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714화 (710/800)

714회

364일

차달린다.

아무 생각없이 달린다.

포르네우스 던전을 빠져나와 에일라를 박고 정신없이 무아지경으로 달렸던 그 날을 생각하며, 나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젠장!! 평소에는 씨발 1초에 몇 번이고 드나들던 곳인데!!”

동굴은 너무나도 길었다. 내가 달려나가는 이 길이 정말 맞는지, 혹시 내가 거꾸로 달리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나란 놈, 태어날 때부터 정말 오지게 고생했구나!’

수 억 분의 1이라는 극악의 확률을 뚫고 태어나는 건 정말 이렇게 힘든 일이었구나. 나는 전력으로 달리고 또 달리며 나의 탄생 순간의 고통을 직접 체감했다.

‘미칠 것 같아!’

혼자서 달리는 마라톤이라면, 나는 느긋하게 경치도 구경하고 휴식도 취하며 달릴 수 있을 것이다.

1등이 아닌 완주가 목적이었다면 참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1등을 해야한다. 1등 아니면 모두가 ‘사망’하게 되는 지옥의 레이스다.

그건 당연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구구구구

동굴 벽에 펼쳐진 뿌연 길을 따라 달리는 올챙이 무리에 나는 없던 환공포증까지 걸릴 것 같았다.

나선형을 그리며 빙글빙글 앞으로 나아가는 무리는 내게 뒤쳐지지 않게 쉴틈없이 달렸다.

‘나한테 좀 양보 좀 하지! 이 눈치없는 정자새끼들!!’

1등이 확정된 정자에게 빙의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나는 랜덤으로 아무 정자에 깃들어 달려야만 했다.

다른 정자들이 꼬리를 회치며 정액을 타고 질속을 헤엄칠때, 오직 나만이 그들을 밟고 앞으로 달렸다.

퍽, 퍼억, 퍼벅!

정자들은 나에게 밟혀 하나 둘 레이스에서 탈락하기 시작했다.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꼬리를 잡고 정액의 길 밖으로 내던지고, 대가리와 꼬리를 끊어 속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대가리 자체를 짓밟아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마, 동족 살해로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면 나는 지금쯤 알람 로그 초과로 시스템 에러를 일으켰을 것이다.

“아이 씻팔! 정자 존나 많네!!”

나란 존재는 왜 이렇게 정력이 강하단 말인가?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끊이지 않는 정자 무리에 나는 기가 질렸다.

당장 내 손에 죽은 정자의 수만 하더라도 무려 천이 훌쩍 넘었다. 중간에 정액의 길 밖으로 내던져 죽게 만든 녀석들까지 포함하면 다섯 자리를 훌쩍 넘을 것이다.

“으오오옷!”

나는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놈의 꼬리를 잡아 밖으로 내던졌다. 놈은 내 팔을 휘감아 나를 물귀신처럼 당기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딜!”

나는 놈의 꼬리를 수도로 쳐냈다. 뿌연 정액의 길 옆으로 굴러떨어진 놈은 선홍빛 동굴에 떨어졌다.

그리고.

푸쉬이이이-

마치 독액이 끓는 늪에 빠진 것 마냥 몸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나는 놈에게 애도를 표하며 다시 앞으로 달렸다.

‘질벽으로 밀려나면 죽는다!’

마족의 보지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보지 조차도 포르네우스의 악의가 드러나기 때문일까? 정자는 질벽에 닿자마자 바로 사멸했다.

‘성마법이구나!’

정자가 질벽 속으로 흡수되는 것은 정기가 흡수되는 것이었다. 모든 마족은 기본적으로 성마법을 다룰 줄 알고, 포르네우스의 안은 정기를 흡수하는 것이 기본 패시브로 달려있는 듯 했다.

즉, 내가 싼 정액으로 코팅된 길이 아니면 금방 나는 포르네우스에게 흡수당한 다는 것.

“으아아아아!”

나는 앞으로 달렸다. 뒤쳐져서 밀려나기 전에 전속력을 다해 달렸다.

구구구구.

다른 정자들도 내가 간절한 만큼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오직 한 명만이 살아남는 서바이벌에서 목숨을 걸지 않는다?

‘그럼 뒤져야지.’

난자는 하나지만 정자는 억 단위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순간 끝이다. 누군가는 2등도 잘 한 거라고 하지만, 난자쟁탈전은 2등이나 꼴등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비켜! 내가 우승할 거다!”

나는 계속 정자들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정자들 또한 나를 밀어내려고 부딪히기 시작했다.

쿵!

대가리가 두 개 달린 기형 정자가 나를 뒤에서 들이박았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길 밖으로 떨어질 뻔 했지만, 놈의 대가리를 잡고 밖으로 내던졌다.

파지지직.

놈은 질벽에 닿자마자 꼬리를 미친듯이 흔들었다. 그러나 곧 아래에서부터 녹아내리듯 사그라들었다.

“젠장, 내가 나를 방해하다니.”

구구구구.

