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1회
45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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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물리적으로 단단한 신성력의 보호막을 뚫을 수 있을까?
"답은 라스다."
모든 답은 라스가 가지고 있다. 정확히는 여신의 뜻을 퍼뜨리는 것이 바로 정답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정면. 무리. 강력한 물리력을 가진 결계에 막히는 건 당연지사.
하늘. 무리. 하늘에서 미약을 아무리 뿌린다고 한들, 돔은 우산처럼 미약을 아래로 흘려보냈다.
땅굴. 무리. 슬라임 드래곤들을 이용해 땅을 파냈지만, 지하에도 돔 형태의 신성력 보호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렇다면 내부를 망가뜨릴 방법은 도저히 없는 것일까?
아니다.
방법은 분명히 있다.
단절된 세계가 아닌 이상, 분명 어딘가는 아크 생텀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수로는 어떻게 되었지?"
"신성력의 결계가 쳐져있었습니다. 순수한 물은 통과하지만, 미약 성분은 신성력에 의해 자동으로 사멸되는 것 같습니다."
"...식품은?"
"다른 지구에서 오가는 모든 물건들이 운반이 멈췄습니다. 지금 수송이 들어가는척 해도, 아마 안에서 받지 않을 것입니다."
"난민이나 탈출한 포로는?"
"신성력 결계를 통과한 자들은 더러 있으나, 성벽을 넘기 전에 죽인다고 합니다."
"철저하군."
정말 질릴 정도로 철두철미하여 이가 갈릴 정도였다.
"망할 여신교단 놈들, 그렇게까지 우리를 말려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건가?"
아무리 공격할 방법을 찾아봐도 모두 막히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기 마련.
그렇다고 급발진하여 갑자기 이상한 수단을 사용했다가는 바로 망해버릴 터.
놈들은 호시탐탐 우리가 약점을 노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급해하면 진다. 후우. 침착."
다시 한 번, 답은 라스다.
라스로 우리는 수많은 적들을 쓰러뜨렸다.
분명 승리의 방법은 과거의 승리로부터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물리력을 이용한 제압, 기각.
수로를 이용한 식수원의 오염, 기각.
공중에서 살포하는 미약 테러, 기각.
과다 신성력 방출을 통한 여신의 진의 각성, 기각.
"루나포를 쏜다? 아니야…. 신성력의 보호막이 닳을 때까지 장거리 포격을 실시한다? 그도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인님, 급보입니다. 1지구부터 4지구까지, 전부 지키고 있던 대천사들이 쓰러졌다고 합니다."
"뭐?"
"주인님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했다고 합니다. 천사를 성고문한 이도 있었고, 거대화하여 천사를 그대로 강간한 경우도 있었죠. 바알 같은 경우에는 천사를 슬라임 상태로 덮친 다음…."
"...어우야."
대천사의 전신을 나체로 만든 다음 슬라임 수영복이 될 생각을 하다니.
역시 바알도 솔로몬의 오른팔 다웠다.
"젠장, 남들은 다들 내 방식을 베껴서 승승장구하는데, 왜 나는 행복할 수 없는 거지?"
"...죄송합니다. 방법을 좀 더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샤이탄. 언제나 선지자는 고달픈 법이지. 문제는...지금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승냥이들이 올 거라는 건데."
각 지구별로 용사들이 버티고 있는 지금이 내게 주어진 기회다.
나중에 한 놈이라도 숟가락을 얹으면 지분을 나누느라 개고생을 할 터.
아크 생텀은 오직 나만 취해야 한다. 내가 취해야 나라는 존재가 진정한 마왕의 자리를 이을 당위성을 얻게 된다.
마왕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솔로몬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시스템의 운영권을 가져오려면 당연히 마왕의 자리에 가장 가까워져야한다.
단순히 던전 주인의 1위라서 마왕이 되어야 하나?
그건 아니다.
누가 가장 마왕의 권위를 높이 세웠는가.
누가 가장 솔로몬을 만족시킬만한 전공을 세웠는가.
누가 가장 강한가.
그 모든 것을 통합하여 차기 마왕을 선정할 것이며, 반드시 내가 솔로몬의 뒤를 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 것을 지킬 수 있어.'
포-스 같은 자가 시스템의 권한을 챙긴다면, 당연히 나의 것을 빼앗고 훔쳐가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라스토피아를 지키기 위해 마왕이 되어야 하며, 마왕이 되기 위한 지상 과제는 아크 생텀에 라스토피아의 깃발을 꽂는 것이다.
덤으로 성녀의 보지에도 자지를 꽂고.
그걸 위해, 나는 생각을 짜내고 또 짜내야만했다.
어디서?
"100배의 속도…!"
정사와 라스의 방.
나는 시간이 100배 빠르게 흐르는 곳에서 온갖 작전을 계획하고 폐기하기를 반복했다.
시도를 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이 시간과 자원만 아낄 것들이 수두룩했다.
당장 메어리의 성기방패마저도 뚫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크 생텀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을까.
"젠장…."
단시간내에.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확실하게.
"......잠깐."
나는 생각했다.
"그거라면…?"
머릿속이 갑자기 환하게 트였다.
