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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게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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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시발!!!”
‘라스트 레거시’ 10년 동안 RPG게임의 1등을 놓치지 않은 게임의 이름이다.
화려한 그래픽, 방대한 스토리와 자유도 등 지금에서도 이 이상의 RPG가 만들어지지 않아 외계인을 갈아 만든 게임이라고 불린다.
줄거리는 이렇다.
과거에 창조신이 내차원과 외차원을 만들고 내차원에게는 비옥한 세상을 외차원에는 척박하고 잔혹한 환경을 선사해 준 뒤 사라졌다.
그 후 ‘이너’라고 불리는 내차원의 인간들과 ‘아우터’라고 불리는 괴수들의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줄거리다.
특이한 점은 온라인이 아닌 싱글겜이라는 점과...
“내가 세계최초로 외차원으로 넘어간다고 시발!!”
10년간 단 한 번도 확장되거나 패치되지도 않았으면서 10년간 어느 누구도 결말을 보지 못했다는 거다.
아니 정확히는 다음 시나리오도 보지 못했다.
이 외차원 진입 시나리오가 최초로 밝혀진 건 10년 전 정확히는 ‘라스트 레거시’가 공개되고 1달 후이다.
그때도 어지간한 싱글 RPG는 하루 안에 결말까지 가는 한국인들이 ‘이게 게임이냐!!’ 할 정도로 하드 했었다.
그러나 세달뒤...
이게 게임이냐...
세 달 전의 나야!! 여기서 나가!!(대충 인X스텔라 짤)
저는 이제 탈출합니다. 라창 여러분 대가리 더 깨지기 전에 벗어나세요.
등등
어느 누구도 외차원 진입 시나리오에 진입하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렇게 9년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좌절하고, 탈주하고, 복귀한 끝에.
“흐윽... 시발... 갈 수 있다고...”
드디어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그 절망의 문을 넘어갈 수 있게 됐다.
“흑...크응...엉엉... 씨이이벌...”
그렇게 수십 여 분간 지금까지의 여정에서의 울분과 이제야 나아갈 수 있다는 감격에 혼자서 질질 짜고야 말았다.
“크흥..! 일단 스샷 따고 저 개잡호로새끼들 잡아 죽인 다음에 다음 시나리오로 가즈아!”
지금까지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가지 못한 원흉인 괴수군단을 죽이고 넘어가려는데
[GM]: 유저 최초로 3차 초월 달성을 이룩하신 ‘아기물티슈’님 축하드립니다!
“엥...?”
‘라스트 레거시’는 싱글 게임 주제에 과금이 그것도 아주 씹창난 과금 시스템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항의하고 욕을 했지만 어떠한 응답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공지도 아니고 이런 귓말 같은 형태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나도 응답해 보기로 했다.
[아기물티슈]: 아...네 감사합니다.
[GM]: 3차 초월 달성까지의 과정은 즐거우셨나요? ^^
“즐거웠냐고...?”
부들부들...
GM의 말에 지금까지의 악몽 같은 여정과 현질이 떠올라, 살갗이 바르르 떨렸다.
‘3차 초월’ 3차 전직과 동일어 같아 보이겠지만, 실상은 아주 다르다.
수없이 많은 캐릭들을 갈아본 결과 내가 깨달은 초월에 가장 필수적인 것들이 있다. 재능 그리고 운.
거기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의 두 가지는 없어서는 안 된다.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선택한 게임 내 지역에서 랜덤하게 뽑힌다. 그 말인 즉 그 캐릭터의 재능 또한 랜덤하다는 거다.
여기서부터 이제 대가리가 깨진 자들의 지옥이 시작된다.
물론 리세마라는 무료다.
문제는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선 캐릭터를 생성하고, 재감(재능 감별기)로 확인해야 하는데,
재능 감별기 1회 5000원 재능 감별기 11회 50000원
이게!! 시발!! 말이 되냐고!!
그렇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리세마라 끝에 최상의 재능을 찾아 만든 캐릭터가 전 캐릭터이다.
어떻게 됐냐고?
지금까지는 돈과 장기백 같은 더러운 확률 운만 아니면 누구나 가능하다.
재능은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운(?)
이게 진짜 골때린다.
외계인을 갈아 만든 게임이라는 평에 걸맞게 세이브는 없고 대신에 게임을 끄면 배속으로 스스로 활동하도록 설정되어있다.
당시에 내가 만든 캐릭터는 최고의 재능을 지녔고, 사회적 위치 또한 제국의 황태자였다.
드디어 다음을 볼 수 있겠다는 마음에 내일을 기대하며 게임을 끈 나는 다음날 혁명세력에 의해 목이 날아간 채 까마귀밥이 되어있는 내 캐릭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그때만 생각하면 시발 자다가도 속이 뒤집어 진다 아주’
그렇게 이를 갈며 GM에게 5700자 가량의 부모님의 안부와 욕, 그리고 저주를 할까 고민하던 순간
[GM]: 최초로 3차 초월에 달성하신 유저님께 저희 개발진 일동이 소정의 선물을 드릴까 합니다!
[GM]:유저님께서 만드신 신캐릭터에 원하시는 설정을 부여해 드리겠습니다!
[GM]:유저님께서는 어떤 설정을 원하십니까?
“설정을 부여해준다고?”
[아기물티슈]: 설정이라면 어떤 걸?
[GM]: 그야 유저님이 원하는 게 어떤 것이라도 게임 내 존재하기만 하면 가능하답니다~^^~
설마... 이거까지 해줄까...?
[아기물티슈]: 혹시 3차 초월을 신캐 설정에 넣을 수 있습니까?
[GM]: 네 가능합니다!
