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회
45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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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두렵다.
모든 것을 잃고, 상실하고,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지는 감각에 미쳐버릴 것 같다.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왔고, 죽음을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우오오오!!"
죽음을 극복한 지금, 시스템에 의한 부활이 확실한 지금.
"라스, 로, 다!!"
나는 진정한 폭군이 된다.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괴물이 된다.
"크하하! 할레오, 가자! 나의 생명력을 마구 사용해라!"
나는 붉은 거대 사자가 되어 할레오와 함께 전장을 누볐다. 아래에 가득한 성기사들을 짓밟으며, 건물의 천장 위를 밟아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라인이 누구를 보고 배웠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나는 몸을 옆으로 빙글 돌렸다. 내 몸을 중심으로 펼쳐진 할레오는 나와 같이 팔다리를 앞뒤로 쭉 뻗은 자세가 되었고, 그대로 바닥에 착지했다.
쿵!
땅에 지진이 인다. 내가 천장처럼 위에 내려앉은 곳에는 성기사들이 나를 향해 기겁하며 무기를 들고 있었다.
"너희들은 말이다, 그냥 레고판이나 다름 없는 놈들이다!"
퍼---억!
나는 전신의 무게를 싣는다는 생각으로 퍼질러 누워버렸다. 내 팔다리와 복부 아래에서 뭔가 으스러지고 터지는 소리가 가득 울려퍼졌다.
푸쉬이이이---
할레오의 몸에서 흰 연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마신의 힘과 신성력은 서로 상극이라, 아래에서 저항하는 성기사들은 신성력을 흘리며 죽음으로부터 저항하기 시작했다.
쿵!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아래로 내리쳤다. 바닥에 가득한 성기사들은 나를 쏘아대는 모기에 지나지 않았고, 나는 그들은 하나하나 짓밟아 터뜨렸다.
[주인님, 이대로라면-]
"더, 더더! 나의 생명을 마력으로!"
무너지는 할레오의 몸이 다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녹아내린 손과 발이 모두 다시 복구되었고, 나는 속에서 화끈거리는 고통에 피를 왈칵 쏟아냈다.
"...후우, 젠장."
생명력을 마력으로 전환하여 싸우고 있으니 당연히 수명이 깎여나간다. 실시간으로 나는 나의 생명을 태워 적들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 이런게 나뿐이랴?
"라스으으!"
"크윽, 이 놈들은 죽음이 두렵지도 않나?!"
나의 군대가, 나의 군단이, 라스의 사도들이 모두 죽을 각오로 싸우고 있다. 우리 군단 아래에 있는 약 40명의 던전 주인들을 제외하고, 우리는 모두 죽고 나면 다시 살아나서 적을 죽였다.
"네, 네 이놈...! 어떻게 이런 짓을...!"
내 앞에는 머리가 벗겨진 반백의 대사제가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그의 머리를 손톱으로 붙잡아 들어올렸다.
"오늘을 위해 마석을 미친듯이 모았다. 성기사들을 잡아다가 다른 던전에 팔아...필요없어진 마석을 전부 모았지."
서브 던전에서 나오는 마석들을 마액으로도 만들지 않고 모조리 저축했고, 밖에서 들어오는 마석들도 모조리 모았다. 다른 던전에 신성란을 팔아 마석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루시펠과 아스모딘의 도움을 받아 매일매일 상급에 준하는 마석들을 긁어모았다.
최상급 마석은 당연히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최상급 마석을 부활에 사용하는 경우는 오직 6성이 되었을 때 뿐.
즉, 5성 수준이라면 상급 마석 정도만 있으면 부활메타는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아아, 이것이 바로 자본의 힘이라는 것이다."
"하, 하지만 그 자본도 언젠가는 한계에 봉착할 터! 네, 네놈도 언제까지 부활할 수 있을까! 아무 대가도 없이 영영 부활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대가? 대가는 이미 치뤘다."
마석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다.
물론 시스템 상 ★이 하나 줄어든 상태로 부활하는 만큼, 목숨의 '스택'은 깎이기 마련.
그리고 ★이 목숨의 스택인 만큼, 스택은 '쌓이기' 마련.
"말했잖냐. 자본주의라고."
대사제는 이해 못 할 것이다. 이건 던전의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고,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니까.
"포-스 실험실을 바탕으로, 나는 죽음과 부활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모았다. 죽은 존재가 다시 ★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지."
레벨을 1 올린다.
"진화든 전직이든 변화라는 건 말이야, 대부분 레벨을 올리면 새롭게 적용되기 마련이라고."
콰득.
나는 놈을 죽였다.
동시에 나는 자각했다.
나의 '상승'을.
"...흐흐."
힘이 돌아온다. 내 몸에 사라지고 있던 생명력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렙업하고 체력 회복한다면 그로기 상태에서 업하는게…국룰이지."
파후우 라스푸틴, 레벨 101.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솔로몬에게 한 가지 건의를 했다.
