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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72화 (768/800)

772회

45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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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함성이 울려퍼진다. 시가지 내는 철혈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구구구구.

순백의 도로를 핏빛으로 짓밟는 전차들이 포신에서 불을 뿜는다. 라스-나인들의 포격은 건물을 무너뜨렸고, 옆에서 방어라인을 구축하고 있던 성기사들의 위로 쏟아졌다.

"우오오!"

나는 앞으로 내달렸다. 나를 향해 쏘아지는 신성력의 화살들은 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나를 칼로 찌르는 것처럼 고통을 줬다.

하지만 고통은 곧 나의 분노를 일구어내며, 나의 분노는 곧 내 힘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라스!"

나는 성수가 뿌려진 활을 쏘는 궁수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듯 투척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검에는 마-신 파워가 깃들어있었고, 검은 부메랑처럼 돌며 순식간에 궁수들의 목을 뎅겅 날렸다.

푸--욱!

아래에서 잔해를 뛰쳐나오려던 놈의 목에 검을 찔러넣었다. 놈은 눈을 까뒤집으며 손에 신성력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나는 바로 놈의 상처에 하얀 가루를 뿌렸다.

"끄아아악!!"

마치 소금과도 같은 굵은 결정. 놈의 상처에 닿은 결정은 신성력의 작용을 방해하듯 반짝였다.

"마액 가루다."

나는 놈의 목에 박아넣은 검의 검신을 발로 한 번 짓밟았다. 전신의 무게를 실어 검을 찌르자, 놈은 잔해 안에서 축 늘어져 기절했다.

"즉사를 조심해라!"

나를 향해 신성력의 공격을 이어나가던 사제들은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벌렸다. 성수가 뿌려진 무기를 든 용병들보다 더 무서운 건 사제들이었다.

마족은 신성력에 취약하다. 아주 낮은 등급의 구울이나 스켈레톤이 신성력에 맞으면 산화하여 뼛가루만 남아 으스러질 것이다.

레벨이 조금 높아지면 그나마 버틸 수 있다.

그래.

버틸 수 있다.

"우오오!"

혈류강화. 피가 흐르는 속도를 더욱 가속한다. 전신에 깃든 마-신 파워를 모두 재생력에 투자하여, 상처가 바로 아물게 만든다.

그리고 급소를 노리는 공격은-

카----앙!!

뒤에서 내 심장을 찌르는 공격이 들어왔다. 슬쩍 뒤로 몸을 돌려보니, 그곳에는 여기사가 나를 향해 신성력이 반짝이는 창을 찌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로브라서 속았지? 전쟁인데 갑주는 기본이지."

로브 안에는 흑철로된 갑옷이 반짝이고 있었다.

"전력을 쏟아낸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아느냐?"

나는 여기사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녀가 움켜쥔 창을 빼앗은 다음, 창을 빙글 돌려 거꾸로 쥐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걱!

나는 신성력의 기운이 남아있던 창을 휘둘러, 단번에 여기사의 목을 베었다. 여기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음."

뒤에서 찔린 부위가 조금 욱씬거린다. 분명 충격에 멍이 들었을테고, 회복은 더딜 터.

"잠시 시간이 필요하겠어. 라스-엑스!!"

부와아앙!!

묵빛 철제 바이크 하나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곳에는 륜이 중무장을 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님!"

"던전 내부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 기갑사단의 운용은 네게 맡기마."

"네!"

륜은 라스-엑스에서 뛰어내렸고, 나는 우리 던전으로 돌아가 곧장 소환진 위에 놓여있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샤이탄, 사망자는?"

"현재까지 72명입니다."

"......소모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군. 그래도 괜찮다."

최후의 전투.

나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마지막 전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본인들의 동의를 구한 전제하에.

"부활시켜."

신성력에 노출되어 약점을 가지고 죽는 자들. 나는 이미 인연소환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을 모두 '부활'시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샤이탄은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조종하여 죽은 이들을 부활시켰다. 나는 내 앞에 나타난 이들을 훑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괜찮습니다. 이 전투가 마지막인 걸요."

"...그래. 고맙다."

★을 하나씩 잃었다. 그들은 여벌의 목숨을 잃었고, 나는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의 잔인한 제안을 받아들이며, 싸우다 죽었다.

"아직 ★이 세 개 더 남았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또다시 싸우다 죽으러 간다. 나는 그들을 향해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죽지마라. 내가 체력을 회복하고 갈 때까지, 버텨."

피 튀기는 전면전.

나는 죽기 직전까지 적을 죽이고 죽인 뒤, 던전으로 돌아와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전장으로 달렸다.

"...주인님! 적의 별동대가 기습적으로 포털을 넘어왔습니다!"

"......오게 두어라."

잠깐의 회복이었지만, 나는 여기사에게서 빼앗은 창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이곳은, 일직선 통로니."

라스의 이름으로.

콰----앙!!

나는 멀리서 던전을 침범하여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투창한 뒤, 건틀릿을 움켜쥐고 앞으로 달렸다.

"죽여---!"

와아아아아!!

