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6회
42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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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
그것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이름!
나는 암컷이 되어버린 드워프들의 속에서 거세되어가던 남성성에 불을 지폈다.
"솔직히 남자는 누구나 기차를 보게 되면 한 번 정도는 기차를 만들고 싶어지는 거지. 흐흐흐."
"그건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다들 기차 기적 소리 들으니까 뿅 가버린 거 못 봤냐?"
"남자 뿐만 아니라, 드워프라면 모두가 다 원하는 환상같은 거지."
로도페리는 철마의 위용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확실히 나의 실수였다.
"이미 암컷이 되어버린 드워프들조차 홀리게 하다니, 흐흐흐. 기차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나?"
"땅을 기술의 힘으로 개척하는 셈이니까. 그리고 남자가 자존심을 버리고 암컷이 되어서 산란할 바에는, 드워프로서 로망과 자존심, 그리고 기술을 챙기는 삶을 살아가는 게 훨씬 좋다 이거지."
"흐흐, 그래. 아무리 라스라도 덕심은 쉽게 건드리지 못하지."
취미생활이자 과업이 라스인 나로서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아무튼 나의 머릿속 꿈을 샤이탄의 힘으로 보여준 덕분에 우리는 수월하게 드워프들의 협조를 얻어냈다.
"잘부탁하마, 작업반장 로도페리."
"내가 작업반장이야?"
"그럼. 철도가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철도 한 번 잘 깔아놓으면 최소 수백년은 철길을 바꾸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을걸?"
도로는 수도 없이 갈아치울 수 있다고 해도, 철길은 한번 깔아두면 여러모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화물이 움직이든 승객이 움직이든, 우리는 마석을 이용해서 대량 수송이 가능해질 것이다.
마차로 사흘동안 움직일 거리를 기차로 반나절 만에 이동한다?
혁명이다.
'솔직히 교통 기술 정도는 도입해야지.'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다니던 시대에서 급격한 기술 발달을 가져온 배경이 바로 산업혁명 아니겠는가? 그리고 산업혁명의 아이콘이라고 한다면 단연 석탄을 뗀 증기기관차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군단에게 있어서는 석탄이 마석이나 신성란이 될 것이지만.
그리고 천년 만년 이어나갈 라스토피아의 운송 체계를 위해, 나는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들에게 공사를 맡겼다.
"로도페리, 지도를 잠시 봐라."
나는 라스토피아 왕국의 전도를 펼쳤다. 왕도 오피라스를 중심으로 별자리마냥 황도 12궁을 그리는 12개의 구역은 라스토피아 횡단열차를 만들기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구조였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철길.
그리고 모든 도시에서 뻗어나온 철길은 왕도 오피라스를 거쳐가듯 설계되어있다. 옛 오피큐스의 왕국은 라스토피아의 수도는 아니지만, 군단 전체를 연결하는 허브가 되리라.
"오피라스는 모든 기차가 지나다니는 종합환승센터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서 자기가 원하는 지역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탄다 이거지? 신기하네."
"그래. 맞은편으로 갈 때는 환승하고, 근처로 갈 때는 좌우로 두어번 가면 되겠지."
구조는 간단하지만, 머릿속으로 설계를 내린 것까지는 좋지만, 이걸 그림으로 그리는 것과 현실로 실현시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곳은 판타지 세상.
어디에 이상한 요소가 있을지 모른다.
현대에서는 공사 중 유물이나 문화재가 나와서 공사를 중지하거나 빠른 시공을 위해 문화재를 부수고 묻어버린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땅을 파고 철길을 만들었더니 아래에 샌드웜의 서식지가 있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방해요소를 우선 제거해야해."
예를들어 철길이 다니는 곳에 장애물이 있다면, 당연히 철길을 뚫기 전에 토목공사부터 먼저 진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그럼 어떻게 하면 좋아? 산을 뚫어? 애들 의욕봐서는 네가 말했던 그 터널이라는 거 진짜로 만들 생각이던데."
"드워프들이 할 필요는 없지. 종족마다 서로 잘하는게 다른데. 드워프들은 그냥 아래에 깔 철길을 잘 만들어서 이어주기만 하면 돼."
철길이 깔릴 곳을 잘 닦고 있는 이들은 따로 존재했다.
"라임이랑 라인이 열심히 슬라임드래곤들 데리고 라스토피아 전역을 골고루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너희는 거기에 맞춰서 선로부터 깔아줘."
아직 기차는 만들어지지도 않았으나, 우리는 선로부터 깔았다
그리고 철로에 방해가 되는 자들이 있다면....
'전부 먹어치우는 거지.'
땅주인은 나다.
