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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오크-795화 (794/800)

〈 793화 〉 0부 솔로몬 가라사대 #007

* * *

이 동굴은 평범한 동굴입니다.

하지만 오크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고, 수많은 이들이 여기서 죽은 흔적이 있습니다.

즉, 마력을 이용하여 거점을 만들기에는 충분한 장소입니다.

'이 동굴은 이제 제 겁니다'를 시전했으니, 지금부터 필요한 일은 한 가지.

부하를 부리는 것.

그렇습니다.

저는 부하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저 대신 저를 위해 마력을 모아줄 수 있는 부하들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어딘가 능력 좋은 부하들을 영입하면 좋겠지만, 그건 지금의 제게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큐버스의 뿔.

서큐버스의 날개.

서큐버스의 꼬리.

이것들을 숨기려면 마력이 필요한데, 숨기는 것조차 마력이 소모된단 말이죠. 그러니까 마력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

외부로부터 마력을 공급받으면 되는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법소녀에게 자동으로 마력을 공급받는데에는 촉수만한 게 또 없죠."

마법소녀와 촉수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마법소녀가 있는 곳에 촉수가 있고, 촉수가 있는 곳에 마법소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촉수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촉수로 이루어진 이형의 괴물은 구할 수 있지만, 촉수 자체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촉수를 만들어야겠네요!

"아스모데우스에게 감사를."

저는 제게 마왕의 인장을 넘겨준 존재, 아스모데우스에게 애도와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녀가 남기고 가준 인장 덕분에 저는 마왕으로써 권능이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권능이 무엇이냐?

"소환!"

저는 던전 한가운데 마법진을 그리고 소환을 외쳤습니다.

꾸륵.

마왕의 힘을 이용하되, 최소한의 마력으로 그에 상응하는 마물이 튀어나오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슬라임이 최고죠. 후후."

저는 농구공 사이즈만한 슬라임을 품에 안아들었습니다. 투명한 슬라임은 아무 생각이 없어보였으나, 다행이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있는 지성이 있는 듯 했습니다.

"당신이 지금부터 할 일은 하나. 먼저 이곳의 청소입니다."

저는 슬라임에게 첫번째 지시를 내렸습니다.

바로 죽은 시체들을 처리하는 일.

"오크들을 먹어치우세요. 엘프들을 먹어치우세요. 그걸로 당신은 생명을 먹어치우고 살집을 불리는 겁니다."

꾸르륵.

단순한 생물답게 슬라임은 식욕에 따라 움직이며 죽은 오크들을 천천히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를 먹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하나하나 먹어나갈 때마다 먹는 속도도 빨라지고 움직임도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를 먹을 때마다 몸집이 두 배, 세 배 커지며 점차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색이 오크의 녹색으로 물드는 건 조금 그랬지만, 슬라임은 수 시간 만에 던전 전체를 말끔히 청소했습니다.

뀨륵.

"그래요, 잘 했어요. 이제 이쪽으로 와봐요."

똑.

저는 슬라임의 일부를 뜯어냈습니다. 다소 아파하는 모습이 보여서 미안했지만, 확인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었습니다.

"냠."

저는 슬라임의 체액을 먹었습니다.

다행히 저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슬라임의 체액에는 마력이 깃들어있다. 좋아요, 앞으로 이렇게 마력을 모아나가면 되겠군요. 후후."

시체들을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치울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 슬라임 하나 덕분에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빨아들일 수 있는 건 정기와 보지로 얻는 마력 뿐.

하지만 이렇게 슬라임을 이용한다면 슬라임의 체액을 섭취하는 것으로 마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 문제는 슬라임이 먹어치울 생명체가 없다는 것.

"...어쩔 수 없군요. 보금자리는 그대로 두고 주변을 정찰하는 수밖에."

거미처럼 거미줄을 치고 마냥 먹이가 오기를 기다리는 건 너무 오래 걸리고, 현명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진정한 사냥꾼은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몸소 나서지, 가만히 앉아서 사냥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인간 마을로 가볼까요."

저는 마력을 이용해 서큐버스로서의 흔적을 지웠습니다. 당연히 평범한 인간, 아니 엄청난 인간 미인이 되었습니다.

언어가 통하고, 논리만 통하면 아마 아주 쉽게 마력을 모을 수 있겠죠.

문제가 있다면 이 슬라임.

"어떻게 데리고 간다."

방법은 있습니다. 예전에 촉수빌런에게 당했을 때의 방법을 응용하면 됩니다. 굴욕을 준 상대의 기술을 따라야해야 한다는 건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은 자존심 내세울 때가 아닙니다.

"이리와요."

