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5회
42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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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독하다 독해. 그 사이에 이걸 되팔이 할 생각을 한다고? 대단한데?"
세상 어딜가나 되팔이는 존재한다. 나는 새삼 던전 주인 10위권 안에 들어온 놈들이 허투루 순위권, 소위 '고인물'이 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신성란을 사서 비싼 값에 팔아치운다…. 흐흐, 소분해서 팔기를 잘했어. 안 그랬으면 욕 오지게 먹었을텐데."
"괜히 주인님이 오해를 살 수도 있었겠네요."
"그래. 경매 조작이 일어날 수도 있었지."
마르바스의 자리에 있는 내가 다른 던전 주인에게 적당한 값에 팔고, 다른 던전 주인은 비싼 값에 물건을 올린다.
물가 상승 그래프의 곡선은 급격한 경사를 이룰 것이며, 신성란의 평균 물가는 과도하게 비싸질 것이다.
"그럴 순 없지. 이건 신성 소환을 통해서 마족들에게 신성 저항을 높이기 위한 길이니."
"마음같아선 신성란을 모두 뿌리고 싶을 지경입니다."
우리는 마족 전체가 신성력에 저항력을 가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공짜로 신성란을 주면 다른 던전 주인들은 흑심이 생길게 분명하다.
우리 군단을 상대로 신성란을 갈취하기 위해 쟁탈전을 걸 수 있고, 그냥 공짜로 받았다고 여신교단 사냥을 나서지 않을 수 있다.
'그건 안 되지.'
신성 소환 자체가 여신교단과의 전면전을 위한 것인만큼, 다른 던전 주인들도 여신교단과 계속 전투를 해야한다.
우리가 라스토피아의 내실을 쌓는 동안, 바알을 비롯한 다른 던전 주인들이 여신 교단을 괴롭히는 것이다.
"최소한 허브 깔리기 전에는…."
나는 라스토피아의 전도를 펼쳤다. 전 조디악 왕국의 이름에 길게 X자 표시를 해둔 지도는 현재와 큰 차이가 없었다.
왕도가 라스베가스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딱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명 따위를 바꾸는데 시간을 할애할 이유는 없으니까.
'행정력 낭비지.'
그런 곳에 골머리를 썩힐 시간에 허리 한 번이라도 더 흔들어 신성란을 만드는 편이 더 좋다. 나는 암컷 드워프들의 산란 공장의 상태를 시스템의 원격 화상으로 확인했다.
"로도페리여. 드워프들은 슬슬 적응했나?"
[아, 드워프들? 적응 안하면 죽어야지. 한 명 본보기로 암컷으로 만든 다음 언데드로 만드니까 다들 고분고분해지더라.]
다소 잔인한 짓이었지만, 한 명의 희생 덕분에 드워프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암컷이 되었다.
"비율은?"
[놀랍게도 반반.]
무엇이 반반이냐 하면, 자지를 떼어내고 완전한 여자가 된 드워프와 땅콩이 날아간 드워프가 절반이라는 얘기다.
[가슴은 둘 다 달려있는데, 일단 한쪽은 자지가 달려있으니까 서로 살은 섞더라고. 안 섞으면 죽는데 일단 박아야지. 다들 지금은 라스에 굴복했어.]
로도페리의 말대로 드워프들은 서로 박고 싸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기구에 묶여있는 것조차 쾌락에 기뻐했고, 나는 드워프들이 더이상 '수컷'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몹시 기뻤다.
이제 수염이 가득한 드워프는 없다. 있는 건 오직 여자 드워프와 후타나리 드워프 뿐.
“크흐흐, 땅콩을 떼어내고 싸니까 드워프도 칼같이 무정란이 나오는군."
"하피들에 비하면 생산속도가 많이 떨어지기야 합니다만…."
"효율은 중요치 않아. 어차피 신성란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크게 도움이 되니까."
찌걱, 찌걱.
암컷 드워프들은 후타나리 드워프들에 의해 질내사정을 받고 하나 둘 배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자비를 베풀어둔 게 이리도 도움이 될 줄이야.'
땅콩손실이 일어난 드워프들이야말로 신성란 생성의 중핵이 되는 이들이다.
넘쳐나는 신성란을 비싼 값에 팔아넘겨, 막대한 마석을 얻는 좋은 생산수단이 된 것이다.
"크흐흐, 그래도 역시 가만히 공장에 가두고 알만 낳으라고 할 수는 없는 법. 로도페리, 몇 명이나 나올 것 같아?"
[대략...30%?]
"예상보다 조금 적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내가 금방 가지."
나는 샤이탄과 함께 드워프들이 암컷화되어 박히는 던전으로 향했다.
수많은 던전 중 로도페리가 지키는 구역과 근처에 위치한 던전으로, 암컷 드워프 양산에 특화되어있는 공장이었다.
"왔어?"
"그래. 얼추 다 모인 건가?"
"응. 협조적으로 나올 법한 사람들로 따로 모았어."
나는 드워프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폈다.
드워프라기보다는 귀가 짧은 소인족 엘프라고 봐야 무방했으나, 쾌락과 라스에 젖어도 본판은 어디 가지 않는 듯 다들 행동이 걸걸했다.
그다마 로도페리가 중제를 하고 난 뒤에 모인 드워프들이라고 하나, 나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해보였다.
"반갑다! 나는 라스푸틴, 너희들의 지도자이니라."
배에 무정란을 가득 품은 드워프들은 나를 향해 여전히 적의를 내비쳤으나, 주변에 가득한 오크 군단이 자지를 살짝 튕기자 마지못해 손뼉을 쳤다.
