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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49화 (745/800)

749회

43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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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이라 함은 전장의 꽃이다.

적을 눈앞에 두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잘 훈련된 말 위에 타오른 중갑 기사는 일당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기병 500과 보병 5000.

누가 이길까?

혹자는 기병이 100명까지 줄어도 기병이 유리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역사와 전통을 살펴봐도 기병의 우수함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며, 특히 중세 판타지 세상에서는 오러를 두른 기사는 존재 자체가 탱크였다.

"그래서 탱크를 준비했습니다."

투두두두둥!

드라고니안드라스-나인, 줄여서 라스나인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아아, 이것은 개틀링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상은 드래곤의 힘이 아주 약하게 깃든 화염 브레스에 불과하다.

라스나인의 앞부분 머리-그러니까 거북이 머리처럼 생긴 부분-의 입속에는 불속성 정령들이 안에서 불길을 만들어냈고, 라스나인들은 불꽃을 전방으로 퉁퉁포로 날렸다.

이른바, 화염구 연발.

'불의 정령왕은 부하로 들이지 못해도 그 밑에 있는 부하들은 아니지.'

불의 정령왕은 아쉽게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요정왕이 '잘하자'를 시전한 건지 이프리트는 여전히 불의 정령왕 자리를 유지했다.

그녀-어째서인지 이프리트는 여성체를 고수하게 되었다-는 우리 군단에 직접 힘을 빌려주지는 않았지만, 나의 협박에 의해 힘을 빌려주게 되었다.

"불의 정령과 계약이라…. 흐흐흐, 라스-나인 안에 깃들게 하기에 충분한 힘이지."

라스나인 안에 깃든 불의 정령들은 자신의 힘을 발현함에 주저함이 없었다.

불꽃은 기본적으로 대상을 태워 없애버리는 것.

그건 아무리 신성력을 두르고 달려오는 기사들이라고 한들 똑같다.

"너희들은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지만, 아래에 타고 있는 말들은 어떨까?"

투두두둥!

화염포가 기사들을 정면에서 때렸다. 몇몇 기사들은 화염구를 피해 이리저리 고삐를 흔들며 화염구를 피했으나, 비처럼 쏟아지는 화염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든 생명은 불꽃에 기본적으로 두려움을 느끼지."

히히히힝!!

말들은 화염구에 화들짝 놀라 제자리에서 멈춰섰다. 앞발을 들며 제동을 걸었고, 기사의 몸이 뒤로 나뒹굴었다.

"아아악!"

기사 몇몇이 낙마하여 아래로 고꾸라졌다. 신성력으로 자기 몸만 보호했으니, 불길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말이 날뛰는 것에 채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퍼억, 퍼억.

"오우."

기사 하나가 자신의 말에 곤죽이 되었다. 나는 그를 향해 애도를 표한 다음-

"주지포, 일제 발사."

후방의 라스나인들에게 기사들을 향한 포격을 지시했다.

콰---앙!!

꼬리에 달린 드레곤 헤드, 용두가 불을 뿜으며 곡사포를 날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짧게 떨어진 폭탄은 기사들의 경로 앞에 떨어졌고-

콰과과광!!!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흙먼지를 향해 박수를 쳤다.

"브라보."

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라스나인의 포격에 대응하려면 마법사들을 동원해야할텐데, 그냥 신성력 두른 기사들이 돌진만 한다?

고작 그 정도로는-

"...내가 인류를 너무 얕봤나?"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흙먼지를 걷어낸 기사들은 자신의 육체와 말에 신성력을 두르고 우리 군단을 향해 달려왔다.

'아찔하긴 하네.'

기사들의 차징은 보병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바로 불러온다고 하더니, 확실히 기병들의 돌진은 매서웠다.

말이 달리는 힘. 갑옷의 무게. 그리고 기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신성력의 힘.

그것이 모두 하나로 합쳐져 달려오는 기사는 어지간한 트럭에 준할 정도로 강력했다.

'근데 이쪽은 전차지.'

단순한 투석기 정도로 생각했다면 몹시 유감일 뿐.

"우와아아아!!"

"여신이시여!!"

기사들은 어느새 손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랜스를 들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신성력 돌진에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라스-텐은 안 돼! 제발!'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닥을 발로 두드렸다. 나의 발을 타고 흘러간 마-신 파워가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라며, 나는 첫번째 격돌의 승리를 바랐다.

그리고 그 승리는-

카앙--!!

우리 군단의 승리로 끝났다.

"크으윽?!"

"바윗덩어리같, 아아악?!"

전차를 상대로 랜스 차징을 시도했던 기사들은 모조리 앞으로 고꾸라지며 낙마했다. 뒤 이어 달려오는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크으윽, 이거 뭐야!!"

"창이...안 찔려?!"

그들의 신성창은 마족이라면 단번에 꿰뚫을 만큼 강했겠지만, 라스 나인의 동체는 드래곤의 피부로 이루어져있다.

캬아아아앙!!

일반 마물과 달리 드래곤은 신성력에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는 존재.

