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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48화 (744/800)

748회

43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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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23지구는 쑥대밭이 되었다.

건물 전체가 무너져내린 건 예사고, 급히 밖으로 빠져나왔으나 옆 건물이 무너지며 안에 깔리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지진은 전조조차 없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인근 동물들이 이상을 감지하고 도망간다는 것도 없었다. 이미 동물들은 마족들을 피해 도망갔으므로.

과연 자연적인 지진일까? 그 고민을 하기에는 피해가 무지막지했다.

재산피해는 기본이고, 인명피해는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지진으로 흔들려 떨어진 물건에 머리를 맞아 쓰러지는 경우는 허다했고, 건물이 무너져내리며 건물 속에 갇히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라면 재산피해만 크지, 인명 피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신성력!

사제들이 신성력이 담긴 손으로 슥 훑고 가기만 해도 죽어가던 사람이 되살아난다. 즉사가 아닌 이상, 숨만 붙어있으면 사제들에 의해 치료를 받고 되살아날 수 있었다.

다리가 괴사하여도, 머리가 뭉게져도, 돌파편에 복부가 꿰뚫려도 신성력을 쓰는 사제들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제들이 힘들게 고생이야 조금 하겠지만, 여신교단의 영역인 만큼 사제의 수는 차고 넘쳤다.

"으아아아악!"

단지, 사제들마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쪽으로와! 성기사들 불러! 빨리 돌 치우란 말이야!"

교회가 무너져내렸다. 여신상이 갸우뚱거리며 바닥에 처박혔고,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던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리 파편이 되어 사람들을 덮쳤다.

아무리 사제라고 해도 사람인 이상 즉사는 피할 수 없다. 특히 천장이 높은 교회의 구조 상, 건물이 무너져내리면서 떨어지는 낙하의 힘에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젠장...! 사제들이 아직 지하에 있는데!!"

건물이 무너지며 지하에 남아있던 일부 사제들이 갇히기도 했다. 그나마 밖에 있다가 다친 이들은 신성력으로 몸을 회복하고 약간의 고통을 감내하며 돌아다니면 되지만,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사제들은 지하에서 구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제님! 제발 저희 딸을!!"

"급합니다! 제 남편이 저를 구하려다가...!"

그렇다고 마냥 사제들을 구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랴? 당장 눈앞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다려보세요! 지금 다른 사제를 구해야 할 거 아닙니까!"

"젠장...! 여신교단의 신도도 아니면서...!"

혼란이 가중되며 외국의 난민들도 점차 섞이기 시작했다. 혼란은 혼란을 낳았고, 구출되는 사제들보다 죽어나가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졌다.

"그래도 버틸 수 있어!"

여신교단은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만 충분하게 있다면 얼마든지 도시를 복구할 수 있다.

다만.

적은 지진을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산 능선을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낸 강철의 거포에 여신교단은 절망했다.

"저게...도대체...?"

원견의 마법을 통해 보인 물건들은 속된 말로 좆같이 생겼다. 강철로 동상을 세워놓은 것도 아닐텐데, 산속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수 미터 철제관은 보기에도 정말 흉물스러웠다.

단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 흉물이 불을 뿜으며, 거대한 포탄을 떨어뜨리릴 것이라는 걸.

"씨발, 좆같네."

여신교단의 신도들은 욕지기를 내뱉었다.

지진 다음에는 포격.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듯한 움직임에 교단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아무리 신성력을 가진 사제들이 많다고 해도, 아무리 여신교단이라고 해도.

"아아아아악!"

"오, 온다! 모두 피해!!"

거대한 철구 덩어리를 쏘아 도시 안까지 떨어뜨리는 적의 공격은 견딜 수 없었다.

"여신이시여."

신성력의 약점.

그것은 물리력이었다.

* * *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같지."

쾅, 콰앙, 콰앙.

폭음이 들릴 때마다 등골이 짜릿해진다. 적들이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짜릿하기만 할 뿐이다.

나는 사디스트인가? 아니다.

누군가는 인간들을 상대로 지독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저지르는 건 무차별 학살이며, '적당히'라는 말 없이 전력으로 도시를 궤멸시키는 중이었다.

몰살.

도시 전체를 싸그리 지워버릴 각오로 나는 지진을 일으키고 포격을 날렸다. 포탄이 터질 때마다 무너진 건물 잔해가 다시 터지며 으스러졌다.

"이 맛으로 화포를 개발하고 개량했구만."

대포 자체는 중세시대 때부터 널리 이용되던 물건이다. 안에 화약이 들어가고 사거리와 살상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건 근대에 와서 기술이 발전한 뒤지만, 이 세계는 자고로 마법이 발달한 세계 아니겠는가?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도 같다?

그렇다면 이것을 반대로 말하고자 한다.