잠시 심적 안정감을 찾으려던 찰나, 갑자기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공황에 빠진 다른 정자들의 틈바구니로 몸을 숨겼다.

‘온다!’

꾸우우욱.

간헐적 떨림과 함께 동굴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넓은 공동은 순식간에 사람이 압사될 것처럼 좁아졌다.

‘젠장! 쾌감에 보지나 조여대고 말이야!’

그렇다. 지금 동굴이 줄어든 이유는 포르네우스가 보지를 조였기 때문이다. 질구에 내 자지가 구멍이 완전히 닫히는 걸 막아주고는 있다고 하나, 포르네우스는 보지를 조이며 자지를 밖으로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자연히 동굴은 좁아질 수밖에. 그리고 한 번 조일 때마다 나는 바닥에 바싹 몸을 엎드려야했다.

‘지금이 제일 위험해!’

동굴벽의 조임이 풀리는 순간, 아우르기 힘든 급류가 나를 덮쳤다.

쏴아아아아------

뿌연 정액과 함께 셀수 없는 정자들이 동굴 밖으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선두그룹의 정자들은 포르네우스의 방해공작에 순식간에 뒤로 밀려났다.

‘질싸 이후에 여자의 몸은 정액을 배출하려고 하지.’

자궁 안으로 자동으로 쏙 흘러들어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일부는 크림파이의 녹아내린 치즈처럼 밖으로 흘러내리기 마련.

‘맨 뒤로 뒤쳐지면 안 돼.’

귀두가 질구를 촘촘히 막고 있으니 망정이지, 까딱 잘못하면 보지에서 쫓겨나 고간을 타고 애널로 흘러들어갈수도 있다.

‘이제 끝났나?’

나는 동굴의 떨림이 잦아들자마자 앞으로 달렸다. 이전보다 훨씬 정액의 길 농도는 옅어져있었고, 빼곡히 차있던 정자들도 틈틈이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많긴 했다.

“젠장, 어디까지 이어지는 거야?!”

최소한 끝이라도 보이면 안될까 싶은 순간, 나는 주변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점점 좁아지는 구멍.

질척거리는 정액이 잔뜩 고여있는 곳.

정자들이 대가리를 앞으로 찌르며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는 그곳!

“라스으으으!”

나는 정자들의 틈바구니로 몸을 던졌다. 앞서나가는 놈들의 꼬리를 잡아당기고, 대가리를 손으로 밀며 앞으로 헤엄쳐갔다.

“내가 이짓 다시 하고 싶지는 않거든?! 그러니 나에게 양보해라, 새끼들아!”

진정으로 내 몸에서 나온 녀석들이라면 당연히 창조주를 위해 길을 비켜줘야지, 어딜 감히 나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하려고 한단 말인가!

“우오오옷!”

나는 앞으로 두 손을 뻗으며 몸을 내던졌다. 좁은 통로를 빠져나와 폭포수에 몸이 떨어지듯 나는 아래로 떨어졌고, 수많은 정자들의 위로 떨어졌다.

철푸덕.

아프지는 않다. 하지만 가만히 멈춰있을 수는 없다.

‘역시 나. 자궁 안까지 정액을 한가득 부어놓았군.’

내가 포르네우스의 자궁구를 뚫고 사정한 덕분에, 자궁 안에도 나를 보호해줄 정액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말인 즉슨, 내 덕분에 기나긴 질의 통로를 달려오지도 않았으면서 바로 레이드에 들어간 놈들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두두두두.

나는 정자들이 열심히 대가리를 두드리고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대부분의 놈들이 대가리를 박고 나선형의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드릴처럼 구멍을 뚫으려 하고 있었다.

거대한 알.

나는 알에 달라붙은 정자들의 꼬리를 잡고 털어내며 알의 앞에 섰다. 겉면은 탱글탱글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지만, 이미 수만에 이르는 정자들이 나가떨어졌음에도 껍질은 단단했다.

‘이걸 뚫고 들어가는 자가 우승이다.’

1등으로 먼저 도착했다고 난자와 하나가 되는 게 아니다. 껍질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만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다.

"아아, 보고있나. 포르네우스."

내 말에 난자 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주홍빛 액체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알몸의 마족 여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헤으응...?"

"까꿍."

나는 껍질에 달라붙어 포르네우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잠에서 방금 깨어난듯한 포르네우스는 나를 보더니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 너 도대체 무슨...!"

"오호. 내 덕분인가? 본체랑 거의 다를 바가 없는데."

"이, 이 미친 새끼야!! 여기가 어딘지나 알아?!"

"네 자궁!!"

설마 모르고 들어왔을까봐. 나는 껍질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발끝을 이미 다른 정자가 파놓은 홈에 박아넣었다.

"너를 굴복시키기 위해, 내가 직접 네 뱃속으로 찾아왔노라."

포르네우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겁에 질린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일그러졌다.

"합체다! 포르네우스!!"

"시,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찌걱, 찌걱, 찌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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