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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52화 (748/800)

752회

43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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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모든 경쟁에는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정당한 룰과 규칙, 그리고 예의규범을 가지고 상호 간의 존중과 함께 겨루는 것을 사람들은 스포츠라고 부른다.

"근데 이건 전쟁이지."

스포츠와 전쟁은 다르다.

스포츠는 수단과 방법이 정해져 있고,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 흔히들 몰수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쟁은?

전쟁에서 누가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욕을 하나?

욕 한다.

하지만 그건 승전하지 못했을 때의 이야기다.

아무리 우리가 조디악 왕국을 상대로 소위 개짓거리를 많이 했다고 한들, 결국 승리한 이상 누구도 우리의 승리 공식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내지 못한다.

"드러낸 놈들은 다 뒤졌지."

나는 정장의 넥타이를 가볍게 손으로 조정했다.

이미 샤이탄이 내 몸에 맞게 맞춰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장을 입고 나서려니 조금 어색한 감이 많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위대한 라스신의 신도 여러분."

나는 내 앞에 놓인 영사석을 향해 와인잔을 들었다. 잔 안에는 화이트 와인 대신 뿌연 액체가 들어있었다.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참으로 비극적인 광경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끼릭, 끼릭.

내 옆으로 또다른 영사석이 하나 놓였다. 나는 그것을 원견의 마법을 이용해, '그녀'의 투구에 달린 투사석과 연결했다.

"바로 고블린들의 멸망입니다. 여러분, 그걸 알고 있습니까? 인류와 마왕군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인 마물은 고블린이라는 것을."

내 뒤로 그래프 하나가 튀어나왔다. 각 마물 별로 죽은 모험가의 수를 나타내는 지표는 고블린이 제일 많았다.

"보시는 바와 같이, 수많은 모험가들이 고블린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약한데 왜? 바로 수가 많기 때문이죠."

나는 또다른 그래프를 꺼냈다. 던전 주인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가챠소환에서 고블린이 소환된 횟수는 단연 1등이었다.

"소환서를 찢었을 때 고블린이 나오던가요? 4성급 이펙트가 터져나오는 것에 환호성을 내질렀는데, 4성 황금 고블린이 뜬 것에 실망하셨습니까? 안타깝습니다."

고블린.

그 이름은 마족들에게 있어서도 증오스러운 존재다.

모험가들에게 가장 많은 죽음을 선사한 종족이 고블린이라면, 던전 주인들에게 가장 많은 자원의 허비를 하게 만든 종족이 바로 고블린이다.

"하루에 10번밖에 할 수 없던 소환에서 고블린이 튀어나오는 횟수가 무려 7번! 그 날은 정말이지 끔찍했습니다. 지금도 생각만하면 아찔해지는 군요. 소환서가 고블린으로 바뀌는 순간은...정말이지."

나는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오늘, 고블린들이 소멸하는 모습을 보며 환호성을 내지르십시오. 당신을 대신하여, 우리 군단의 용사가 고블린들을 소멸시키는 모습을. 건배."

나는 영사석이 비치는 광경을 향해 건배를 올렸다. 그곳에는 수많은 고블린들이 황금빛 검기에 닿자마자 소멸하는 모습이 가득했다.

"오늘. 발레포르 던전의 멸망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고블린 황제의 죽음. 인류와 마족들을 괴롭힌 고블린들의 황제는 이제 싸늘한 주검이 되리라.

아.

통계?

전부 조작이다.

하지만 믿든 안 믿든 상관은 없다.

애초에 저들이 열광하는 것은 고블린 '학살'이 될테니.

'일부러 에일라 보냈지.'

영상은 굳이 따지자면 15세 미만 관람불가.

선혈이 튀지 않는, 아주 말끔한 영상이었다. 아니, 학살이었다.

* * *

끼에에엑!!

고블린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금빛의 칼날이 번쩍일 때마다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냥 갈라지는 정도가 아니었다. 성검에 베이는 고블린들은 마치 빵가루가 바스라지듯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압도적인 신성력.

성검 아리에스가 지나가는 길에는 고블린들의 사체만이 남아있었다.

"버텨!"

"끼아아악!!"

고블린들은 괴성을 지르며 독침을 날렸다. 손에 든 크로스보우에서 독이 발린 볼트가 일제사격으로 날아갔다. 그 수가 무려 백.

고블린들은 사방에서 금발 여기사를 향해 독화살을 날렸다. 피부에 찔리기만 해도 바로 미약 반응이 일어나고 몸이 마비되는 극독이었으나, 고블린들의 공격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흠!"

금발 여기사가 땅을 가볍게 발로 구르자, 금빛 신성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충격파는 고블린들을 휩쓸었고, 크로스보우를 움켜쥔 손이 충격파에 담긴 신성력에 소멸했다.

"크아악!"

"그, 그래도 볼트는!!"

투두두둑.

볼트세례는 정확히 금발 여기사에게 날아갔다.

"흥."

하지만 여기사는 볼트를 정면에서 맞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볼트는 마치 실드를 때리는 것마냥 사방으로 도탄되었다.

"으아악! 미친! 용사가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한다!"

"쟤 지금 달리려고 하는-"

"서, 설마-"

타다다닥!

