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3회
42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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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드워프들은 충격에 빠졌다.
드워프 국왕의 패배!
아래에서 뛰쳐나온 골렘들!
이대로가다가는 드워프 전체가 멸망당한다.
"도, 도망쳐야해…!"
심약한 드워프들이 하나둘 뒷걸음질치며 도망치자고 중얼거렸다.
"씨발, 뭘 도망쳐!"
"드워프 자존심이 있지, 마족 새끼들한테 질 것 같아?!"
"쓰벌, 국왕이라는 새끼 원래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새끼들아, 이제부터 내가 국왕이다!"
순식간에 드워프들은 너도나도 지도자를 표방하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비록 그들은 드워프 국왕보다 전투력이 약했지만, 의기만큼은 대단했다.
"으, 으아아! 이건 미친 짓이야! 나는 여기서 도망치겠어!"
드워프 중 일부는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무기를 내팽겨쳤다는 것은 드워프의 자존심을 버렸다는 말과 같았다.
쿵, 쿵, 쿵!
안드라스 두상의 골렘들은 드워프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무력화시켰다. 드워프들은 골렘을 향해 망치와 도끼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끼요오오옷!!
골렘들은 드워프를 붙잡아 구덩이에 집어넣었다.
"으, 으아악!"
"씨발, 이건 아니지!!"
드워프들은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하얀 액체에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드워프 국왕처럼 더러운 마액 속에 파묻혀 죽는게 아닐까하여 전력으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쿵!
드워프는 구덩이 벽에 도끼를 박아넣었다. 하지만 도끼날은 벽을 뚫기는 커녕 튕겨나왔다.
"뭐, 뭐야?!"
"아니 미친! 이거 다 철벽이야!"
드워프들은 구덩이 겉에 발라진 흙더미를 망치로 부쉈다. 그러자 흙더미 너머 매끈한 강철의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거...설마 철통?!"
드워프들은 구덩이 전체가 철로 되어있음을, 말로 구덩이라고 표현은 하지만 사실상 자신들은 철통속에 갇혀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으으, 마액에 갇혀 죽을...킁킁."
드워프들은 아래에서 풍겨오는 냄새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마액 아닌데?"
마액 특유의 거지같은 냄새가 아니었다. 드워프 국왕이 떨어진 곳에 투하된 건 분명 마액이었지만, 무릎 아래에서 참방거리는 흰색 액체는 마액과는 사뭇 달랐다.
"이거...뭐여?"
[아아, 그것은 성유라고 하는 것이다. 신성력이 담긴 엘프의 젖이지.]
"그게 무슨 개같은…."
첨벙, 첨벙!
구덩이 위에서 드워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골렘에 의해 다리가 망가지는 등 제압당한 드워프들은 성유에 파묻혀 허우적거렸다.
"커헉, 이거 다 뭐야?!"
[삶는 거다.]
"뭐…?"
[드워프를 신성력에 삶는 거라니까.]
끼이이익.
드워프의 머리 위로 빛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은 우물에 갇힌 것 마냥 아우성을 치며 벽을 기어오르려고 했으나, 철벽 안에 눈속임으로 붙은 흙더미가 무너져 아래로 떨어졌다.
첨벙, 첨벙!
[네놈들을 암컷으로 합성하기 전, 최대한 신성력에 노출시켜서 신성력이 몸에 배이도록 만드는 거지. 축하한다, 너희들은 이제 신성력을 낳는 몸이 될 것이다.]
"그, 그게 무슨 개소리냐니까!!"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오크의 목소리를 끝으로, 드워프들은 더이상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저 천장에 작게 뚫린 구멍을 통해 바깥의 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젠장, 전쟁은…!"
아래에 갇힌 드워프들은 탄식하며 하나둘 주저앉기 시작했다.
강인한 전사로서 승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자 했으나, 적의 강력함 앞에 너무나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진작에...박살냈어야 했는데…!"
후회를 해도 너무 늦었다.
라스토피아는, 이미 드워프 왕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기 직전이었으니.
* * *
"이거, 굳이 전투를 계속할 필요도 없구만."
이미 막강한 전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굳이 이후의 전투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골렘을 중심으로 한 하서스의 언데드 군단이 드워프 군대를 상대로 한 활약을 언급하자면….
-졸라 짱센 구울들이 끼에에엑 하고 울부짖었다.
드워프들은 구울의 방어력을 뚫지 못했다.
마-신 파워의 힘으로 안그래도 단단한 시체의 방어력에 문신의 힘까지 더해지니, 드워프들은 달려드는 구울들에 의해 아주 쉽게 제압당했다.
"하서스, 찜통 안은 어떻게 되었지?"
[드워프들이 안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으나, 찜통의 폭만 강철로 1m가 넘습니다. 빠져나오지는 못할 겁니다.]
"흐흐흐. 그래. 합성하기 전에 최대한 많이 절여놓아야지."
아래에 가득한 신성력에 드워프들을 절여 합성을 해야한다. 그래야 신성력 손실 없이 드워프들을 암컷화 할 수 있다.
"시스템 업데이트 제대로 써먹으려면 무조건 필요해. 다소 시간이 모자라더라도, 놈들을 반드시 신성력에 절여서 합성하거라. 알겠지?"
[주인님의 뜻대로.]
쿵, 쿵쿵.
