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7회
44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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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이보다 더 큰 위험이 있었을까?
단언컨대 없었다.
인류는 언제나 마족들을 상대로 신성력의 힘을 이용해 승리를 가져왔고, 항상 승리했다.
비록 최근 들어서 솔로몬이라고 하는 마왕이 마왕군의 군기를 잡으면서 마족들이 반격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인류는 승리할 수밖에 없는 궁극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신의 유무.
인류를 보듬어주는 신의 유무.
여신만 있으면 인류는 이길 수 있었다.
여신이 주는 신성력의 힘만 있으면, 여신이 보내준 용사들의 힘만 있으면, 여신이 내려보내준 천사들만 있으면 이길 수 있었다!
[오고곡!]
천사는 타락했다. 오크의 개가 되어 폐허가 된 5지구의 위에 소변을 지린 것으로도 모자라, 5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달려온 성기사들을 향해 소변을 뿌렸다.
“천사님이 주신 성수…!”
퍼억.
강력한 신성력에 취한 성기사들은 말 그대로 술에 취한 사람처럼 무력화되었고, 마족들에 의해 사로잡혔다.
포로가 된 성기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명약관화.
이미 여신교단은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마왕군에게 잡혔을 때 어떤 운명을 겪게 되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5지구를 향해 당장 병력을 파견합시다! 저들을 당장 쓰러뜨려야 하오!
-급보! 4지구를 향해 마왕군이 오고 있습니다!
-급보! 3지구를 향해…
-급보! 2지구를…
-1.
여신 교단의 간부들은 절망했다.
아크 생텀에서 각 왕국이나 제국으로 뻗은 길은 총 다섯 개였고, 이미 다른 방면으로 수많은 적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특히 대 바알 전선이나 마찬가지인 곳은 인류연합의 최전선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5지구의 패배와 연결되어 다른 마왕군들이 일제히 공격을 감행한다?
“총공격이다….”
드디어 마왕군은 인류를 향해 최종적으로 무기를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교단은 조디악 왕국 멸망 이후 각 지구의 방위에 정말 많은 투자를 했었다.
23지구의 파괴와 몰락 이후, 5지구의 상황에 충격을 받아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것들조차 감행하려고 했다.
그래서 여신 교단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천사 소환을 강행했다.
결과는?
[응기이잇! 진작에 타락할 걸 그랬어어어어!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타천사도 천사인 걸, 오허엉!!]
거대 천사의 몰락.
라세가르엘의 타락 때문에 다른 여신상에 깃든 천사들 마저도 적극적으로 마왕군과 대치하려고 하지 않았다.
과연 이 난관을 타개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용사들을 부릅시다!”
결국 막대한 신성력을 가진 이들, 용사에게 기대는 방법밖에 없었다.
* * *
“저기 오는군.”
우리는 5지구에서 아크 생텀을 향해 진격하던 도중, 우리를 마중나온 대규모 성기사단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성기사가 도대체 몇 명이냐.”
“정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신성력을 지닌 전투병을 의미한다면 최소 1만은 될 것 같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정예 기사만 따지면?”
“1천입니다.”
“씨발, 여신 교단이 지금까지 이겨먹는 이유가 있었네.”
압도적인 양!
그냥 기사가 1천명이라고 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인데, 그들이 전부 평균 70레벨에 준하는 성기사들이란다.
심지어 성기사들을 제외하고, 일반 병사들마저도 신성력을 사용하는 적이라더라!
마족들이 신성력에 얼마나 취약한지 생각하면, 신성력을 가진 병사들은 일반 기사들에 준하는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포격으로 죽으려나?”
“죽지...않을 겁니다. 물리적이 포격이라 즉사가 아닌 이상, 신성력의 힘으로 회복하겠지요.”
“그렇지? 젠장. 인해전술에는 답이 없는데.”
우리는 전형적인 성바퀴들을 눈앞에 두고 고뇌에 빠졌다.
과연 저 수많은 성기사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 것인가?
한 명 한 명이 영웅급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일반 신병들이 두르고 있는 신성력의 보호막과 회복은 쉽게 뚫어낼 수는 없는 힘이었다.
“마-신 파워로 버프를 줘도 문제로군.”
“결과적으로 물리력으로 싸워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건 아무래도 힘들죠.”
“질적으로 우수한 병사들의 차이가 너무 커.”
우리 군단은 예전부터 소규모 던전 내에서 소수의 정예병의 조합을 다양하게 짜는 것으로 전쟁에서 승리해왔다.
