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회
365일
파종.
산란.
일련의 과정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솔로몬의 기적과도 같은 마법으로 이루어지며, 나는 그 과정을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아이, 씻팔. 언제 산란해!”
산란은 24시간 동안 이루어지지만 알 내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 걸까? 나는 24시간은커녕 벌써 240일을 넘게 포르네우스와 함께 있었다.
“야, 이 세우지 마라.”
“으, 우으....”
나는 포르네우스를 범하며 시간을 보냈다. 라스? 그런 건 포르네우스와의 사이에서 있을 수 없다. 나는 그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포르네우스를 사용했을 뿐이고, 포르네우스는 내게 사용될 뿐이다.
“훌쩍, 너, 본체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뭐래. 나도 분신이거든?”
상상도 못한 정체.
그렇다.
포르네우스의 난자에 깃든 그녀의 의식이 수정과 동시에 끊어지며 분리가 되었듯이, 나 또한 본체와 의식이 끊어졌다.
무슨 의미냐 하면, 정자에 깃들어 열심히 질의 동굴을 지나 착상에 성공한 정자는 분신 라스푸틴이었다는 말.
분신을 보냈기에 아무 의미가 없었냐하면 그건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포르네우스에 대한 복수심의 결정체다. 내 몸에는 네 개의 문신이 함께 박혀있을 정도로 나는 나를 만들어내는데 각별한 신경을 썼다.
분신을 만드는데 본체보다 분신에 더 많은 것을 투자했을 정도로, 나는 포르네우스에 대한 복수를 쉽게 끝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본체가 또 혼자서만 꿀빨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
마지막 순간.
내 뒤를 강하게 대가리로 때리고 떨어진 정자는 분명 본체가 분명했다. 내가 두 다리로 달려온 것과 별개로, 본체 또한 정자에 빙의하여 그 넓은 동굴을 달려와 나를 뒤에서 두들긴 것이다.
‘역시 나.’
포르네우스에 대한 복수심은 내게 전부 넣었다고 해도, 분신을 함부로 쓰거나 소모하지는 않는다.
“야, 포르네우스.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지하게 한 번 이야기나 해보자. 너 왜 나 싫어했냐?”
“...싫어하는데 이유가 필요해?”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뱃속을 자지로 때렸다.
퍼---억.
“어흑.”
포르네우스는 눈을 까뒤집으며 바르르 떨었다. 이제는 내가 아주 작은 쾌감만 줘도 절정해서 가버릴 정도로 그녀는 약해졌다.
심지어 하나로 합쳐진 덕분인지, 자지가 포르네우스의 보지에 도킹하여 빠져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덜컹, 덜컹.
내 자지는 포르네우스의 질구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마치 질구의 세포들이 귀두갓에 딱 맞게 모양이 잡혀 마개를 만들어버린 듯 했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자지를 쑥 밀어넣었다.
“에이, 쓰벌.”
나는 포르네우스를 내 품에 안았다. 이미 그녀는 내 몸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수 없었다.
“아흑, 자지, 자지...♥”
“자지가 좋으면 그냥 굴복하면 안 되냐?”
“아흐응, 그건 본체가....”
나와 하나가 된, 이제 포르네우스의 자식이 될 포르네우스는 이미 자지에 굴복했다. 나도 이제 ‘나’라고 부르기에는 힘든 존재로 바뀌고 있다.
“키스, 키스해줘....”
“오냐.”
나도, 포르네우스도 슬슬 ‘자아’를 잃어가고 있다. 그저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물고 빨며 몸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싫어.”
포르네우스는 나와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다.
“외형만큼은 죽어도 싫어. 아니, 오크 자체가 그냥 싫었어.”
“왜?”
“나를 처음 마족으로 만들었던 건, 나를 강간했던 오크 새끼들이니까.... 딱 너처럼 생긴 돼지 오크들.”
“.......”
나는 포르네우스의 뺨을 두드렸다.
“그런다고 내가 봐줄 것 같냐?”
“어허헝!”
퍼억, 퍼억.
나는 포르네우스의 과거고 나발이고 그녀를 마구 찔렀다. 분체인 그녀는 내 자지를 전부 받아들일 정도로 몸이 개발되었고, 자지가 끝부분을 찌를 때마다 혀를 내밀며 가버렸다.
“으힉, 히이잉....”
“그래서 예전에 따먹힌 오크들 생각나서 싫었다?”
“우웅....”
그럴 법도 하다. 나도 포르네우스 닮은 종족이 우리 군단에서 태어난다면 아닌 말로도 포르네우스와 달리 판단하겠다며 중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지금도 싫어, 이건 싫은데....”
찌걱. 포르네우스는 내 자지를 비틀어조였다.
“자지는...정말 좋아.”
“하, 변태같은 것.”
나는 포르네우스의 등허리에 팔을 걸었다. 그녀 또한 내 등허리에 다리를 걸며 속삭였다.
