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5회
45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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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는 어디에 있느냐!!"
나는 곳곳을 뛰어다니며 성녀를 찾았다.
"성녀를 내놓으면 안 죽이도록 하마!"
나는 레벨업을 바탕으로 회복한 체력을 마음껏 사용하며 적들을 짓밟았다.
"말 해! 성녀는 어디에 있지?!"
"마, 말할 것 같으냐!?"
"그럼 죽어!"
콰직.
마-신 파워를 이용해 적을 짓밟는다. 그 고통은 마치 레고를 밟는 것처럼 아팠으나, 나는 이를 악물고 아래로 뻗은 할레오의 발을 좌우로 비볐다.
"말하는 놈은 라스특급을 보여주마!"
채찍을 휘둘렀다면 이제는 당근을 내던질 차례.
"허튼 소리!"
"감언이설에 넘어갈 것 같으냐?!"
"모두 힘을 모아주시오! 놈을 죽일 수 있다는 건 이미 확인이 끝났소!"
여신교단의 신실한 신자들은 결코 내 말에 화답하지 않겠지만, '여신'에 대한 신실한 자들은 내 말에 화답할 터.
"네놈! 성녀님이 계신 곳으로는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한다!"
나는 골목을 가로막아선 성기사를 후려치듯 기절시킨 뒤, 골목을 내달렸다.
"라스푸틴! 대성당에 갈 생각일랑 마라!"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사제를 뻥 차버린 뒤, 대성당으로 내달렸다. 날아가는 사제는 블러드 엘프의 품에 안겨 기절했다.
"마왕군이여! 성녀님이 계신 곳으로 가고 싶다면 나를 밟고 가라!"
나는 놈을 밟았다. 밟기 직전 사제는 바닥에 급히 대자로 누웠고, 발바닥 아래의 공간에 숨어 죽음을 피했다.
'퀘르벨스, 보고 있나?'
나는 하늘 높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크윽…! 놈을 막아라!!"
"어떻게 저렇게 확실하게 알아채는 거지?!"
"젠장, 이쪽이다! 놈이 방향을 꺾었다!!"
곳곳에 퍼져있는 그의 안배가 나를 승리로 이끌고 있었다. 나는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성녀는 어디에 있나!"
"대, 대성당이다!"
놈은 입을 꾹 다물며, 눈을 좌우로 굴렸다.
즉, 대성당이 아니다. 나는 놈을 바닥에 휙 내던지며-바닥에서 나타난 슬라임 드래곤이 집어삼켰다-대성당을 향해 달렸다.
대성당은 아니다. 그러나 대성당으로 오해한 것처럼 달렸다.
사아아---!!
멀리서 붉은 안개가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내 몸에서 빠져나갔던 분신이 죽음의 기억을 품고 내게로 돌아왔다.
"크으으윽…!"
분신은 불에 타 죽었다. 성기사들이 분신을 쇠사슬로 억누르고, 신성력을 마구 쬐며 태워죽였다.
그 격통이 내 전신을 엄습했고, 앞으로 달려나가다 순간적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주인님!]
"괜찮...다!"
나는 격통을 강제로 억눌렀다. 할레오의 힘을 전력으로 사용하는 터라 고통을 쾌감으로 바꾸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러면 엑스터시로 심장마비 걸릴 것 같기도 한데.'
분신의 죽음을 쾌락으로 바꾸다가는 갑자기 가버리는게 아닐까.
"...흐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고작 성녀 하나 잡겠다고 지금까지 겪었을 지도 모르는 모든 죽음을 일거에 받아들여야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성녀만 잡으면 돼.'
나는 대로를 달리며 주변을 훑었다.
이미 아크 생텀의 성벽 위로 막대한 화망이 펼쳐져 있었고, 나는 드디어 군단의 궁병과 포병들이 아크 생텀의 성벽을 두드리는 것을 목도했다.
"나이스!"
수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모조리 활용한다. 나는 던전 내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폭탄 고블린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올렸다.
"키헤헤헥!!"
라스-엑스 위에 올라탄 폭탄 고블린들은 엄지를 들어올리며 성벽을 향해 달렸다. 나는 그들을 향해 그저 마-신 파워를 보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샤이탄이 꼭 살려줄 것이다!"
"막아----!!"
사제들의 절규가 울려퍼지기 무섭게, 폭탄 고블린들이 라스-엑스 위에서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아크 생텀의 처녀막 터뜨리러 왔다아아아아!"
폭탄 고블린의 광소와 함께, 라스-엑스는 시가지를 직선으로 달려 아크 생텀의 성벽을 안쪽에서 꼴아박았다.
콰-----------앙!!!
그리고 라스-엑스에 실린 모든 폭탄이 일제히 폭발했다.
너무나도 거대한 폭발이라 순간적으로 모든 시선이 성벽으로 갈 정도였고, 나는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성벽에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이긴다!"
마족들의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쌓을 승리다.
승리로 장식하지 못하면, 저 죽음은 개죽음에 지나지 않는다. 속전속결로 여신 교단을 공략하지 못하면, 우리가 난감해진다.
