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5회
420일차
와아아아---!!
구 리브라 영지에 발을 들인 기사단은 소리없는 함성과 함께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인기척 하나 존재하지 않는 거리에 금방 잠식될까봐 너무나도 두려웠다.
두근, 두근.
주변에는 온통 시체가 즐비하게 늘어져있었다. 대부분이 오랫동안 굶은 것처럼 비쩍 곯아있었고, 옷은 대부분 찢어져있었다.
“이건....”
“모두 마스크를 벗지마. 최대한 말을 아껴.”
기사단은 모두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있었다. 실크를 몇 겹이나 겹쳐서 만든 복면은 그들의 호흡을 방해했지만,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 라스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 하더라!
공기에 섞여 살포되는 미약 성분이 코와 입으로 들어간 순간, 감염자는 바로 고간이 불타오르는 고통에 괴로워하게 된다. 사나흘 가량 계속 이어지는 성욕을 해갈한다면 괜찮지만, 성행위라는게 대부분 점막접촉이 이루어지니 전염은 쉽게 이루어졌다.
“걸리면 죽는다.”
으레 하는 말이 아니었다. 기사단은 진짜로 바이러스에 걸리는 자가 있다면 동료라도 죽일 생각이 가득했다. 아직 제대로 된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사단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는 인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방법 뿐이었다.
구구구.
멀리서 뭔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기사단은 흙먼지에 잔뜩 긴장하며 무기를 빼들었다.
“온다! 마왕군이다!”
제발 이상한 자들이 아니기를. 기사단은 마나를 일으키며 검에 오러를 덧씌웠다. 어지간한 마족들은 금방 베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오러 소드는 마왕군을 상대하는데 최적의 힘이었다.
“...저, 저게 뭐야?!”
하지만 상대로 나타난 적의 모습에 기사단은 비명을 질렀다.
쿵, 쿵, 쿵!
척보기에도 5m는 훌쩍 넘어보이는 골렘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전신의 피부를 가린 묵빛의 강철 갑옷은 오러 소드로도 쉽게 베이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보였다.
“저게...도대체...?!”
“오우거다! 오우거야!”
인간 남자 30명은 달려들어야 족히 힘으로 맞서 싸울 수 있다고 하는 덩치 큰 괴물, 오우거. 금테 모험가 수준의 기사나 마법사가 있다면 단독으로도 싸울 수 있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면 공략에 필요한 인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쿵, 쿵, 쿵!
그런 오우거가 한둘이 아니었다. 갑옷을 입은 오우거들은 무려 10명이나 나타나 기사단을 향해 씩씩거렸다.
“걱정마! 오우거도 생명체야!”
“...생체반응이 없는데요?”
“뭐?”
“저것들...언데드에요.”
기사단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오우거를 붙잡아 구울로 운용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 위에 갑옷까지 씌워놓고 조종을 한다?
“젠장...! S등급 리치라도 있는 건가?!”
“단장님, 저기!”
다그닥, 다그닥.
오우거들의 사이로 검은 갑옷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똑같은 흑빛 철갑을 두른 백마 위에 올라탄 창백한 얼굴의 여인은 흉악한 갑옷으로도 터질듯한 가슴을 감출 수 없었다.
“필멸자여, 이곳은 너희가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
“단장님, 저 목소리는...!”
“조디악 왕국의...!”
기사단은 모두 몸서리를 쳤다. 인류연합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조디악 왕국의 쌍벽이라고 불리우던 여인이 언데드가 되어 나타나났다.
즉, ‘타락’하고 만 것이다.
“마왕군에게 영생을 받고 왕국을 배신하다니!”
“......헛소리. 나는 그 자가 아니다. 내 이름은 하서스 리브라. 자랑스러운 군단장님께 이 땅을 지키라고 명 받은 자.”
철컹! 하서스가 대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러자 언덕 너머에서 대규모 언데드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언데드...엘프?”
