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769화 (765/800)

769회

44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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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여신 교단에 지뢰를 심어놓았다.

과거, 탐욕의 인장을 챙겼던 시절.

나는 우리 군단의 세 용사에 대하여 신분을 한 번 세탁했다.

그리고 우리 군단에서 사용하는 용사의 힘을 되도록이면 철저히 나누었다.

대외적으로 걸리지 않는 선에서 에일라의 아리에스와 메어리의 비르고를 활용했다.

하지만 용사의 힘인 만큼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라고, 은폐하고자 했던 것들은 하나 둘 알음알음 들키게 되었다.

아리에스와 비르고, 두 명의 용사가 사실은 마왕군의 사람이다!

그러나 '미르마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미르마망이 대외적으로 활약했을 때는 한창 조디악 왕국의 병사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던 때였고, 당시 미르마망의 활약을 본 이들은 모조리 시체가 되거나 라스인이 되었다.

즉, 당시 미르망을 트랄과 함께 용사 일행으로 끼워넣은 순간부터 시한폭탄의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잘했다, 미르망. 상으로 나의 씨를 주마."

"오호옥…!"

"못난 남편은 잊고, 진정한 남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의 아이를 낳아라, 미르망!"

"요, 용사님의 아이…!"

미르망은 천사의 손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기절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우리 군단을 위해 모진 수모를 겪어온 만큼, 나는 그녀를 위해 전력으로 사정했다.

던전 안에서라면 시스템의 힘을 이용해 확실하게 임신시킬 수 있었겠지만, 나는 던전 밖에서 진짜로 정액을 사정했다.

생리주기만 잘 맞으면 진짜로 임신할 터.

'이제는 여유지.'

용사를 임신시킬 만큼, 우리는 여유를 찾았다.

"미르망, 보거라. 네가 떨어뜨린 진실의 빛에 개안하는 성기사들을."

"아…."

미르망은 천사의 손가락 끝에 고개를 빼꼼 내밀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정신차려!"

"너야말로 정신차려!"

"너희들은 마왕군에게 속고 있는 거야!"

"속고 있는 건 우리들이었어! 저들이야말로 진짜 여신님의 뜻을 이해하고 행하고 있던 자들이야!"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며 아끼고 이해하기에, 성기사들은 서로 전력으로 맞서 싸웠다.

"사상이라는게 이렇게 무섭단다."

아직 깨우치지 못한 자들은 깨우친 자들이 세뇌당했다고 여기고, 깨우친 이들은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치자?"

"그래! 흐흐, 우리는 그냥 떡이나 치면서 구경하면 된다, 이 말이다."

여신 교단의 몰락을.

거짓의 금자탑 위에 쌓아올린 교단에 진실을 알렸을 뿐이다.

"교단이 말하는 여신의 뜻은 모두 교단의 간부들이 자기들 멋대로 지껄인 말들이었어!"

"신성력은 그저 마력과 같은 힘일 뿐이야! 여신에게 선택받았기에 얻는 힘인 경우도 있지만, 타고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아니었다고!!"

"섹스!"

진실이 범람하자, 아직 깨우치지 못한 우매한 자들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했다.

"마족과의 싸움은...교단의 간부들이 멋대로 주장한 것일 뿐이야!"

"이종족과의 교합은 금기가 아니었어! 여신님께서는 금기로 정한 적이 없으셨다고!!"

"쎅쓰!!!"

진리를 깨달은 이들은 목숨을 걸고 진실을 설파했다.

하루 전까지 금기라고 온전히 믿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뒤집혔으나, 그것을 진실이라고 알게 된 이상 진실을 전파하는 것이 그들의 새로운 사명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쉽게 진실을 알 수 있도록, 신성력을 더욱 퍼부었다.

"라스-나인, 성유 발사!!"

투두두두두.

레비즈의 유두 게틀링을 모사한 라스-나인들의 포신에서 성유가 불을 뿜었다.

"아아악…!"

흰 안개를 뿜어내며 날아가는 흰 덩어리들에는 민트향이 물씬 풍겼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은빛의 별빛은 이미 여신 교단의 성기사들의 절반 가량을 뒤덮었다.

"아아, 이것은...팩트 폭격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방법은 적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적을 죽이는 방법은 꼭 모가지를 따거나 생명을 앗는 것만 있는게 아니다.

적의의 제거.

사기를 떨어뜨려서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길.

"라-피-스."

우리는 사랑과 평화로 수만에 이르는 여신 교단의 성기사들을,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마왕군이라고 꼭 여신 교단을 죽이고 쓰러뜨려야 하나?

'꼬우면 맞장 뜨면 되지.'

만약 불만있는 마왕군이 있다면, 저 여신교단의 깨우친 성기사단을 보내리라.

