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회
44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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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지구를 향해 라스-나인 전차를 중심으로 한 대 신성력 대항병력을 편성한 직후.
우리는 23지구 위로 떠오른 거대한 천사를 보고 넋을 잃었다.
"50m 드래곤은 본 적이 있어도 50m 천사는 처음 보는구만."
충격 그 자체.
과거 바르바토스가 홀리 드래곤의 모습으로 날뛸 때도 우리 군단은 제법 겁을 먹어야만 했다.
기본적으로 인류는, 아니 생명체는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특히 거대한 인간형의 존재에 대해서는 더 큰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마치 고블린 발레포르가 거대한 인형병기, 골렘을 만든 것처럼.
"지금 어떻게 하려면 늦겠지?"
"저쪽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갑작스러운 거대 천사의 등장에 우리 군단의 공중병력은 절반이 궤멸당했다. 루나포를 브레스처럼 쏘아버린 천사의 일격에 나는 처음으로 대량의 마석을 이용해 대규모로 죽은 부하들을 부활시켜야만 했다.
"잃어버린 ★을 하나 채우는 건 쉽지만,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기는 어려운 법이지."
죽음의 공포를 만끽시켜준 천사를 상대로 다시 자살특공을 시킨다? 나는 그런 악독한 군단장이 아니다.
"적이 신성력으로 포격을 날리니까 상당히 기분이 좆같은 걸. 우리의 전유물 같은 거였는데 말이야."
"천계에서도 지상의 전투를 보고 배웠을 지도 모릅니다. 바르바토스 공략 당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성력을 모두 모아서 포격을 날렸으니까요."
같은 힘을 사용하는 만큼, 같은 전술을 활용하기도 쉽다. 우리처럼 라스를 원동력으로 삼지는 않을테니, 더 쉽게 신성력으로 포격을 날릴 수 있겠지.
"애초에 50m가 뭐냐. 저런게 천상에는 득실거린다고? 루시펠, 너는 저런 정도의 크기가 아니지않냐."
"천족도 천상에서는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크기에요. 저건...아마 여신상에 천사를 강림시킨 걸 거예요."
루시펠의 제보에 따라 우리는 조디악 왕국 내에 퍼져있는 여신교단의 자료들을 급히 확보했다. 그리고 거대 천사의 실체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천사 강림 의식.
막대한 신성력을 지닌 사제 몇몇이 자신이 가진 모든 신성력을 사용하여 지상에 천사를 소환한다.
정확히는 천사의 영혼을 지상에 소환하는 셈이다.
마치 악마 소환 의식이 악마의 본체는 마계에 있고 악마의 아바타를 소환하는 것처럼, 천사들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소환될 뿐이었다.
단지 천사를 강림시킨 매개체가 50m짜리 여신상이었을 뿐이다.
개사기.
"최소한 100레벨 정도는 되겠지?"
"지상의 존재로 한정이 되어 100레벨일 겁니다."
"젠장. 아직 여신 교단의 본거지에는 도착도 안 했는데 벌써 이 모양이냐."
"그렇다고 후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구구구구.
나는 군단장 전용 라스-나인의 위에 당당히 섰다. 저멀리 도시를 지키듯 앞으로 나온 거대천사는 마치 우리를 심판하겠다는 듯 홀로 전장으로 나와 걸어오고 있었다.
"박력넘치네. 이게 우주괴수를 상대하던 인류의 공포인가."
"군단장님, 며칠 회복한 뒤에 다시 공격하는 건 어떻습니까? 발레포르를 공략했던 것처럼, 거대화하여 싸우는 겁니다."
"안 돼. 그러면 내가 이기는 거지, 군단이 이기는 게 아니야."
쟁탈전은 아무렇게나 싸워도 된다. 하지만 여신교단을 상대로는 군단 전체가 힘을 합하여 싸워야 한다.
내가 막타를 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다함께 싸워 승리를 쟁취해야만 한다. 그래야 '마왕군'의 승리가 될 것이며, 내가 품속에 마련해둔 마지막 한 수를 쓰지 않고 여신교단의 본거지로 갈 수 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 까지는 다 해보자고. 똥꼬쇼든 뭐든, 일단 해봐야 되는 거 아니겠냐."
"알겠습니다. 전군단, 포격 준비. 공성 모드로."
샤이탄의 지시에 따라 모든 라스-나인들이 제자리에 다리를 박았다. 껄떡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지포가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고, 나는 거대 천사가 최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탁탁.
나는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로부터 뻗어진 마-신 파워가 라스-나인들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주지포, 일제사격 개시."
콰------앙!!
라스-나인들의 주지가 하얀 포탄을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콰과과광!!
폭음이 거체를 뒤덮는다. 거대 천사, 라세가르엘의 주변에 하얀 폭연이 터지기 시작했다.
"천사님이시여! 저들의 공격은 마기가 깃들어있습니다!"
[안다.]
