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726화 (722/800)

726회

420일차

천사라는 존재들은 본디 특별한 성별이 없는 존재라 했다. 천사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존재인 만큼, 인간의 이성으로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형언할 수 없는 상위개체였다.

아주 먼 옛날, 고대 즈음에는 천사라는 존재를 구름속에 눈이 하나 달려있고, 팔이 소용돌이처럼 돌아가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게 인간형을 갖추기 시작한 때가 언제일까.

아마도 중세, 종교가 크게 득세하면서부터 그림에 나오는 천사를 ‘인간형’으로 그렸을 것이다.

그리고 중세 신화 속 그림을 보면 대부분의 아기천사들은 ‘물건’이 달려있다.

아주 미성숙한 남근이 달려있는데, 이는 천사가 남성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근데 그건 지구고.’

이곳은 이계 판타지 속 세상.

나는 이미 천사가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정확히는 천사족이 가진 성별을 알고 있다.

남성체와 여성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종족!

남성체의 대표는 이미 스스로 물건을 자르고 떨어진 퀘르벨스 추기경을 통해 증명되었고, 여성체의 대표는 루시펠이라는 존재를 통해 증명되었다.

루시펠.

아버지는 솔로몬이고, 어머니는 대천사 중 한 명이었다.

즉, 천사족도 지상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번식이 가능하다는 말!

“번식이 가능한 미형의 종족을 일부러 수컷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나는 생각했다. 인간들을 신성력 생산을 위한 천사들로 만든다면, 굳이 남성체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내가 내 엘프부인들에게서 젖을 짜내는 것처럼, 신성려이 담긴 성유를 신성력의 힘으로 쓰면 되는게 아닐까?

아니었다.

항상 젖을 짜낼 수 있는 엘프들과 달리, 타천사를 천사로 만든 경우가 아니면 젖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모유가 진짜로 모유로 나오면 안 되지!!”

왜 소가 양젖 말젖을 두고 일등을 먹었겠는가? 매일 매일 착유가 가능할 정도로, 언제든디 젖을 짜낼 수 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 인간을 기반으로 천사의 알과 합성한 천사들은 신성력이 담긴 젖을 바로바로 짜낼 수 없었다!

성별을 바꿔버린 것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들은 파종을 하지 않으면 젖이 나오지 않았다.

“크윽, 관리하기 더럽게 불편하잖아.”

일부러 파종을 하고 알을 품고 산란하기 전까지 젖을 짜낸다면, 그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또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천사로 합성되는 인간들에게 신성력을 짜낼 젖이 아닌 좆을 남겨두었다.

“성유나 성액이나 둘 다 신성력 들어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신성력이 어디에 담겨있느냐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시스템으로 소환할 때, 그만큼의 ‘재료’를 지불하면 만사형통인 게 주요했다.

“신성력이 담겨있기만 하면 살아있는 사제든 시체든 슬라임 껍질 콘돔 안에 있는 성유든 상관 없다 이 말이야.”

창고를 만들 때 창고를 구성할 나무를 일일이 잘라서 붙인 게 아니라, 그만큼의 목재를 바쳤던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당연히 ‘천사’도 가능하다.

“주인님, 데려왔습니다.”

절그럭, 절그럭.

오크가 쥔 목줄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천사는 알몸이었고, 전신에 레이프를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네가 오크 자지를 이빨로 물어뜯었다고 들었다. 맞느냐?”

“...죽여.”

나에 의해 자지를 떼고 천사가 된 안드로메다 왕국의 기사단장은 ‘큿, 죽여라’를 시전했다. 여자가 되어 오크들에게 집단 레이프를 당했음에도 그녀는 의지를 잃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의지.

자신의 죽음은 곧 순교가 되고, 여신께서 보살펴 주실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눈동자에 담겨있었다.

이미 죽음을 받아들였기에, 나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오냐, 죽여주지. 단, 우리의 방식으로.”

내 지시에 오크들은 천사의 하복부에 드라이어드의 나무 뿌리를 허리띠처럼 였었다. 손가락 만큼의 두께인 줄기는 천사의 골반에 걸려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묶어.”

“라스.”

오크들은 손에 쥔 물건들을 천사의 허리띠에 하나 둘 묶기 시작했다. 붉은색 밖에 없는게 영 아쉬웠지만, 그래도 워낙 개수가 많아 불편하지는 않았다.

“이러니까 꼭 콘돔 한 박스 다 쓴 것 같지 않느냐?”

“부단장이 뺀 성액이 열 발이었습니다. 그걸 전부 슬라임 껍질로 모았으니….”

출렁, 출렁.

기사단장의 허리띠에는 부단장이 사정한 성액이 고인 슬라임 껍질-콘돔이 묶였다.

“크으, 역시 레이프 증거물은 허리랑 허벅지에 걸어둔 사용한 콘돔이지.”

허리띠에 매듭을 묶은. 팬티에 거는 쪽이 국룰이기는 하지만, 그랬다가는 귀한 팬티가 소멸되니 아끼기로 했다. 나는 시뻘게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기사단장을 소환진 위로 가리켰다.

“제단 위로 올려라.”

“라스.”

오크들은 기사단장을 소환진 위에 올렸다. 목줄을 제외하면 자유를 되찾은 기사단장은 소환진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여신이시여….”

