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715화 (711/800)

715회

364일차

정자의 형상은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이는 난자의 외벽을 ‘대가리’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대가리를 박고 꼬리를 미친듯이 휘저으며 외벽을 뚫어야만이 난자와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육체는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았다.

‘힘이 한군데에 들어가야해!’

다른 정자들은 대가리 끝에 온 힘이 모이는데 비해, 나는 난자에 달라붙기 위해 사지에 힘을 주고 붙어있어야 했다.

“하, 하하하! 병신, 꼴사납게 매달려있는 꼴 좀 봐!”

난자속에 깃든 포르네우스는 깔깔대며 나를 비웃었다. 팔은 가슴을 가리고 다리는 한껏 움츠려놓고 나를 비웃는 행색이 역겨우면서도 가증스러웠다.

“멍청아. 여기 껍질에 달라붙은 정자들 다 내 거라는 거 모르냐?”

“.......”

“넌 어찌됐든 나한테 따먹혀서 내 알을 낳게 되어있다 이거야!”

이미 파종은 이루어졌다. 이제 알이 산란되기 위해서는 사정이 아닌 수정이 이루어질 차례.

“우오옷!”

껍질을 깨고 내가 먼저 들어가기 위해서는 벽을 뚫어야 한다. 다른 놈들이 벽을 허물기를 기다린다?

“젠장, 내 정력 너무 세잖아!”

파드드드득!!

난자 주변에 달라붙은 나의 정자들은 공사장 드릴마냥 꼬리가 돌아가며 껍질을 파내고 있었다. 그 속도가 전부 미쳐 날뛸 지경이라, 어느 1등인 놈을 주시하다가 뒤로 당겨 던져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 놈 지정해서 그 놈의 뒷통수를 칠 생각만 하다가, 다른 반대편에서 껍질이 뚫리게 된다면?

‘그럴 수는 없지.’

그럴 바에는 내가 직접 뚫는다. 남자에게 모두가 하나 쯤은 달려있는 구멍 뚫는 세번째 다리로, 나는 직접 껍질을 뚫을 것이다.

“우오오오!!”

퍽, 퍽퍽퍽.

나는 허리를 계속 튕겼다. 발기한 나의 자지가 외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포르네우스는 비명을 지르며 나를 방해하려 들었다. 내가 박아대고 있는 벽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할퀴기 시작했다.

“멍청아, 안에서 뚫어줘서 고맙다!!”

“으, 으으으!!”

역시 포르네우스는 멍청했다. 내 자지를 손톱으로 가르려는 행동 덕분에 나는 살짝 안쪽으로 들어간 외벽을 향해 자지를 꾹 눌렀다.

콘크리트 내벽이 무너저 구멍이 생겼지만, 아직 벽지는 단단하게 남아있는 셈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구멍이 뚫린 건 마찬가지!’

퍽, 퍽퍽, 퍽.

나는 연거푸 자지를 때려박았다. 아무리 굳건한 외벽이라도 처음부터 ‘뚫리기’ 위해 만들어진 벽인 만큼, 백번 천번 만번 두드리면 언젠가는 열리게 되어있다.

“포르네우스!! 나와 하나가 되자!!”

“싫어! 닥쳐! 꺼져!”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지!”

“아아악!”

포르네우스는 방방 뛰며 반대쪽을 향해 발을 굴렀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난자가 포르네우스가 차는 방향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안쪽에서 날뛰는 포르네우스 덕분에 내 몸은 크게 휘청거렸다. 안그래도 간신히 매달려 있었는데 떨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죽어도 안 떨이지지!”

나는 움켜쥔 껍질을 안으로 손가락을 박아넣었다. 볼링공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듯, 열 손가락을 전부 껍질 속에 파묻었다.

“크으윽!”

내 힘의 근간이자 문신이 손에서부터 시작하기에 나는 손가락부터 찔러넣었다. 하지만 발가락을 틈바구니에 넣기 전, 포르네우스는 안쪽에서 내 반대쪽 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쿵!

“으아아아악!”

나는 휘청거리는 난자에 빨랫감처럼 휘날렸다. 정자에 빙의한 내 몸보다 포르네우스가 깃든 난자가 훨씬 크기에, 나는 포르네우스가 안에서 흔드는대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이 미친놈아!”