“나이스~!!”
역시 갓겜 라레!! 갓 GM!!
두개골 봉합이 필요한 라창은 속으로 온갖 못할 욕을 하던 것을 잊고 다시 한 번 광신도가 되었다.
[GM]: 플레이어께서는 어떤 3차 초월을 원하십니까?
“음...”
초월을 아주 다양하다.
검술, 마법, 주술, 성력 등의 스킬들을 극한으로 익혀서 초월할 수 있고, 재능, 가호, 스탯을 단련해서 초월할 수도 있다.
그 많은 가짓수 중에서 과거부터 하고 싶었던, 현재 캐릭은 방향성이 달라서 시도하지 못했던 것을 3차 초월시키기로 마음먹고 GM에게 챗을 보냈다.
[아기물티슈]: 스탯 중 육신을 초월시키고 싶습니다!!
제발 제발
육신, 감각, 마나, 정신 라스트 레거시에는 이 네 가지 스탯이 존재한다.
내가 오래전부터 원하던 것은 앞에서 전부 때려 부수는 파괴자! 디스트로이어!
다 좋은데 이 게임은 항상 사이다에 탄산이 부족하다고 느낀 나는 그런 시원시원한 캐릭을 갈망했다.
“제발! 갓 GM! 갓 라레! 저에게 부디 극한의 사이다를 선사해 주세요!!”
[GM]: 네 그럼 그렇게 설정을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이에에에야스!!!!! 믿고 있었다고!! 갓겜!!”
이게 씨이발! 섹스지!!!
몇 년 전에 로또 당첨 됐을 때 이후로 이런 기쁨은 없었다.
싱글겜에 불과하지만 무료한 내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온 이 게임은 비록 욕하고 분노했어도 내 두 번째 삶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게임에서 별 문제만 없으면 외차원 진입 시나리오로 스스로 진행해줄 나의 새로운 신캐는 지금의 본캐와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 줄 거다.
“후, 후우 일단 진정하자 육신 3차 초월이라도 일단 해야 할 건 많아”
스탯 스킬 가호 재능 이 모든 게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강자가 된다.
육신 스탯이 정점에 이르러도 그걸 받쳐줄 다른 것들이 없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신캐 만들어지면 육성 계획도 잡아야 하고, 아 그전에 내 본캐 시나리오도 봐야하고, 아 할 게 많네~”
그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본캐 전쟁 돌입 전 작전 내용을 보던 중에
[GM]: 플레이어님! 설정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렇지!!”
[아기물티슈]: 감사합니다!! 갓겜 라레!! 갓 GM!
[GM]:ㅎㅎㅎ 아닙니다. 아 혹시 지금 신캐릭터를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현재 진행 중이신 시간을 잠시 정지해드리겠습니다.
“뭐지?”
꼭 지금 해야 하는 건가?
[아기물티슈]: 꼭 지금 해야 하는 건가요?
[GM]: 네 ㅜㅠ 이게 지금 당장이 아니면 설정 유지가 되지 않습니다.
“아씨... 그건 안 되지”
[아기물티슈]: 지금 당장 할 게요.
[GM]: 네! 대신에 현 캐릭터의 진행 시간은 신캐릭터 육성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정지해드리겠습니다!
“오 그러면 나쁘지 않지 흐흐”
비록 새로운 시나리오 진입은 미뤄지지만 외차원 진입 시나리오만큼 신캐에 대한 기대 또한 지대하다.
“자!! 그럼 신캐를 까보실까?!!”
여러 가지 호재들이 터져서 눈이 돌아가서 했던 선택이 어떤 결말을 초래할지 이때는 아직 나는 알 수 없었다.
게임의 첫 화면으로 나가 NEW GAME을 선택했다.
“본캐는 여캐니까 이번엔 남캐로 까봐야지”
캐릭터 성별을 남자로 선택한 후 지역 선택 화면으로 넘어왔다.
“지역 선택은 진짜... 이거 선택장애들은 고를 수가 있는 건가?”
몇 번을 말하지만 라스트 레거시가 괜히 외계인을 갈아 넣어 만든 게임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자유도와 세계관의 크기의 방대함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수백개 이상의 차원, 그 안에서도 국가나 단체 마지막으로 도시나 마을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흠... 원래 지구는 안 고르는데 캐릭 설정이 워낙 사기니까 지구로 선택해볼까?”
설정 상 수백 개의 차원 중에서 지구는 ‘중앙세계’에 합류한 지 고작 삼 사 십년 밖에 안 되는 차원이다.
그렇기에 힘이 약하고, 타 거대차원들의 이목에서 벗어나 있는 편이다.
동시에 차원지도 상 외차원으로부터 침공받기 쉬운 위치여서 강해지기도 전에 캐릭이 죽어버리는 경우도 많기에 유저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차원이다.
그나마 장점이라고는 최상위 괴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말고는 없는 성장하기에는 최악의 입지지만.
“얘가 성장하기에는 최고지”
육신 3차 초월을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없는 만큼 기도메타를 할 필요도 없고, 침공은 많아 경험을 채우기에 딱 좋은 차원이다.
“장소는 한국으로 몰입이 잘 될 거 같으니까~ 그럼 한국에서는 어디가 낫지?”
한국 지도에 차원종들의 침입 현황을 보며 고민한 끝에
“죽지 않으니까 고생 좀 하셔야지 흐흐...”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현재는 차원종들에 의해 지배된 강원도에서 그 중 가장 빡세 보이는 철원읍 중강리를 클릭하고
“자! 거기 있는 놈들이 아무리 때려도 안 아프니까 개고생 좀 해라!”
선택하기를 누르는 순간 눈이 정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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