혹한 명령을 내렸다.

터벅터벅...

“끄득­!, 주제도 모르는 것이!!”

감히, 자신의 자비를 무시하고 걸어오는 유천을 인상을 찌푸린 채 보던 유문성은 결국 폭발했다.

“저 년놈을 잡아서 내 앞에 데려와라!! 데리고 오는 둘에게 다음으로 저년을 범할 수 있게 해주마!!”

오오오!!

유문성의 말에 흥분해 있던 부하들이 시뻘건 눈으로 둘에게 달려들었다.

­케케케케­! 죽어!

­야!! 죽이면 안 돼! 팔다리만 잘라!

­흐하하하­! 저 년은 내꺼다!!

유문성의 부하들 중 가장 빠른 자가 유천의 뒤에서 나타났다.

“헤헤헤!!, 내가 1등이다! 니 여자친구는 내가 잘 귀여워 해주­!”

[공간안]

[제공]

[요새 부수기]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 유천은 더 이상 죽인다는 걸 망설이지 않고 검지손가락을 튕겼다.

펑­!!!

““......””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달려들던 모두가 정지했다.

곧 파편이 된 고기조각들이 하늘에서 투두둑 떨어지는 소리만이 침묵 속에 울려 퍼졌다.

피륙이 박살났지만, 킬리언과 싸우며, 자신의 재능과 스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유천은 더 이상 불필요한 파괴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경악, 당황, 혼란, 공포

조절만 가능할 뿐이지, 유천에 의해 자신의 동료가 가스가 차서 폭발한 고래시체 꼴이 된 것을 본 놈들이 다양한 감정 변화를 보인 끝에 한 선택은

“튀,튀어­!!”

“시발 저게 뭐야?!!”

역시 쓰레기 빌런들답게 이상하다는 걸 느끼자마자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이해가 가기는 했다.

마법이었다면 오히려 당황스럽지 않았을 거다. 마법으로 사람을 산산조각 내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하지만 손가락 딱밤으로 사람을 분쇄육으로 만드는 이해 불가능한 장면에 안색이 쟃빛으로 변한 채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유문성의 부하들이 도망치는 걸 보던 킬리언의 모습이 사라지고, 곧 울음과 비명, 애원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유문성은 유천과 킬리언을 보고 눈을 부릅뜬 채 얼어붙어 있었다.

‘자, 잘못 건드렸다.’

무슨 수를 썼는지 마력도 쓰지 않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사람을 육편으로 만든 자.

S랭크인 자신의 눈에도 잘 안보일 정도의 속도로 부하들을 사방으로 도망간 부하들을 참살한 여자까지.

‘나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거물들이다.’

자신 또한 S급이라 불리는 각성자였고, 존대보다 하대를 많이 해왔지만 저건 이만성이나 이도경처럼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었다.

“넌 왜 도망 안 가?”

어느새 다가온 유천의 그 말에 유문성은 무릎을 꿇은 채 매달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터벅터벅...

무시했다. 놈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을 살려줬을 거로 보이지 않는다.

“수, 숨겨놓은 거 전부 드리겠습니다. 전부 드릴테니 사, 살려주시오...”

터벅터벅...

유천은 그 말을 무시하고 주저앉아 덜덜 떠는 그를 죽이기 위해 손을 뻗었다. 덜덜 떠는 놈의 목을 움켜지려고 하는 그때.

­잠시만

유문성의 부하들을 전부 죽이고 돌아온 킬리언이 유천의 행동을 막았다.

“뭐야?”

­여기로 누군가 오고 있다.

“누구?”

­하찮은 것들 중에서 그나마 괜찮다고 느낀 세 명이다.

“그러니까 누구...”

피잉­! 파바바바밧­!

킬리언의 움직임보다 조금 느리다고 느껴진 마력화살들이 날아와 유천과 유문성의 사이를 막 듯 꽂혔다.

“멈추거라­!”

소리가 난 곳에는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저건 또 무슨...”

“혀, 협회장?!”

죽기 직전에 찾은 희망에 놈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저 놈도 죽이면 되는가?

킬리언이 유문성을 죽이면 되는지 유천에게 물었다.

“...일단 내버려둬”

그들 앞까지 헐레벌떡 뛰어간 유문성은 힘이 빠져 엎어졌다.

“유문성...?”

기골이 장대한 거대한 전투망치를 손에 쥔 이만성이 냉담한 눈빛으로 유문성을 쳐다봤다.