여기사는 앞으로 달렸다. 그저 달릴 뿐이었다.

사아아아악!

그저 달리는 것으로, 닿는 모든 것을 신성력으로 분쇄하기 시작했다. 용사는 신성력이 담긴 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고블린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했다.

"끼에엑!"

멱살을 잡는 것? 소용이 없었다. 신성력을 두른 손으로 목을 잡으면 목이 녹아내리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 함정!!"

고블린들은 일제히 함정을 발동시켰다. 위에서 철제말뚝이 내려오고, 오우거를 사냥하는 철창이 날아오고, 천장의 장식에서 용암지옥의 불길이 치솟았다.

"해치웠나?!"

저벅, 저벅.

여기사는 불길을 헤치며 당당히 걸어왔다. 등에 두른 금빛의 양털 망토를 펄럭이며, 그녀는 그저 앞으로 걷기만 했다.

후우.

여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앞에서 벌벌 떨고 있던 고블린은 여기사의 신성력 담긴 숨결을 받고 소멸했다.

"으, 으아아아!!"

압도적인 힘.

용사 에일라가 보이는 힘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구구구구.

에일라가 막 나가려고 했던 방문이 닫히고, 던전 자체가 아래로 훅 꺼지기 시작했다.

던전의 구조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 * *

"오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 이건가."

발레포르라는 자리까지 오른 고블린 답게, 아무리 6성 용사라도 어느정도는 대처하고 있었다.

'얼핏보면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엿먹이고 있어.'

쟁탈전의 침입자는 던전 최심부로 가는게 목표다. 그런데 지금 발레포르는 고블린을 던져주는 한이 있더라도 에일라가 쉽게 오지 못하도록 던전을 바꾸고 있었다.

실시간 던전 이동.

함정들의 재배치.

에일라 한 명을 대상으로 하는 온갖 독약들.

심지어 신성력의 보호막을 벗겨내고 갑옷을 녹여, 피부에 미약을 투여하여 윤간하려는 의도까지 엿보였다.

'정말 철두철미하구만.'

고블린들로만 어떻게 발레포르의 자리를 먹었는지 대략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될텐데.'

괜히 내가 전술에일라라고 부르는게 아니다. 그만큼의 힘과 성능, 그리고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단독으로 보냈다.

다만.

단독으로 보냈지, 혼자서 싸우라고는 하지 않았다.

"라스인들이여! 라스의 용사에게 힘을!"

나는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손등의 붉은 문신은 라스토피아 전역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대들의 라스 에너지가 우리의 용사에게 새로운 힘이 될 지어니!!"

거짓말이다.

그냥 내가 에일라에게 원거리에서 버프를 주는 것이다. 정확히는 내가 그녀의 뱃속에 넣어둔 마-신 파워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힘을 모은 순간, 용사의 몸에서 신성력과 함께 마-신 파워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와아아아아!!!

라스! 라스! 라스!

라스인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강한 고블린이 튀어나와도, 전술에일라가 검 한 번 휘두르니 더 많은 고블린이 죽어나갔다.

그들은 에일라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 성검 아리에스를 휘두르는 용사의 활약에 자신을 대입하고 있었다.

왜냐?

에일라가 휘두르는 검신에 반짝이는 붉은 기운은 라스인들의 응원과 성원으로 발현되는 라스 에너지니까!

'신성력이 별 거냐.'

믿음이 곧 힘이다.

라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그게 곧 라스인이고 마-신의 신도가 되는 것이다.

"라스! 믿습니까!!"

라스!!!!!

이러다 라스만 하면 불치병도 나을 기세. 나는 라스토피아 전역에서 울려퍼지는 라스 소리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아, 보이십니까. 마신이시여."

내 라스푸틴에 절정해 영영 가버린 마신도 지금 이 인간과 마족이 라스로 하나되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 만족해하리라.

단 한 종족.

'고블린 빼고.'

오크가 주류를 이루는 세상에 고블린은 미안하지만 사라져줘야겠다.

'능욕계 그린스킨은 오크가 국룰이지.'

금발 여기사나 엘프를 큿코로 하는 건 오크로 정해져있으며, 이는 라스토피아의 헌법으로 제정되리라.

누군가 고블린을 왜 이렇게 가혹하게 대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리 대답할 것이다.

'내가 오크여서.'

내가 고블린이었으면 지금쯤 고블린 천하가 되었을텐데.

"유감."

만약 고블린 중에 이 사태를 원망하는 자가 있다면 말하고 싶다. 이 모든 일은 나를 오크로 태어나게 만든 포-스의 잘못이라고.

* * *

"씨발. 쟁탈전 정말 좆같이 하네."

발레포르는 스태프를 바닥에 두드렸다.

지혜를 짜내어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상대는 무식하게 힘으로 해결하려고 들었다.

저게 용사인가? 그냥 뇌가 비어버린 금빛 트롤이 아닐까?

메에에에.

귀에서 들려오는 양의 울음소리가 소름이 끼쳤다. 분명 환청일텐데 환청이 귀에 들릴 때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제는 안 되겠어."

상대의 횡포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걸 사용한다."

발레포르는 소환진을 향해 스태프를 겨눴다.

"[팩토리 가동]."

키긱, 키기긱.

던전 전체가, 아주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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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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