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화
42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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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날도끼와 양손망치.
서로 맞서 싸우기에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생사와 정조를 걸고 싸우는 전장에 무기의 조합에 따른 멋은 중요치 않다.
"으하아앗!"
"웨리야아앗!"
나는 놈을 베고, 놈은 날 으깨버린다. 그게 우리 전투의 목적이었고, 싸움의 이유였다.
"네 딸 맛있더라!"
나는 쌍날도끼를 쥐고 수평으로 휘둘렀다. 드워프 국왕은 망치를 아래에서 위로 튕겨올리며 내 공격을 막아냈다.
"그런 거로 나를 도발해봐야!"
내 쌍날도끼는 각도가 위로 비스듬히 올라갔다. 드워프 국왕은 망치를 양 어깨 위로 올리며 발을 앞으로 크게 내딛었다.
"소용없다!"
망치로 내 복부를 때리려했다. 나는 놈을 향해 씩 웃으며 배를 내밀었-
"흐아아압!"
다가, 허리를 뒤로 당기며 몸을 빙글 돌렸다. 위로 날아가던 쌍날도끼를 뒤로 돌리며 아래를 향해 궤적을 비틀었고, 나는 뒤로 뛰며 사선으로 할레오를 휘둘렀다.
카---앙!
두 개의 망치를 긁듯이 도끼가 붉은 궤적을 그렸다. 놈의 은빛 망치에는 겉이 붉게 달아올라있었고, 내 손은 까딱 잘못하다가는 할레오를 놓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떨렸다.
"역시 만렙!"
한 종족의 국왕답게, 드워프 국왕은 만렙이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그에 대한 짐작은 확신으로 변했다.
만렙이 아니고서야, 어찌 문신의 힘을 전력으로 사용하는 나를 상대로 이렇게 호각에 가깝게 싸울 수 있겠는가?
"하아압!"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할레오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놈이 면을 때리기 전에 수직으로 베어그었다.
"흥!"
드워프 국왕은 정면으로 도끼날을 받아냈다. 나는 놈의 이마부터 복부 아래까지 할레오를 휘둘렀고, 기이한 손맛에 짜증이 치밀었다.
"젠장, 더러운 신성력!"
할레오는 신성력의 힘으로 단단해진 외피만을 갈랐다. 두꺼운 신성력의 갑옷은 잘랐어도 안에 있는 사람은 전혀 자르지 못한 것이었다.
"뒈져라, 오크!"
드워프 국왕은 망치를 빙빙 돌리며 내게 휘둘렀다. 옆구리를 파고들어오는 망치에 할레오를 비스듬히 놓고 공격을 받아냈다.
까----앙!
"크으윽!"
맑은 쇳소리가 터져나왔다. 장대의 정중앙을 정확히 때리는 덕분에 내 두손은 다시 부들부들 떨렸다.
'약점이 없어.'
딜도 되고 탱도 되고 홀로 버프를 통한 회복도 가능한 괴물. 견실하게 쓰러뜨리지 않는 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 괴물이었다.
'약점이 없다는 건, 착실히 피 깎으면 된다는 거지.'
놈은 전신을 신성력으로 두르고 있다. 그 말인 즉슨 미약 중독과 같은 바이오 테러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말.
‘정공법이다.’
그러니까 나의 마-신 파워가 담긴 도끼로 계속 찍어낸다. 도끼날에 마-신의 힘을 불어넣어, 동상을 깎아내듯 신성력의 장갑을 벗겨낸다.
쿵! 쿵!
드워프 국왕은 나의 도끼날을 망치로 튕겨내며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분명히 몸으로 도끼날을 받아내며 역으로 공격의 기회를 잡기도 했다.
“죽어라, 오크!”
살갗을 주고 뼈를 때리는 전술. 오크는 재생력이 뛰어나지 저런 망치에 얻어맞으면 금방 척추가 휜다.
“절대 안 되지!”
허리는 나의 생명이다. 이전에는 내 배를 보호해주는 신의 가호가 존재했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 나의 허리를 보호해야한다.
“라스!”
나는 내 허리를 집요하게 노리는 망치를 피하는데 주력하며 도끼를 휘둘렀다. 피하면서 휘두를 때마다 드워프 국왕의 신성력 살갗에 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신성력으로 버티나 보지!”
“언제까지 그렇게 피하나 보자!”
나와 드워프 국왕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먼저 지치는 쪽이 진다. 먼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쪽이 진다. 레벨은 동렙이고, 무기의 성능도 거의 호각.
‘성검의 힘이 깃들었는데 그에 준하는 망치라니.’
명품이 틀림없다. 무기 욕심이 없는 나도 한 번은 휘둘러서 뚝배기를 깨버리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는 강도였다. 내가 직접 도끼날을 부딪히며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고 있기에, 나는 드워프 국왕이 만든 망치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근데 그건 여유 있을 때 이야기고!’
괜히 파밍을 하려다가 죽을 수 있다. 도끼를 단번에 베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드워프 국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흐아아압!”
