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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62화 (758/800)

762회

44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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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천사, 라세가르엘과 싸우기 전.

우리는 두 가지 준비에 나섰다.

하나는 전장.

여신교단은 거대 천사를 앞세우고 진격하는 듯 했다.

하지만 거대 천사의 위용에 취해 괜히 공격을 나섰다가는 본진이 비어버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깨닫게 만들었다.

공중 병력을 몇 번이고 보내 강습을 시도했고, 소위 짤짤이를 몇 번 하고 나니 기사를 비롯한 주요 병력들은 5지구에서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여신상에 빙의한 라세가르엘만 밖으로 나와서 우리 군단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다소 느리지만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혼자서 우리 군단병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 오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거대 천사를 영접할 전장을 마련했다.

넓은 황야.

거대 천사의 발걸음을 전차와 보병들이 쉽게 피할 수 있게 탁 트인 평원에서 싸움을 걸었다.

지하에서 돋아나는 드라이어드의 나무뿌리가 다리를 구속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곳을 보는 누구라도 거대 천사의 구속을 볼 수 있게, 주변이 탁 트인 장소를 선택했다.

"아아, 이제 능욕을 당할 차례다."

찰싹.

내 손에는 성유에 젖은 스타킹천이 들려있었다. 달콤한 과일향과 젖내가 섞인 스타킹은 신성력이 깃든, 이른바 '세례'가 담긴 물건이었다.

"여신의 이름으로."

나는 스타킹을 빙글빙글 돌리며 나를 내려다보는 라세가르엘을 조롱했다.

"여신의 세례가 담긴 물건이다. 설마 그걸 이로 물어뜯고 손으로 잡아뜯지는 않겠지?"

아아아아아!!

라세가르엘은 비명을 지르듯 몸부림쳤다. 하지만 두 손목에 걸린 길쭉한 스타킹 밧줄의 끝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엮어어어어!!"

폭탄 고블린들이 라세가르엘의 몸에 폭탄을 던지며 시간을 끄는 사이, 안드라스들이 스타킹에 스타킹을 묶어 끈을 계속 연결했다.

"중간에 풀리지만 않으면 돼!"

몸 전체를 이용해 매듭을 짓고, 길이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풀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으니 아무리 길어도 끊어지지 않았다.

"각자 산개!"

한쪽 팔의 중심 스타킹을 중심으로 마치 나뭇가지가 퍼져나가듯 수많은 스타킹 밧줄이 아래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드라스들은 스타킹의 끝을 주지포의 포신에 엮었다.

"속력 최대로!"

부와아아아아앙!!!

주지포들의 심장 고동 소리가 격하게 울리며, 주지포들은 자신에게 묶인 스타킹 끈을 붙잡고 원형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돌려, 돌려, 돌려어어어!"

나는 마-신 파워를 최대한 일으켜 비트를 넣었다. 라스-나인들은 거대 천사의 저항에도 최대 속력으로 땅을 달리며 스타킹 끈을 원형으로 돌렸다.

구구구구.

거대 천사의 몸이 라스-나인들이 돌아가는 몸의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반신은 바닥에 그대로 두고 상반신만 버텨보려고 용을 쓰는 듯 했지만, 스타킹은 끊어지지 않고 두 손목을 너무나도 강하게 압박했다.

아아아아아!!

거대 천사가 고함을 내질렀다. 뭔가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입에는 마찬가지로 스타킹 밧줄이 재갈처럼 물려져 있었으니까.

"그거 깨물면 이단!"

크르르.

라세가르엘은 마치 목줄이 채워진 야생짐승마냥 그르렁 거리며 무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목에 채워진 밧줄, 눈가리개, 재갈.

거의 한 달 치 스타킹 생산량을 모조리 가져다가 묶고 엮어 밧줄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천사는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다.

"허벅지랑 발목까지 엮어서 완전히 구속하는 건 불가능한 건가…."

이리도 저항이 완강해서야 공군들이 천사를 중심으로 빙빙 돌며 끈을 묶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그럼 움직이기 난감하게 만들어주지. 흐흐흐. 2단계, 투입해!"

구구구구.

내 지시가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몸집이 4m가 넘는 하피들이 날아올랐다. 그들의 발 아래에는 거대한 양동이가 들려있었다.

아, 아아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라세가르엘은 하피 에일로 공습부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신성력이 흘러나와 하피 에일로들을 향해 빛무리가 모이기 시작했다.

"루나포가 또 날아온다! 폭탄 고블린들은 당장 위치로 날아가서 천막을 펼쳐!"

"라스으으으!!"

폭탄 고블린 여섯이 각각 셋씩 좌우로 펼쳐졌다. 그들의 손에는 얇은 천막의 끝에 연결된 끈이 달려있었다.

펄-럭!

"여신님을 기리는 현수막이다! 새끼, 어디 쏴봐! 쏴보라고!"