“떨어질까보냐!!”

내가 발을 떨어뜨린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나는 다리를 뒤로 넘기며 전신을 활처럼 휘게 만들었다.

“나를 지금까지 살아남게만든 힘은, 임기응변이다!!"

나는 두 손아귀에 모든 힘을 불어넣고 하체를 당겼다.

"에밀레---!!"

푸르르륵.

제야의 종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나는 자지를 힘껏 외벽에 찔렀다.

"크으으…!!"

내 손과 마찬가지로 내 자지는 내 힘이 모여있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기에, 내 모든 에너지가 모인 자지는 부러지지 않았다.

"아악!!"

자지는 외벽을 정확히 때렸고, 그 충격으로 포르네우스가 안에서 자빠져 넘어졌을 지경이었다.

'부러질 것 처럼 아프다!'

사실 이미 부러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정자들에 비해 내가 유일하게 자신있는 건 자지 하나 뿐.

구멍 쑤시기를 하는데 있어서 내 자지만큼 뛰어난 신체는 없다!

“포르네우스! 얌전히 내 모체가 되어라!!”

“다, 닥쳐! 내가 왜 네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 거야?!”

“어머니가 아니다! 모체다!”

둘은 천지차이다. 나는 주저앉아 울먹거리는 포르네우스를 향해 소리쳤다.

“너는 그저 나를 낳아주는 산란기계에 불과해! 어디서 감히 내 마망을 자처하느냐! 내 어머니가 되려거든 최소한 E컵 정도는 달고 와야지!!”

엘프들처럼 모유가 흘러나와 수유 플레일르 할 수 있다거나, 루나나 미르망 급의 육체적 모성을 가지고 있거나, 륜이나 샤이탄 같은 심적 모성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지 않으면 그건 마망이라고 부를 수 없다.

심, 기, 체 어느것도 모성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찌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번 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데자뷰인가. 그렇다면 그 대상은 분명 포르네우스 일 것이다.

두두두두!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슬슬 다른 정자들이 대가리를 들이밀고 꼬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벌써 몇몇 정자들이 대가리로 외벽을 허무는데 성공한 것이다. 포르네우스는 사방에서 대가리를 들이미는 정자들에 기겁을 하며 방방 뛰어다녔다.

“크으읏…!”

이대로는 불리하다.

정자들이 외벽을 뚫는 건 마치 안 풀린 애널구멍을 뚫는 것과 비슷하여, 계속 대가리를 들이밀어야만이 구멍을 넓혀 전체가 쏙 들어갈 수 있었다.

즉, 언젠가는 뚫린다.

내가 륜의 좁디 좁았던 앞뒤처녀를 결국에는 뚫어버린 것처럼, 지금 모든 정자들도 당시의 내 심정이 되어 열심히 대가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정자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리가 없다. 륜의 좁은 곳도 성마법 없이 뚫었는데, 내가 고작 포르네우스의 껍질을 뚫지 못할 리가 없다.

“복수를 위하여!!”

퍽, 퍼억, 퍽.

자지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구멍을 뚫을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다면, 백 번 천 번을 찍어 결국에는 뚫어버릴 것이다.

“그, 그만둬! 나는 너 따위와 하나가 되고싶지 않아!!”

“나도 너 따위와 하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근데 왜 그러는 건데!”

“그게 네가 싫어하는 거니까!!”

단순한 복수는 사양이다. 포르네우스가 진심으로 혐오하고 싫어하는 행동을 하여,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내 마지막 복수다.

“포르네우스! 잘 들어라! 나는!”

퍽, 퍽퍽.

“던전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너를!”

퍽, 퍽퍽, 퍽퍽퍽!!

“한 때는, 존나게 따먹고 싶다고 생각했다아아아아!!”

퍼-------억!

나는 자지를 안으로 찔러넣었다. 무언가 뜯어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나는 드디어 구멍을 뚫는데 성공했다.

“하, 찢었다.”

“싫어----------!!”