허리띠에 걸린 콘돔이 허벅지 위에 좌우로 각각 두 개씩 놓였다. 나머지 여섯 개는 허벅지 옆으로 흘러내리며 골반을 살포시 덮었다.

“이야, 역시 단장급이다. 부단장이 짜낸 성액이랑 합치니까 신성력 쏠쏠한데?”

“......우쭐대지마라, 오크. 너는 여신교단에 의해 기필코 파멸을 맞이하게 되리라.”

기사단장은 나를 향한 저주에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그처럼 여신을 부르짖으며 죽은 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 그래. 죽여달라고 아우성을 치는구나. 내 너를 특별히 죽여주마.”

어떻게 죽이냐 하면, ‘제물’로서.

“네놈은 한낱 신성력 포인트에 불과해!”

나는 시스템창을 두드렸다. 소환진의 마법진이 보라색이 아닌 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나는 두 팔을 벌려 환호성을 내질렀다.

“연금술의 기본은 등가교환!”

파지지직!

“천사와 성액을 릴리스하여 소환!”

은빛으로 번쩍인 소환진에는 인기척이라고는 더이상 없었다. 한 명의 인간과 열 발의 성액 주머니를 제물로 바친 소환진 위에는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의복이 하나 마네킹 위에 입혀져있었다.

<신성 소환> [이계의 스포츠복-테니스(SR)] 이계의 스포츠, 테니스를 하는 여인들이 기본으로 입는 복장.

“우오오오오! 스알!”

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허벅지까지 오는 치마와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나는 스판 재질의 테니스복은 사람의 음심을 불러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누구한테 입히면 좋을까?”

“우선 코스프레에게 보여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안 돼. 걔한테 이거 보여준 뒤로 엄청 우울해하더구나. 디자인을 보고 창작하는 것에 자신의 혼을 바쳤는데, 신성 소환은 이미 완성품이 나온다면서.”

“이걸 참고해서 새로운 걸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창작이 아니라 모방, 표절이 된다고 하더라고.”

코스프레, 그러니까 코스트 윰 프레는 신성 소환으로 만들어지는 의복들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 자신의 창작욕구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그는 새롭게 변한 마왕의 시스템에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이런 정해진 답이 있는 길은 내 길이 아닙니다! 저는 저만의 복장을 만들겠습니다!

과연 그가 어떤 복장을 만들어올 지는 모르지만, ‘파오후’가 기억하는 현대 복장의 디자인을 이겨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게 다 결국 내 머릿속에서 나온 완성품이나 마찬가지인데.”

“정확히는 ‘이면의 주인님’이시죠.”

포르네우스의 남편, 파오후.

그가 레메게톤을 이어받아 만든 시스템은 현대 문명의 물건들을 마법으로 소환하는 특수 소환법이었다.

생명체는 베이스가 되는 생명이나 알이 필요할 지 몰라도, 생명체가 아닌 물건은 시공간을 넘어 ‘재현’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신성 소환은 미래의 가능성 중에 하나를 불러오는 셈이었고, 그에 필요한 힘이 바로 신성력이었다.

그래서 신성 소환.

신성력이 담긴 성수, 신성력이 담긴 성액, 신성력을 가진 천사 등 모든 것을 제물로 바치기만 하면 투입한 신성력에 따라 ‘확률’로써 물건이 튀어나온다.

고작 테니스복이  SR 등급이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레메게톤 2.0에 따른 신성 소환의 소환 테이블에는 테니스복보다 더한 물건들도 수두룩했다.

이계의 메이드복.

아날 플래그.

정조대.

삼각목마.

결혼반지.

이계의 수녀복.

이계의 웨딩드레스.

부케.

이계의 가구-리클라이너.

온통 ‘이계’라는 이름이 붙은, 미래의 물건들은 던전 주인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어차피 이제 남은 놈들은 죄다 만렙 찍은 놈들 뿐. 적을 죽이는 재미는 모두 다 끝나버렸으니, 이제 남은 건 스스로를 가꾸고 꾸미는 일 뿐.”

고인물 컨텐츠가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만렙을 찍어버린 이들에게도 성취감이라는 것을 주기 위해, 솔로몬은 그들이 강한 의욕을 가지고 여신 교단을 쓰러드릴 계기를 마련했다.

-신성 소환을 하기 위해서는 여신교단을 믿는 자들을 붙잡아 제물로 바쳐야 한다.

-교회에 모인 성수들은 곧 마석과 같은 취급이다! 성유물이라면 상급, 최상급 마석 수준이지!

-지금 불가침조약이 대수냐?! 소환을 못하는데!

인간들에게는 다소 잔인하고 지독한 방법이지만, 마족이 마족했을 뿐이니 아무 문제는 없다.

‘여태까지 놀고 먹으면서 꿀빤 놈들이 잘못이지. 하지만 솔로몬도 너무 마족들을 믿었어.’

한계 레벨을 100이라고 알려줘놓고 만렙 컨텐츠가 너무 부실했기에, 레메게톤의 상위 마족들은 계속된 전투에 질려버린 것이다.

신성 소환은 그들의 정복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정말 좋은 수단이었다.

여신 교단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기 때문에?

아니다.

“아아, 이것은….”

나는 고인물들의 습성을 알고 있다. 마족이라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룩딸이라고 하는 것이다.”

님 아직도 <이계의> 룩 못 맞춤?

"부히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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