새롭게 나타난 엘프들은 시체처럼 창백한 모습이었다. 피부는 핏기하나 없이 희고 창백한 기운을 머금고 있고, 두 눈은 흉흉한 붉은 기운만 남아 살기로 가득 차있었다.
“사격 개시.”
하서스가 외치자마자, 언데드 엘프들이 하늘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핏빛 화살들은 기사단을 공중폭격 할 것처럼 쏟아졌다.
“아니?!”
끼요오오옷!
하늘 위에는 수인들이 펄럭거리며 날고 있었다. 까마귀와도 같은 모습의 수인들은 아래에 제 몸집보다 커다란 물방울 같은 것을 움켜쥐고 있었다. 안에 내용물이 가득 찬 것으로 추정되는, 슬라임 드래곤의 껍질을 가지고 있었다.
퍼버벅!
언데드 엘프들의 사격이 끝나기 무섭게 슬라임 드래곤 껍질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에서 붉은 안개같은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와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으윽,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화학전인가?!”
“모두 숨을 참아! 독가스라고 생각해!”
“이미 늦었다.”
철컥, 철컥!
오우거들의 몸에 달라붙은 갑옷에서 곳곳이 ‘열렸다’. 마치 덮개의 일부가 뚜껑처럼 열리듯, 오우거들의 갑옷은 ‘해치’가 열렸다.
“방출 개시.”
푸쉬이이.
오우거들의 몸에서 붉은 안개가 뿜어져나왔다. 마치 안에 갇혀있던 땀들이 터져나오는 것 같았다.
“으으.... 걱정마라! 성욕만 조금 늘어날 뿐, 아무 문제 없어! 물러서지마!”
“호흡를 조심해라! 마나로 몸을 보호해!”
“코와 입만 조심하면 된다!”
사아아아-----
강한 바람과 함께 붉은 안개가 기사단을 덮쳤다. 강렬한 폭풍에 기사단은 자연스레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방패나 팔을 들어올렸다.
“이, 이건...!”
“놈들의 술책이다! 당해선 안 돼!”
기사단은 마나를 전력으로 끌어올리며 공격을 버텨냈다. 붉은 안개 폭풍은 한순간에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기사단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함성을 내질렀다.
“성욕을 일으켜봐야 아무 소용 없다! 우리는 불알을 자르고 왔다!”
“!!”
기사단의 외침에 하서스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없이 커졌다. 기사단은 미약 폭풍을 제대로 뒤덮었지만, 그 누구도 성욕에 미쳐 날뛰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성욕이 폭발해야할 성욕 주머니가 존재하지 않았다.
“내 두 구슬은 나라에 두고 왔다! 너희들의 간악한 화학전은 통하지 않는다!”
“그거 미약 아닌데.”
“......?”
기사들은 자신의 몸이 굳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비약은 비약인데, 그냥 평범한 마비약이야.”
“이...런....”
쩌저적.
기사들은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에 절망했다.
* * *
“하하하! 잘했다, 하서스! 7할이나 생포를 하다니!”
내가 리브라 영지에 왔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나있었다. 하서스는 자신의 부대 전부가 언데드라는 것을 이용했고, 안드라스들에게 지원을 요청해 공중에서 마비독을 투하했다.
붉은 안료와 섞은 마비독은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독이었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꽉꽉 눌러담은, 피부에 닿기만 해도 몸이 굳어가는 마비독이었다.
“녀석들, 분명 미약인 줄 알고 식겁했을 거야.”
“예. 설마 불알을 잘라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는 우리의 앞에 구속된 수많은 기사들을 훑으며 몸서리를 쳤다. 바지를 벗기고 일렬로 늘어놓으니, 그들은 하나같이 전부 고환이 없는 상태였다.
"지독한 놈들이군. 안드로메다 왕국, 마왕군과 싸우면서 상당히 지독해진 것 같구나."