“이제 나...네 일부가 되는 거야...?”
“그래.”
내가 그녀의 속으로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포르네우스로부터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완전히 그녀를 굴복시키고자 함에 있었다.
원래는 산란이 이루어지는 시간 동안 굴복시키려고 했지만, 설마 안쪽은 시간이 별개로 흘러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덕분에 포르네우스 진심은 알게 되었어.’
본체와 분체는 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포르네우스의 진심에 만족할 수 있었다.
이 새끼는 나를 끝까지 싫어했다는 것을.
그저 자지에 맛들려 쾌락에 헤어나올 수 없었다는 것을.
“야, 포르네우스. 넌 이제 시스템의 로그로 남게 될 거다. 나 파후우 라스푸틴 아스타로트의 프로필 모체에 당당히 이름을 남기게 될 거지. 그리고 그 이외에는 아무곳에도 남지 않을 거야. 알겠냐?”
“.......”
포르네우스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것에, 오직 나만이 그녀를 알게 될 거라는 것에 몹시 두려워했다.
“이거...너무한 거 아니야?”
“네가 한 짓을 생각해.”
“...개새끼.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게 잘해준 거면 좀만 못해주지 그랬냐.”
차라리 사무적인 관계로 대했다면, 나는 아마 포르네우스 던전을 하드캐리하여 그녀를 마왕의 자리에도 올려놓았을 것이다.
1년만에 시스템을 활용하여 왕국을 점령했는데, 4년 전부터 시스템을 활용했다?
“네가 나한테 전사가 아니라 던전 운영에 조언하는 참모로만 써먹었어도 네가 마왕 달았겠다. 마왕님이 왜 너를 보살펴주지 않고 나를 보살펴주시는 지 알아? 진짜로 그렇거든.”
만약 포르네우스가 나를 써먹었다면.
내가 던전을 탈출하기도 전에, 이미 인류연합은 멸망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보았기에, 솔로몬은 포르네우스의 존재를 지우기를 허락했다.
고오오오.
서서히 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울고 있는 포르네우스의 고개를 들어올리게 하여,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내가 크게 인심 썼다. 갈 때 가더라도, 죽을 때까지 쾌락 속에서 죽게 만들어줄게.”
“......야, 그러면 마지막으로 하나만 부탁해.”
포르네우스는 내 목에 팔을 걸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한 마디만 해주면 안 돼?”
“응.”
“...개새끼.”
“어쩌라고. 지가 평생의 사랑을 눈앞에서 못알아보고 놓쳐놓고는 왜 나한테 성질이람.”
“네가 트랄처럼 태어나기만 했어도....”
“꼬우면 트랄처럼 태어나게 했어야지.”
던전 주인은 포르네우스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제 얌전히 내 모체가 되어라.”
“......그럼 마지막 부탁.”
포르네우스는 눈을 감았다.
“죽을 때까지, 키스하면서 섹스해줘.”
“.......”
라스라고 했으면 거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섹스라면, 그 정도 자비는 베풀어줄 수 있다.
츄릅.
나는 포르네우스를 품은 것으로, 의식을 잃었다.
* * *
"응기이잇!!"
꿀럭, 꿀럭.
포르네우스의 부풀어오른 배가 훅 꺼졌다. 좌우로 열린 다리에서는 포르네우스의 머리보다 큰 알이 하나 튀어나왔다. 진녹색과 적색이 한데 어우러진 색은 군단장의 상징과도 같았고, 적색 무늬는 인장의 무늬와 비슷했다.
"이게...주인님...."
스스로 산파를 자처한 륜은 두 손으로 직접 받아든 알을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포르네우스의 피가 묻어있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알을 품에 꼭 안아들고 소환진으로 다가갔다.
"준비 끝났습니다."
샤이탄은 소환진에 당당히 앉아있는 오크, 군단장의 앞에 작은 요람을 올려두었다. 륜은 요람에 살포시 알을 놓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럼 지금부터 주인님과 주인님의 합성을 시작하겠습니다."
<마물합성>.
본래는 부하들에게만 가능했던 것이, 새롭게 업데이트 되었다.
"던전 주인 합성 모드."
<주인합성>. 던전 주인과 일반 마물을 합성할 경우, 주객전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
주인을 베이스로 다른 마물을 흡수하는 경우는 기존의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객체가 주인의 정신을 죽여버리고 합성되는 경우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지금은 파후우와 라스푸틴의 합체.
서로 떨어진 두 개의 영혼이 다시금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파후우, 라스푸틴. 합...성!!"
고오오오-----
무지개빛보다 찬란한, 영롱한 오오라가 라스푸틴을 중심으로 번쩍였다. 알에서 흘러나온 녹빛의 바람이 소환진에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군단장의 두 육체는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쩌적.
순식간에 생겨난 코쿤의 껍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부히이이이이이익------------!!!
오크는, 스스로 코쿤의 껍질을 안에서 뜯으며 포효를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