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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61화 (757/800)

761회

44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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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아가레스 던전.

“......이 자가 정말 4개의 군단을 이끄는 자란 말인가?”

핏빛 옥좌에 앉은 노인 흡혈귀, 아가레스는 수많은 영사석을 보며 한탄했다.

라스!!

라스!!

퍽, 예어, 쎆쓰!!

“...추잡하고 더럽고 불결하고 미쳤군.”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섹스 뿐이었다. 오크의 주변에는 언제나 여자가 가득했고, 군단 전체가 섹스로 가득했다.

“이런 놈이 차기 마왕 후보 중 하나라고?”

아가레스의 질문에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 그는 혼자서 자문자답을 하는 중이었다.

“어째서?”

세상 모두가 궁금해 할 상황이기는 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마왕에 가장 가까운 세 명의 마족.

첫째로 반신 바알.

둘째로 아가레스 본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저 평범한 오크에 불과했던 존재, 라스푸틴 ‘마브라스’.

시건방지게 마르바스라는 자리의 이름을 대외적으로 마브라스라고 천명한 이 섹스에 미친 오크가 차기 마왕으로 감히 자신과 이름을 나란히 떨치고 있었다.

“어째서.”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가 보인 군단의 힘은 분명 강했다.

하루 아침에 23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힘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고, 분명히 위험천만한 존재였다.

“제거...해야하나?”

아가레스는 소환진 한 켠에 놓인 신성란을 두고 고뇌했다.

적에게서 온 선물이라는 이유로 아직 뜯지는 않았다.

세상에 신성 소환을 할 수 있는 신성력 덩어리를 알로 만들어 선물로 보내주는 자가 어디에 있는가?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어 선물을 보내온 것이리라. 가령 저걸로 뭔가를 소환하면 하늘에서 대천사장 내려와서 던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거나.

다행히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

마치 선심을 쓰듯 선물을 주는 행동 자체가 아가레스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아주 망해버려라.”

그래서 아가레스는 라스군, 분노의 군단이 싸우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도와주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의 군대는 현재 두 명의 용사와 다른 지구에서 여신 교단과 대치 중이다.

용사들이 조금 뚫기 힘들다는 이유로 잠시 힘을 비축하고 있던 와중에, 오크가 갑자기 23지구를 뚫고 5지구까지 뚫어버렸을 뿐이다.

“뒷감당은 안하고 그냥 들어가니까 저런 고생을 하지. 쯧, 저건 끝났군.”

라세가르엘의 악명은 마족들 사이에서, 특히 아주 오랜 세월을 산 마족들에게 머리 깊숙이 박혀있었다.

학살천사.

여신의 이름이라는 명목 하에 마족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는 천사로, 마왕군의 군단으로 치면 거의 9위 급 던전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것도 지상에 소환되었으니 하는 이야기지, 천계에 있었다면 중간계의 존재는 감히 올려다 볼 수도 없는 강인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아가레스는 거대 천사의 발을 피해 도망치는 라스군을 비웃었다.

“전멸당하겠군.”

아가레스는 라스군을 무시하며 차를 홀짝였다. 더이상 볼 가치는 없었다. 어차피 천사는 신성력이 다하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시간만 지나면 사라질 존재-

“...미친?”

분노의 군단은 천사를 사냥하려고 했다.

“왜? 무슨 짓이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게 될 놈인데?”

아가레스는 오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더 앞장서서 천사 사냥에, 아니 포획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오크의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저러는 거지?"

[모두들 잘 들어라!!]

오크는 손등을 두드리며, 붉은 문신의 힘을 퍼뜨리며 선언했다.

[오늘, 우리는 저 거대 천사를 강간한다!!]

"...미친놈인가?"

아가레스는 어이가 없었지만, 동시에 수정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만약.

천사를 진짜로 범하는데 성공한다면…?

"아니, 잠깐만. 애초에 저렇게 큰 걸 어떻게 범한다는 거야?"

아가레스가 혼란에 빠진 순간.

하늘을 뒤덮는 검은 날개의 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 *

끼요오오옷!

안드라스들이 전력으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든다.

2인 1조로 빠르게 날아가는 안드라스들은 위아래로 편대를 구성하여 전력으로 날며, 천사의 몸을 크게 스치듯 지나쳤다.

사라락!

안드라스들이 잡고 있던 검은 무언가가 라세가르엘의 몸에 달라붙었다.

팔, 몸통, 어깨, 다리, 어디든 할 것 없이 검은 천조각들이 라세가르엘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건…?]

라세가르엘은 불안함에 신성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감정에 화들짝 놀랐다.

불안함? 도대체 무엇이?

끼요오오옷!!

안드라스보다 배는 더 큰 거대 하피들이 발톱에 뭔가를 든 채 날아들었다. 라세가르엘은 손을 뻗어 하피들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하피들은 손길을 피하며 발로 붙잡은 뭔가를 떨어뜨렸다.

