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힘이 마법이다-2화 (2/116)

〈 2화 〉 게임 속으로(2)

* * *

‘으...뭐야...?’

위치를 고르고 선택하기를 누른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에 잠이 든 듯하다.

으적으적

바드득 바드득

‘아 씨발 냄새’

기분 나쁜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고, 질긴 육포 씹는 소리와 좁은 밀실의 기분 나쁜 아늑함까지, 초등학생 때 장난이랍시고, 가둬진 청소용구함의 불쾌함이 떠올랐다.

콰아앙!

“뭐...뭐야 씨발!”

트라우마로 휘두른 팔에 무언가 닿자마자 부서졌고, 전등이 아닌 밝은 햇살이 눈에 들어오는 걸 봐서는 야외였다.

그에, 당황하며 일어났지만 온몸에 붉은 무언가가 피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아까와는 수준이 다른 역함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우웁...!”

‘이게 뭔 상황이지 여긴 어디고, 이 피는 뭐야 대체’

헛구역질이 끝난 후 주변을 둘러 봤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은 뿌리 채 뽑힌 나무들과 폭격이라도 당한 듯 파여 있는 땅 뿐이다.

‘납치된 건가?’

산을 타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이런 곳에 자발적으로 왔을 리가 없기에 납치당한 것으로 반쯤 확신하고 주변을 경계했다.

“어?”

그렇게 돌아본 뒤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나무들을 부수며 돌진한 것 같은 흔적과 그 끝에는 토마토 페이스트인가 순간 착각이 들만큼 붉은 살덩어리가 보였다.

“웁...!!!”

“우에엑...!!!”

그 역겨운 광경에 기어코 구토를 한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냉정히 판단해보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부터 판단해야한다’

눈을 감고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본캐 3차 초월 달성, 그리고 GM의 메시지, 신캐 설정...

‘그 이후는 기억이 없는데?’

혹시...

“아니 씹탱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

그럴 리 없잖아 하하하...

그럴 리 없는데...

꿀꺽...

“상...상태창...?”

이름: 고유천

종족: 휴먼

재능: ???, ???, ???, ???

가호: 없음

스킬: 없음

스탯

육신: 0.00­초월(3차)

감각: 30.32

정신: 25.54

마나: 19.87

마일리지: 13,287,564p

“이런 씨발?”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 꿈인가? 장르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이게 뭔 상황이지?

유천은 그렇게 혼란해진 정신으로 5분간 고민 후 깔끔하게 인정했다.

“이 좆같은 GM새끼가!! 나를 이세계로 보내?!!”

욕한 적도 없는데!! 아니 혼자서 욕은 많이 했지 한 번도 인벤에 욕하거나 한 적도 없는데!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이 새끼는 나를 라스트 레거시 세계관으로 배송하고 지랄이야!!

아니 그래 솔직히 아주 소올~직히 내 삶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유일한 재미라고는 라스트 레거시를 플레이하는 것뿐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스팩타클한 세계로 나에게 동의도 없이 보내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니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나를 하필 라레 세계관에 보내냐고...”

갈 거라면, 야겜 세계관이 좋지 죽을 고민도 없이 하렘 누리면서 떡이나 치면서 살면 되는 아주 편안하고 행복한 세계 아닌가?

그런데 여기는 시발... 외차원과의 전쟁부터,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내차원 새끼들은 중앙세계에서 땅따먹기 하느라, 지들끼리 싸우고 싸워 은원 스택이 극한까지 쌓인 수라장이다.

얼마나 정신 나갔냐면, 외차원과의 전쟁중에도 지들끼리 암살자들을 보내거나, 몰래 정보를 누락시켜서 패망하게 만드는 등 아주 뭐 같은 곳이다.

오죽하면 지금까지 키운 캐릭들의 9할은 외차원 괴수가 아닌 같은 편이어야 할 것들에게 죽었다. 실제로도 그 전 캐릭은 처형당했고.

그럼 아무것도 안하면 되지 않느냐고?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유저들이 많은데 그런 유저가 없었겠나?

농사 힐림 게임을 하겠다고 한 유저들의 결말을 전부 동일하게 내차원 멸망으로 귀속되었다.

