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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마법이다-6화 (6/116)

〈 6화 〉 킬리언

* * *

서울이 난리가 난 상황인 것을 전혀 모르는 유천은 무아지경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휴우, 그래 이거지 이제야 뭔가 몸을 움직이는 거 같네”

전에는 얇은 솜사탕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살아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수수깡으로 만들어진 세상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각성자라면 아니 랭커라도 수백 번은 죽었을 정신 나간 심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력기관을 미친 듯이 돌리고 있었다.

여전히 행동하는 게 불편하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게 수월해진 상황에 역시 행복은 거창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고유천

종족: 인간

재능: 공간안(F+), 오륜성(D+), 철신(A), 사고 가속(FF+)

가호: 없음

스킬: 요새 부수기(F), 오행기관(CC)(심법)

스탯

육신: 0.37­초월(3차)

감각: 33.34

정신: 33.37

마나: 46.14

마일리지: 7,237,564p

“허미, 엿 됐네...”

3차 초월 육신 스탯이 소수점 단위지만 오른 상황에 유천은 기겁했다.

본래 스탯은 초월이라는 벽을 기점으로 올라가는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즉 3차 초월 스탯은 소수점 단위라도 올라가는 게 아주 힘들어야 정상인데 눈을 감고 떠 보니 0.37이나 올라가 있는 상황은 당황 안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아마 오행기관이 폭주기관차처럼 움직이며 몸을 압박하려고 한 상황이 이렇게 만든 것 같았다.

‘헬창들 눈 돌아가겠네’

가만히 있으면 근육을 키워준다니 세상 모든 헬창들이 이단이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른 스탯도 살폈다.

“괜찮게 올랐네”

육신을 제외한 스탯 중 가장 높았던 감각 스탯이 나머지 두 개의 스탯에 추월당한 걸 보고, 감각 스탯도 높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울을 찾으려는 그때

슈욱! 콰앙!

어?

유천은 날아가고 있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쿠웅!

산과 바위와 나무들을 부수고 날아가 절벽에 박힌 유천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민했다.

‘뭐지 내가 왜 날아왔지?’

사고가속을 발동하여 자신의 배를 무언가가 걷어찼다는 것을 깨달은 유천은 속으로 욕을 뱉었다.

‘어떤 개자식이’

빠득...!

분노를 흘리고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정면에서 나타났음에도 잔상 밖에 보이지 않은 누군가, 그리고 그놈은 다짜고짜 내 복부를 후려갈겼다.

그게 무기인지 주먹인지 다리인지 조차 불가능한 속도, 3차 방심하고 있었다고 해도, 3초월 육신에 약간의 묵직함을 느끼게 하는 파괴력

‘각성자일 경우는 랭커 중에서도 최상위거나 하이랭커, 괴수일 경우는 네임드 급이다’

스스로가 분석한 결과에 어이가 없어 유천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볼 거 없는 차원에 뭐가 있다고 쳐들어오고 지랄인데?”

누굴까?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답은 정해져있으니까

랭커 최상위? 하이랭커? 외차원 진입 시나리오 진입 전이 되어서야 지구에서 딱 한명의 하이랭커가 나타난다. ‘하프엘프 양하연’ 그녀 말고는 상징할 만한 무력은 지구출신 중에는 안 나타났고 거기에 그녀는 지금은 간신히 랭커에 들어간 수준에 불과할 거다.

무력도, 금력도, 인맥도, 정치적 영향력도 없는 이런 시골 차원에 오로지 700명으로 고정된 하이랭커가, 중앙세계 ‘13 위원회’로부터 직접 이명을 부여받는 절대자가 나타나 처음 보는 사람을 말 한마디 없이 후려치는 경우가 존재할까?

“노망난 게 아니면 그럴 리 없지”

그럼 네임드는 왜 이딴 차원에 나타난 거지? 지구에 네임드가 등장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아니 애초에 네임드와 싸울 일은 전쟁 말고는 많지 않다.

그놈들이 외차원 게이트를 지킬 때나 아니면 중앙세계의 절대 방위선을 공격할 때나 싸우지 그거 말고는 놈들이랑 싸우는 경우는 거의...

