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나비효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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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현질용 스킬 스톤은 비싼데... 가격이...”
라스트 레거시의 세계에서 스킬 스톤 같은 건 원래 없다.
오로지 플레이어를 위한 현질 상품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 게임(지금은 게임도 아닌 거 같지만)의 제작자는 스킬 스톤 같을 이용하지 않길 바랐는지 아주 비싼 가격으로 설정 했었다.
6,000,000p
‘이런 미친...’
부들부들...
‘현질 가격으로 60만원이었다고? 미친 거 아닌가? 아무리 현질을 하지 말기를 바라도 그렇지 이렇게 비싼 스킬이 있었다고? 미완성 주제에?’
어이가 없어 과거에 본캐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산 스킬을 가격을 확인해 봤다.
[천살지멸(????)(일곱별의 저주를 받은 자 전용),(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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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000p
“하하... 이 미친놈들이 스킬 스톤은 백배로 팔아먹네...”
과거 본캐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심법이라 눈물을 머금고 십만원을 지른 스킬이 백배의 가격이 되어 돌아왔다.
아마 다른 스킬 스톤도 이런 저런 정신 나간 물가 상승 적용을 받았겠지.
‘......열 받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선 꼭 필요해 저 스킬은’
부들부들...
비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빨리 도시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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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완료
이름: 고유천
종족: 인간
재능: 공간안(F+), 오륜성(E), 철신(A), 사고 가속(F+)
가호: 없음
스킬: 요새 부수기(F), 오행기관(F)(심법)
스탯
육신: 0.00초월(3차)
감각: 33.34
정신: 28.14
마나: 19.87
마일리지: 7,237,564p
“......”
씨발...
마일리지 포인트의 절반 가까이를 써버려 아까운 마음에 비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쓸모없기만 해봐라”
그래봤자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크윽...
유천은 비통한 마음을 접어두고 사고가속을 통해 스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렇게 30분후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예상한 스킬이야’
오행기관이라는 스킬은 한마디로 다섯 개의 마력기관을 가속, 연동, 합일시킨 후 거대하고 빨라진 마력을 육체에 강제적으로 링크한 다음 신체를 비정상적으로 강화시키는 일종의 신체 강화를 위한 심법이다.
하지만, 그 증폭의 범위가 일반적인 신체 강화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만큼 폭급하고 위험한 심법이다.
종이비행기가 마하를 돌파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대로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이다.
‘이걸 만든 놈도 어지간히도 미친놈이군. 죽기 전에 상대를 죽이기 위한 동귀어진 식 심법을 육체 강화에 이용했다는 걸 보면’
약해빠진 자신의 몸에 스스로 얼마나 분노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유천이 이런 정신 나간 스킬을 구매한 이유는 다름 아닌 디버프, 남에게 거는 것이 아닌 나에게 걸 디버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천은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다면, 그 방향성을 돌려 신체를 억압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면.
‘일석이조지 마력기관을 회전시켜서 내 몸에 강제적으로 링크해 육체를 억제하고, 동시에 그 부담마저 몸이 감당하면, 이중으로 디버프가 들어간다는 건데, 어느 정도는 먹히겠지’
사실 고작 미완성된 심법이 3차 초월한 유천의 몸을 억누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겠지.
유천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눈을 감고 체내의 마력을 느끼려고 했다.
‘잘 될까?’
걷거나 뛰기만 했던 사람이 날개가 생겼다고 바로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심법의 지식을 받아들였지만 마나라는 걸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유천이 한 번에 마력을 운용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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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웅...
“되네?”
유천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혈관이 생겨난 거 같다고 느꼈다.
실체가 있으면서, 동시에 없는 것이 외부에서 몸 안으로 들어와 다섯 갈래로 나뉘어 흡수된 후, 다시 빠져나와 몸 안을 돌아다녔는데, 아마 이것이 마력일 것이다.
재능을 고려해도 마나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건 적어도 하루나 이틀은 걸리지 않을까 했던 유천의 생각이 무색하게, 눈을 감은지 10분 만에 마나를 받아들이고, 심법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육신의 재능이 유천이 상상한 것 이상이거나, 아니면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일 수도 있겠지’
전자보다는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거다.
‘내가 이 정도 재능을 한두 번 보는 줄 아나’
확실한 재능을 찾기 위해 끝없는 리세마라를 돌린 후 키운 캐릭만 수십이다.
그중 살아있는 건 본캐뿐이라는 게 슬픈 일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키운 경험에서 나온 예상이 하루나 이틀이었는데, 10분이라니 다른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건 오로지 육신 스탯뿐이다.
순간 느꼈던 놀라운 심정을 가라앉히고, 유천은 몸 안을 흐르는 마력에 집중하며, 단전과 심장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마력기관의 위치를 찾았다.
‘심장과 단전 가운데, 그리고 그 양옆의 옆구리’
유천의 오륜성은 심장과 단전 사이에 위치한 마력기관을 중심으로 정확히 위아래 좌우에 십자 형태로 위치하고 있었다.
‘회전시킨다’
오행기관의 운용법에 따라 다섯 개의 마력기관을 회전시켰다.
‘더 빠르게’
웅웅
하지만 고작 F스킬 고작 미완성된 심법 따위로는 무슨 수를 써도 내 육체를 통제할 수 없다.
‘더 빠르게’
웅! 웅!