"마족과 떡을 치든, 엘프 젖을 빨든, 순혈인간으로 살든, 그건 너희들의 자유다."

나는 깨우친 성기사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여신의 진정한 뜻을 깨우친 자, 라스토피아의 신민이 될 지어니."

"여신의 진정한 뜻…!"

그것은 바로.

"사랑."

여신은 그저, 사랑으로 가득한 세계를 원할 뿐이다.

"아가페를 위하여."

나는 사랑의 여신을 위한 에라-스의 선지자, 라스푸틴일 뿐이다.

"이 땅에 여신의 거룩한 사랑이 함께하기를."

라-스.

* * *

"......여신이시여."

남자는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사람의 팔보다 작은 여신상이 놓여있었고, 남자는 몹시도 경건한 자세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당신의 말씀을 깨우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누구도 믿지 못했을 겁니다. 당신의 진정한 뜻을. 사랑을 잃어가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자 한 당신의 마음을."

남자는 묵묵히 몸을 일으켰다. 밖에는 소란이 울려퍼졌고, 남자는 성호를 그으며 옅게 웃었다.

"처음 당신이 이계의 존재를 불렀을 때, 저는 당신께서 틀렸다고 감히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고래가 잔잔한 바다에 파도를 일으킬 수 있어도, 진정으로 바다를 바꾸는 것은 밖에서 던져진 돌멩이 한 조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네 이놈, 퀘르벨스!!"

남자를 향한 거친 노성이 울려퍼졌다. 추기경을 향한 예우는 일절 없었고, 성큼성큼 걸어온 사제들은 추기경 퀘르벨스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네놈이 보내자고 한 미르망이 마왕군의 첩자였다! 어떻게 된 것이냐!!"

"정숙하라. 참칭자여. 이곳은 너희가 감히 흙발로 어지럽힐 곳이 아니다."

퀘르벨스의 목소리에 교단의 간부들은 모두 한 발 물러서며 침을 꿀꺽 삼켰다.

"도, 도대체 당신은…?"

"진리를 깨우치지 못한 자들이여. 내 그대들에게-"

"헛소리."

문이 열리자, 흑발의 여인이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

"성녀."

"이 자는 그저 교단의 배신자, 마왕군의 첩자일 뿐입니다."

"그대는-"

푹.

예고는 없었다. 전조도 없었다.

"......."

퀘르벨스의 심장에는 날카로운 검이 꽂혀있었다. 그 검은 여신교단을 상징하는 검으로, 천사상의 천사들이 으레 들고 있는 검이기도 했다.

"...하."

퀘르벨스는 피를 왈칵 쏟아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역설이로구나…."

"닥쳐라, 마왕군의 첩자."

"......."

쓰-윽.

성녀가 검을 빼내자, 퀘르벨스의 몸이 갸우뚱 옆으로 기울며 쓰러졌다.

"서, 성녀…! 아무리 그래도…!"

"이 자 때문에 지금 아크 생텀이 마왕군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죽여마땅하죠."

성녀는 나지막한 미소로 피묻은 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걱정마세요. 마왕군이 아무리 주제도 모르고 날뛴다고 한들, 우리에게는 성검의 용사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는 다릅니다. 제가 지금까지 직접 옆에서 봐온 그라면. 성검 중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타우러스의 용사가 있다면."

성녀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요염히 웃었다.

"우리에게는 트랄이 있습니다."

* * *

"아크 생텀으로 가는 길이 열렸나...."

마왕, 솔로몬은 수정구에 비치는 전장의 상황을 보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었다. 아크 생텀만 점령하면 이제 천계로의 길이 열린다."

"어떻게 할 거야?"

"아무것도."

솔로몬은 쓰게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내가 개입하는 즉시 저 위에서 내려올 명분이 생겨. 그러니 끝날 때까지 버티고 또 버텨야지. 마왕군이 아크 생텀에 깃발을 꽂는 그 날 까지. 최소한...."

솔로몬의 수정구는 어떤 한 여인을 비추고 있었다.

"성녀는 죽어야 돼."

"후후, 직접 성녀를 죽이지 못해서 아쉽겠어?"

"딱히. 나랑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 상관이야. 나야 여신에게 복수만 하면 돼."

솔로몬은 박수를 치며 밖으로 나섰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마왕군의 수하들이 각 던전으로 보낼 알들을 열심히 생산하고 있었고, 솔로몬은 테라스까지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이 참 예쁘네."

하늘에 걸린 달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기다려라, 여신이여."

솔로몬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뒤-

"널 범하겠다."

양손으로 중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하늘.

달.

"...후후."

은빛 머리칼의 여인은 서서히 침대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때가 되었군요."

여인은 붉은 입술을 할짝이며, 수정구 안에 비친 흑발의 청년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절 따먹으러 와요, 내 사랑."

여인-여신은, 수정구를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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