“아...쓰벌”

하나 있다.

놈들은 강자를 죽여서 업을 쌓아 강해진다

일종의 레벨업 개념이다.

그렇기에 저 바닥에서부터 강해져 올라온 괴수놈들은 강자와의 싸움을 갈망한다. 더욱 강한 힘을 위해서

즉, 나를 후려갈긴 시발놈은 나를 경험치 파밍용 상대로 보고 공격한 것이다.

이를 갈며 일어난 유천은 자기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높아진 시력은 의도치 않게 뚫어버린 터널을 넘어 저 멀리에 가만히 서있는 놈을 포착한다.

“너구나? 나 친 놈이?”

이족보행, 키는 대략 175cm로 나보다 작았고, 몸을 덮고 있는 갑각은 마치 갑옷과 같았고, 한 손에는 키만 한 두꺼운 둔기를 들고 있는 투구대가리 놈이 나를 쳐다보며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귀여운 척 하지마 이 시발아”

마치 왜 살아있냐는 눈빛에 기분이 더러워져 달려가 박살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 감각은 이 육신의 각력을 감당하지 못한다.

“덤벼 이 새끼야”

유천은 더킹 자세를 취한 후 몸을 낮추고 놈을 노려봤다.

‘제발 일직선으로 달려와라’

유천은 괴수가 자신과 정면 대결 힘과 힘의 대결을 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콰앙!

‘큭...시발!’

생각했었다.

‘안보여’

놈은 유천의 생각대로 정면으로 돌진했지만, 문제는 놈이 달려오는 그 순간이 유천의 눈에는 마치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고, 그 후 아무런 인지도 못하고, 정수리를 둔기로 처 맞았다. 정면에서 달려들었음에도 말이다.

쾅! 쿵! 콰앙! 콰앙!

유천이 자신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놈은 사방팔방 날뛰며 유천을 고기 다지듯 두들기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흐릿하게 무언가 보이는 순간 둔기는 유천의 몸을 때리고 그럴 때마다 사람의 피륙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퍼져나가는 파동은 주변을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킥!

“이 새끼가 웃어?!!”

콰아아앙!!

계속해서 한 자리에서 처 맞기만 해서 흥분한 유천은 잽을 날려 절벽을 가루로 만들었지만, 정작 놈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 둔기를 돌리며 유천을 조롱했다.

­키키키키킥~

“저 개자식이...”

빠드드득...

‘이대로는 안 된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이대로 계속 싸우면 한국의 각성자들이 몰려 올 거다. 그럼 숨어서 힘을 기르겠다는 계획이 박살난다.

‘놈과 난타전을 벌일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단 한방 한방으로 녀석을 죽여야해’

유천은 자신의 감각으로는 무슨 방법을 써도 녀석을 인지하고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내 감각은 아직 50도 안 되고, 공간안이 아무리 좋은 재능이라고 해도 고작 F+등급 밖에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녀석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 공간안이 인지하는 범위를 줄인다’

유천이 인지하고 있는 간격은 자기를 중심으로 대략 10m 하지만 놈이 집 현관 마냥 들락날락 거리는 간격은 의미가 없다.

‘압축한다’

놈이 공격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인지 간격을 압축한다.

10m

8m

5m

2m

1m

콰앙!

놈이 뒤통수를 후려 갈겼지만 무시한다. 저딴 걸로 내 두개골을 부수는 건 불가능 하다. 그러니 무시하고 더욱 압축한다.

90cm

콰앙!

80cm

.

.

.

콰앙! 콰앙! 콰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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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앙! 콰앙! 콰앙!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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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cm

달성과 함께 망막에 상이 맺힌다.

­스킬 [제공]을 습득하셨습니다.

여전히 더킹 자세로 상체를 낮추고 있던 유천은 감고 있던 눈을 떠 주변을 쳐다봤다.

놈이 유천을 다질 때 생겨난 충격으로 인해 평지에 숲이 우거졌던 곳은 돌산들이 이리저리 솟아있었다.