외차원과 전쟁으로 인한 멸망, 재앙의 부활, 세계 대전 등등

그 사유 또한 다양했다.

라스트 레거시의 세계관의 큰 줄기도 창조주가 남기고 떠난 최후의 유산을 찾아 외차원의 문을 봉쇄하는 건데 그것도 기가 막힌 게 지들끼리 싸우다가 잃어버려 지금 이 꼴이 났다는 것이다.

“......그래 시발 일단 GM새끼한테는 나중에 만날 수 있으면 줘 패든 하고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 생각하자”

일단은 살아남아 보자는 생각에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고유천

종족: 인간

재능: ???, ???, ???, ???

가호: 없음

스킬: 없음

스탯

육신: 0.00­초월(3차)

감각: 30.32

정신: 25.54

마나: 19.87

마일리지: 13,287,564p

“재능이 4개? 좋은 것만 나오면 혜잔데... 재능 감별기를 어떻게 구하냐고 젠장....”

재능을 모르면 정확한 육성 계획을 잡기 어렵고, 나중에 알았을 때 이미 육성 방향이 틀어져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재능 감별기가 필요한 것이고.

“그리고 마일리지 저건 뭐야? 저런 게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일리지의 세부 내용을 확대하니 지금까지 쓴 금액의 1%를 적립해 준다고 되어있다.

“아니 그럼 내가 지금까지 여기에 얼마를... 아냐 떠올리지마 임마...”

유천은 그렇게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걸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넘기고 스탯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재능충이구만”

만 명가량의 초기 스탯 정보를 가지고 평균을 구한 미친자가 밝힌 평균은 육신과 감각 정신은 각자 10, 마나는 3정도, 재능은 2개로 알려져 있고, 또한 정설로 인정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빙의, 아니 이름이 똑같으니 소환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눈앞의 상태창은 유천이 지금까지 해온 캐릭들 중에서는 한 손에 드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지...”

그렇게 말하며 특정 스탯을 노려봤다.

육신: 0.00­초월(3차)

“이걸 어쩌냐...진짜...”

주위의 뿌리 채 뽑힌 나무들 폭격 맞은 듯 파여 있는 땅들, 그리고 저기에 외차원 괴수(?)였던 것으로 보이는 토마토 페이스트까지 아마 아까의 지진과 강풍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은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인과관계로 봐서는 유천이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까 앞이 안보이고 썩은 내가 난 게 아마 저놈이 내 머리를 물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러다가 내 손짓에 피떡이 된 거고’

“그래서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고”

참, 경이로운 육체가 아닐 수 없다.

거의 코끼리만한 늑대를 물어뜯는데 고통을 느껴서 깬 게 아니라, 냄새 때문에 깼다. 고통? 고통은 무슨 약간 근질근질 거리는 정도였다.

거기에 지독해서 휘저은 손길만으로 주변이 이런 꼴이 났다.

여기서 뭔가를 더 잘못하면 큰일이 날거라는 예감에 움직이지 못하며 천천히 앉았다.

“조심해야지...”

캐릭을 만들 때 예상한 부분이기도 했다. 3차 초월이 처음부터 있으면 국민 민속놀이의 파워 오버웰밍마냥 노잼 학살 먼치킨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세 차례나 초월한 육신 스탯을 보조할 감각

육신 스탯의 유틸과 안정성을 높여줄 마나

육신, 감각, 마나를 위에서 전체적으로 보조하는 정신

기술을 보정해 주는 스킬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움직이며 마치 패시브 스킬과 같이 나를 지키는 가호

그리고 이 모든 걸 커버하는 재능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3차 초월한 육신을 제대로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스스로의 힘을 못 이겨 자멸할 가능성 또한 적지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발생하는 위기, 낭중지추의 상황에서 거대 세력과의 갈등, 거기서 발생하는 기연과 인연등, 거대한 중앙세계에 비해 작은 지구에서 성장해서 최강자가 되는 주인공을 지켜보며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GM에게 부탁한 거다.

“그런데 내가 그 위험을 무릅쓰게 됐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이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10년간 플레이하며 느꼈으며, 최상위에는 어떠한 괴물들이 존재하는지 알고 있기에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지 지독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우선 마일리지부터 보자”

내가 예상할 것이 맞다면 저걸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마일리지: 13,287,564p

→마일리지 상점

“예상한 게 있네”

그래 마일리지 포인트가 있는데 그걸 소모할 현질 상점이 있어야지.

