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6회
43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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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력의 카운터는 물리력.
나는 여신교단의 23지구를 상대로 물리력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설마 이걸 그대로 똑같이 당할 줄은 몰랐다.
"고블린이 무슨 용자왕이야. 미친."
보기만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자태! 가슴에 달린 사자왕은 모든 백수의 왕답게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고, 전신의 파츠는 금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걸 만들었다고?"
[주인님, 신성력 반응입니다! 스킨입니다!]
"그럼 그렇지!"
나는 용사들이 탄 라스-엑스로부터 곧장 할레오를 회수했다. 딱히 내 손에 무기는 없었지만, 일단 몸에 할레오를 회수하는게 중요했다.
"싸자왕의 용사인 내가 타면 딱 좋을 것 같은 외형 아니냐?"
[본체에 대한 파악이 어렵습니다. 분명...재밍 같은 것이 걸려있는 것 같습니다!]
"괜찮아! 찐이라고 생각하고 상대하면 돼! 모두 산개!!"
내 지시에 에일라가 메어리를 안고 옆으로 달렸고, 루나는 검은 활을 꺼내 거대 골렘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번쩍!
거대 골렘의 얼굴 부분, 각진 눈동자 부분이 짙은 녹색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골렘의 피부는 고블린을 상징하는 듯한 그린 스킨이었다.
[이것만은 꺼내려고 하지 않았건만.]
위이이잉, 철컥.
발레포르의 목소리가 골렘의 입에서 울려퍼졌다. 하울링이 들어간 목소리는 고블린이 아니라 드래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중후하고 거친 울림이었다.
[이걸 꺼내게 만든 이상 너희들은 살아서 도망가지 못한다. 설령 용사들이라고 할지라도!!]
"용사 셋에 다크엘프 여왕이 있는데 자신감 넘치네."
"크기가 크기니까. 어떻게 할 거야?"
"이쪽도 비슷하게 가야지. 합체다."
루나는 눈을 껌뻑이며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은 뒤, 나를 가리켰다.
"신성력으로 하나되는 거지. 흐흐흐, 루나! 메어리와 함께 시간을 벌어다오. 나는 에일라와 함께 준비를 하마!"
"네!"
메어리는 버지니움 실드를 향해 레이피어를 찔렀다. 은빛의 보-빔이 골렘의 정중앙에 달린 사자왕의 상징을 저격했다.
카가가강!
"젠장, 실드 뭐야!"
하지만 보-빔은 사자왕의 앞에 전개된 각진 진녹색의 실드에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어, 어떻게...?!"
"긴장 놓치마, 메어리!"
루나는 던전의 벽을 박차고 달리며 견제사격을 날렸다. 마찬가지로 골렘의 겉면에 실드가 생겨나 신성력의 화살이 튕겨나갔다.
[다크엘프가 된 주제에 엘프 여왕이라니!!]
"여신께서 지정해주신 걸!"
[흥! 오크와 뒹구는 엘프 따위! 하이엘프든 다크엘프든 죄다 창녀같은 것들일 뿐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내가 꼭 잡아주지!]
발레포르의 비릿한 미소가 골렘에서 흘러나왔다.
[오크 따위는 잊어버리게, 고블린의 좆맛을 알려주도록 하마!]
"보통은 반대 아닌가."
"무시해요, 주인님."
나는 에일라와 손을 잡고 보스룸에서 멀리 떨어졌다. 천천히 제자리에서 움직이며 무기-거대한 망치를 들어올리는 골렘의 움직임은 상당히 굼뜨고 느렸다.
방어력에 올인을 하기라도 한 걸까? 신성력을 통한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따로 신성력을 흡수하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직접 붙어보면 알겠지. 에일라, 준비는 끝났나?"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는 내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손등에 담긴 마-신 파워가 내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할레오의 마력이 사방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해방!"
크아아아아아앙!!
보스룸 내부에 진정한 사자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내 몸이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고, 내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백수의 왕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메어리!!"
"네!"
육중한 해머를 순간이동으로 피한 메어리는 우리의 쪽으로 다가와 나와 손을 맞잡았다.
한 손은 에일라, 아리에스의 힘을.
그리고 또다른 한 손은 메어리, 비르고의 힘을.
"삼단합체! 보아라, 발레포르! 이것이 마족을 쓰러뜨리기 위한 인류의 희망이다!"
[너는 마족이잖아, 이 새끼야!!]
"넘어가, 씨발!"
눈치가 없다. 예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더 분노가 치밀었다.
[뭔지는 몰라도 변신하게 내버려 둘 것 같으냐!!]
"이 상도덕도 없는 놈이!!"
발레포르는 던전 전체가 쿵쿵 울릴 정도로 나를 향해 달려왔다. 골렘이 어깨 너머로 해머를 높이 치켜들었고, 아직 변신에 시간이 필요한 나는 꼼짝없이 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감히 변신 중에 공격하려고 들다니!"
[닥쳐라! 적을 앞에 두고 변신하는 놈이 잘못이지!]
"네놈은 지금 인류의 로망을 모욕했다!"
