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6회
43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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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
여신교단 23지구의 교구는 급히 사제들을 긴급소집했다.
불과 수십 km 떨어진 거리에서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마그마 슬라임의 존재에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빠졌다.
"저희는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대사제님."
"지금 도망치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비규환이 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푸르에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마도구 속 거대 슬라임을 가리켰다.
"마족이니 멀리서 쏘아버리면 제압가능하지 않겠소?"
"하지만 죽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안죽는다는 보장도 없지. 저 놈이 이곳까지 오면 우리는 그냥 전부 몰살이야. 끝장이라고."
살아움직이는 용암덩어리가 다가오는데 어찌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고위급 사제들을 제외한 일반 사제들은 모두 동요하는 신자들을 진정시키고 긴급대피를 유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책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이조차 하지 않았다면 아마 도시는 혼란에 빠져 마비되었을 것이다.
"저런 거대한 육체를 움직이는 존재가 있었다면 진작에 인류는 끝장났을 것이야. 천천히 생각해보세. 저 마물이 움직이는 원리는 무엇이고,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대사제의 말은 논리정연했다.
"예를들어 단순히
"앗,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
하지만 상대가 비논리와 비상식으로 무장한 마왕군인 이상, 논리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나는...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거대한 마그마 슬라임이 율동하고 있는 겁니다!"
"...일일이 내 혼잣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네."
푸르에는 머리를 다시 쥐어뜯었다.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거대 슬라임은 마치 인간들을 향해 조롱을 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대사제님! 밖에서 신자들이 난리를 일으키기 직전입니다!"
"빨리 피난 명령을!"
"과연...이곳까지 올 수 있나?"
산맥으로부터 도시까지 이어진 거리는 오직 평야. 그 거리는 먼 편이었으며, 마그마 슬라임의 출몰 지역으로부터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앗! 멈췄습니다!"
쿵.
거대 슬라임은 도시를 불과 수 km 앞에 둔 위치에서 앞으로 엎어졌고, 더이상 도시를 향해 다가오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한계라는 듯.
* * *
"아이씨, 편법 안 먹히네."
뀨이잉….
라인은 자신이 더이상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에 우울해했다.
산맥 전체를 불태우며 모처럼 즐겁게 야유회를 나왔는데, 눈앞에서 맛집을 두고 돌아가야 하는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자연화산이 아니니.'
라인은 던전의 용암을 모조리 흡수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로 삼았고, 던전 안에 핵을 둔 뒤 바깥으로 용암 섞인 몸을 흘려내보냈다.
'더이상 밖으로 퍼내지도 못하고.'
높은 곳에서 위로 액체는 길게 흘러내리는 게 자연의 법칙이지만, 평지에 닿게 되면 어느순간 유속이 느려지고 평야에 물방울로 맺히게 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
현재 라인이 던전 밖으로 뻗은 용암은 한계까지 용암을 뻗은 셈이었다.
자연 상태의 화산폭발도 아니고 그저 슬라임 기반의 몸을 가늘고 길게 펼친 것이니 제대로 닿지 않을 수밖에.
"던전의 오브젝트를 바깥으로 보내는 건...한계가 있군."
"아무래도 다른 세계의 주인님이 먼저 시도한 듯 합니다."
"...포-스 남편새끼, 더럽게 용의주도했군 그래."
라인의 육체와 던전에 흐르는 용암을 연동시켜 밖으로 퍼낸다는 계획은 시스템의 한계-라는 밸런스 조정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저 애꿎은 땅만 불로 한가득 태워버렸을 뿐.
"아쉬운데. 이거 방법이 없으려나…."
뀨이잉.
"아니, 네 잘못이 아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보거라, 지금 저기 쓰레기같은 인간들이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는 것을."
나는 원시의 마법을 통해 보이는 여신교단 제 23지구의 성을 가리켰다.
그 속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화산 폭발을 앞둔 도시의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주로 겪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리가 났다.
피난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
아무 생각없이 여신을 찾으며 기도하는 사람들.
소요를 이용해 자기 이득을 더 챙기려고 하는 사람들.
온갖 사람들이 모여 도시는 혼란이 더욱 가중되었다.
뀨이잉.
"뭐? 좀 더 도시로 보내보겠다고? 아서라. 더이상 하면 중간에 몸 끊어질라."
라인은 던전 속에서 흘러나온 용암을 열심히 밀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라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을 했고, 이제는 우리가 여기서 방법을 찾아야 할 때.