"예. 마족에게 절대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리고...."
샤이탄은 목줄을 잡아당겼다. 목줄의 끝은 알몸의 금발기사의 목에 걸려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자살방지용 구속구가 채워져있었다.
"으읍, 으으읍!"
"건방진 눈동자로구나. 하지만 그렇게 노려보는 맛이 있어야 굴복시키는 재미가 있지. 네 이름이 뭐라고?"
"퉤!"
기사단장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꼴사납게 자기 휘하 기사단을 모조리 마비독에 노출시켰으면서, 정작 고결하게 죽기를 바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무능한 자가 기사단을 운용하니 이런 꼴이지. 아니, 유능한 자는 모조리 뒤져서 이런 자도 깃발을 움켜쥔 셈이로군. 흐흐, 역시 인간과 마왕군이 회전력 싸움으로 들어가면 마왕군이 이기지."
나는 기사단장의 허리를 걷어찼다. 못 쓰는 천으로 가려진 그의 아랫도리는 제법 튼실했으나, 남자라면 응당 달려있어야 할 쌍방울이 없었다.
"땅콩제거라니, 그래도 의지 하나 만큼은 대단하군!"
쌍방울이 있던 자리에는 잘려진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능력은 없어도 의지만큼은 강한 존재를 위해 나는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샤이탄, 신성력의 힘이면 고환결손도 수복할 수 있나?"
"잘려진 신체 부위를 다시 붙이는 건 가능합니다. 아마...보관 중이지 않을까요?"
"리치의 라이프 베슬 같은 거로군. 흐흐, 뭐 됐다. 어차피 이제 다시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
"......."
기사단장은 눈을 감았다. 나는 그의 정보를 읽고 그에게 라스의 세례를 내렸다.
"나리아 후트. 지금부터 네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마. 거부권은 없다."
"......명예롭게 죽여라!"
"명예? 명예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포로 따위의 명예를 신경써야하지? 포로로 잡아준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나는 영롱한 알 하나를 챙겨와 놈의 앞에 흔들었다.
"너는 지금부터 이 알과 하나가 될 거다. 바로 이렇게."
절그럭.
나는 또다른 목줄을 잡아당겼다. 절그럭거리며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존재'는 기사단장 나리아 후트를 보고 고개를 돌렸다.
"설마...디고너걸 티에스 부단장?!"
"죄송합니다...단장님...!"
금발 녹안이 된 천사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나리아 후트보다 더 크고 단단한 자지를 빨딱 세운 채 벌벌 떨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는 남근이 달려있지만 남근 빼고는 전부 여성형이었다. 심지어 손에 잡기 딱 적당한 크기의 가슴조차도.
"소개하마, 네 선배다."
"이, 이건 도대체...?"
"아아, 이것은 바이엔젤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목줄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내 뒤에서 바이엔젤의 관리를 맡은 오크 병사가 바이엔젤의 허벅지를 잡고 좌우로 벌렸다.
"!!"
남근 아래.
고환이 달려있어야 할 곳에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구멍-여성기가 달려있었다.
"자웅동체. 너희는 앞으로 말이다...."
꾸우욱.
특수하게 제작된 슬라임 껍질이 바이엔젤의 자지를 덮었다. 마치 콘돔같은-아니 콘돔으로 만든 슬라임 껍질에 바이엔젤은 눈을 까뒤집었다.
"아래에서 들어오는 마나를 신성력으로 전환해 배출할 것이다."
"아흑, 아학, 아아아악!!"
바이엔젤은 신성력을 지려버렸다. 기사단장은 자신의 부단장이 쾌락에 미쳐 떠는 것을 보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건...아니야...."
"뭐가 아니야. 그래도 선택권을 주마."
나는 샤이탄으로부터 그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고추 떼고 여자가 될래, 아니면 고추 달고 여자가 될래?"
나는 자비를 베풀어 선택지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