그렇기에 유천은 선택했다. 마력순환이라는 이 끝없는 내리막길 구간에서 심법이나 마법을 익힌 각성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을
‘더 빠르게!’
우우우웅!!
유천은 과감히 브레이크를 제거했다. 일반적인 각성자라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는 육체의 부하에 생체마력폭탄이 되어 펑 하고 터져버릴 미친 선택이었다.
거기에 오행기관이라는 심법은 5개의 마력기관을 가속, 연동시켜 그 다섯 배 아니 수십 배는 더한 부하를 몸에 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천은 고민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군’
폭주하는 마력순환에 따른 몸의 부하라고 해봤자 유천이 느끼는 건 샤워기 물줄기 수준으로 느껴졌다.
이 몸 위로 댐을 방류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인데,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아예 놓는다’
부족함을 느낀 유천은 아예 심법에 따라 흐르던 마력의 흐름에 대한 통제를 놓았다.
쿠우우우우웅!!
더욱 빨라진 순환속도, 얼마 전까지 일반인이었던 유천이 무의식적으로 마력흐름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는지,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마력은 불어나고, 빨라지고 있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유천은 속으로 침잠하여 시간을 잊고 마력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끝없이 마력기관을 가속시킨 결과는 그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불렀다.
*
서울 마나 관측기관 최상층
“이거 진짜인가?”
“예, 국장님”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회색 포마드 머리를 한 미중년의 남자가 서류를 탁 책상에 던진 후 이걸 건넨 단아한 외모를 지닌 자신의 비서이자 3팀장인 딸을 노려봤다.
‘서울 마나 관측기관 관리국장 이도경’ 이라는 명패가 적힌 책상에 앉아있는 남자는 딸을 노려보는 것을 그만두고 한숨을 쉬며 담배를 꺼냈다.
그렇게 1분간 연기를 내뿜은 채 생각에 잠긴 이도경은 비서이자 3팀장인 딸 이지연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3팀장 정확히 몇 MDS라고?”
“정확히 1,243,543 MDS입니다”
하아...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는 여전히 무감정하구나.’
이도경은 10년 전 그 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마치 인형을 보는 것 같은 딸의 눈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차라리 두려워하기라도 했으면...’
그렇다면 아직 모든 마음을 닫지는 않았다고 희망은 가질 텐데...
이도경은 한숨을 담배연기 속에 흘려버리고, 눈을 올려 그녀를 쳐다봤다.
“그럼 설명해 봐라 무슨 의미인지”
“...아우터라고 불리는 외차원 괴수의 등급 분류 체계는 총 34단계로 F ~ SS+까지 존재합니다”
“그리고”
“세부적 분류 사항은 지금 당장 중요한 게 아니니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 분류체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SS+의 MDS는 870,000~1,160,000까지로 규정되어있습니다. 그 말인 즉...”
“즉?”
“지금 나타날 조짐을 보이는 괴수는 분류체계 등급 외의 존재, 네임드라고 불리는 괴수들 중 하나로 보입니다.”
“그래...맞다”
‘잘 배웠구나’
겉으로 티는 내지 않지만 스스로 잘 큰 딸이 뿌듯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도경은 아직도 그때의 악몽 같은 일로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딸에게 그런 감정조차 내비치는 것은 기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은 비서 자리를 줘서 내가 지킬 수 있게 주변에 두는 것, 그것뿐이었다.’
‘문제는 이제 내 주변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
‘지연이를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양복 안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결심한 이도경은 그녀에게 말했다.
“3팀장”
“예”
“너한테 중요한 임무를 부여하겠다.”
“예 국장님”
“지금 이 시간부터 그대는 3팀장이 아니다.”
“국장님?”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실 없이 웃음을 흘릴 뻔한 걸 참고 엄숙하게 말했다.
“그대는 지금 당장 중앙세계로 건너가 리브레스에 가라. 그리고 그곳의 교수회에서 톨드렛이라는 교수를 찾은 다음 이것을 건네줘라”
이도경은 양복 안주머니에 있던 만년필을 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는 과거에 나에게 진 빚이 하나 있다. 이걸 보여주면 분명 부탁을 들어줄 거다. 리브레스의 교수회 소속 교수 정도면 네임드 괴수를 죽일 병력을 모아올 수 있겠지.”
“......”
“중앙세계는 위험한 세계다. 어떠한 일에도, 어떠한 은원에도 엮이지 말고 곧장 리브레스로 넘어가라 아! 잠시...”
이도경은 그의 가장 친한 동료이자 친구, 그리고 형이 사람과 그의 손녀딸이 생각났다.
‘그 아이도 데려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자신의 딸 지연이와 함께 보내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떠올린 이도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아무것도 아니다”
“......”
“이건 기밀을 요하는 임무니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 알았나?”
“...알겠습니다”
고개 숙인 채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보이던 딸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서글펐다.
‘그래도 어쩌겠나 참아야지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어디 있다고’
“이제 가라 비상사태인 만큼 배웅은 해줄 수 없을 것 같군”
떠나갈 딸의 얼굴을 보면 채면이고 뭐고 눈물을 흘릴 거 같았기에 이도경은 의자를 돌려 앉았다.
“네...그럼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얼른 가거라”
뚜벅뚜벅... 끼이익 쿵!
그 말이 마지막으로 듣는 딸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지만, 동시에 딸이라도 살릴 수 있다는 심정이 동시에 그를 웃게 했다.
살아남아라... 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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