포르네우스의 비명도 찢어졌고, 나는 잠시 구멍을 찢은 여운을 즐겼다. 마치 여인의 처녀를 강제로 개통하는 쾌감이 내 등허리에 짜릿하게 울렸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고 자지를 뽑아냈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승리를 위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나 자신을 알고 있다. 누구보다도 죽기 싫어하는 나를 알고 있다.

그러니, 다른 정자들의 움직임도 어떻게 할지 잘 알고 있다.

두두두두!!

“씨발, 꺼져!”

나는 내가 자지로 뚫어놓은 구멍에 대가리를 비집고 달려드는 정자들을 쳐내야했다. 껍질과 배 사이에 대가리를 들이밀고, 나를 떨어뜨려 내가 만든 구멍에 자기가 대가리를 넣으려는 놈들을 계속 떨어뜨렸다.

“이건 내가 뚫은 구멍이다! 내 거다!”

혼신을 다한 내 외침에도 내 정자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껍질에서 떼어내기 위해 합심하며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우, 으아아악!”

떨어질 것 같다. 미끈거리는 것도 기분이 나빠 죽겠는데, 내 몸 전체가 좆대가리들에 비벼진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떨어진다? 승리의 포문을 열어놓고 이대로 밀려난다?

'안 되지!'

1등으로 도착한 정자는 구멍을 뚫느라 힘을 다해 죽고, 그 뒤에 들어가는 얌체같은 정자가 수정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

그럴 수는 없다.

내가 라스푸틴인 이상, 내가 스스로 구멍을 찢고 직접 입성해야했다. 특히 그 대상이 여자라면 더더욱.

내가 뚫은 구멍을, 남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아하하하하!"

갑자기 포르네우스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게 사형을 내리던 순간처럼 입꼬리를 비틀었다.

"씨발, 내가 네 애새끼를 가져도 너를 임신할 수는 없지."

포르네우스는 내 반대편으로 다가가 외벽을 직접 손으로 잡았다. 그녀의 앞에는 꿈틀거리며 대가리를 들이밀기 일보 직전인 정자가 있었다.

"내 자식은 내가 정할 거야, 개새끼야."

"아, 안 돼...!!"

앞으로 한 걸음 남았는데. 이대로 끝나버리는 걸까.

순간.

퍼-----억.

"커, 커흑...!"

무언가가, 내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뒤에서 해머로 강하게 때린 것만 같은 충격에 내 몸은 앞으로 쑥 들어갔고, 껍질과 배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던 정자들이 전부 좌우로 밀려났다.

퍽, 퍼억, 퍼----억!!

무언가가 나를 계속 두드렸다. 나는 집요하게 엉덩이를 두들기는 무언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깜짝 놀랐다.

"나...?"

가라, 오크.

다른 정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왠지 모르게 친숙한 듯한 정자는 내 엉덩이를 머리로 강하게 때렸다. 이미 한계에 봉착해있던 구멍은 내 배와 허벅지가 들어가기 시작했을 정도로 벌어졌다.

찌이익!

풍덩.

나는 물속에 빠진 것 마냥 몸이 뒹굴었다. 빙글 몸이 돌아가니, 내 뒤를 연신 때린 정자는 힘없이 늘어지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마지막 순간, 들어올린 꼬리는 마치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만 같았다.

"......!!"

아아, 그렇구나.

"5성 진화의 꿈은...이 날을 위해...!!"

풀썩.

나는 바닥에 떨어졌다. 대자로 뻗은 내 아래에는 포르네우스가 내게 덮쳐져 바닥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파지지직!!

내가 포르네우스의 안으로 들어오자, 외벽에 붉은 문신이 새겨지며 뚫린 구멍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확인하며 쾌재를 불렀다.

"<파종> 씨를 뿌린다. 열매가 수확되는 시기는 천차만별이다.

# 파종대상 : 포르네우스 ★★☆☆☆

# 예상시각 : 24시간 뒤."

"우횻."

나는 몸을 돌렸다. 이미 이곳은 나와 포르네우스만의 공간이 되었다.

"시, 싫어...아, 안 돼! 이런 거, 죽어도 싫어----!!"

"나는 좋은데."

나는 포르네우스의 볼을 쓰다듬으며 자세를 잡았다.

"응애, 나 낳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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