* * *
으적, 으적, 으적.
슬라임드래곤들은 일정한 속도와 간격으로 땅을 파먹으며 나아갔다. 푸른 초원도, 거친 황무지도, 바위가 가득한 암석지대도 모두 일정한 간격으로 아래를 녹이듯 씹어먹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아암. 휴식, 휴식."
라임은 크게 하품하며 고삐를 당겨세웠다. 그녀가 타고 있던 유니콘은 휴식을 위해 제자리에 앉았고, 슬라임드래곤 또한 전진을 멈추고 각자 선로에서 빠져나와 축 늘어졌다.
"어느 세월에 다 하나."
라임은 턱을 아래에서 받쳐올리며 한탄했다. 드워프들이 선로를 까는 작업에 열심이라면 슬라임들은 선로가 쉽게 깔릴 수 있도록 길을 트는 게 임무였다.
"1성 슬라임들한테 짬때리면 쉬운데...하나."
한 가지 슬픈 점이 있다면 일반 슬라임들은 기차가 지나갈 수 있을만큼 용의주도하게 길을 뚫지 못한다는 것.
경사나 폭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오르막길에서도 위로 올라가며 반듯하게 길을 닦는게 아니라 계속 직선으로 파먹으며 터널을 뚫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던전을 파내며 공사를 했던 것처럼, 3성 이상의 존재가 되며 지성을 갖추게 된 슬라임드래곤들을 라임이 직접 지시하며 길을 다졌다.
물에 침수되지 않을 높은 곳을 골라 땅에 구멍을 만들고, 최대한 경사가 급격하게 오다니지 않게 완만한 곳을 찾아 땅을 개척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땅을 파내기 어려운 곳이 있다면....
"라인아, 가버려."
뀨와아아앙.
라인은 세로로 몸을 길쭉하게 뻗으며 길을 깎아버렸다.
거대 슬라임이 순식간에 평평한 땅을 언덕으로 만들어버리자, 뒤따르며 드라이어드 뿌리털을 박아넣으며 이정표를 세워둔 수인족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역시 따르기를 잘했지."
"안그랬으면 저기 땅이랑 같이 슬라임에 잡아먹혀 죽었을 걸?"
"아니면 복상사하거나. 으으, 역시 무서운 곳이야...."
수인들 또한 라스토피아 분노의 군단이 계획중인 기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슬라임들이 열심히 길을 닦아놓고 기차라는 것을 가운데 세우면 마석을 연료삼아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간다는 것 정도는 다들 이해했다.
그래서 수인들은 '과연 철마가 자신보다 빠를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게 되었다.
여러모로 수많은 이들이 철마가 새롭게 도입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철마가 생기게 된 배경을 정확히 알고 있던 라임은 목적지를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
"물량공세임."
빠르게 이동수단을 갖춰나가는 길의 끝에는 여신교단의 영토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라임이 현재 신경써서 길을 닦고 있는 곳은 바로 여신교단과 전면전이 예정되어있는 허허벌판이었다.
* * *
ㅂ
신성란을 만들어낸 뒤.
우리 군단은 신성력을 자급자족 할 수 있게 되었으나, 대다수의 마족들은 신성력을 자급자족은 커녕 계란 한 판을 나눠서 파는 것도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나있었다.
당연히 어떻게 하겠는가?
신성력에 대한 약탈!
그리고 신성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존재, 바로 트랄의 위치와 이동 방향이 지도에는 주홍빛 점으로 반짝였다.
"미르망에게서는 아직 소식이 없나?"
"네. 유감스럽게도...."
사수좌의 용사, 미르망 인.
나는 그녀를 진작에 스파이로 파견했다.
트랄을 지키기 위하여, 그리고 성녀를 엿먹이기 위하여.
'내가 편하자고 트랄을 괴롭게해서는 안 되지.'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성검을 빼앗아 신성력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야겠어."
성검에 남은 신성력을 고작 신성소환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잔여 신성력이 없게 될 때까지 성검의 힘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기다려라, 트랄. 그리고 성녀여."
그들은 현재 철로가 달려나가는 정면, 그러니까 여신교단의 본거지에 있다.
"트랄은 살리고 성녀는 범한다."
친구를 위하여.
"용사들을...범한다."
트랄이.
내가 트랄에게서 승리를 따내어, 성검의 용사들이 성검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트랄의 아내로서 다닐 수 있게 만드리라.
"크흑, 형제를 위해 참는다...!"
쌍둥이 요정, 여전사 등. 나는 그들과의 라스를 포기했다.
대신.
트랄을 라스마-신으로 만들어 성검의 용사들을 범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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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