'빨리 공략해야해.'
다른 용사들이 바알부터 가미긴까지, 1~4지구에서 제각기 마왕군을 막아주는 동안, 내가 반드시 아크 생텀과 성녀를 잡아야 한다.
이대로 다른 던전의 주인이 들어온다? 그래서 나의 공적을 날름 삼키는 것으로 모자라 성녀를 제압하여 자신이 범한다?
"성녀를 따먹어도 내가 따먹지."
다른 자가 성녀를 취한다.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
얼마나 달렸을까. 아크 생텀 성벽의 폭발 뒤로 제법 긴 거리를 달리다보니, 어느새 앞에 나름 거대한 신전이 세워져있었다.
본능.
직감.
그리고 확신.
나의 분신들이 죽기 직전 봤던 성녀의 이동경로는 이곳을 향해 있었다.
와아아아!!
함성이 울려퍼진다. 교단의 사제들과 고위 성기사들이 사람으로 벽을 쌓아 신전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았다.
"넌 못 지나간다!"
"우리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여신의 이름으로!!"
"...빙고."
나는 확신했다. 이 수많은 이들이 설마 그냥 잠복하고 있다가 나를 막아세운 걸까?
"뒤에 있지? 성녀."
나는 신전 안을 훑었다. 비록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 들어가면 충분히 성녀를 탐색하고도 남으리라.
"그 전에...확실히 처리를 해둬야겠어."
괜히 성녀를 쫓는데 날파리들이 들끓지 않도록, 나는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는 말이다...보스룸 전에 풀파밍 하고 가는 사람이라서."
체력회복할 수단만 있다면, 이곳에서 나는 모든 경험치를 빨고 가리라.
"모두, 나를 위해 죽어다오!"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성기사들을 향해 전력으로 팔을 휘둘렀다.
* * *
저벅, 저벅.
어둠이 가득한 지하감옥.
피를 뚝뚝 흘리는 한 명의 오크가 계단을 내려간다.
오크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전신에 상처가 없는 곳이 없었고, 피는 실시간으로 다리 아래로 흘러내려 오크가 가는 길에 붉은 융단이 펼쳐질 정도였다.
그러나 오크의 걸음은 무너지지 않았다. 앞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오크는 굳은 얼굴로 지하실의 아래로 향했고, 마침내 계단 끝에 도달하여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오크는 문을 좌우로 열었다. 여신 교단, 그것도 아크 생텀이라는 곳에서 볼 수 없는 처절하고 잔인한 광경에 오크는 치를 떨었다.
고문시설.
이단심문.
억울하고 잔인하게 죽어간 인간들의 공포와 악의가 넘쳐나는 곳.
그곳의 끝에, 그들이 있었다.
"...이제 도망칠 수 없어."
오크는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나의 승리다, 성녀여."
"...그것 참 안 됐네."
흑발의 여인은 입구 맞은편을 향해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사아아-
주변에 신성력이 가득 튀었고, 감옥 안은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맘대로 해. 내 승리는 너랑 다르니까."
위이잉.
오크의 앞에 은빛의 결계가 펼쳐졌다. 아크 생텀을 보호하던 신성력의 보호막이 마치 성녀를 보호하기 위해 줄어든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너...."
"모두가 죽더라도, 나는 살아야 하거든."
"성녀가 아니라 천하에 둘도 없는 악녀로구나."
"글쎄.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어차피 이 세계에서 난 이방인인 걸."
성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안쪽으로 신성력을 뿌렸다.
"...트랄!!"
그곳에는 알몸이 된 오크가 사지가 결박된 채 묶여있었다. 성녀는 근육질의 오크를 쓰다듬으며 키득거렸다.
"후후, 누가 보면 마누라라도 되는 줄 알겠어. 형제여! 인가...? 그럼 거기서 지켜보기나 해."
사락, 사락.
성녀는 트랄의 위로 몸을 겹치기 시작했다. 오크는 주먹으로 결계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트랄! 버텨라! 내가 방법을 찾아보겠다!!"
"혀, 형제여...!"
성녀에게 범해지기 직전인 오크, 트랄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도망...쳐! 이 자는...인간의 모습을 한 무언가다...!!"
"흐응...."
성녀는 검은 눈을 빛내며 이죽거렸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사람이야. 단지...집에 가고 싶을 뿐인 사람."
성녀는 트랄의 위에 슬며시 앉으며, 트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를 이세계로 보낸 대천사가 그러더라고. 내 죄를 용서받고 싶다면 이 세계 용사의 아이를 낳으라고. ...그래, 나는 오크의 아이를 낳아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겠어!"
"네 년...!"
"기껏 빼앗은 1등 복권이었어...! 내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꿔놓을 기적이었다고...!"
"......뭐?"
오크의 표정이 굳었다. 결계를 두드리느라 주먹이 전부 화상으로 익어버렸으나, 오크는 충격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도대체 무슨 소리냐?"
순간.
오크의 기억 속.
가장 끔찍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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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네
1화
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