라세가르엘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몸체의 겉에 하얀 점착폭탄같은 브레스가 떨어져도, 라세가르엘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아가며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마족의 공격은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까마귀 마인들의 브레스? 신성력의 실드를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흘러나갔다.
강철 날개를 펄럭이며 폭탄을 내던지는 메카 고블린들의 폭탄? 폭탄은 터지기만 할 뿐 라세가르엘의 몸에는 흠집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물리적인 저지력이 있다면 주지포에서 발사되는 백탁액과도 같은 포격이었지만-
[여신의 이름으로.]
라세가르엘이 손에 든 창을 바닥에 찍자, 창 주변에 넓은 날개가 펼쳐졌다.
"오오, 이것이 천사의 방패!"
기다란 창을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펼쳐진 날개 모양의 에테르는 신성력의 은빛을 담고 있었다.
후두두두둑.
방패는 라스-나인들의 포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겉이 부식되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건방진 놈들.]
라세가르엘은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발을 들어올렸다. 거대한 몸을 앞으로 움직이며, 강철과도 같은 군화로 마왕군을 즈려밟으려했다.
"산개------!!"
아래에 있던 블러드 엘프들이 급히 비명을 지르며 이탈했다. 주지포는 바로 바퀴를 굴리며 발이 닿는 곳으로부터 몸을 피했다.
쿵-----!!
땅이 울렸다. 지축이 흔들렸다. 23지구가 지진에 무너졌던 때와 마찬가지로, 땅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약삭빠른 놈들.]
아쉽다면 아쉽게도, 라세가르엘의 발바닥 아래에는 그 어떤 마족도 없었다.
[너무 느리구나. 이 몸은.]
"송구합니다...천사시여!"
라세가르엘의 어깨에 올라탄 대사제는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블러드 엘프나 라스-나인 전차들이 발을 보고 자리를 이탈할 만큼, 50m의 거대 천사는 몸집이 거대한 만큼 느렸다.
50m 거신상을 아무런 물리력 없이 오직 신성력만으로 움직이는 것도 천사의 기적이었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기술력으로 만든 여신상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인류 연합에게는 쾌재이며, 마왕군에는 재앙이리라.
[여신의 이름으로.]
천사는 라스-나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계속 앞으로 걸었다.
쿵!
쿵!
쿠---웅!
라스가르엘이 지나간 곳에는 군화 자국만이 남아있었고,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 * *
"역시 이 정도 힘으로는 아직 안 되는 건가."
거대 천사, 라세가르엘의 방어력은 상당했다.
물리적으로는 대리석 석상의 방어력을 넘어 드래곤 스킨에 준할 정도로 단단했고, 신성력의 배리어는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슬슬 걷기 시작하는 것 같지?"
"지상에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서너 시간이 지나면...달리겠죠."
천사는 여신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재활치료를 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뒤뚱거렸으나, 지금은 보란듯이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팔 마구잡이로 흔들면서 질주하겠어. 으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플랜 G로 갈까요?"
"그게 제일 좋겠다."
거인을 죽이는 건 언제나 거인보다 작은 존재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거대 천사를 쓰러뜨리기 위한 만발의 준비를 갖춰놓았다.
"통해야하는데."
통하지 않으면 여기서 또다시 전선이 밀리게 될 것이고, 내가 할레오의 힘을 다시 밖으로 꺼낼 수 있게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사이에 인간들은 또 다른 천사를 꺼낼테지.
'천사를 강림시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려줘야 해.'
압도적인 힘으로 천사를 쓰러뜨린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사가 아주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마왕군은 환호하고 인류 연합은 절망하게 되리라.
그리고 천사들의 뒤에 숨어있을 여신교단의 대가리들도.
'기다려라, 성녀.'
포-스 전쟁의 최종 타겟이 포르네우스였다면, 이번 여신 교단과의 대전쟁에서 우리의 타깃은 누구도 아닌 성녀다.
'트랄은 절대 넘겨주지 않는다.'
들리는 소문.
트랄과 썸을 타고 있다더라. 분명 성녀가 직접 퍼뜨린 프로파간다이며, 헛소문일 것이다. 성녀가 잘생긴 미남 용사와 서로 연인 사이인 것처럼 꾸며서 용사들의 힘을 얻으려는 개수작인 것이다.
"형제여, 기다려라. 내가 천사를 뚫고 너를 성녀의 마수에서 구해주마."
트랄을 위하여. 마침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스모딘. 이번 작전의 지휘봉은 모두 네게 맡기마."
"후후후, 맡겨주시길...."
드라이어드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자 마왕의 딸, 아스모딘이 군단 전체를 향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마도 스피커를 건네받았다.
[모든 군단에 알립니다. 지금부터 천사사냥에 나섭니다. 작전명은....]
아스모딘은 내게 전달받은대로, 그대로 읊었다.
[BDSM.]
우리는 오늘.
50m의 거대 천사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새디즘 축제를 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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