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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57화 (753/800)

757회

44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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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는 전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에테르체의 인간형 괴수! 금빛양모를 전신에 두르고, 사나운 사자의 갈기를 번쩍이는 모습은 정말 보기에 아름다웠다.

상대는 또 어떠한가. 녹색 피부가 흠결이라면 흠결이지만, 금빛 장식과 실드가 반짝이는 것이 너무나도 탐이 나는 스킨이었다.

그래, 스킨.

"껍질 바꾼 정도로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이거야!"

깡, 깡, 까아앙!!

나는 실드를 마구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미 발레포르는 가드를 올리고 몸체를 보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위에서 아래로 두드릴 때마다 실드가 으깨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게 진짜 에너지 실드인 줄 알았다. 고블린의 마법공학이 설마 현대 과학을 넘어 미래시대의 기술까지 발전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냥 엄청 거대한 골렘의 겉면이 스킨으로 다이어트 되어있었을 뿐이다.

물리적으로 동체는 공간을 그대로 차지하면서, 닿는 것들을 실드로 배척하는 형태.

즉, 놈의 실드는 곧 몸체였다.

내가 실드를 내리치는 것은 놈의 실드를 부수는 게 아니라, 발레포르의 거대 골렘 자체를 부수는 것이었다!

"크오오오오!"

나는 두 명의 힘을 하나로 모아 전력으로 주먹을 내리쳤다. 아리에스와 비르고는 내게 적극적으로 힘을 지원했고, 할레오는 두 성검의 힘을 두 손에 모아 하나로 만들었다.

[이럴수는 없다! 나의 역작이, 세계를 지배할 나의 골렘이!!]

"마! 세계를 지배하는 건 네놈의 골렘이 아니라!"

콰득! 나는 드디어 실드를 박살냈다.

보기만 해도 용기가 솟아오르는 용자왕의 얼굴은 뜯겨나갔고, 고블린의 얼굴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빻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킨 씌울만 하네.'

스킨을 안 씌우고는 도무지 봐줄 수 없는 조잡하고 흉측한 형태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놈의 조종석은 머리 부분이었다.

"입에서 목소리가 나올 때부터 눈치챘지. 네놈의 골렘은 머리에서 조종하는 사양이라는 것을!"

[크, 크으윽…!]

집요하게 머리를 공격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언제나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공격해야하고, 거대한 골렘을 일일이 때려부수며 해체할 필요는 없었다.

골렘을 쓰러뜨린다고 쟁탈전이 이기는게 아니다.

승리는 바로 발레포르, 골렘을 조종하는 고블린을 죽이는 것!

[아직, 아직 끝이 아니다!!]

철컥.

골렘의 흉부에 달린 사자 장식이 번쩍거리며 입을 벌렸다. 척보기에도 뭔가를 쏘아낼 것만 같은 모습에 나는 바로 대응했다.

"메어리! 에일라!"

두 용사는 내 앞으로 나서며 가슴을 붙였다. 그리고 한손을 앞으로 뻗으며 손을 맞잡았다.

파지지직!

사자 머리 장식의 아가리 앞에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방패가 만들어졌다.

금빛 양털이 주변을 덮고, 길쭉한 타원형으로 반짝이는 연분홍빛 방패.

바야흐로, 버지니움 실드와 황금양털의 조화!

[씨발, 핑보네….]

발레포르의 한탄이 들려왔다. 발레포르의 조종간을 향해 뻗은 내 주먹은 마-신 파워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럼 핑보지, 갈보냐."

용사와 엘프는 언제나 핑보다. 나는 그걸 직접 봤기에 알고 있지만, 발레포르는 알지 못한다.

그게 우리의 승리를 갈랐다.

콰아아아앙!

사자왕의 입에서 창처럼 튀어나온 거무튀튀한 창은 두 가지 빛으로 반짝이는 실드를 뚫지 못했다.

스킨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실드.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실드의 앞에 고작 고블린 따위가 이길 수 있을리 만무.

"그러길래 왜 내 제안을 거부했냐, 어리석은 것."

[......하늘 아래 두 종족 이상의 그린 스킨은 있을 수 없는 법.]

발레포르는, 고블린은 나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크흐흐, 언젠가 고블린들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실패했지만, 내가 아닌 다른 고블린들이 너희 오크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야! 모든 엘프의 아내는 고블린이 되는 것이다!]

"저런. 엄청 큰 착각을 하고 있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는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엘프 남편은 오크가 국룰이란다."