저는 슬라임을 두 팔로 안았습니다. 그리고 슬라임이 가장 안전할 수 있는 장소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와서...기다리세요."

구르륵.

슬라임은 기어이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벌렸던 입구를 닫은 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동굴의 입구도 막았습니다.

구구구.

당분간 동굴은 안녕입니다.

이제 제 목적지는 하나.

수많은 남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 * *

"흐아암."

모르아칼 백작령의 작은 도시, 바크사날의 경비병 레이퍼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하품을 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전쟁도 없는 평화로운 시대.

들어오는 이들을 관리 감독만 하면 급료가 나오고, 급료가 들어오면 그거로 식자재를 사고 남는 돈으로 꽃을 사러 가기를 반복하는 나날.

그런 지루한 나날이 반복되는 가운데, 레이퍼는 멀리서 로브 하나를 두르고 터덜터덜 걸어오는 한 여인을 봤다.

"아니…!"

여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푸석푸석해진 머리칼에 피부가 건조했고, 신발은 어디서 주웠는지 군화를 신고 있었다.

며칠 굶은 것처럼 얼굴이 핼쓱했다.

"아, 아…."

풀썩. 여인은 레이퍼의 앞에 쓰러졌다. 레이퍼는 급히 여인을 부축하며 일으켜세웠다.

뭉클.

로브 아래에 느껴지는 감촉에 레이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꽃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중량감이 느껴졌고, 레이퍼는 급히 성문 안으로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 병사들이 쉬는 휴게실 침대에 눕혔다.

"레이퍼, 지금 뭐하는 거야?"

"몰라. 갑자기 기절했어. 성문 앞에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잖아."

"신분은?"

"이제 찾아봐야지."

레이퍼는 여인의 몸 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로브 위로 여인을 만졌지만, 그 손길은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다. 이윽고 그는 로브 안쪽을 깊숙이 뒤지기 시작했다.

"스읍. 잘 안 보이는데."

"옷 안에 있는 거 아니냐? 크흐흐."

"그런가? 크큭."

다른 경비병들은 나무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레이퍼를 두둔했다. 레이퍼는 낄낄거리며 단숨에 여인의 로브를 단검으로 북북 잘라냈다.

"오우, 씨발."

레이퍼의 욕에 병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들어 여인을 구경했다. 머리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기는 했지만, 여인은 따뜻한 방안에 들어온 덕분인지 호흡이 점차 안정되고 있었다.

"야, 이거 탈 나는 거 아니냐?"

"탈 나면 뭐 어때. 야, 수갑 좀 가져와봐."

"흐흐, 이런 걸 찾으시나?"

레이퍼의 동료 중 한 명이 장난스럽게 수갑 하나를 꺼냈다.

"어디서 이런 걸 구했어?"

"어제 빡촌가서 한 판 뒹굴면서 챙겼지. 흐흐, 털달렸으니까 아프지는 않을 거 아니야. 그리고…."

동료는 여인의 매끄러운 다리를 만지며 비릿하게 웃었다.

"지금 이 여자는 공공외설죄로 잡힌 거 아니냐? 응?"

"그렇지. 내가 그래서 심문하려고 여기다가 데려온 거 아니냐. 다들 그렇지?"

"그럼!"

경비병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 근처로 모였다. 동시에 다섯 명의 남자가 알몸이 한 여자를 빙 둘러싸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 헤드에 묶어."

"천천히. 조심해, 일어날 수도 있어."

"일어나면 뭐 어쩔 건데? 묶여서 꼼짝도 못하는데. 크흐흐."

누군가는 눈에 안대를 씌우고, 누군가는 입에 재갈을 물리고, 누군가는 사지를 단단히 묶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움…."

여자는 서서히 비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경비병들은 낄낄 웃으며 여자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우움…? 읍, 우웁, 우우웁?!"

입에 재갈이 물린 여자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몸을 움직이려했다. 하지만 사지가 침대에 묶이는 바람에 그녀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럼 내가 제일 먼저 먹는다?"

레이퍼는 여인의 다리를 강제로 벌렸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자지를 안에 불쑥 집어넣었다.

"어우…. 씨발, 아으."

"왜? 레이퍼, 무슨 문제 있어?"

"자지가 녹을 것 같아. 씨발, 아, 미치겠다. 쌀 것 같아."

레이퍼는 광소하며 자지를 안쪽 깊이 밀어넣었다.

"이 년, 우리가 존나 따먹자."

동문 경비대는 그 날 공공변소를 손에 넣었다.

* * *

흐아앙.

오크들이 닿던 곳까지 전혀 닿지 않게 되어버렷.

'망했다.'

인간들의 강간은 내 생명을 유지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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