"그래…! 치트에는 치트로 대항하는 거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하여 성과를 거둬야만 했다면, 이제는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원래 게임할 때도 최종보스전에서 아이템 막 써야 아깝지 않은 법이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설령 우리 라스토피아의 존망이 걸리게 되더라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아낄 필요 없다. 아크 생텀을 점령하면, 소모한 자원들 전부 복구 가능해."
아크 생텀에 있는 십수만, 아니 수십만 신성력 보유자들은 우리의 힘이 될 것이며.
그곳에 있는 수백만, 아니 어쩌면 천만이 훌쩍 넘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 라스토피아의 시민이 될 지도 모른다.
"크흐흐, 이 개새끼들. 치-트 맛 좀 봐라."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꼭 쓰고 싶었던 비기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샤이탄!!"
* * *
늦은 밤.
"으으, 망할 마족 놈들."
사제, 호가님은 으스스한 밤공기에 몸을 떨며 주변을 살폈다. 지하 감옥의 순찰을 나선 파트너 사제가 화장실을 급히 다녀오는 동안, 그녀는 손을 호 불며 추위를 견뎌냈다.
"전쟁은 언제 끝나려나...."
그녀는 고향을 잃었다. 하지만 아크 생텀은 그녀에게 새로운 고향이 되었고, 이제 아크 생텀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근데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똥을 만들어 싸나...."
파트너가 너무 늦다. 호가님은 파트너가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
서걱!
뭔가가 휘둘러졌다. 호가님은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올렸다.
"아아아악!"
팔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 급히 신성력을 둘러 고통을 억눌렀지만, 팔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어라. 좀 하네? 젠장. 경비 주제에 왜 이렇게 잘 싸워?"
상대는 키득거리며 검을 겨눴다.
"미안하지만-"
뿌우우우------!!
호가님은, 훈련된 습관대로 호각을 불었다. 마지막 순간, 당황한 적은 급히 호가님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뎅겅.
호가님의 시야가 뒤틀렸다. 호가님은 죽은 동료의 시체 너머, 보랏빛 아지랑이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포탈.
이라고.
* * *
"아아, 벌써부터 들킨 것인가."
나는 아크 생텀 전역에 울려퍼지는 괴랄한 신호에 한탄이 절로나왔다.
"나름 안 들키려고 최대한 준비는 했는데 유감이군."
내가 직접 선봉이 되어 넘어왔고, 최정예병들로만 구성하여 넘어왔다.
하지만 모니터 한 가운데에 불량화소 한 개가 눈에 잘 띄는 것처럼, 아크 생텀에 펼쳐진 은빛 신성력 한 가운데에 드러난 마기의 흔적은 들키지 않는게 이상했을 것이다.
"이, 이런 미친! 마족이 어떻게?!"
호각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경비병들이 검과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들의 몸에는 신성력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양손에 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냐고? 흐흐, 알려줄 것 같으냐?"
"저, 저 놈은 분명…!"
"자지오크다!!"
"......씨발?"
왠지 기분이 더럽다.
물론 적의 대장을 상대로 모욕적인 표현을 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긴 한데, 진짜로 들으니 기분이 더럽고 짜증이 치민다.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같습니다."
"주인님만을 위한 특별한 종족명 아닐까요?"
"쟈-지오크."
"얘들아, 긴장감. 긴장감."
나름 최후의 전투고, 만렙인 부하들부터 투입했고, 남은 자원모두 투입하여 치르는 전투인데 이리도 긴장감이 없어서야 원.
와아아아-----!!
여신의 이름으로----!!
경비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양손에 쥔 검에 마-신 파워를 불어넣으며, 경비병들을 향해 턱짓했다.
"가자. 이기러."
이기기 위해 왔고, 최종 승리를 위해 우리는 적진 한 가운데에 '문'을 열었다.
"우오오오오오!!"
"""라스으으으!!"""
우리가 뛰쳐나왔던 지하감옥에서 오크들이 뛰쳐나왔다.
"모두 위치로!!"
"군단을 위하여!!"
릴리가 낳은 나의 아들, 라스의 기사들은 각자 이끄는 병사들을 위치로 보내며 진형을 구축했다.
"야, 우리가 어떻게 넘어왔는지 궁금하지?"
서걱, 서걱.
나는 단칼에 교단의 병사들을 베어버린 뒤, 나를 향해 외쳤던 병사를 방패 째로 걷어차 바닥에 넘어뜨렸다.
"간단해."
나는 검을 역수로 쥐고 아래로 찍었다.
"마왕님 찬스."
푹.
랜덤으로 이 세상 어디에서나 열리는 던전의 입구.
과거 내가 지형적으로 아주 먼 곳에 있는 안드라스 던전의 입구를 발견해 던전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나는 마왕 솔로몬에게 지원을 요청했을 뿐이다.
나, 라스푸틴 마르바스의 첫 던전...라스촌으로 통하는 던전으로 통하는 입구를 아크 생텀에 열어달라고.
"꼬우면 니들도 여신님께 힘을 빌리든지."
나는 그저 솔로몬에게 내 던전과 아크 생텀을 연결되는 포털을 열어달라고 간청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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