"고작 트럭 주제에 전차를 들이받으려고 하다니. 심지어 화물트럭도 아니고 봉고차 주제에 말이야. 흐흐흐."

더군다나 골렘과 섞이면서 신성력에 대한 저항력도 조금씩 생겨나니, 여신교단은 드래곤 스킨을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차례다."

쿵, 쿵, 쿵!

나는 크게 발을 굴렀다. 손뼉까지 치며 박자를 넣자, 바닥을 중심으로 나의 마-신 파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라인, 비트 들어간다."

뀨우웅.

바닥 아래에 몸을 길게 뻗고 있는 라인은 나의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라인을 통해 지하로 퍼져나가는 나의 마-신 파워는 모든 전차들에게 전해졌다.

"아아, 이것이 바로…."

업그레이드, 컴플리트.

"공방업 들어간다."

버프라는 이름의, 업그레이드.

* * *

23지구의 성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기사단장, 마이네 노르갈 단장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죽어, 제발 죽으란 말이다!"

카앙! 카앙!

신성력으로 만들어낸 랜스는 아무리 앞으로 찔러도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

캬아아악!

드래곤의 피부를 그대로 덧씌워놓은 듯한 괴생물체는 아가리를 벌리며 기사들을 위협했다.

화르륵!

입에서 불을 뿜으며 주변을 불태웠다.

마이네는 신성력을 전신에 두르며 불길을 견뎌냈으나, 화염 브레스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히히힝!!

"질렛!!"

애마 질렛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불꽃이 마갑 사이로 스며들어가 눈 주변에 불이 붙었고, 애마는 괴로워하며 발버둥을 쳤다.

"크윽!"

마이네는 높이 뛰어오르며 말로부터 떨어져나왔다. 기수를 잃은 말은 바닥을 뒹굴며 불을 끄려고 난동을 부렸다.

키히힛.

드래곤 스킨을 두른 괴물은 마이네를 비웃는 듯한 소리를 내며 계속 불을 뿜었다.

말과 떨어져서 방어는 하기 쉬웠지만, 문제는 단장 이외의 일반 기사들은 쉽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악! 내 눈!!"

"조심해! 자기들끼리는 서로 불에 화상을 입지 않는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불을 다루는 마물들이 자신들의 불꽃에 당할 리가 있나?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고 있던 기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공격은 통하지 않고, 불지옥에서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신성력은 실시간으로 깎여나가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명약관화.

더 큰 문제는-

콰과과광!!

산 위의 공성병기들은 여전히 좆같은 포신에서 불을 뿜어내며 포격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

"우리들의 교단이…!"

지진으로 붕괴된 도시 전체가 포격에 다져지듯 망가지기 시작했고,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다.

간신히 살아남아서 도망친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들을 살리기 위해 기사들은 목숨을 걸고 특공작전을 펼쳤지만, 특공대 전체가 불속에서 신성력 고갈로 쪄죽게 생겼다.

"여신이시여…."

그저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 마이네는 랜스로 전차의 표면을 후려쳤다.

콰득!

"...오호!"

드디어 상처 다운 상처가 생겼다. 신성력의 소모로 랜스 끝이 무뎌졌고, 그걸로 전차를 내려치다보니 둔기를 휘두르는 셈이 되었다.

"찌르지마! 으깨! 부숴!!"

마니에의 말은 전장 전체로 넓게 퍼져나갔다. 기사들은 모두 랜스의 끝을 바꾸며 전차를 두드렸다.

"크하하! 효과가 있어!!"

"이대로 가면-"

고오오오!

포격기들의 몸에 기하학적인 문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용두과 귀두, 쌍두가 동시에 붉은 안광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아아!!

브레스는 더욱 강렬해지고, 화염구 또한 주변을 마구 불태우기 시작했다.

"크, 아아악!!"

마이네는 바닥에서 치솟는 불길에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공포심에 손발이 벌벌 떨렸다.

"바, 방금 그건 대체…?!"

신성력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공포감.

"설마...."

"마그마-----신!!"

멀리서, 조롱기가 가득한 포효가 울려퍼졌다.

* * *

"라스나인들은 모두 자리를 유지해!"

쿵, 쿵쿵!

나는 발을 구르며 전장의 모든 군단병들에게 일제히 지시를 내렸다. 라스나인 안에 숨은 군단병이나 라스나인 모두 내 지시에 따라 자리를 고수했다.

"라인, 지금이다!"

푹, 푸욱, 푹.

땅 아래에서 붉은 무언가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땅을 파먹으며 튀어나온 거대한 돌기는 거대 슬라임의 신체 일부였다.

"준비, 조준...!"

라인은 몸 안에서 정제한 것을 돌기를 통해 뱉어날 준비를 마친 뒤-

"히힛, 용암 발사!!"

마-신의 힘을 이용해 정제한 용암탄환을 기사들을 향해 퍼부었다.

마치, 지뢰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용암처럼 뜨거운 라인의 산성액 분출을 쬐끔 맛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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