나는 도끼를 크게 수평으로 휘둘렀다. 도끼날에 깃든 충격파를 전방으로 휘두르니, 참격이 마치 사자가 할퀴는 것처럼 날아갔다.
카가가강!
드워프 국왕은 망치가 아닌 몸으로 참격을 받아냈다. 그의 신성력 갑옷에 쩍쩍 금이가기 시작했고, 공격은 어느정도 통하기 시작했다.
“젠장.”
나는 공격의 반동을 억지로 무시하고 몸을 날렸다. 드워프 국왕은 괜히 몸으로 공격을 맞은 게 아니었다. 나를 공격하기 위해, 살을 내어주고 두개골을 박살내려고 망치를 내던졌다!
“흐하하! 죽어라, 인류의 재앙!”
“큭!”
망치 끝에는 신성력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얻어맞는-
“크하하하!”
나는 광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눈앞에 날아온 망치를 빠르게 손으로 붙잡았다.
“언제 던지나 싶었다!”
“뭣?!”
덥썩.
나는 놈의 망치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신성력으로 반짝이는 망치자루가 내 손을 불태워버릴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으나, 나는 이를 악물고 망치를 움켜쥐었다.
“크오, 오오오오!!”
마-신의 힘은 내 배에 깃들어 있었지만, 그 발현은 내 손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망치 내부로 내 마-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5성 오크가 되면서, 할레오의 용사로서 내가 가진 능력.
이 무기는 이제 제겁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들부들.
망치는 자루부터 신성력이 조금씩 녹아내리듯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 팔도 열기에 익어가듯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으나, 나는 고통을 참고 망치를 강하게 붙잡았다.
“흥, 그런게 통할 리가 없지!”
드워프 국왕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치 망치의 주인인양, 자신이 내던진 망치를 회수하듯 손을 뻗었다.
부들부들부들!
망치가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에고가 담겨있는 것 마냥, 주인의 부름에 응답하듯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통할리 없어? 아니, 라스는 위대하다!”
마신조차 범한 나다. 신성력이 깃든 무기를 어찌 범하지 못할 수 있을까?
“가라, 할레오!!”
파지지직!
내가 한 손에 움켜쥐었던 할레오에 깃든 문신이 순식간에 내 몸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내 팔과 어깨, 그리고 팔을 타고 움직여 망치 안으로 문신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파각!
도끼의 자루가 또다른 망치에 의해 망가졌다. 날은 상하지 않았으니 자루만 바꿔 끼우면 될테고, 드워프 국왕을 상대로 도끼 하나 잃은 거라면 싸게 먹히는 셈.
“무기는 또 만들면 되는 라스!”
그리고 내 무기를 만들 당사자가 내 눈앞에 있다. 나는 양손을 모두 망치로 잡아눌렀다.
파직, 파지지직!
할레오의 힘이 드디어 모든 신성력을 몰아냈다. 은빛의 망치는 검붉은 망치로 금방 타락했고, 나는 그걸 쥐고 바로 드워프 국왕을 향해 집어던졌다.
카---앙!
드워프 국왕은 팔을 X자로 교차하며 망치를 막았다. 하지만 몸 겉에 있는 신성력의 피부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튀어오른 망치를 쥐기 위해 뛰어올랐다.
“나를 위한 선물을 주기 위해 이곳까지 와서 바치다니, 고맙다!”
카앙, 카앙!
나는 빼앗은 망치를 다시 붙잡고 드워프 국왕을 향해 마구 휘둘렀다. 좌우로 때리다가 한손에 움켜쥐고 아래로 연신 내려찍기도 하며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카앙, 카앙, 카앙!
“크윽...!”
드워프 국왕은 자신의 무기가 빼앗긴 것에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계속 한손을 ‘내 망치’, 할레오에게 뻗으며 회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묵묵부답.
드워프 국왕이 망치를 향해 손을 뻗을 때마다 망치는 문신의 힘에 더욱 잠식되었다.
“소용없어. 네 망치, 지금 따먹히는 중이거든.”
“뭐...라고...?”
“그러니까 한 마디로 하자면....”
나는 드워프 국왕의 배를 걷어차며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네 무기, 지금 내 마검에 의해 따먹히는 중이라고!”
사실이었다.
할레오의 문신이 뒤틀리며 어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도트화처럼 선으로 이어진 문신은 오크 한 명이 드워프를 짐승처럼 엎드리게 만들어 강제로 범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뭣...!”
드워프 국왕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부인!!”
“오, 네 무기에 깃든 영혼이 네 부인이냐? 찌걱, 찌걱.”
나는 일부러 소리까지 내며 놈을 조롱했다. 망치 안에 깃든 드워프 여왕의 혼백은 오크(할레오)에게 달린 나의 모사 자지로 뒷치기를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 오크가 주는 쾌락에 벌벌 떠는 모습이 네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구나!”
그냥 문신의 힘을 이용해 가상으로 만든 광경이지만.
“한 번 더 얘기해주마!”
나는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네 무기 쩔더라!”
깡.
몸이 강철처럼 단단하다면, 마음을 무너뜨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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