"너희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샤이탄, 드워프들의 산란 최대 효율이 몇 개지?"
"하루 세 개입니다."
드워프들은 생각보다 많은 양의 신성력을 낳았다.
"그럼 출근하면서 하나, 퇴근 전에 하나, 자기 전에 하나 낳으면 딱 떨어지는군."
그냥 가만히 산란공장에 틀어박혀 알만 생산하는 건 가축이나 할 짓이다. 그래서 나는 드워프들이 혹할만한 거래를 제시했다.
"나의 거래에 응하면 세 개가 아닌 하루에 두 개만 낳게 해주마."
"!!"
드워프들은 갑자기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듣지 않겠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놈들도 귀를 쫑긋 세우며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들어는 보자는 식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암컷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산란의 쾌감은 기존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남성성을 완전히 모욕하고 짓밟는 굴욕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드워프들에게 자존심을 되돌려주고자 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기술력, 그리고 철을 다루는 능력을 쓰게 만들고자 했다.
"샤이탄, 그걸 켜다오."
"네."
허공에 거대한 스크린이 펼쳐졌다. 드워프들은 기겁을 하며 눈을 감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재생하는 영상은 산란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산란 교본 매뉴얼 동영상이 아니다.
치직, 치직.
회색으로 10부터 1까지 카운트가 떨어지기 무섭게, 제법 중후한 목소리의 남성이 대본을 읊기 시작했다.
[우리 라스토피아 왕국의 역사는....]
"오오...?"
드워프들은 영상의 시작과 함께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흥미로울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워프들 중 몇몇 이들도 착용했던 이계의 문물들이 가득한 광경을 영상으로 보니 흥미가 어찌 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엘프, 오크, 드워프 등 온갖 종족들이 정장과 옷을 갖춰입은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상은 길쭉하게 이어진 '철로'를 비췄고, 곧 역사에는 댕댕거리는 안내음이 울려퍼젔다.
"어, 으어어!"
드워프들은 경종소리에 기겁을 하며 몸을 떨었다. 영상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자, 그들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마냥 몸을 떨었다.
'진짜 지진이 일어나는 중이지만.'
아래에는 영상 속 광경을 체험시키기 위해 골렘들이 열심히 땅을 흔드는 중이었다. 이른바 증강현실과도 같았고, 드워프들은 곧 경종과 땅울림의 정체가 무엇인지 순간 파악하게 되었다.
빼아아아앙----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사람들의 눈앞으로 길쭉한 철마가 스쳐지나갔다. 각종 화물을 실은 철마에는 수백에 이르는 바퀴가 달려있었고, 정해진 철로를 따라 말보다도 빠른 속도로 역사를 스쳐지나갔다.
"오, 오오...!!"
아무리 암컷이 되었어도 드워프는 드워프. 이계의 철마를 본 드워프들은 자신의 상태도 잊고 눈을 반짝이며 흥미로워했다.
"저거, 화물운송마차 아닌가?"
"그런 것 치고는 엄청 빠르게 달리던데?"
"바닥에 철로를 깔아서...그 위에 바퀴를 두고 달린다고?"
기술자들 답게 그들은 영상만 봐도 금방 정체를 알아챘다. 그리고 영상은 맞은편으로 빙글 돌아갔다.
[지금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행 일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샤이탄의 목소리를 닮은 듯한-사실 샤이탄이 더빙했다-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사람들은 노란색 안전선 밖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멀리서 경적과 함께 천천히 다가온 열차는 역사에 정차했다.
푸쉬이이----
문이 열리자, 안에서 이계의 정장 차림을 입은 수많은 이들이 먼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내리기 무섭게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새롭게 열차에 올랐다.
두구두구두구.
영상은 다시 열차의 위로.
마치 열차의 기사가 되어 운전을 하듯,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는 영상은 드워프들을 매료시켰다.
열차는 협곡을 지나, 터널을 뚫고,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가 강 위에 만들어진 다리를 지나 평원을 달렸다. 대륙 곳곳에 뻗어나간 철로는 열차를 아주 쉽게 목적지까지 인도했다.
빠아아앙----
반대편에서 열차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은 행여나 열차가 서로 부딪힐까봐 조마조마했으나-
철컹철컹철컹.
바로 옆에 평행하게 달리는 선로로 빗겨가게 되었고, 반대편 운전석에 있던 드워프가 손으로 경례를 하며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열차가 달려나가는 끝에는 멀리서도 훤히 보이는 아주 거대한 세계수가-
삑.
영상은 끝났다.
나는 연단에 올라 드워프들을 훑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마법이 없어도, 말을 타지 못해도 누구나 편하게 땅을 이동할 수 있도록 개척하기를 바라지."
나는 미리 로도페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검토한 대본을 읊었다. 드워프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시스템을 영사기처럼 활용해 실수 없이 대본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대륙을 정벌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 드워프들에게 땅의 개척을 맡길 것이다! 내륙에서 해안까지!"
"......!!"
허공에 라스토피아 전도가 펼쳐졌다. 마-신 파워가 문신처럼 뻗어나가는 철도는 마치 거미줄을 연상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드워프들이여! 땅을 개척하는 것이다! 열차로, 철마로! 그걸 위해서 너희들의 기술을 사고자 한다!"
나는 드워프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들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철도 사업에 동참하는 드워프는 산란하지 않아도 된다."
로망이냐, 산란이냐.
암컷은 되었어도 아직 드워프의 혼까지 암컷이 되지 않은 이들은 너도 나도 손을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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