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회
45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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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걱.
내가 신성력의 벽에 몸을 들이받자마자, 성녀는 트랄의 위에 올라타 더러운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야! 내려! 어딜 감히 네가 트랄을 넘봐!"
"아아.... 역시 커. 흑인 자지 저리가라네...."
성녀는 허리를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짙은 녹색의 자지 옆으로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보였다.
"흐으으.... 신성력 최고."
"서, 설마...?"
수많은 처녀들을 취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그녀의 아래에 흘러내리는 붉은 혈액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처녀...라고?"
"여신님 만세. 흐흐."
성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혀를 할짝였다.
"아다 떼는데 고통도 없고 쾌락만 있다니...이런게 또 어디있겠어?"
성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떻게 여자가, 그것도 처녀가 자기 팔뚝보다 더 굵은 자지 위에 올라탈 수 있단 말인가?
"으으.... 너는 씨발, 모르겠지. 여신님께서...얘랑만 섹스하게 정하셨단 말이야...?"
"이...개...."
"근데...내가 얘랑 하려고 얼마나 각을 쟀는데...씨발! 끝까지 안 대줬어! 옆에 달라붙는 용사라는 지역 방위라는 이유로 암컷들 싹다 다른 곳으로 퍼뜨렸고! 심지어 알몸으로 밤에 찾아갔는데도 거부하잖아!"
"......."
어쩐지 아크생텀에 용사들이 하나도 없더라.
"인류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용사들 여기에 다 몰려있었으면, 분명 이런 일도 없었겠다!"
"알게 뭐야, 이런 세상! 지구로 돌아가기만 하면 여긴 더이상 볼 일도 없어!"
"너 때문에 세상이 망하게 생겨도?!"
"내 세상이 아니잖아!"
"와...."
이 얼마나 훌륭한 인성인가? 분명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는건 자신이 찍어준 번호에서 한 번호만 바꿔서 1등 5개, 아니 수 십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일 터.
'아니, 인생 다 갈아넣을지도 몰라.'
1인당 복권 구매 가능액을 전부 꽉꽉채워서, 아니 다른 곳에서도 구매하여 가진 돈을 몽땅 털어넣지 않을까.
그래서는 안 된다. 내가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여자 만큼은 지구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정의를 위해.
쾅, 쾅쾅쾅!
벽을 두드린다. 혹시나 무너지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며, 내 주먹에 피가 터져도 벽을 두드린다.
몸이 망가지는 것?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내 눈앞에서 트랄이 강간을 당하고 있다는 것 뿐.
"크, 크으...!"
"헤으응...."
하물며 전생에 나를 죽였던 여자가 현생, 나의 형제인 트랄을 강간하다니!
"트랄! 버텨라! 너는 할 수 있다!"
"크윽, 형제여...! 이건, 너무 힘든 고통인...!"
"버텨, 새끼야!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마!"
쿵!
나는 신성력의 벽을 향해 몸을 들이받았다. 전신이 불타는 것처럼 따가웠지만, 그럼에도 나는 트랄을 구하기 위해 내 앞에 펼쳐진 신성력의 벽을 무너뜨려야만했다.
아니, 이건 구체다.
성녀가 자기 주변에 펼쳐놓은 결계이며, 세상이 무너져도 이 구체만큼은 무사할 터.
'공략법은 아는데!'
던전이 아닌 지상이라면 이런 결계는 공략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결계가 펼쳐진 곳 아래 땅굴을 파고, 지하에 용암을 채워, 그 다음에 결계 아래부터 용암까지 길을 뚫어 결계 째로 다이빙을 시켜버리면 그만이다.
과거 조디악 왕국의 국왕을 상대했을 때부터 생각했던 방법으로, 나는 성녀가 혹여 결계를 치는 순간 바로 저지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었다.
"크윽, 커헉...!"
"으흐읏.... 존나 자지 크네, 씨발."
하지만 '트랄'이 함께 있는 것이 문제다.
성녀 혼자만 있었다면, 나는 가차없이 내가 계획했던 작전을 실행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트랄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크아아악!"
결계를 부수는 것.
"크아아아아!"
내 옆에서 분신이 전장에서 주운 무기를 들고 결계를 마구 치고 있었다. 분노부터 탐욕에 이르기까지, 내 모든 분신들이 저마다 다른 무기로 결계를 마구 때렸다.
"하하하! 소용없어! 내게 주어진 신성력은 무한이야!"
"무한?! 그런 건 없다! 때리고 때리다보면 언젠가 부서지게 될 터!"
"아무리 네가 신성력 탱크라고 하더라도, 너는 무너질 터!"
"씨발, 가슴도 작은게 신성력은 존나 많네!"
나와 내 분신은 다섯 방향에서 결계를 두드리며 성녀의 멘탈을 건드렸다. 하지만 보통 포-스를 가진 여자가 아닌만큼, 내 말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가슴도 흔들림이 없었다.
"크아아, 더이상은 안 되겠다!"
"가자! 우리들이여!"
무기를 휘두르다가 힘이 전부 빠져버린 분신들은 결계 위로 점프했다.
"누워!"
