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회
45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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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우리는 드디어 우리가 염원하던 그곳, 아크 생텀의 앞에 도착했다.
"아주 돈을 쳐발랐구만."
겉으로 보이는 광경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백악거성. 겉이 온통 순백으로 칠해진 성벽은 어지간한 높이가 아니었고, 타천사 라세가르엘이 반듯하게 서야 가슴이 성벽 위에 닿을 정도였다.
"저곳만 점령하면 이제 마왕군의 승리다."
여신교단의 진정한 본거지는 따로 있지만, 아크생텀은 여신교단의 모든 인구와 힘, 자원이 집중되어있는 중심지였다. 국가로 치면 제 1의 수도이며, 여신교단의 모든 전력이 이 아크 생텀에 모여있었다.
우리의 전력도 마찬가지.
분노의 군단 모든 전력이 이곳에 집중되었다. 싸울 수 있는, 쌀 수 있는 모든 이들이 평원과 산맥을 넘어 백악거성을 눈앞에 두고 진을 펼쳤다.
후방?
깨우친 성기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우리는 라스토피아로 전향한 성기사 4천여명의 지원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 던전을 지켜주는 대신,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여신의 진의를 자각시켜달라고 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그렇게 무섭더라니.'
던전과 라스토피아를 지킬 이유를 만들어주니, 아주 좋아 죽더라. 그간 생각했던 금기가 더이상 금기가 아니게 된 순간, 성기사들은 AV속에 등판한 포르노 배우처럼 우수한 피지컬로 여러 여인들을 더블라-피스하게 만들었다.
"예포 발사 준비."
"전원 사격 준비!!"
엘프들이 활을 들었다. 드라고니안드라스들이 입을 벌리며 브레스를 뿜을 준비를 했고, 라스-나인들이 주지포의 포신을 들어올렸다.
원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공격을 준비했고, 나는 특별히 만든 제단 위에 올랐다.
"라세가르엘, 라스의 여신상이 되어다오."
스르륵.
라세가르엘은 한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나는 타천사의 손바닥 위에서, 거의 60~70m가 넘는 높이까지 올라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 정도 높이까지 올라왔는데 안쪽이 잘 보이지 않다니."
성벽의 높이는 엄청 높았다. 저걸 어떻게 공략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고, 성벽 위에 자리잡은 성기사들을 보니 숨이 턱턱 막혔다.
저들을 과연 성기사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신성력으로 무장한 교단의 병사들이라고 부르는게 맞지 않을까? 하나하나가 마족에게는 기사급의 전력이지만, 궁수와 술사들로 구성된 방위병들은 어떤 마족도 감히 성벽을 넘어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난공불락이라...크흐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지."
나는 하늘 높이 손을 뻗었다.
"전군, 들으라! 오늘 우리는 아크 생텀을 유린할 것이다!"
긴말은 불필요.
"공성, 개시."
분노의 군단, 전 병력이 성벽을 향해 포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군단의 공격이 닿는 일은 없었다.
우리의 포격이 포물선을 그리며 성벽에 닿으려던 순간-
파지지직!
은빛의 거대한 방어막이 펼쳐졌다. 비르고의 성기방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넓이와 두께로, 성벽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돔 형태의 보호막이 펼쳐져있었다.
"...씨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우리의 공격은 보호막에 닿자마자 바로 소멸되거나 튕겨나오거나 흘러내렸다.
"물리력을 갖춘...신성력의 보호막이라니."
여신교단은 마냥 바보가 아니었다.
우리 군단에 의해 23지구와 5지구가 털리며, 그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학습해버렸다.
물리력에는 꼼짝도 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저들을 위해 준비한 팩트폭격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맞불…."
신성력에는 신성력으로 대적한다. 우리가 쏘는 신성력은 조금도 신성력의 벽을 넘어가지 못했고, 오히려 실드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건...사기야!"
마왕군은 뚫을 수 없는 최악의 방어막.
"...어떻게 하지?"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승리를 위한 길은 보이지 않았다.
* * *
"여신의 이름으로…."
"여신의 이름으로…."
"""여신의 이름으로…."
아크 생텀의 대성당.
그곳에는 수많은 사제들이 빼곡히 모여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빼곡히 모인 이들의 몸에는 신성력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여신의 이름으로."
성녀는 그들의 중심에 서서 기도를 올렸다. 두 손을 모아 작은 여신상의 앞에 기도를 올리는 성녀는 더할 나위 없이 경건했다.
"성녀님. 적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입니다. 적은 절대방벽을 그 어떤 방법으로도 뚫지 못했습니다."