"고도로 발달한 마법은 과학의 힘을 만들어내지."

나는 주지포에 실릴 포탄을 집어들었다. 마치 보온병을 연상케하는 몸통의 앞부분에는 귀두 모양의 탄두가 달려있었고, 뒤에는 로켓 추진제가 꼬리처럼 달려있었다.

'마법으로 운석도 떨어뜨리는 세계인데, 설마 드워프들을 이용해서 주지포 정도도 못 만들까봐.'

나의 발상과 개념 만으로 이렇게 성공적인 주지포를 만들어낸 걸 생각하면, 라스군의 드워프 기술력은 세계제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스템이지만.'

내가 화약기술을 잘 알고 있는가? 아니다.

드워프들이 정확하게 일정한 모양의 포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간과 예산이 충분하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걸 전장에 내놓을 정도가 되려면 최소 오 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우리의 주지포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솔로몬 만만세."

마왕의 힘이 아니었다면 과연 주지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내가 아무리 포신 내에서 화약이 터지고 포탄이 날아가고 하는 걸 괴발개발 설명해도, 드워프들은 이해만 할 뿐 실현하지는 못했다.

- 어떻게 구현하지?

- ........

그래서 바꿨다.

"라스는 답을 알고 있다."

기술력이 모자라다면, 생물의 근원적인 힘을 빌리기로. 다행히 우리 군단에는 유두포를 쏘는 레비즈처럼, 에너지를 멀리 쏘아보내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있었다.

드라고니안드라스.

그들을 베이스로 하여, 나는 새로운 '마족'을 만들어냈다.

드라고니안드라스-나인.

즉, 그들이 내뿜는 숨결이 곧 포격이 된다.

"드래곤 브레스. 바로 주지포의 포격 원리의 근간이지."

화약에 불을 붙여 포탄을 날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지포가 숨결을 모아 브레스를 쏠 뿐이다.

"아아, 이것은 드래곤 헤드라고 하는 것이다."

용두.

주지포는 드래곤의 입에 불과하다.

바로, '드라고니안'.

"슬슬 진격시켜도 될 것 같은데."

"예, 주인님. 정찰부대의 말에 따르면 사제들과 난민들이 일제히 도시를 이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면 밀어버리려고 했는데 아쉽구만."

"...기사들은 오고 있습니다."

샤이탄의 말에 나는 황급히 화면을 전환했다. 원견의 마법으로 보이는 적들은 백색 갈기를 휘날리는 말과 중갑으로 중무장한 채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포병을 상대로 기병을?"

"마법사들이 포격을 날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최대한 빨리 이쪽을 공격하려고 하는 셈이지요."

"그런가? 흐흐, 적의 상식을 농락하는 재미도 있군."

주지포의 위력은 잘 훈련된 마법사들과 동등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지포는 마법사들처럼 모가지가 뎅겅 날아가지 않는다.

주지포의 겉면은 드래곤 스킨이니까.

"성기사들이 옵니다. 평균 레벨...70 전후. 선두의 총대장은 대략 90대로 추정됩니다."

"여자는 아니지?"

"남자...인 것 같습니다만."

실망.

나는 모오옵시 실망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밟아버리는 수밖에."

"지시를 내릴까요?"

"그래. 능선 위에 있는 라스-나인 들은 계속 공성 모드를 유지해. 산 아래에 배치된 라스-나인 들만 형태를 바꾸고 근접전에 대응한다."

이미 산 아래, 주지포 근처에 집결한 블러드 엘프와 오크들은 나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마도구를 통해 부대를 지정한 다음-

"시즈 풀어."

포격 모드를 해제했다. 주지포 인근에 있던 부하들이 일제히 주지포 위를 덮은 흙 주변을 파내기 시작했고, 곧 주지포들이 하나 둘 흔들리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흙더미 아래에는 마치 거북이와도 같은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면에는 사나운 드래곤의 머리를 하고, 주지포의 포신은 등껍질의 꼬리 부분에 달려있었다.

"드래고니안의 알과 골렘의 합성이다. 쌍두룡이지. 흐흐흐."

라스-골렘을 최대한 포격전차처럼 만들고 거기에 드래고니안의 알을 합성했을 뿐.

최초의 R-1부터 시작하여 R-9, 라스 나인이 나오기까지 제법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우리는 시스템의 힘과 드워프의 기술력을 이용해 현대의 강력한 전쟁 문화를 이 세계에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아아, 이것은 전차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마-신 파워를 산 전체에 퍼뜨리며 외쳤다.

"일부는 시즈모드. 일부는...."

퉁퉁퉁퉁퉁퉁.

라스-나인들의 전면부 머리의 입이 쩍 벌어지며, 전방에서 달려오는 기병들을 향해 화염구를 마구 쏘아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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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만능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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