그리고 놈은 솟아난 돌산 봉우리에 서서 숨을 가다듬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왜 죽지 않냐, 왜 부서지지 않냐는 의문을 담고 있었다.

그에 유천은 실소를 뱉으며 이죽거렸다.

“솜 주먹이냐? 감질 맛 난다 야”

­키에에에에에엑!

놈은 유천이 자신을 놀리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던 피식자 주제에 웃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노를 표하며 유천에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짜증나게 굴던 놈이 화를 내자 유천은 지금까지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느끼며 웃었다.

“자 2라운드 시작이다”

*

저 놈은 뭔가 이상하다.

위원회에게는 ‘트라피오’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괴수 ‘킬리언’은 눈앞에 있는 인간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외차원을 떠돌다가 포탈 너머에서 나는 강자의 냄새에 킬리언은 기뻤다. 그래서 덜떨어진 벌레 수준의 괴수들만이 넘어갈 수 있는 포탈을 과거 중앙세계에서 랭커라고 불리는 강자를 죽이고 군주께 수여받은 보구급 무구를 때려 박아 포탈을 찢고 진입했다.

역시나 침입하는 괴수들의 수준에 맞게 이곳은 딱 그 정도의 버러지들뿐이었다.

이곳의 살아있는 것들이 자기가 침입한 것을 알았다는 걸 킬리언도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버러지들이 아닌 저기 강자의 냄새를 풍기는 먹이였다.

허나 저 자는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 온 킬리언을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속임수인가?’

이너(inner)놈들이 얼마나 비열한지 알고 있는 킬리언은 저것이 자기를 속이기 위한 것인지 의심했다.

‘일단 지켜본다’

그렇게 1시간을 지켜본 끝에 킬리언은 놈이 자신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저 정도의 강자가 자신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지만, 놈을 잡아먹어 강해지고자 하는 마인으로서의 본능은 그것을 무시하고 달려들라고 말하였다.

킬리언은 본능이 하는 말을 거부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주변은 시야를 차단하는 요소들이 많아 기습하기로 결정했다. 주변을 항상 경계하는 것 또한 강자의 자격이라고 생각한 킬리언은 거리낌 없이 기습했지만, 저 정도의 강자가 이것에 대응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다음 움직임을 준비했다. 하지만

콰앙!

킬리언의 공격을 받은 그는 산을 부수고 날아가 절벽에 박혔다. 어떠한 대비도 하지 못한 채 외차원에서 두 손에 꼽는 금속 데라듐으로 만든 자신의 둔기를 복부에 정통으로 맞았다.

치명타

킬리언은 죽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데라듐으로 만든 자신의 둔기, 괴수라는 종을 스스로 탈피하여 쌓아온 힘, 그리고 그 힘마저 마력으로 극한까지 강화시켜 휘두른 공격을 어떠한 대비도 하지 않고 맞았는데 살아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고작 이걸로 죽었다고?’

­키에에에엑!!!

‘고작 이걸로?!!’

그렇기에 킬리언은 분노했다. 자신의 군주께 수여받은 무구를 포기하고서라도 넘어온 거는 저런 버러지 하나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러운 이너 놈들...’

자기의 감을 믿고 스스로 선택해서 쳐들어온 것임에도 킬리언은 이너들이 자신을 속인 것으로 합리화하며 분노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이렇게 된 거 버러지 놈들만이라도 전부 죽이겠다!!’

넘어온 후 마력감지로 살펴본 이곳은 킬리언의 기준에서 아주 작은 땅에 불과했고, 약해빠진 놈들 밖에 없었다. 세 놈 정도 놀아줄 만한 수준의 놈들도 있었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외곽 차원을 지키기 위해 중앙세계 놈들이 도우러 올리 없다’

차원 하나를 멸망시키는 거라면 모를까 이딴 조그만 땅덩어리의 벌레들을 죽이는 것에 그들이 관여할리 없다고 생각한 킬리언은 곧장 그곳으로 날아가려고 했는데

“아...쓰벌”

먼지가 피어오르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살아있다고?’

그에 놀란 킬리언이 그곳을 쳐다보자

“너구나? 나 친 놈이?”

살아있을 리 없는 놈이 말을 걸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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