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회
44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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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는 성감이라는 것이 있을까?
있다.
천사도 여성체이며, 대부분의 천사는 성감을 느낀다. 만약 성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애초에 성기라는 부위가 필요할 리가 없다.
타천사가 바로 그 증거다. 천사가 타인에 의해 범해진 것은 아슬아슬하게 봐줄 수 있지만, 어떠한 연유에서든 성욕에 져버리게 되면 타천사가 되기 마련이다.
[으아, 아아아...!!]
거대 천사는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은 하늘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수많은 이들에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처녀를 잃고, 엉덩이가 찔리고, 이제는 드래곤에 의해 범해지고 있다.
머리칼과 전신을 뒤덮는 현수막이 마치 자신을 가려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되지만, 골반이 붙잡혀 짐승에게 범해지듯 강제로 박히는 건 숨길 수 없었다.
[아, 아으아, 아아아...!]
괴로움이 가득하다. 이미 충격은 전신을 찔렀고, 계속된 충격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있을까? 전혀. 죽을 것 처럼 아프고, 죽기 직전까지 범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서서히 쾌락에 물들기 시작한다는 것.
라세가르엘은 서서히 몸이 붕 뜨는 감각이 들기 시작했다. 노련한 허릿심에 처녀를 잃은 천사는 고통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쾌락의 감각에 더 두려움을 느꼈다.
이 감각에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아서.
[으, 응기, 이잇...!]
뒤에서 자신을 범하는 드래곤은 아무 망설임없이 자지를 찔러넣었다. 자지라고도 하기 뭐한게, 그냥 자지 모양의 에테르 덩어리였다.
하지만 그 형태가 남근 모양이고, 거대 천사가 빙의한 석상 내부가 천사의 강림으로 인해 질벽과 다를 바가 없다면, 그건 결국에는 남성기와 여성기의 만남이 아닌가?
[오호옥!]
천사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미 자신의 몸을 구속하는 수많은 구속구들의 압박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전신을 압박하는 고통. 신성력이 서서히 깎여나가는 두려움. 그리고 금방이라도 '타천'할 것 같은 공포.
쾌락에 패배하고 절정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천사여, 라스에 가버려라!"
드래곤의 머리 위, 뿔을 잡고 올라선 오크는 광소를 터뜨리며 천사를 조롱했다.
"천사도 결국에는 여성체! 정령조차 라스로 굴복시킨 나다! 천사라고 못할 것 같으냐!!"
이미 오크의 만행은 천사들 모두가 익히 알고 있었다.
성검의 용사가 된 순간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하나의 왕국을 점령하고 막대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순간부터 천사들은 다른 곳도 아닌 분노의 군단을 요주의 상대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라세가르엘이 내려왔다.
대사제들의 순교? 그런 건 관심 없었다.
그저 여신 교단이 무너지면 이후에 천사들이 다시 는 지상에 개입할 수 있을만큼의 신앙이 다시 쌓이지 않을 것이며, 이는 곧 여신을 따르는 천족들의 권위와도 직결된다.
신앙이 없는 신이 어디 신인가?
"오늘부터 너는 여신 교단의 천사가 아니다! 이름하야, 라스 엔젤! 사랑과 성과 에로스를 추구하는 라스토피아의 성천사가 되는 것이다!
[아아아악!!]
라세가르엘은 고개를 마구 좌우로 흔들었다. 뒤에서 박아대는 드래곤의 자지는 자신의 속을 뒤집어놓았고, 브레스가 아래에서 뿜어질 때마다 쾌락이 터져나왔다.
"파이톤, 신성력 브레스!!"
뷰르르릇!!!
뱃속이 채워지는 감각. 빙의한 석상 내부는 집요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천사가 강림하기 전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강림 전부터 여신상의 아래에는 '그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크하하, 뱃속에 공간 있더라!!"
오크는 드래곤의 뿔을 마치 라세가르엘의 골반처럼 붙잡고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거대한 드래곤이 마치 오크의 아바타처럼 똑같이 허리를 흔들었다.
크라아아...!
파이톤 또한 탄성을 내뱉으며 함께 허리를 흔들었다. 한쪽의 성을 주로 고정하고 사는 드래곤이지만, 지상 최강의 종족인 만큼 성별 정도는 쉽게 바꿀 수 있었다.
파이톤은 오크의 허리 힘에 지릴 것 같았다. 드래곤의 몸은 이미 주도권이 갑주에 깃든 할레오에 의해 넘어간지 오래였고, 파이톤은 마치 자신이 박히는 것 마냥 쾌감에 몸을 절었다.
카으으으...!
사실은 파이톤도 박히고 있는 중이었다. 하반신을 가리고 있는 갑주 안에 무엇이 있을지는, 갑옷을 입은 당사자와 만든 제작자만이 알 일이다.
"오크와 드래곤의 아이를 낳아라, 천사! 그아아앗!!"
푸화아아악.
다시 신성력 브레스가 안으로 뿜어졌다. 천사의 얼굴 아래, 끈적한 물 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안 돼...!]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천사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타락해버렷...! 그, 그만해...! 나는 대천사 가브리엘을 따르는 역천사...!]