“혀,협회장­!! 나,나 잡아가시오, 얌전히 투옥되리다! 그러니까 나,나 좀 사, 살려주시오!”

“허참... 이런 곳에 있었나?”

S급 빌런인 만큼 이만성은 유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 내 잘못했소. 교도소에서 죄를 뉘우치겠소. 그러니 잡아가시오!”

그리고 그 자는 이렇게 비굴하게 살려달라며 교도소에 투옥되겠다고 말하는 놈이 아니다.

‘뭔 꼴을 당한건지...’

“죄를 뉘우친다고...?”

“그, 그렇소! 그러니­!”

콰직­! 털썩­!

“참 고맙군 이런 곳에서 마주쳐서, 도시 안이었다면 죽이지도 못했을 건데”

빌런을 혐오하는 이만성은 협회장의 위치 때문에 도시 내에서는 빌런을 죽이진 않고 투옥만 하지만, 이런 외부의 눈이 없는 곳에서는 상관이 없었다.

굳이 왜 저런 것들에게 세금을 쓴다는 말인가?

이만성은 유문성의 머리를 으깨버린 망치를 휙 털어냈다.

살인이라는 행위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안구와 뇌수가 흐르는 모습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뭐라고 대답할까?’

유천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서해에서 괴수들에게 휩쓸려 왔습니다. 며칠간 길을 못 찾고 떠돌아다니다 여기 빌런들과 전투를 벌였습니다.”

‘어차피 걸린 거 피해자 코스프레는 불가능하다’

유천은 어찌된 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속으로 한숨을 뱉었다.

“그런가...?”

“......네”

‘뭐지?’

그의 눈빛은 유문성을 죽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냉막함을 담고 있었다.

이상한 것을 느낀 유천은 이만성과 활을 들고 냉정한 눈으로 이곳을 겨누고 있는 중년인 이도경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풍한설 같은 차가운 눈빛을 한 어디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봤다.

그들의 공통점은.

‘왜 저렇게 적대적이지’

사고가속까지 동원하여 뭐가 잘못 됐는지 유천은 생각했다.

‘나를 알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나마 가능성은 킬리언인데, 외형으로는 알 수 없어 마력도 숨기고 있고’

외형과 마력을 통해 알 수는 없다.

‘그럼 뭐지? 뭐 신성이나 정령을 지닌 자가 있다는...’

거기까지 생각 후, 어딘가 익숙한 여인을 쳐다봤다.

태양의 따사로움을 담은 백금 빛 머리와 하늘을 닮은 푸른 눈동자를 지닌 약간 창백해 보이는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킬리언과는 정 반대의 매력을 지녔다.

킬리언이 길쭉 귀가 없는 판타지의 다크엘프 같다면, 그녀는 엘프...

‘귀가...기네...?’

유천은 떠올랐다. 한국에 있는 엘프를, 정령술로 하이랭커에 도달할 하프엘프, 정령대공(??大?) 양하연이 한국에 있다는 걸 깨달은 그는 쿵쿵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녀를 쳐다봤다.

‘시발...저 눈빛... 알고 있어’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정령들은 부정한 기운을 누구보다 잘 탐지한다. 그 말은...

“그래...며칠간 저 여인과 돌아다녔다고?”

“......”

“허허 왜 말이 없으신가? 젊은이”

입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강렬한, 짐승 같은 전투망치 영감탱이

표정 없이 화살을 활이 부러질 정도로 당기고 있는 샤프하게 잘생긴 중년인

그리고 하프엘프 양하연씨의 몸에서는 무지갯빛의 정령력이 아름답게 일렁이고 있었다.

유천은 멍하니 그들을 보다, ‘내 일 아니오’라는 얼굴을 한 얄미운 킬리언을 보고 말했다.

“야”

­왜 그러는가?

쿠구구구궁......

유천은 이제는 땅이 울릴 정도로 힘을 끌어올리는 셋을 보고 킬리언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 한명도 죽이지는 마”

­하하!!, 힘 조절은 내가 아니라 그대가 해야지!!

콰아아아앙!!

킬리언은 유천을 비웃어준 후 마기를 끓어 올리고 랭커들에게 달려들었다.

“......되는 일이 없네...”

유천은 자기 맘대로 풀리는 일이 없는 것에 개판이 되고 있는 땅과는 다르게 맑기만 한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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