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724화 (720/800)

724회

420일차

안드로메다 왕국.

구 조디악 왕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던 왕국은 지난 몇 달 사이 큰 혼란을 겪었다.

최전선이 하나 더 생기고 말았다!

인류연합은 마왕군을 상대로 하는 전선이 하나 더 늘어난 것에 기겁했다. 안그래도 최전선이 조금씩 조금씩 뒤로 밀리며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방에서 들려온 소식에 왕국은 뒤집어졌다.

조디악 왕국, 멸망.

스스로를 ‘라스토피아’라고 부르는 마왕군의 또다른 군단은 조디악 왕국을 먹어치운 점령군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으로 구 조디악 왕국의 영토에서 진격해오지는 않았지만, 등 뒤에 침-아니 더러운 물을 뚝뚝 흘리는 자들이 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놈들은 ‘성’을 무기로 삼는다더라.

여신 교단에서 정한 성적 금기들을 정면으로 위배하며, 인간들을 죽이는 대신 겁탈한다고 하더라.

이미 구 조디악 왕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난민들은 자신들이 겪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사방에 풀었다. 엘프들이 남자들을 강간하러 다니고, 여자들이 오크 자지에 박히면 바로 자지러진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우스갯소리로 넘겼다.

그게 왕국 전체의 공포로 다가온 건, 왕국 내의 케페우스 백작령에 역병이 돌기 시작하면서였다.

“누가, 누가 한 발 좀 빼줘...!”

“하아, 하아, 자위로는 해결되지 않아...!”

자지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르는 남자. 가슴이 부풀어올라 끊임없이 젖이 흘러나오는 여자.

성욕이라는 독에 중독된 이들은 신성력으로도 몸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케페우스 백작령은 순식간에 ‘섹스촌’이 되었고, 안드로메다 왕국은 케페우스 백작령을 완전히 불태워버리는 선택지를 내렸다.

“이런...젠장....”

정면의 마왕군을 상대로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하지만 후방의 라스군을 상대로는 정조를 걸고 싸워야 했다. 숙녀도 순식간에 색녀가 되어버리는 극독은 당하면 굴욕이었지만, 퍼져나가는 속도나 피해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안 그래도 마왕군들이 더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 이게 도대체 뭐야!”

인류는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운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백작령 전체가 불에 타버리면서 안드로메다 왕국은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이렇게까지 대처를 해야했냐고 따지기 전에, 마왕군이 제대로 침입하지도 않았는데 백작령 전체가 망가져버린 상황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왕국의 난민.

단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이들을 받았을 뿐인데 역병이 퍼져버렸다. 이미 라스토피아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라스토피아의 모든 것을 차단해야만 했다.

“국왕의 이름으로 명한다. 모두 죽여라.”

안드로메다 왕국 국왕의 명령 하에, 왕국은 후방에 또다른 전선을 펼쳐야만 했다. 전방의 전선이 마족들을 죽이기 위한 전선이라면, 후방의 전선은 왕국을 향해 다가오는 마족과 ‘병균’을 죽이기 위한 전선이었다.

한명이라도 뚫리면 왕국 전체가 멸망한다.

안드로메다 왕국은 점차 안전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성욕에 의한 라스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먼저 극독의 근원이 없는, 왕국 곳곳에 있는 여신 교단의 토템들을 찾아나섰다.

“신부님! 이곳을 떠나지 말아주십시오!”

“수녀님, 저희를 버리시는 겁니까?!”

신성력을 사용하는 자들.

여신의 축복을 받은 자들.

신성력의 힘 덕분에 ‘라스 바이러스’에 일차적으로 중독되지 않는 자들.

그들 또한 신성력이 모두 닳게 되면 일반사람들과 똑같아지게 되지만, 그래도 그들이 사방으로 뿌리는 신성력이 있으면 어느정도 면역이 생기는게 기정사실이었다.

“오직 여신만이 그대들을 구원할 지니....”

“아아, 여신이시여!”

“여신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아아, 여신이시여!”

여신 교단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조디악 왕국에서의 추문을 뒤덮고, 라스토피아에서 오는 역병은 오로지 여신 교단의 신성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인간은 위기의 순간일수록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무언가를 찾는다. 여신교단은 교묘하게 그들의 틈을 파고들며, 신성력을 가진 사제들을 더욱 널리 퍼뜨렸다.

그리고 그게 계기가 되었을까.

“너는 신성력을 가진 인간?”

“신성력 없으면 꺼져!”

“신성력! 신성력! 신성력!”

사방에서 우후죽순으로 솟아나는 던전에서 튀어나온 마족들은 더 이상 인간들을 노리지 않았다.

“큭, 죽여라!”

“에잇, 재료로 쓰지도 못하는 인간! 꺼져! 이제 너희들을 죽여도 경험치 안 오른다고!”

“......?”

“아, 맞다. 죽기 싫으면 사제가 어디로 숨었는지 말해라. 그러면 네 부하들과 여기있는 모든 인간들의 목숨은 살려주지!”

“......마차 아래에.”

“끼요오오오옷!!”

안드로메다 한 영지.

이름있는 마족이 400명의 인간을 놔두고 고작 한 명의 신부를 납치해 간 뒤, 곳곳에서 마족들이 여신교단의 사제들-정확히는 ‘신성력을 가진 존재들’을 노린다는 말이 암암리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신규 컨텐츠 파밍은 못 참지.”