"네 덕분에 용암이 빠져나가는 정도를 알아냈으니, 나머지는 이제 내게 맡기거라."
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시스템의 허점을 찌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전장을 용암지대로 만든 것에 만족해야하나…?"
우리 군단 병사들 대부분이 용암지대에서 싸우는게 불가능해지기도 했지만,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 충분히 환경을 잘 이용할 수 있다.
"용암이라...흠…."
아.
"라인아. 좋은 생각이 났다."
뀨잉?
"난동을 부리기에 딱 좋은 길이 하나 있지. 흐흐흐."
* * *
"역시."
"역시나 푸르에님!"
"현명하십니다!"
사제들은 피난 명령을 내리지 않은 푸르에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간밤에 여신께서 말씀하셨지. 우리 23지구에 큰 변고가 있으리라. 너 푸르에는 멀리 떠나지 말고 얌전히 당신을 믿고 따르라며 말이야."
사아아.
푸르에가 손에서 신성력을 일으키자 사제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부러워했다.
남들의 몇 배는 뛰어넘는 압도적인 신성력!
비록 마족들에게 표적으로 노려지기 쉽다고는 하지만, 신성력의 힘 덕분에 인류는 정말 많는 편의를 누릴 수 있었다.
"여신께서 보듬어주신다. 여신의 이름으로."
"""여신이시여."""
푸르에의 주도로 사제들은 기도를 올렸다.
당장이라도 도시를 떠나야 한다고 탄원서를 쓰거나, 아니면 아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스크롤을 들고오는 등 위험을 피하려고 했던 스스로의 행동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왕군의 계략 따위에 인간의 존엄성을 어찌 버리고 도망갈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여신을 따르는 인류의 자존심이 걸림-
구구구구.
갑자기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사제들은 기도하다가 본능적으로 책상이나 의자를 짚으며 몸을 지탱했다.
"뭐, 뭐야?!"
"지진...!?"
사제들이 하나 둘 사색이 되어가는 가운데-
쨍그랑!!
벽에 장식되어있던 여신의 유리상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지진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 * *
구구구구.
지상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원견의 마법을 통해 보이는 도시의 광경을 보며 두 팔 벌려 환호했다.
"지진! 땅밑에서 들끓어오르는 걸 쉽게 견뎌낼 수는 없을 것이다!"
지진이라는 건 아주 무서운 것이다.
갑자기 땅 자체가 흔들려 뒤에서 떨어진 물건에 절명할 수도 있고, 이 세계의 인간들은 지진에 대해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이 없었다.
판타지 세계에 과연 지진이 무서울까, 아니면 갑자기 하늘을 날아다는 거대한 드래곤이 무서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진은 잘 일어나지 않지. 왜 그럴까?"
"땅의 정령들이 있으니까요?"
"그래. 땅의 정령들이 최대한 땅을 진정시킬테니, 지진같은 거대한 자연 재해는 잘 일어나지 않는게 법칙이지."
풍랑이나 파도, 해일 등은 자주 있어도 땅이 갈라질 정도의 거대한 지진은 없다.
지진에 대한 내진 설계나 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텐데, 만약 진도 7~8에 이르는 지진이 도시 인근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아, 이것이 재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지진을 일으켰다. 라인이 있는 던전의 용암을 던전 밖으로 흘려보낸 다음, 깊숙하게 구덩이를 파고 땅 밑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땅은 빠르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땅의 정령들이 항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라인의 강렬한 힘 앞에 그들은 지키던 자리를 포기하고 냅다 도망쳤다.
"흐흐흐, 아주 난리로구나. 그럼 이제 지진을 더욱 심화시켜볼까?"
나는 용암 속, 라인의 몸속에서 내가 품에 안고있던 여인-라임을 끌어안았다.
"딸 몸속에서 한다니까 이상한 느낌…."
"뭐 어때? 라인에게 네가 이렇게 태어났다고 보여주는 거지."
"...부끄러움."
라임은 내게 달라붙으며 자세를 잡았다. 출렁거리는 몸을 최대한 바닥에-라인의 외피에 붙이며 자세를 지탱했고, 나는 라임의 안에 자지를 쑤셔넣었다.
"라임, 준비됐나?"
"물론임, 주인."
"후우-"
나는 짧은 호흡과 함께-
"마-신의 힘으로!"
찔컥찔컥찔컥!
붉은 문신의 힘이 라임의 육체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고, 우리가 허리를 흔드는 떨림은 라인을 거쳐 주변 땅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구구구구구구!
이미 뜨거워진 땅은 우리의 열락에 의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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