성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방심하지 마세요. 적들은 무슨 수단을 동원할 지 모릅니다. 적의 움직임 중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주세요."
"뜻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성기사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 뭐요?"
"...인류의 배신자에 대한 처단 말입니다. 정말로 그렇게 해야하는 겁니까?"
"하."
성기사의 우유부단함에 성녀는 자신의 옆에 꽂힌 칼을 가리켰다.
"인류를 배반한 자들에게 자비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5지구의 형제 자매님들이 어떻게 유린되었는지 듣지 않으셨습니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님을 어떻게 능욕했는지 못 보셨습니까?"
"크, 크흠."
성기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괜찮습니다. 다만 확실히 처리해주십시오. 오물은 소독해야만 하고, 그들은 여신님의 뜻을 참칭하고 인류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드리려고 한 사이비들이라는 것을."
성녀의 단호한 지시에 성기사는 굳은 얼굴로 성당을 떠났다.
"...훗."
성기사들이 손에 쥔 검을 움켜쥐는 걸 본 성녀는 다시 여신상을 향해 두 무릎을 꿇었다.
"여신의 이름으로. 반드시 부탁드립니다. 저를…."
성녀는 남들이 듣지 못하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주세요."
성녀의 작은 소원은 누구도 듣지 못했다.
* * *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맞을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맞을까.
어느쪽이든 확인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아무런 피해도 없는 백악거성의 성벽에 분노가 치밀었다.
"젠장. 저 방벽은 무슨 무한동력인가? 에너지 손실이 없어. 최소한 깎여나가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 거 아니야."
"육탄전을 감행해볼까요?"
"아니. 저 치트급 보호막은 안쪽에서는 공격이 분명 가능할 거다. 아니면 궁수들이 활을 겨누는 이유가 없잖냐."
우리는 공격을 못하는데, 적은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조건인가.
"괜히 병력을 전진배치 시켰다가 안쪽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손해만 누적될 수 있다. 차라리 계속 공격을 하면서 방도를 찾아봐야지."
"아크 생텀 전역을 포위하는 건...힘들겠군요."
아크 생텀은 여느 성과는 차원이 다른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군단이 원형의 아크 생텀을 포위하려면 최소 20배의 병력은 더 필요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병력을 펼친다? 바로 보호막 안에서 튀어나온 기사단에 의해 각개격파를 당할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싸우기에는 여러모로 주의해야 할 것이 많다. 차라리 시도를 하지 않는 방법이 나을 정도.
"안쪽에서 뭔가 시도를 한다면...응?"
순간.
성벽 위의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적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무슨 일이지?"
"...주인님, 저건…!"
"......효수?"
성벽 위.
목 아래가 잘려나간 사람들의 목이 창에 꽂혀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수가 불과 1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성벽 전체를 아우를 듯 늘어났다.
"갑자기 저렇게 많은 이들을 효수하는 이유가 뭐-"
순간.
나는 보고 말았다.
"......아니, 미친?"
욕지기가 절로 나왔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샤이탄을 상대로 허리를 흔들던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추기경이…."
"죽었…!"
효수당한 시체들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존재, 퀘르벨스 추기경 또한 있었다.
그는 얼굴은 웃고 있지만, 목 아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걸렸나? 아니, 걸렸어도 어떻게 저런 식으로…!"
"분명, 성녀의 짓이 틀림없습니다. 이미 적들의 지휘관은 성녀이며, 아크 생텀은 성녀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허…."
어처구니가 없었다. 효수는 죽은 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사실상 본보기가 아닌가?
마왕군과 손을 잡는 자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그리고 마왕군, 라스토피아에 전향하는 이들은 모두 진리를 깨우친 자들이다.
즉, 성녀는 자신들의 참칭을 속이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
라스토피아고 뭐고, 마왕군이고 뭐고, 모두 '없던 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전부 추기경파의 사람들입니다. 이번 미르망을 파견한 일이...치명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큭."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퀘르벨스가 누군가? 인간을 보듬어주기 위해 직접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은 존재였다.
그런 이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거하다니.
"포-스 같은 것이 또 하나 있었군."
용서할 수 없다.
"이 방법만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방법이 잔인하여 인간적으로 양심이 찔리는 정도의 전술.
"몰살...시켜야겠어. 플랜 NG로 간다."
"그렇다면…."
"라스 파우더, 가져와."
본노의 군단은 분노의 군단 답게, 여신 교단을 쓰러뜨릴 것이다.
"본업으로 돌아갈 때다. 모두 좆 터뜨릴 준비를 하라고 해!"
언제나, 항상 그렇지만.
라스는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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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