세상은 변했다.

<인류살해> 남은 인류를 노예로 삼을 것이다. 인류를 과도하게 죽일 경우, 경험치와 힘을 몰수하겠다.

<경험치 조정> 자신의 레벨 이상의 인간이 아니면 죽여도 경험치고 오르지 않도록 조정했다. 약자를 죽여서 얻을 수 있는 건 저열한 자기만족 뿐이다.

인류를 마구잡이로 학살하던 마족들은 이제 더이상 인간들을 죽이지 않았다. 마족들은 솔로몬의 일방적인 결정에 불만을 품었지만, 이어진 솔로몬의 말에 눈에 불을 켜고 인류를 뒤지기 시작했다.

<중요공지> 신성력을 가진 인간들을 소환진에 바치면 그만큼의 신성력으로 신규 컨텐츠를 구입할 수 있노라.

- 팬티스타킹! 팬티스타킹! 팬티스타킹! 팬티스타킹! 팬티스타킹!

- 레벨 40짜리 사제 하나로 3성 바니복 얻을 수 있다니, 혜잔데?

- 이거 인간 1000명 잡아봐야 사제 하나 잡는 것보다 못하잖아?

신성력을 가진 인간들을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이들, 이전부터 열심히 사냥을 계속한 이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이들 모두 패러다임의 변화에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고 있었다.

라스토피아 또한 마찬가지. 나는 마왕 던전에서 들어오는 인센티브를 통해 라스토피아 전체 영토를 재개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발전할 수 있을 때 발전해야지.’

아직 대외적으로 우리가 신성력을 자가발전 할 수 있다는 건 들키지 않았다. 알고 있던 놈들은 모두 가버렸고, 이제 알게되는 놈들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겠지.

‘그래도 알 때 까지는 존버한다.’

그래서 나는 라스토피아를 원형으로 에워싸듯 정찰병력을 퍼뜨렸다. 아직 국가로서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무력으로 우리 군단의 영토임을 증명한 우리는 살기 좋은 땅에 사람들을 널리 퍼뜨렸다.

라스토피아에 충성하는 자들에게는 좋은 땅을.

라스토피아에 아직 충성하지 않고 라스를 깨닫지 못한 자들에게는 증명의 기회를 위해 척박한 땅을.

이른바 사민정책의 일환으로 나는 라스를 깨우치지 못한 자들을 라스토피아의 국경으로 보냈다. '던전에 부하로서 등록한 상태'로.

"배신자는 용서치 않는다."

타국의 군대와 조우하다가 죽은 자? 바로 콜업이다. 라스토피아의 국민으로서 열심히 싸우다 죽었다면, 그는 전공을 인정받아 좋은 의식주를 제공받을 것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자연히 사람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 나는 너희들의 충성심을 확인하겠다."

나는 라스토피아의 국민으로 변화한 자들에게 충성심을 테스트했다. 과연 이들이 국경에 배치되어 그곳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과연 주어진 주거환경을 버리고 도망칠 것인가?

"아직도 라스토피아를 불신하는 자들이 있다니. 어리석구나."

있었다.

100명 중에 3명 꼴이기는 했지만, 사방으로 퍼뜨린 사람의 수가 5만명이라고 치면 그 중 1500명은 국외로 도망친 셈이었다.

그들 대부분 여신교단의 신도였다. 극성 신도가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가 마족으로 합성된 자들이었다. 자신이 이미 신성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엿보고 도망친 것이다.

"아아, 불쌍한 자들이여.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나는 그들이 무사히 라스토피아를 도망치는 걸 확인했다.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며, 우리 군단에 사로잡힌 자들이 국외로 탈출할 때 어떻게 탈출하는지 여러 가지 다양한 루트를 확보했다.

이쪽에서 넘어간다는 말은 저쪽에서 넘어올 수도 있다는 말.

구 조디악 왕국과 국경을 접한 왕국은 한둘이 아니었고, 나는 그들을 모두 '적'으로 상정함에 따라 모든 침입 루트를 계산해야했다.

국지전은 하위 '던전 주인'들에게 맡기지만, 어디로 적이 침입해들어오는지 내가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신속하게 던전의 병력을 파견하여 대처해야했다.

"주인님, 리브라 방면으로 적 병력이 발견되었습니다. 500여명 정도 되는 기사단으로, 정찰대를 겸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냅둬. 어디 한 번 어디로 침입하나 보게."

나는 내 앞에 펼쳐둔 스크린을 손으로 눌렀다. 그리고 별자리를 그리듯, 라스토피아의 정중앙에 있는 별을 손으로 움직였다. 마침 리브라 방면으로 들어오는 적들은 '사자의 영토'에 발을 디뎠다.

"오게 두어라. 하서스가 굶주렸다."

구 리브라 영지의 주인, 하서스 리브라.

나는 라스토피아를 열 두 영지로 나눈 다음, 내 믿음직한 부하들에게 거점 방위를 맡겼다.

"놈들을 싹다 포획하라. 그리고...."

나는 막 끄적이던 깃털펜을 흔들었다.

"천사로 만들어."

우리가 신성력을 자가발전 할 수 있다는 게 들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신성력을 확보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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