사라락!

라세가르엘의 몸에 계속 뭔가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라세가르엘도 점차 뭔가가 많이 달라붙기 시작하자,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신의 이름으로.]

키샤아아앗!!

라세가르엘의 눈에서 신성력의 빛이 뿜어져나왔다. 하피들이 급히 날개를 꺾고 선회하다 후방의 하피들이 신성력 빔에 맞고 산화했다.

끼아아아악!!

동료의 죽음에도 슬퍼할 새도 없이, 하피들은 계속 뭔가를 라세가르엘의 몸에 덧씌웠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연속. 라세가르엘은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실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지끈.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팔이 마치 뭔가에 당겨지는듯 뻐근했다.

[이게 뭐지…?]

끼요오옷!!

검은 두 마리의 작은 조인들이 라세가르엘의 두 손목에 뭔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스타...킹?]

매듭을 수십개 묶어 길게 이어놓은 물건은 다름 아닌 스타킹이었다.

[거대 천사여! 그걸 알고 있는가?]

멀리서 오크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스타킹은 쉽게 구멍이 나지만, 잡아 뜯기란 쉽지 않지! 하물며 우리 군단의 스타킹이라면 더더욱!]

[네, 네놈 설마.]

라세가르엘은 급히 두 팔을 움직였다. 하지만 스타킹을 손목에 엮은 두 조인이 붙잡은 스타킹의 길이는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안드라스! 하르파스! 교차!!]

오크의 지시에 두 마리의 조인, 안드라스와 하르파스는 라세가르엘의 몸을 교차하듯 빙빙 돌기 시작했다.

흉부 아래 갈비뼈부터 시작하여 허리를 수 차례 돌고, 다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스타킹로 만든 밧줄로 라세가르엘의 몸을 붙잡았다.

[이 정도로는 나를-]

[다음!]

우두두둑. 라세가르엘이 디디고 있던 땅에서 나무 뿌리가 돋아나 발목을 붙잡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라세가르엘의 눈에서 신성력이 번쩍였다. 그러자 발목을 휘감는 나무뿌리에 은빛의 불꽃이 타올라 나무뿌리를 태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천쪼가리를 붙이는 것이 공격이라고 하는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마족들은 미친듯이 검은 천을 라세가르엘의 전신에 붙이려고 들었다.

끼에에엑!

두 마리의 안드라스가 손에 움켜쥔 끈을 잡고 수평으로 날아올랐다. 두 안드라스는 정확히 라세가르엘의 입술 사이에 천 끈이 걸쳐지도록 만들었고, 라세가르엘의 뒤통수에서 반대편으로 날며 빙빙 돌앗다.

혼란.

마족들은 검은 천으로 어떻게든 라세가르엘을 묶으려 하고 있었다.

차라리 마기가 잔뜩 머금은 물건이라면 신성력을 부식시켜 공격이라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건만, 라세가르엘은 적들의 공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이런 천쪼가리, 뜯고 찢어버리면 그만-

[......어?]

뜯을 수가 없다. 찢을 수가 없다.

[어째서 여기에 세례가...?]

천사인 자신은 절대로 찢거나 훼손할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왜냐?

몸에 달라붙은 작은 천쪼가리와, 그 천쪼가리로 엮은 밧줄들에는 전부 여신의 힘이 깃들어있었으니까.

* * *

"드라이어드의 구속이 메인이라고 생각했나? 유감스럽군. 그쪽은 페이크다."

나는 아래의 나무뿌리들을 상대로 격하게 저항하려는 라세가르엘을 비웃었다.

"진짜는 너를 뒤덮은 스타킹이라는 것을 모르나본데...흐흐흐."

찰싹.

나는 내 손에 들린 검은 천, 스타킹을 좌우로 잡아당겼다.

"흐흐, 천사여. 설마 눈치채지 못한 것인가? 스타킹이라고 무시하는 것인가? 이 스타킹의 실체를? 크흐흐."

전신을 묶고 덮는 스타킹을 스스로 찢는 순간, 우리의 승리다.

스으읍.

나는 스타킹에 스며든 향기를 음미했다. 과육의 향이 섞인 듯, 코를 찌르는 향에 나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흐으...농밀한 신성력의 냄새."

스타킹에는 성유가 뿌려져 있다.

즉, 여기에는 신성력의, 여신의 세례가 깃들어있다.

"라세가르엘, 설마 세례가 깃든 여신의 물건을 스스로 찢지 않겠지?"

나는 입에 재갈이 물리고, 눈에 가리개가 씌워지고, 두 손목에 스타킹으로 된 밧줄이 묶이기 시작한 거대 천사를 향해 물었다.

"너, 여신의 세례가 깃든 물건을 찢어?"

이단이다----

"자, 이제 누가 이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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