현수막에는 여신상을 그대로 쏙 빼닮은 여신의 자애로운 얼굴이 그려져있었다. 그리고 현수막은 라세가르엘의 루나포 바로 앞에 놓이게 되었다.

"그거 쏘면 여신님 자애로운 존안에 구멍이 생길텐데? 응? 이거 어쩌지?"

고오오오.

눈가리개 아래 눈살이 찌푸려진게 두 눈에 선했다.

라세가르엘은 하늘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잡아당기는 공군 병력, 지상에서 마구 땅을 밟으며 달리는 주지포, 그리고 바닥에서 기어올라오는 나무뿌리에 계속 몸이 구속되고 또 구속되었다.

무려 수 백에 이르는 군단병들이 달라붙었다. 그러나 고작 진격 속도를 늦추는 정도였고, 여신의 얼굴을 수놓은 현수막을 펼치며 공격을 막는게 한계였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젠장...언제 만들어지는 거지…?"

나는 '물건'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마-신 파워로 군단병들의 신체 활력을 140%로 끌어올리는 것도 슬슬 한계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주인님!!]

"!!"

시스템을 통해 내가 학수고대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륜!!"

[지금 배달 가요!!]

배달.

승리를 위한 마지막 쐐기가 전장을 향해 이동되고 있었다.

* * *

바알 던전.

던전의 주인인 바알은 신성 소환으로 얻어낸 은빛 신성 갑옷을 두르고 한창 인류 연합의 용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사이, 머리가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여인은 하품을 하며 바알의 옥좌에서 시스템창을 두드렸다.

아무리 바알의 배려를 받는 존재라고 하지만, 던전 주인만 가능한 시스템을 만지는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녀가 마왕 솔로몬의 딸이자 탐식의 인장을 가지고 있는 이상, 분홍의 여인은 시스템에 접근하는게 가능했다.

"정말 싫다. 천사 강림이라니."

탐식의 인장, 베르제뷔트는 여신교단 5지구와 23지구 사이에 나타난 거대 천사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저거 잡으려면 엄청 꼴아박아야하는데."

못 잡는 건 아니다. 단지 엄청난 희생이 따를뿐. 지상에 강림한 거대 천사는 단순한 방법으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유! 스핀! 미! 라잇! 라운드!!]

정체불명의 노래와 함께, 네 개의 인장을 가진 오크는 손등을 두드리며 전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저게 다 스타킹이라고…?"

멀리서 보면 상당히 얇고 촘촘한 밧줄이었지만, 실제로는 스타킹을 셀 수도 없이 여러 개 묶어놓은 것이었다.

그저 놀라운 것은 천사가 스타킹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

"세상에…."

천사를 저런 식으로도 공략할 수 있구나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부족해.'

강림 천사는 보통의 존재가 아니다. 뭔가 특별한 방법이 없으면, 그냥 잠깐 잡아당긴 것으로 공격은 끝나버릴 것이다.

'뭔가 방법이-'

쏴아아아.

전장에 거대한 물줄기가 흘러내려오기 시작했다. 베르제뷔트는 물줄기가 흘러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전차가 지나오며 만든 바퀴 자국 사이로 강력한 물줄기가 흘러오고 있었다.

출렁, 출렁!

아니, 물줄기 위에 뭔가가 올라타고 있었다! 붉은 덩어리의 존재들은 물 위를 타고 흐르듯 오크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세상에...저게 뭐야?"

덥썩.

오크는 척보기에도 무거운 물건을 집어들었다.

"창…?"

그것은 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껍고 길고 커다랬다.

* * *

라스-나인들이 걸어온 길.

일렬로 달려왔기에, 땅은 바퀴 자국으로 움푹 파였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나는 수로를 만들었다. 물의 정령왕 넵튜뉴스에게 주문한 덕분에 바퀴 자국이 난 곳만 길게 수로를 만들 수 있었고, 나는 라세가르엘을 쓰러뜨리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수로로 공수받을 수 있었다.

"도착."

"고맙다, 라임."

나는 라임이 수로 위로 데려온 슬라임 드래곤들 위에 놓인 철창을 붙잡았다.

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길고 두껍고 무겁지만, 7m 길이가 되더라도 이게 '창'이라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음...."

나는 창을 움켜쥐고 길이를 눈대중으로 가늠했다. 내가 찌를 곳은 한 곳 뿐이고, 창끝도 마침 그 형태로 만들어졌다.

알로켄 황야.

드워프들이 그렇게도 바라마지 않던 광산 지대에서 가볍고 튼튼하기로 소문난 철을 모아 지옥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창.

과거 그레모리가 승리를 거두었으나 더러운 인간 놈들에게 난입을 당해서 죽었던 한 트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무기이기도 하다.

"가자, 할레오."

파지지직!

7m 철창 전체에 곧장 붉은 문신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전방의 라스군은 좌우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나는 철창을 두 손으로 강하게 움켜쥐고 앞으로 내달렸다.

"라스으으으으!!"

나의 창끝은, 거대 천사의 고간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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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아무튼 철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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