기존의 레메게톤 시스템으로 할 수 없지만, 레메게톤 2.0이라면 혹시 가능한 게 아니냐고.
가능하다더라.
포르네라스의 도움 덕분에, 나는 새롭게 개편된 시스템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컨텐츠'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독점할 수 있었다.
레벨업에 따른 체력회복.
그리고, '레벨 업' 그 자체.
"아아, 이것은 만렙 확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만렙들이 모르는 사이, 나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레벨 101을 달성했다.
아무도 모르겠지.
왜냐?
어디 나만큼 싸우며 경험치를 쌓는 존재가 있겠는가?
분신파밍까지 하고 여신 교단의 본거지에서 날뛰고 있는 나를!
"라스-----!!"
나는 다시 회복된 몸을 바탕으로, 아크 생텀을 다시 짓밟기 시작했다.
* * *
"이런 젠장...!"
여신 교단의 성기사, 고드엔 드하르는 성벽 위에서 눈물을 머금었다.
"자리를 지켜라...! 후방은 후방의 기사들이 지켜줄 것이다! 우리는 저들을 믿고 앞을 지켜야 한다!"
고드엔은 다른 기사들을 다독였다. 바로 뒤에서 적이 날뛰고 있으나, 성벽 위의 기사들은 후방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구구구구.
적이 몰려오고 있다. 아크 생텀의 백악 거성 너머, 수많은 붉은 기운이 파도처럼 넘어오고 있다. 적들의 수는 '수 만' 단위로 부르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미친....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거야?!"
던전에서 나온 듯한 괴물들 너머, 하늘을 떠돌아다니는 괴물들에 더불어, 붉은 기운을 가진 정령들까지 전장 전체가 적으로 차고 넘쳤다.
그 엄청난 수와 비교했을때, 아크 생텀 내부에서 날뛰는 병력의 수는 수백이 채 되지 않았다.
계속 늘어나고는 있지만,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집중적으로 대응하며 개체 수를 줄이고 있었다.
비록, 부활하고 다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젠장. 설마 저 놈들도 부활하지는 않겠지."
마치 멸망한 조디악 왕국의 국민들 전체가 무장하여 쳐들어 온 것 마냥, 적들의 물결은 대륙을 가로지를 것 처럼 길었다.
만약 저 괴물들 모두가 아크 생텀으로 들어온다면?
그리고 괴물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악의적인 능력을 마구 사방에 뿌린다면?
"조심해라...제발! 신성력을 잃는다면 다른 이가 목을 날려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전염돼!"
여신의 뜻을 따르지 못하고 타락해버린다. 저들은 아크 생텀의 이들을 유린하기 위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범해버릴 기세로 성벽의 앞에 멈춰섰다.
위이잉-
"온다----!!"
펄-럭.
하늘에 검은 스타킹으로 엮은 초대형 깃발이 나부낌과 동시에.
부와아아아아아아-----악!!
뭔가를 '쏠' 수 있는 것들을 가진 라스토피아의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원거리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주지포에서 발사된 하얀 백탁액부터 시작하여, 사이사이 직격으로 날아오는 드라고니안드라스의 브레스까지.
아크 생텀을 향한 포격은 다시 불을 뿜었고,
"모두, 충격에 대비하라----!!
포격은 성벽에 닿아 성벽을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외적의 침공을 받지 않았던 하얀 성벽이 그을음과 폭연으로 점차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크 생텀의 처녀막을 뚫어라----!!]
아크 생텀을 지켜주는 최후의 방어막은 없었다.
* * *
"...정말 짜증나 죽겠네."
성녀는 머리끈을 풀어헤치며 지하실의 안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 안 쪽, 일반인은 모르는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은 긴 계단이 아래로 길게 이어져있었다.
저벅, 저벅.
성녀는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어둠밖에 없는 지하 안은 신성력의 빛이 반짝였고, 서늘한 지하실 안은 남자의 체향으로 가득차있었다.
"기분이 어때?"
"......."
어둠 속.
손발목이 은빛의 쇠사슬에 묶인 근육질의 오크가 한 명 있었다. 피부는 짙은 녹색이었고, 쇠사슬은 마치 뱀처럼 오크의 심장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라스푸틴의 군대가 쳐들어왔어."
"......!!"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카아 빈 모크 타자크 차."
"뭐?"
쇠사슬에 묶인 오크는 입꼬리를 씩 비틀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성녀의 실체도 모르고 어리석게 붙잡혀버린 용사의 한탄일 뿐이다."
"후후, 아직 눈빛이 살아있네. 그래. 그 눈빛이야. 반항적인 눈빛. 그래야 나도 죄책감이 안 들지."
성녀는 오크, 트랄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으며 활짝 웃었다.
"여신님께서 말씀하시길."
성녀는 검은, 광기가 찬 눈으로 트랄의 몸을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나 말이야, 네 아이를 낳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대."
성녀는 천천히 트랄의 위로 몸을 겹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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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붙잡힌 히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