깡.

조종간이 주먹에 으깨짐과 동시에, 내 눈앞에는 오랜만에 보는 쟁탈전 창이 떠올랐다.

<알림> [발레포르]와의 쟁탈전에서 승리했습니다!

"후우."

응당 가져와야 할 승리였지만, 조금 아쉬운 승리였다.

"스킨은 많이 아깝긴 하네…."

조종사를 잃은 골렘은 본래의 모습에서 흉측한 덩어리 골렘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걸 발로 슬쩍 밀어 뒤로 넘겼다.

구구구구구, 쿵.

맥없이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은 골렘은 마치 변사체마냥 쓰러졌고, 머리에는 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고블린의 황제, 고블린 공학의 선구자.

그리고 고블린들의 마지막 희망.

발레포르는 이곳에서 죽었다.

* * *

약 사흘의 휴식 뒤.

나는 이번 전쟁에서 크게 활약한 두 명의 여왕과 질펀하게 뒹굴고 난 뒤, 발레포르 던전을 어떻게 해야할 지 결정을 내려야했다.

"살아남은 고블린들의 수가 지금 전부 얼마지?"

"약 200명 정도 있습니다."

"엄청 많이 살아남았군. 그럼 그둘 중 폭탄 기술자는 몇이나 되나?"

"...전부 다 입니다."

"......?"

나는 샤이탄으로부터 들은 보고에 귀가 트였다.

"200명 전부 폭탄 기술자라고?"

"고블린들을 진화시킬 때 모두 폭탄을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발레포르는 죽었지만 발레포르의 부하들은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나는 이들 고블린들에 대한 처우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늘 아래 두 개의 그린 스킨은 있을 수 없는법. 오크의 희망 라스푸틴과 고블린의 희망 발레포르의 싸움은 오크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제 폭탄 고블린들이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복종.

라스토피아에 복종하느냐, 아니면 죽느냐.

'물론 그냥 항복한다고 마냥 받아주는 곳은 아니지.'

라스토피아가 어떤 곳인가? 성기능으로 계급과 지위가 결정되는 사회로, 오크는 계급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속한다.

그런 오크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녹색의 피부, 다부진 근육, 건장한 체구가 아니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녹색 피부 하면 고블린이 아니라 오크가 떠올라야지.'

고블린을 라스토피아에 들였다가는 여러모로 오크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같은 그린 스킨으로 엮이는 것도 불쾌하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 군단에 들어올 고블린들을 선별하고자 한다.

몰살?

-주인님, 고블린을 살려두시는 건 어떻습니까?

-응? 왜? 여체로 만들어봐야 별로 꼴리지도 않을텐데.

-고블린들을 고블린대로 살려서 영입하는 겁니다. 그들은 라스토피아의 최하층이 될 것이며, 오크와 비교됨으로써 오크를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오크를 위대하게!

샤이탄의 제안에 따라, 나는 고블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블린이 있음으로써 오크가 더 돋보일 수 있게 된다니, 이 얼마나 유쾌한 말인가.

'근데 좀 미안한데.'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하지 못한다고, 포-스 시절에 내가 겪었던 굴욕과 울분을 고블린에게도 겪게 하자니 조금 미안했다.

잘못은 발레포르가 했지, 고블린들이 한 건 아니지 않은가?

-이원화를 하마. 라스토피아의 고블린과 무시받고 천대받아도 되는 고블린으로.

그래서 나는 고블린을 두 부류로 나눴다.

하나는 멸시당하고 천대받는, 깡마르고 독침이나 쏘는 고블린들이다.

하지만 또다른 자들은 보통의 고블린과는 다른 고블린들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 아주 멋진 고블린이 될 것이다.

오크와는 다른, 전혀 다른 고블린들. 나는 그들 중 누가 가능성을 가진 존재인가 탐방하기 위해, 고블린 포로들의 앞에 섰다.

"반갑다. 살아남은 발레포르 군단의 병사들이여. 나는 너희들에게 기회를 한 번 주고자 한다."

철퍽, 철퍽.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고블린들의 앞에 붉은 점액 덩어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금기를 범해온 자들이지.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오직 고블린들만이 인간들을 범해왔다."

주로 여자 모험가들을 고블린은 범했다. 오크나 다른 마족들이 인간들에 대해 인간박이라고 혐오하는 이유는, 인간들을 범하는 마족이 대부분 고블린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인간박이에 대한 혐오는 고블린들이 만들어냈다. 흡혈귀나 근육 오크들이 여자 모험가들을 범하고 뿅가게 만들었다면, 아마 인간박이는 보편적인 마왕군의 문화가 되었을 것이다.