100여명의 오크나 50여명의 엘프, 그리고 기타 수십 명 단위의 다양한 종족의 성능을 섞는 식으로 싸웠고, 질적으로 적 세력의 기사들을 상대할 고레벨 개체들은 이제 간신히 1000 단위에 이른 수준이었다.
그중에서 신성력 저항력을 갖춘 이들을 빼면?
우리 군대가 아무리 신성력에 특화되어있는 군대라고 해도, 마왕군인 이상 넉넉잡아도 절반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일반병들도 그냥 조금 훈련된 민간인들이니...젠장.”
블러드 엘프나 라스키토 들이 저들을 상대로 무슨 힘을 낼 수 있을까? 그냥 신성력이 담긴 칼침을 맞고 죽는 것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소모전은 사양이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저 놈들을 모조리 생매장하고 우리 군단이 이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호오?”
나는 샤이탄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적진의 간부급 사제들이 나누는 대화를 감청하고 있었다.
[...사를….이곳으로….]
[전력의 약….걱정은….성녀님….]
땅속 깊숙이 잠복하고 있는 슬라임 드래곤들이 듣는 정보라 완전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들리는 단어들로 나는 적들의 계획을 얼추 파악해냈다.
“용사를 동원해?”
“예. 용사를 부를 것 같습니다.”
“...참 짜증나게 전술을 잘 짜는군. 트랄인가?”
트랄은 아니다. 트랄의 전술은 이렇게 상대를 얕잡아보는 방식은 아니다.
[용사….한 명….]
“지금 우리한테 용사 한 명만 보낸다 이거지?”
“예. 다른 방위 지역에도 용사가 배치되어있느니까요.”
성검의 용사들은 뿔뿔이 흩어져있었다. 그들은 주로 대 바알 전선에 배치되어 있었고, 2,3,4위 전선에도 최소 1명씩은 꼭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용사 한 명을 우리쪽으로 돌린다?
다른 전선에 힘이 실리는 동시에, 우리가 피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회다.
적을 동요시키고, 아군이 승리하기 위한 필승 카드가 지금 잠들어있으니까.
“뭔가 주식을 묻어뒀다가 대박 터진 느낌이군.”
"용사가 올 때 까지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곧 오게 될테니."
나는 멀리서 느껴지는 감각에 쾌재를 부르며 전면에 나섰다.
"라세가르엘!!"
쿵.
라세가르엘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거기서 더이상 가까이 다가온다면, 이 천사를 임신시키겠다.”
나는 나를 떠받들듯이 들어올린 라세가르엘의 손바닥위에서 성기사들을 향해 칼을 겨눴다.
그리고.
적진에서, 용사 한 명이 백마를 타고 나타났다.
* * *
용사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자다. 그리고 5지구를 폐허로 만들고 온 마왕군을 상대하기 위해, 여신교단은 한 명의 용사를 파견했다.
"용사님...!"
"네, 형제님."
여인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앞에는 간악한 마왕군이 천사를 능욕하며 허공에 허리를 튕기고 있었지만, 여신 교단은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믿으십시오, 인류를.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물론입니다. 여신을 위하여!!"
"...신을 위하여."
여인은 성기사들의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탄 백마는 허리에 달린 순백의 날개를 펄럭거렸다.
용사.
사지타리우스의 용사.
‘미르망’은, 하늘을 향해 은빛의 활을 들어올렸다.
“여신의 이름으로, 여신의 뜻을 참칭하는 자들을 향해 단죄의 비를!”
새애애액!
하늘을 향해, 은빛의 화살이 쇄도했다.
곧 밤하늘의 별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오, 나이트 폴!!”
“역시 용사님이야!!”
마치 하늘에 걸린 별빛이 떨어지며 지상을 향해 쇄도하는 듯한 공격.
하나하나가 거대한 신성력 덩어리로서, 마족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용사 사지타리우스의 신기!
“우와아아아!!”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구구구구.
별빛의 방향이...뭔가 이상하다?
“용사님?! 이, 이건?!”
“아아, 기나긴 모멸과 인고의 시간.”
용사, 미르망은 표정을 바꾸며 사제복을 훌러덩 벗어던졌다.
“히이익!?”
주변에 있던 사제들이 기겁을 했다.
그녀는 천마 위에 올라탄 채, 스타킹과 가터벨트, 그리고 속옷만 입고 있었다.
“도, 도대체?!”
“지금이야말로, 미르마망으로 돌아갈 때!”
히히히힝!!
천마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여신의 이름으로!!!”
미르망, 아니 미르마망은 하늘을 향해 용사의 활을 높이 치켜들었다.
“라스!”
"아아, 이것은 얼라이 마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별빛처럼 내려오는 신성력이 마왕군이 아닌, 성기사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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