"뭐?! 가브리엘을 따라?! 이것봐라, 여신의 이름으로 단죄하겠다!"
퍼억.
드래곤은 서서히 상체를 숙였다. 상반신을 천사의 날개에 묻고, 전신의 무게를 싣고 위에서 찍어 눌렀다.
[싫어어어어!!]
그 모양새가 영락없는 짐승의 교미와도 같아, 천사는 울부짖으며 고통과 쾌락에 몸부림쳤다.
[안 돼...! 날개가 색으로 물들어버렷...?! 그, 그러지마...!]
"여신님을 따르기 이전에 가브리엘을 따른다고 하다니, 이단이로구나!!"
[아, 아니야! 그런 말장난으로 나를 음해하지 마, 하아앙!!]
푸슛, 뷰르릇.
드래곤의 사정은 끝이 없었다. 애초에 브레스인 만큼, 숨을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내뱉을 수 있었다.
뱃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신성력이 흘러들어왔다. 점차 라세가르엘의 배가 신성력으로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흡수한다면?
막강한 신성력을 흡수한다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
스으으윽-
라세가르엘은 오크와 드래곤이 내뱉은 신성력을 몸에 흡수하기 시작했다. 다시 배가 훅 꺼지기 시작했고, 천사는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러면 됐-]
"크하하! 먹었구나, 먹었어! 지상의 힘을!"
[...어?]
아래에 고인 침웅덩이에 비친 눈동자가 서서히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천사들 특유의 은색 눈동자는 마치 마족처럼, 타천사들이나 보이는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 이건...?!]
"아아, 가짜 신성력이다. 성마법으로 오크의 마-신 파워를 신성력으로 전환했지."
오크는 아래의 뿔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홀리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를 매개로 바꾼 마-신의 힘이다. 네가 흡수한 건 여신의 힘이 아니야! 이 에로스의 신, 라스푸틴의 힘이다!"
[아, 아아...!]
마치 하얀 종이 위에 물감이 퍼져나가듯, 천사의 날개가 서서히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보아라, 여신 교단의 존재들이여! 너희들에게 진정한 여신의 뜻을 알려주도록 하마!"
오크는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뛰어올라, 천사의 머리칼 위를 타고 달렸다.
"여신이시여! 당신의 종복을 오늘, 이 자리에서 임신시킬 것입니다!!"
[아아악!!]
라세가르엘은 전력으로 몸을 떨며 저항했다. 하지만 두손발은 마왕군 병사들의 손에 여전히 묶여있었고, 날개는 어느새 성유가 딱딱하게 굳어 펄럭거리지도 못했다.
퍼서석.
그리고 마치 탈피를 하듯, 날개 끝이 바스라지면서 안의 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찬란한 은빛도 하얀 순백도 아닌, 핏빛과도 같은 붉은 '라스푸틴의 색'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사아아아.
"보아라. 이것이 진정한 여신의 뜻이니라."
그리고 머리칼마저도 어느새 오크의 피부와도 같은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크가 머리칼 위를 밟고 올라갈 때마다, 오크의 맨발이 닿는 곳마다 녹색 물감이 퍼지듯 머리는 염색되었다.
"여신이 정말로 마왕군을 물리치기 위해 천사를 보냈다면, 왜 여신이 보낸 천사가 능욕을 당하고 있음에도 가만히 있는 거지?"
술렁술렁.
공기가 요동친다. 오크를 내려다보는 수많은 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천사의 정수리에 두 발을 디디고 선 오크는, 씩 입꼬리를 비틀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렸다.
"여신 교단이 여신의 뜻을 참칭하기 때문이다!"
발바닥이 신성력에 타들어간다고 할지라도, 오크는 뿌연 연기 속에서 광기에 물든 얼굴로 절규하듯 소리쳤다.
"교단은 썩었다! 여신의 진정한 뜻을 참칭하고 사람들을 억압하고, 신성력을 독점하여 이득을 누려왔다! 나는 이에 모든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참된 여신의 뜻을 이곳에 펴고자 한다!!"
찌걱, 찌걱.
"여신의 이름으로, 지상에 내려온 천사를 임신시킬 것이다!! 라스!"
"""라스! 라스! 라스!"""
분노의 군단은 한 손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들의 아우성은 하늘로, 대륙 전체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라스에 가버려라, 라세가르엘이여!!"
꾸우욱.
천사의 머리 위에 걸린 고리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크는 신성력 그 자체인 천사의 고리를 두 팔로 양끝을 붙잡았다.
푸쉬이이.
두 손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오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천사의 고리를 안으로 잡아당겼다.
"여신의, 이름으로------!!"
감히 오크가 여신을 참칭하며, 근육에 힘을 준 순간.
파지지직!
붉은 기운이 가득한 오크의 두 손은, 천사의 고리를 부숴버렸다. 신성력의 조각들이 산산조각나며 가루처럼 흩날렸고, 어느새 라세가르엘의 머리칼은 정수리 뿌리까지 녹색으로 물들었다.
"라스."
아래에 고개를 박은 천사의 손가락은 검지와 중지만 펼쳐진 채, 부들부들 떠는 양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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