그리고 상점 품목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거를 생각했다.

역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거는...

“재능이지”

마일리지 상점에 들어가서 재능 감별기를 생각하자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재능 감별기: 50,000p

“뭐야 이 싸발적인 가격은?”

본래 5,000원짜리가 10배가 되어 나타나자 다시 한 번 GM을 향한 살인 충동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그래...랜덤 가챠가 아닌 게 다행이지”

그래도 이 게임은 다행히도 머리를 랜덤하게 잘라주는 기막힌 미용실은 없었다고 다시 한 번 긍정적으로 사고했다.

“재능 감별기 사용”

띠링!띠링!띠링!띠링!

머릿속에서 네 번의 소리가 난 걸 들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기도했다.

‘제발!!제발!!제발!!! 나한테 맞는 재능 그것도 최상으로!! 아 아니다 최상은 아니어도 되니까 제발 나한테 가장 중요한 재능으로!! ’

가장 좋은 건 감각이나 마나와 관련된 재능 아니면 특정 무기에 관련된 재능, 속성 관련 재능도 나쁘지 않다.

지금 가장 나오면 안 되는 재능은 육신 스탯 관련 재능이다.

만에 하나 ‘행성을 짊어지는 자’나 ‘신의 육체’같은 재능이 나오면 정말 숨 쉬거나 걷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상태창’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가지고 연 상태창은

이름: 고유천

종족: 인간

재능: 공간안(F), 오륜성(E), 철신(A), 사고 가속(F)

가호: 없음

스킬: 없음

스탯

육신: 0.00­초월(3차)

감각: 30.32

정신: 25.54

마나: 19.87

마일리지: 13,237,564p

!!!!

좋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뛰어난 재능이다.

‘공간안’은 간격을 본능적으로 알게 해주는 원거리 근거리 안 따지는 감각계열 최고의 재능 중 하나이다.

거기에 다섯 개의 마력기관을 가지고 태어나는 ‘오륜성’은 마력량, 순환속도, 폭발력 어느 것 하나도 최고가 아닌 것이 없었다.

이 두 가지 재능만 해도 충분히 ‘하이랭커’에 도달할 자질인데 거기에 사고 가속은 전투 상황에 더욱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행동하도록 보정해 줄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마법사 테크네’

근접계통에게도 좋지만 이 세 가지만 따로 보면 초월적인 육신만 아니었으면 중앙세계에서도 두 손 안에 드는 대마법사가 될 운명이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최곤데”

마지막 재능 ‘철신’ 이것 때문에 최고라고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쩐지 힘에 비해 몸 크기가 작다고 했다.”

그래도 180cm는 넘어 보이지만, 본래 육신 스탯을 초월한 자들의 덩치는 그야말로 거인이라고 할 정도로 크고, 실제로 거인족들 중에 육신 관련 초월자들이 가장 많다.

저렇게 본래 육신 스탯이 늘어나면, 커지는 게 보통이지만, 철신은 계속해서 쌓인 힘을 육신에 압축시킨다.

결국에는 생체 형질마저 바뀌게 되어, 평소에는 다를 바 없는데 마력을 주입하면 그 부위가 철과 같은 색을 띈다고 해서 철신으로 불린다.

육신 스탯에 아주 좋은 재능이다.

‘그래... 육신 스탯에 말이지...’

문제는 ‘행성을 짊어지는 자’나 ‘신의 육체’와 동등한 클래스의 재능이 튀어나와버렸다는 거다. 그것도 시작부터 A등급으로

‘머리 아프게 됐네’

본래 가진 엄청난 재능이 오히려 피를 말리게 된 상황이 되어버렸다.

“후, 어쩔 수 없는 일 가지고 고민하지 말고 앞으로 뭘 할지나 생각해보자 그전에...”

­그르르르

공간안 재능을 인지한 이후부터 느껴졌던 기척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차원 괴수들, 게임에서도 흔해 빠진 등급으로 따지면 C등급에 불과한 송사리 6마리 일단 내 목표는 저것들을 죽이지 않을 정도로만 때리는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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