골렘들이 정중앙의 구덩이 근처에 모였다. 여전히 밧줄을 움켜쥔 골렘들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나는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고 그들에게 손짓했다.
"건져."
골렘들은 밧줄을 잡아당겼다. 마액의 샘 안에서 끈적한 마액으로 질척거리는 드워프 국왕이 나타났다.
"크흐흐, 스킨은 어딨냐?"
나는 이계의 신성 갑옷이 '소멸'된 드워프 국왕을 비웃었다. 드워프 국왕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채 기절해있었다.
익사가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드워프 국왕은 죽지 않았다. 골렘들은 드워프 국왕을 슬라임 드래곤 둘이 달라붙어 대기중이던 철판 위에 던졌다.
"세척 개시."
꾸드드드득.
슬라임 드래곤들은 톱니바퀴처럼 몸을 돌리며 드워프 국왕의 몸에 달라붙은 마액을 먹어치웠다. 흰 점액이 슬라임 드래곤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갈 때마다 드워프 국왕의 몸도 덜커덩 거리며 깨끗해졌다.
"등급이 높다는 것만 생각하고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자의 패배로군. 무구의 능력치 파악은 기본일텐데 말이야. 흐흐."
겉으로 보이기에는 오우거의 망치질도 막아낼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드워프 국왕이 입고 있던 갑주의 방어력에 불과했다.
"하서스야, 미안하다. 구울에게는 신성갑옷을 입힐 수 없더라."
[괜찮습니다. 신경써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크흡...고맙다. 로도페리, 들었지? 나중에 좀 신경써서 만들어줘."
"아으...저거 멋지게 만들어 줬잖아…."
내게 이너 아머로 박히고 있는 로도페리는 하서스의 갑옷을 가리켰다. 세로로 길쭉한 투구와 전체적으로 각진 검은 갑옷은 내 기억을 되살려 재현해낸 구울 왕의 갑옷이었다.
"그러니까 저거랑 세트로 하나 만들어달라 이거지. 프라스트 모운. 어떠냐, 응?"
"그런 거 만드려고 지금 드워프들 붙잡는 거, 아흑, 아니야…!"
로도페리는 내 가슴을 앙증맞은 주먹으로 두들기며 앙탈을 부렸다.
"나 혼자서는 그런 거 모두를 위해 못 만드니까...어서 장인들 모두 '드워프'로 만들어줘."
"그래, 알았다. 흐흐, 외형이 너처럼 아름다우니 드워프가 아니라 드엘프, 아니 드웰프라고 불러야 하나?"
"이상한 소리 말고!"
로도페리는 엘프와 비교되는 것에 제법 진심으로 성을 냈다. 나는 그녀를 다독이며 드워프 국왕과 함께 던전으로 귀환했다.
[주군, 도망친 드워프들은 어떻게 할까요?]
"도망친 드워프라."
엄밀히 얘기해서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곳곳에 남은 장로를 중심으로 원진을 펼쳐 우리 군대와 대치중인 놈들도 있고, 아직 덮개가 닫히지 않은 성유 찜통도 있다.
"조금 아쉽긴 한데…."
그리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드워프 포획에 혈안이 되어있다거나 하지는 않기에, 일부 겁쟁이 드워프들이 자존심을 내팽겨치고 도망치고 있었다.
"흐흐,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을 리는 없지. 그냥 내버려둬라. 어차피 평생 드워프로서 고개 세우고 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사내다움을 숭상하는 놈들이 드워프 아니겠는가!
그런데 전쟁터에서 국왕의 패배에 겁을 먹고 도망쳤다?
"평생 남들 앞에서 결코 얼굴도 들지 못할 놈들이다. 이제 지하에 숨어 태양빛을 보지 못하게 될 운명이지."
"어째서?"
"지상의 드워프는 모두 여자인데 남자인 드워프가 있다? 전쟁 중에 도망친 겁쟁이라는 말밖에 더 되겠냐."
"...그건 좀 안타까운 걸."
안타깝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열심히 싸운 자는 신성력에 절여져 암컷이 되고, 겁을 먹고 도망친 자들은 당장은 목숨을 지킬 수 있어도 더이상 자존심을 내세우지 못할 것이다.
"흐흐, 그보다 기대가 되는 구나. 암컷들이 낳을 새로운 힘이."
"...진짜로 하게?"
"물론. 안 될 이유야 없지."
레메게톤 2.0.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의 힘을 손에 넣었다. 사실 원래 레메게톤에도, 포르네라스가 가져온 미래의 레메게톤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능이었다.
"언제까지 알을 낳고 부화시킬 때까지 놓아둘 수는 없지 않느냐."
지금까지 쌓인 알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남작령 하나는 채울만한 수다.
던전의 정원을 늘리는 수보다 알의 수가 더 많으니,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이것."
나는 갓 낳은 알 하나를 집어들었다. 내가 손톱을 세워 껍질을 가볍게 톡 건드리니, 껍질이 바스라지며 안에서 은색 액체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군단장이 알을 깨뜨렸다!
아마 시스템 2.0.이 없었다면, 당장 파후우가 들고 일어나서 무슨 짓을 하냐고 따졌을테지.
하지만 이 알이야말로 우리 군단의 새로운 힘이 될 원동력.
"아아, 이것은 무정란이라고 하는 것이다."
껍질 속에는 신성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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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무정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