"내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우리는 앞으로 여신교단을 쓰러뜨릴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사제도 나올 것이며, 수많은 적들이 나타나겠지. 나는 내게 충성하는 자들만 데려갈 것이다. 그러니...."

꿀럭, 꿀럭.

고블린들의 앞에 놓인 슬라임들의 표면에 작은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슬라임을 범해라."

내 말에 고블린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충격과 공포에 빠진 얼굴이었다.

"왜? 인간은 범하면서 슬라임은 범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지? 마족에게는 인간이나 슬라임이나 다 똑같은 존재 아닌가?"

내 말에 고블린들은 당황하며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당황과 혼란을 보며 비웃음이 절로나왔다.

인간박이.

고블린들에게는 인간박이에 준하는 행동이 바로 슬라임딸이다.

- 아무리 궁해도 그렇지, 박을 게 없어서 슬라임에다가 박냐!

슬라임에 대한 인식은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아무리 고블린들이라고 해도 슬라임에 박는 것은 평판이 바닥을 치는 행위였다.

굳이 현대로 비유하자면, 오나홀도 아닌 데운 곤약 뭉텅이의 가운데를 잘라서 내부를 쑤시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지.

호기심에 시도는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누가 그걸 백날 천날 즐기겠는가?

고블린들에게 슬라임이라는 존재는 그런 것이었다. 마족으로서의 가치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존재인 만큼, 슬라임에게 박으라는 것은 그들에게 상당한 굴욕이었다.

"목숨이 걸려있는데 박기 싫어? 배가 불렀군."

"크르르르...."

수많은 고블린들이 이를 갈며 나를 향해 흉흉한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스스로 죽고자 하는 자들이로구나! 좋다, 너희들을 위해 내 찬사를 보내마. 슬라임에게 자지를 박기 싫은 놈들은 죄다 슬라임에게 대가리를 박고 죽어라!"

"키, 키이익...?!"

내 말에 고블린들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고뇌했다. 마침 슬라임들은 구멍을 넓게 벌리며, 당장이라도 고블린을 씹어 삼킬듯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왜? 죽기 아니면 살기 아니더냐. 너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제 두 개 뿐이다."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가능한 자는 살 것이요, 불가능한 자는 죽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직 박는다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을 박느냐 하는 것 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좋다고 하더군. 자지를 박는 자에게는 라스토피아로의 입장권이 주어질 것이고, 대가리를 박는 자에게는 저승행 특급 티겟을 주마."

"크, 크으...."

고블린들은 모두 서로 눈치만 보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누가 먼저 첫 행위를 시작할까 기대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겼다.

어느쪽이든 장관이 되리라.

그리고 대망의 첫 시작은.

"더러운 오크 새끼! 퉤!"

고블린 하나가 나를 향해 침을 뱉으며 슬라임 구멍 안으로 대가리를 박았다. 침은 당연히 나에게 닿지도 않았으나, 나를 향한 불만은 명백히 느낄 수 있었다.

"먹어."

콰드드득!

슬라임은 고블린의 머리를 씹어삼키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고통스럽게 손발을 파닥거리며 몸을 떨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축 늘어지고 말았다.

머리부터 슬라임에게 먹히는 고통이 얼마나 괴로울까. 나는 괜히 눈물이 나왔다.

"주, 죽기 싫어!!"

고블린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자지를 박았다. 주변 고블린들이 자지를 박은 고블린을 향해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저렇게 살 바에는 죽겠다!"

콰득.

"나, 나는 살 거야!"

철퍽, 철퍽.

고블린들의 선택은 완전히 갈렸다. 나는 하나 둘 슬라임에게 박기 시작하는 고블린들의 근처로 천막을 씌웠다.

"최소한 가리개 정도는 준비해주마. 흐흐."

"...앗?"

고블린들의 입에는 마개가 채워졌다. 정확히는 슬라임이 고블린의 입을 막았다.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다. 박았으면 지금부터 라스토피아의 시민이지."

천막 안.

고블린들이 박고 있던 슬라임들은 천천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피부는 다들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었지만, 외형은 마치 블러드 엘프를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릭 트 쇼!

사실 슬라홀이었습니다.

나는 시험했다.

슬라임 형태임에도 박을 수 있는 용기있는 자들을.

"가능충은 인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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