분신들은 결계 위에 누워버렸다. 네 명의 몸이 신성력에 불타며 하얀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뭐야, 스테이크 굽는 거야? 아하하!"
"마음껏 놀려라! 그래봐야 네가 진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위하고 싶은 거겠지! 후후후, 예전부터 기대하고 있었어! 트랄이 그렇게 자랑하던 형제가 누구였는지...."
성녀는 트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에 나는 그만 마시려던 마나 포션을 그만 토해버릴 뻔 했다.
"이...망할 것이...?"
"그런데 그게 돼지같은 오크였다니, 역겨워서 구역질이 나오더라!"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것이냐! 너는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내가 할 소리!"
어차피 서로가 서로를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쪽은 성녀고, 한쪽은 던전의 주인이었으니까.
그런데 악랄한 과거까지 드러나니, 이 얼마나 좆같은 상황이겠는가?
"흐흐흐, 궁금하지? 내가 왜 트랄의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함이라며! 내가 너같이 대가리 빈 년은 아니다!"
"하하하! 그것 참 안타깝네. 일단 위에 스테이크는 다 익어버렸네? 아주 잿더미만 남아서 다 타버렸다 이 말이야."
"큭...!"
분신들이 타오른 연기가 나를 향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그만 주저앉을 뻔 했다.
"이...개...."
"네 명이 타오르고 죽었는데 그걸 견뎌? 와, 너도 진짜 독종이다. 얘도 독종이고."
"크으윽...!"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분노가 차오른다. 트랄은 최대한 버티고는 있지만, 그도 남자인 이상 언젠가는 사정하고 말 터.
"트랄, 싸더라도 괜찮다! 애가 생기기 전에 모가지를 따면 돼!"
"하하하...이게 뭔지 알아?"
성녀는 품에서 돌돌 말린 양피지 하나를 꺼냈다.
"텔레포트스크롤...은 아니겠지?"
"잘 아네, 아하하!"
"준비성 한 번 더럽게 철저하군!"
하다못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죽여버리기라도 한다면 가능성이 있어보였지만, 그마저도 스크롤의 존재 때문에 불가능해졌다.
"트랄! 구속을 풀어! 스크롤을 찢어!"
"노력하고 있네.... 형제여!!"
트랄은 열심히 용을 쓰며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손발목은 여전히 움직여지지 않았다. 대면좌위로 트랄의 위에 올라탄 성녀는 트랄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더욱 강하게 그를 조였다.
"이대로 가면...크윽, 형제여, 미, 미안하네...!"
트랄은 애써 웃으며 나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해도 좋네. 이미 나는...글른 몸이야!"
"참아! 저런 여자한테 싸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쾅, 쾅쾅쾅!
"네 자식은 그저 수단이 되어버릴 뿐이라고! 사랑 따위 없는 자식을 낳을 셈이냐, 트랄!!"
"꺄하하하!"
성녀는 나를 향해 뒤를 돌아보며 중지를 들어올렸다.
"이게 사랑이야."
"이...."
나는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이 분노를 해결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군단의 부하들? 지금 죽어라 밖에서 싸우고 있다. 내가 이곳까지 오게 인도해준 것 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한 역할을 다 했다.
솔로몬? 그는 아크생텀에 던전 입구를 연 것으로 기력을 다했다.
결국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기도.
누구를 향해?
"여신이시여!!"
나는 진심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이 신성력의 결계를 해제하여, 저 여자를 죽일 수 있기를.
* * *
"...왔다."
은발의 여인은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여인의 앞에는 지상의 광경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신성력의 결계로 인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오크가 있었다.
"드디어 네가 진정으로 나를 찾는구나."
여인은 오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너무나도 오래 기다렸다. 마침내."
"기다려주십시오."
열세장의 날개를 가진 붉은 머리의 천사가 여인의 앞을 막아섰다.
"어찌 지상에 또 개입을 하려고 하십니까."
"지상에 개입이라?"
"이미 당신께서는 이미 많은 힘을 사용하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 자를 위해 힘을 쓰면 분명히-"
"솔로몬에게 범해질 수 있다, 그 말이더냐?"
여인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예?"
"신께서 바라시는 것이 그러하다면, 나 또한 이를 따라야겠지."
"여신이시여...?"
은발의 여인, 여신은 아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상에 남은 신이 하늘을 향해 바라는 구나. 가짜성녀를 없앨 힘을 달라고."
"가, 가짜 성녀라니요...?"
"나는 저런 여자를 이 세계로 초대한 적이 없다."
여신은 트랄의 위에서 헐떡이는 성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솔로몬만을 불렀을 뿐이고...그에게 속죄해야 하느니라."
"여신님...어째서...? 솔로몬에게 범해집니다!!"
"간단한 이치다."
여신은 벽에 들이받는 오크를 향해 자애로운 손을 뻗었다.
"내가, 그것을 원하니까."
여신의 손에서 번쩍인 은빛이 오크를 향해 뻗어졌다. 그리고 여신의 은빛 머리칼은 점차 탁해지기 시작했고, 여신은 슬며시 웃을 뿐이었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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