로망 덩어리 그 자체인 스킨을 두고 어찌 이리도 냉혹한 현실을 찌르고 들어올까!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손을 놓고 움직일 수 없다. 그랬다가는 변신이 풀릴테니.
그러니 나서야 한다면, 당연히 이 순간을 위해 데려온 우리 군단 최강의 레인져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루나!"
"여기있지!"
루나는 우리의 앞에 당당히 다리를 벌리고 섰다. 거대한 골렘의 발가락보다 작았지만, 루나는 당당히 팔짱을 끼고 상체를 뒤로 숙였다.
"루나포, 발사---!!"
여신의 힘! 엘프 여왕에게 깃든 신성력의 힘이 골렘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아무리 신성력에 대해 물리력이 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들, 루나포는 보통의 신성력과는 다르다.
엄연히 물리력을 가진 '포격'이다!
[크으으윽!!]
발레포르는 해머를 어떻게든 앞으로 휘두르려고 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루나포는 별빛이 되어 흩어졌다.
"하아아아앗!"
[복사포라니! 아니, 씨발 자궁에다가 성흔이 새겨지는 엘프 여왕이 어디있어!!]
"여기있지! 따질 거면 여신님께 따져!"
[젠장, 마족인 내가 여신의 첨병들 따위에게!!]
힘겨루기는 점점 격해졌다. 루나포와 발레포르의 진격은 길항상태를 이루었다.
[크흐흐! 아무리 엘프 여왕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안 돼!]
하지만 물리력을 가진 신성력이라고 해도 물리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거대 덩어리, 골렘에게는 이길 수 없는 걸까.
"으으읏…!"
루나는 좆먹던 힘까지 짜내며 성흔포에 힘을 줬으나, 골렘의 진격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루나, 됐다! 피해!!"
"!!"
나는 루나에게 후퇴를 지시했다. 루나는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고, 발레포르의 해머는 애꿎은 바닥을 찍었다.
[큭, 이 놈들이!]
"변신 타이밍 다 벌었다 이거야! 가자!"
마-신 파워, 출력 최대로.
[누가 가만히 놔둘 것 같으냐!!]
발레포르가 쿵쾅쿵쾅 뛰어오며 주먹을 어깨 너머로 넘겼다. 해머를 내려놓고 달려와 직접 후려치려는 기세는 성벽조차 무너뜨릴 기세였다.
[발레포르 파운드!!]
자의식 과잉일까?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주먹질은 분명 강력했다. 강력해보였다.
하지만 기술 이름은 자고로 단순하고 짧을수록 더 강한 힘을 가지기 마련. 여기서 가장 적절한 기술 이름은 바로-
"느려."
카---앙!
발레포르의 주먹이 내 손바닥에 맞닿았다. 정확히는 마력으로 에테르체가 된 할레오의 주먹에 붙잡혔다.
[크윽?! 무슨?!]
"사자의 힘, 황금양의 힘, 그리고 처녀의 힘."
세 용사의 힘을 하나로 모아, 우리는 변신을 마쳤다.
"아아, 이게 울트라스 할레오라고 하는 것이다."
메어리를 똑닮은 에테르체 외형. 머리 위로 흩날리는 사자의 갈기와도 같은 에테르의 머리카락. 그리고 몸을 보호하는 황금양털의 망토와 의복.
"첫 변신이라 3분밖에 유지가 되지 않지만, 너를 죽이기에는 충분하다 이거야."
세 용사의 힘이 하나로 합쳐진 이상, 아무리 발레포르의 골렘이 단단하더라도 버틸 수 없다.
"우오오오!"
나는 명치부근에서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내 움직임이 곧장 전신의 혈액을 타고 흘러가 울트라스 할레오에게 깃들었다.
퍼어어억!
철판을 때린 것 처럼 주먹이 일었다. 안면에 펼쳐진 실드 덕분에 우리의 공격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파지지직!
하지만 나는 실드의 비밀을 알아냈다. 아까부터 의심하던 바는 내가 직접 주먹으로 때리니 그 실체가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역시 실드가 실드가 아니군."
눈속임.
실드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실드가 아니었다. 실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실드와는 사뭇 달랐다.
"이게 표면이구나!"
[크윽! 어떻게 이걸?!]
"세상에 로봇 모습에 딱맞게 전개되는 실드가 어디있냐! 다 구형으로 실드가 나오지!"
파지지직!
내가 손을 더욱 강하게 누르자, 실드 부분에서 서서히 녹색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실드가 사라지고 골렘의 실체가 드러났다.
단순한 거대 골렘.
겉면이 흑요석과도 같은 칠흑의 강철로 된 골렘이었다. 울트라스 할레오 급의 힘이 아니라면, 사실상 스킨의 실체를 뜯어내지 못했으리라.
"마액으로 녹이면 분명 쉽게 뚫을 수 있겠지. 하지만 너는 오늘 뒤졌다."
나는 두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깍지를 꼈다.
"포-스 앤드 라-스!"
까----앙!
나는 전력으로 발레포르의 뚝배기를 주먹으로 찍어버렸다.
깡, 까앙! 까아아앙!!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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