나는 내 뒤를 따르는 부활한 군단병들과 함께, 우리 던전에 침입한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이런게 가능하다니."

성녀는 손가락을 깨물며 으르렁거렸다.

"미친 새끼들. 무슨 개짓거리를 한 거야.... 어떻게 아크 생텀 한 가운데에 던전 입구를 연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신성력으로 가득한 여신의 땅에 어떻게 감히 마왕군 따위가 대놓고 던전 입구를 펼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성녀님!"

"왜?!"

"자지오크가 물러났습니다! 케리엘라 경이 지금 별동대를 이끌고 적 포털로 급습!"

"좋았어!"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기회. 아크 생텀의 지상에서 날뛰던 녹색 바퀴벌레는 다시 지하로 기어들어갔다.

"놈을 쫓아! 신성력의 화살을 맞았으니, 금방 죽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고합니다, 사상자의 수는-"

"사상자?"

성녀는 사제의 멱살을 붙잡았다.

"부상자겠지. 응?"

"하, 하지만...."

"아크 생텀에서 죽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여기는 여신님께서 보듬어주시는 곳인 걸. 그렇지? 그러니까-"

"성녀님!!"

사제는 급히 성녀를 붙잡고 옆으로 내동댕이쳤다. 갑작스러운 우악스런 손길에 성녀는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이 씨ㅂ...?!"

쌍욕을 내뱉으려던 성녀는 사제가 입에서 피를 왈칵쏟는 것을 보고 말았다.

"크으, 아깝다."

사제의 심장을 찌른 존재는 다름 아닌 자지오크였다. 그는 사나운 표정으로 성녀를 향해 이를 갈았다.

"죽어!"

"성녀님!!"

오크가 사제의 몸에서 칼을 뽑아 높이 들어올리려던 찰나, 급히 달려온 성기사들이 오크를 향해 밧줄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오크의 전신이 불에 타듯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신성력이 깃든 채찍들은 오크의 신체를 토막낼 것처럼 단단히 조였다.

"크하하! 나는 불사신이다! 죽지 않아!!"

푸욱.

오크의 심장에 은빛의 창이 박혔다. 동시에 오크의 몸은 붉은 빛을 뿌리며 폭사했다.

"이게 무슨...오크는 퇴각한 거 아니었어?!"

"......! 성녀님! 지금!"

기사들은 다른 곳에서 날아든 보고에 비명을 질렀다.

"자지오크가...세 곳에서 동시에 발견되었습니다!!"

* * *

"후우...."

나는 적들을 몰살시켰다.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목을 꺾거나 심장을 뜯어, 더이상 신성력의 힘으로 살아남지 못하게 완전히 곤죽을 만들었다.

그리고.

포털의 입구 방향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 붉은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만끽했다.

"...크윽."

목이 아프다. 전신이 당겨진 것처럼 쑤시다.

"젠장, 더럽게 아깝군."

나는 손끝의 허망한 감각에 짜증이 일었다.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성녀의 목은 계속 나를 분노에 차오르게 만들었다.

"부활하라, 분노의 라스푸틴!"

내가 전방을 향해 손을 뻗자, 내게서 뿌려진 붉은 기운이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은 금방 나와 똑같은 분신을 만들어냈다.

"미안하다. 한 틱 차이였다."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기를."

"라스."

"푸틴."

나는 내가 사용하던 창을 건네받고 떠나는 분노의 라스푸틴과 주먹인사를 나눈 뒤, 다시 소환진으로 돌아갔다.

"후우. 개빡시네."

동시에 네 군데에서 '죽음'이 몰려오고 있으니, 슬슬 정신적으로 지친다.

"샤이탄."

"예."

소환진의 옥좌에 앉은 나는 샤이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샤이탄은 나를 위로하듯 나를 다독였다.

"승리의 주문을 부탁해."

"아크 생텀을 점령하면...성녀도 먹고 마왕님도 먹을 수 있을 거예요."

불끈.

그렇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나는 성녀를 포로로 잡는 것으로 모자라 솔로몬...아니 에스투까지 범할 수 있다.

-아크 생텀에 던전 입구 여는 거...내게도 엄청 힘든 일인 거 알아둬. 대신 아크 생텀 점령하면 한 번...아니 다섯 번은 대줄게.

"라스...."

나는 솔로몬과의 짝짜꿍만을 생각하며 나의 분신들을 '죽을 때'까지 굴렸다.

"아아, 이것은 토라스크 메타라고 하는 것이다."

죽어도 죽어도 부활하여 적들을 죽이는 괴물.

"...충전 끝났다. 다녀오마."

그리고 본체가 죽으면 모든 분신들조차도 죽으나, 본체 또한 전장에 나선다.

"분신보다...본체가 더 강한 건 국룰이지."

그래서.

나는 말 그대로 '죽기 직전'까지 싸우고 다시 전장에 나서기를 반복했다.

분신들이 겪는 죽음의 고통을 받아들이며.

"성녀 개새끼. 내가 아픈 만큼...보지 아프게 만들어주마."

내 분신이 죽은 만큼 알을 낳게 만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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